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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

       

       세계수의 가지.

       

       “이게 도대체 뭐야…?”

       

       요상하기 그지없는 물건이었다.

       

       나무쪼가리 주제에 신성하다.

       

       내 허벅지보다 조금 두꺼운 두께에 길이도 딱 내 다리만한 길이.

       

       솔직히 말해 이 나뭇가지 하나가 어지간한 마을의 당산나무보다 더 신성해 보였다.

       

       거기다 벌써 몇 시간이나 흘렀는데 가지에 달린 나뭇잎이 파릇파릇하게 생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것도 보통 물건이 아니네…”

       

       잘 써 보라고 준 것 같은데···.

       

       적당한 사용처가 떠오르기는 했지만 조금 애매했다.

       

       나무를 끌어안고 고민하고 있으니 세레나의 눈빛이 느껴졌다.

       

       “음?”

       

       하기야 세레나 역시 하이 엘프이니 이런 반응이 당연할 것이다.

       

       그녀의 처지에서는 모시는 신의 육체가 떨어져 나온 것일 테니까.

       

       “…구경할래?”

       

       나뭇가지를 바라보던 세레나가 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도리 도리.

       

       역시 구경을 시키는 건 조금 불경한 짓인가···?

       

       “거참…”

       

       입맛을 다시면서 새롭게 치장된 세계수를 바라봤다.

       

       저번것보다 세배는 두꺼운 금줄.

       

       그리고 중간중간 끼워 놓은 부적.

       

       아침부터 저 부적을 쓰느라 영기를 다 소모해 버렸다.

       

       다시 말해 지금 세계수는 굉장히 튼튼한 상태라는 것이다.

       

       신성한 기운도 함께 흘러넘치고 있으니 삿된 것이 함부로 머리를 들이밀지 못할 것이다.

       

       “이게 다가아니지.”

       

       당산나무란 마을을 수호하며 길한 행운을 가져다주는 나무다.

       

       세계수의 상태가 좋아졌으니 엘프의 숲이 훨씬 더 풍요로워 질 것이다.

       

       당장 세계수에 붙어 있는 영혼들의 상태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잘 먹고 잘 살다가 죽은 영혼처럼 때깔이 아주 고왔다.

       

       “또 덕을 왕창 쌓았네.”

       

       당분간은 재수가 좋지 않을까 하는 게 나의 생각이다.

       

       “이제 준비가 끝났을 것이네.”

       

       파라몬 영감이 못마땅하다는 듯 나와 세레나를 쳐다 봤다.

       

       “인사는 다 나눴는가?”

       

       “네. 아까 끝냈어요.”

       

       “허허, 나였다면 이곳에 눌러살았을 걸세.”

       

       우리는 이미 돌아갈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영감의 말대로 이곳에 살면 편하긴 하다.

       

       엘프들은 모두 나에게 호의적이었고, 이곳에서라면 평생 일을 안 해도 그럭저럭 먹고 살 것이다.

       

       앞으로 무당을 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이야기였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신당을 옮길 수가 없어서요.”

       

       신당이 자리 잡은 곳은 보통 터가 아니다.

       

       무려 직접 점지를 받은 곳.

       

       나에게는 의미가 큰 장소였다.

       

       “그렇구만. 이제 슬슬 가도록 하지. 아이린은 만났는가?”

       

       “네. 굉장히 바빠보이던데요?”

       

       “그럴 것이네. 엘프들 역시 추격대를 만들었으니.”

       

       아이린은 화가 단단히 난 상태였다.

       

       네크로맨서의 흔적을 추격하겠다며 나에게 짧은 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다른 엘프들을 이끌고.

       

       “원래 바람과 같은 성격을 지녔다네. 옛날부터 있는듯 하다가도 사라지곤 했지.”

       

       “흐음…”

       

       파라몬 영감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나와 로셀도 돌아가게 되면 바빠질 걸세.”

       

       안 그래도 클로셀 영감이 한참 동안이나 푸념을 늘어 놨었다.

       

       은퇴한 말년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한다고 말이다.

       

       네크로맨서가 다시 나타나버렸고, 하필이면 우리가 그들과 처음으로 조우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침 자네에게 물어볼 것이 있네.”

       

       “저한테요?”

         

       “이번 전투에 몬스터들이 잔뜩 몰려왔지 않은가?”

       

       “그랬었죠.”

       

       “몬스터들 중에 오크가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더군. 혹시 이런 것도 신점으로 이유를 알 수 있는가?”

       

       그러고 보니 몬스터란 몬스터는 종류별로 다 몰려왔는데 오크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

       

       오크라고 하니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내 돈을 떼먹고 도망간 오크.

       

       그 녀석도 제법 큰 업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때 받은 공수의 크기로 봤을 때 오크 중에서도 크게 한가락 할 놈이 틀림없었다.

       

       “조금 애매한데…”

       

       “이미 아는 것이 있는가 보군.”

       

       아무래도 굴락과 연관된 일은 아니지 싶었다.

       

       그 녀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쪽이 아니었다.

       

       굴락을 만났던 절벽의 위치를 생각해 봤을 때 공수로 내려온 방향은 정반대편이었으니까.

       

       “제가 아는 거랑 연관이 없을 것 같아요. 신당에 가는 대로 한번 시도 해 볼게요.”

       

       영감님에게 말을 듣자마자 모호하다는 느낌이 든 걸 보면 점사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딱히 신령님께서 신경을 안쓰는 눈치랄까.

       

       “부탁하겠네. 복채는 따로 준비하지.”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니 한적한 공터에 엘프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 가운데에 클로셀 영감이 당당하게 서 있었다.

       

       “이거 하나면 영지까지 순식간일세.”

       

       저 워프마법이라는 게 그렇게 뿌듯한지 영감의 어깨가 들썩거리고 있었다.

       

       “영감님, 웬 꽃이예요?”

       

       클로셀 영감은 노란빛깔을 띈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나의 질문에 영감님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네…유난히 예쁘게 피어 있더군.”

       

       무언가 영감님 답지 않게 쓸쓸한 어조였다.

       

       더 물어볼까 했지만, 딱히 대답해줄 것 같지는 않은 분위기.

       

       클로셀 영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죽는 사람이 없겠는가?”

       

       “네. 별일 없을 것 같아요.”

       

       이번에는 악몽도 없었고 불길한 점사도 없었다.

       

       오히려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이 날도 잘 잡은 것 같았다.

       

       워프 마법진을 향해 걸어가던 그때, 로메넬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크리스님.”

       

       그녀의 손에는 작은 주머니가 쥐어져 있었다.

       

       “의뢰에 대한 보답이예요.”

       

       “아…맞네.”

       

       그러고 보니 세계수를 보호해 달라며 정식으로 의뢰를 했다.

       

       저 주머니 안에 영감님들이 말했던 그것이 담겨있는 것 같다.

       

       “세계수님의 열매를 담았어요. 그 외에도 필요하실 만한 것들을 넣었답니다.”

       

       “호오…!!”

       

       영감들에게서 곧 장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세계수의 열매요…?”

       

       의아해 하는 내 기색을 읽은 클로셀 영감이 흥분한 기색으로 곧장 설명을 덧붙였다.

        

       “마법사나 기사가 먹는다면 단번에 많은 마나를 얻을 수 있지. 자네가 먹는다면 평생 아플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네.”

       

       내가 몸이 약하니 어쩌니 하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보다.

       

       거의 전설의 열매라도 되는 양 소리를 치는 클로셀 영감을 보니 상당히 귀한 물건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오백 년에 하나만 열린다니 전설의 열매가 맞을 수도…?

        

       로메넬이 내 손에 주머니를 쥐어줬다.

       

       “어라…?”

       

       원래 귀한 물건들은 주인이 있다.

       

       인연이라는 것이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주머니를 받자마자 나는 딱 느낄 수가 있었다.

       

       이건 내 물건이 아니다.

       

       “이거 제가 못 받을 것 같은데요?”

       

       “크리스님을 위한 물건이니 부담스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가 일부러 거절을 하는 것이라 느낀 모양이다.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로메넬이 주머니를 놓으며 나에게서 뒷걸음질 쳤다.

       

       “아니, 그게 아니라…”

       

       “자네 또 시작이군. 어서가세.”

       

       파라몬 영감이 내 속셈을 눈치챘다는 듯 나를 재촉했다.

       

       희번득 거리는 눈빛이 거절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며 나를 위협하고 있었다.

       

       “엘프들에게 세계수가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지 않은가? 자네가 충분히 받아도 되는 물건이네.”

       

       “제가 받기 싫은 게 아니라…세..세레나?”

       

       세레나가 내 등을 떠밀었다.

       

       워프 마법진을 향해.

       

       “어…어…잠깐만요!”

       

       납치라도 당하듯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마나가 마법진으로 빨려 들어가며 빛이 번쩍였다.

       

       “크리스님께 가지의 평화를!”

       

       번쩍 –

       

       ***

       

       사아악 –

       

       순식간에 눈앞의 풍경이 변했다.

       

       익숙한 풍경.

       

       소박하게 지어진 내 집.

       

       그리고 보이는 묘지의 어르신들과 대가리를 비롯한 잡귀 일행들.

       

       그들이 놀란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돌아온 것이다.

       

       “허…자네 결국…”

       

       “쯧쯧…어째 줘도 먹지를 못하는가? 답답한 친구일세.”

       

       “…예?”

       

       두 영감들이 내 손을 보고 있었다.

       

       옆구리에 끼고 있는 두꺼운 나뭇가지와 빈손 하나.

       

       방금까지 주머니를 쥐고 있던 손이었다.

       

       “…이럴 줄 알았지.”

       

       주머니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당연히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복채만 해도 5실버가 한계인데.

       

       세계수의 가지를 받게 해준 게 어디냔 말이다.

       

       그보다···.

       

       “넌 왜 따라왔어…?”

       

       “저 말씀이신가요?”

       

       “아니, 한스 너 말고 세레나.”

       

       “…”

       

       따라온다는 말은 없었는데 은근슬쩍 따라온 세레나.

       

       하이 엘프가 숲에 안 있고 여기로 따라와도 되는 건가?

       

       워프마법진에 세레나가 올라왔다는 걸 클로셀 영감은 알았을 텐데···.

       

       “…아니? 자네도 따라왔는가?”

       

       끄덕.

       

       클로셀 영감이 능청스럽게 실수인 척 연기를 하고 있었다.

       

       표정이 음흉한 것이 상당히 불쾌했다.

       

       “하아…”

       

       “우리는 이만 가 보겠네.”

       

       “벌써요?”

       

       영감들이 몸을 움직였다.

       

       “황궁에 가봐야 할것 같네. 아무래도 보통 사안이 아니니…”

       

       “어쩔 수 없죠.”

       

       가는 것이야 상관이 없지만 클로셀 영감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

       

       내 집은 방이 두 개밖에 안 되는 작은 집이다.

       

       신당 하나와 내 침실.

       

       세레나가 머물 곳이 필요했다.

       

       “영감님, 혹시 세레나가 지낼…”

       

       “험험…내 바빠서 이만…”

       

       “나도 로셀과 함께 황궁으로 가겠네.”

       

       “영감님…?”

       

       파라몬 영감이 한스를 잡아끌었다.

       

       “자네도 교단으로 가야 하지 않는가?”

       

       “아닙니다. 스승님께서 크리스님과 함께….커헉…!”

       

       추욱 –

       

       한스의 몸이 파라몬영감에게로 힘없이 늘어졌다.

       

       “한스도 교단으로 간다고 하는군.”

       

       “방금 영감님이 기절 시키는 거 다 봤는데요…?”

       

       “로셀, 가세나. 한 시가 바쁘네.”

       

       거짓말이다.

       

       영감들의 얼굴은 전혀 바빠보이지가 않았다.

       

       진짜 바쁘다면 저렇게 한스를 질질 끌고 갈게 아니라 마법으로 날아갔겠지.

       

       영감들이 순식간에 멀어지며 이곳에는 나와 세레나만이 남아버렸다.

       

       “….”

       

       “….”

       

       “…일단 밥부터 먹을까?”

       

       끄덕.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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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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