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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

        

         

       “차기 신관님 덕분에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게 다 차기 신관님 덕분입니다.”

         

       두 남자는 진성을 차기 신관이라 부르며 예를 다했다.

       딱 봐도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의 합이 억 단위는 손쉽게 넘을 것 같은 중년 부자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양복을 입고 있는 젊은 남성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은 참으로 어색하게만 보이는 광경이었지만, 진성도 두 남자도 이 상황에 어떠한 의문도 품지 않고 있었다.

         

       “몸을 망치는 약에서는 벗어나고,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할 수 있으니. 이 어찌 좋은 일이 아니랴?”

         

       진성은 그리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이런 좋은 일은 혼자만 알면 아니 되는 것이다. 무릇 나누고 함께하는 것이 기쁨을 배로 늘리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환하게 웃는 진성의 얼굴은 귀여운 동물을 닮아 보였다. 하지만 환한 웃음 가운데서도 변화가 없는 눈은 바람 한 점 불지 않은 연못처럼 깊고 고요했으며, 빛을 빨아들이는 듯 짙은 어두운 빛을 품고 있었다.

         

       “물론입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두 남자는 웃지 않는 진성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고개를 처박고 굽신굽신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진성에게서 비롯된 공포에서 나온 행동이기도 했으며, 정력과 쾌락이라는 목줄을 쥐고 있는 주인에게 품는 마땅한 충성심이기도 했다.

         

       “여기 또 축복을 받을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은 마치 신에게 공물을 바치듯 진성에게 공손히 캐리어를 내밀었다. 그가 서툰 솜씨로 캐리어의 자물쇠를 풀어서 열자 쓰-흡 쓰-흡하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구깃구깃 접혀있던 남자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남자는 수면제라도 먹었는지 땅에 떨어지고 나서도 그 자세 그대로 눈을 감고 있었고, 입에 물려있는 재갈 때문에 제대로 숨을 쉬기가 힘든지 거칠게 숨소리를 내뱉으며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흐흐흐. 이 녀석도 우리 동료였습니다.”

       “필로폰만 주사하던 놈이지요. 차기 신관님께서 내려주시는 ‘축복’에 걸맞은 녀석입니다.”

       “거기다가 이 녀석, 경호회사 사장인 데다가 시현류 후원자이기까지 합니다. 이 녀석을 이용한다면 차기 신관님의 경호는 완벽하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녀석 소속 경호원들 실력은 제가 보증하지요. 맡기신다면 절대 안전할 겁니다!”

         

       두 남자는 경쟁이라도 하듯 진성을 향해 연신 아부를 해댔다. 진성은 그 모습을 보고는 너희가 무엇을 원하는지 다 안다는 듯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둘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둘의 머리에 손을 얹고 주언(呪言)을 읊었다.

         

       “한 번 몸을 떠나간 것은 뿌리를 잊지 않는 법. 나의 뜻대로 움직여 원하는 바를 행하라.”

         

       그러자 두 남자의 머리에는 기묘한 선이 그려졌다.

       머리카락보다는 조금 굵고 거뭇거뭇한 색을 띠고 있는 선은 어린아이가 볼펜으로 두피에 그린 것처럼 삐뚤삐뚤했다. 선은 무언가 먹기라도 하는 듯 점차 길이가 길어지며 두피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고, 살아있기라도 한 듯 연신 꿈틀거리며 모양을 바꾸어갔다. 그리고 핏줄 안쪽으로 숨어들기라도 하는 듯 색이 점차 희미해지며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왔다, 왔다!”

       “오오오오오!”

         

       하지만 두 남자는 그 기괴한 장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쾌락 섞인 환호를 내질렀다. 정확히는, 앞으로 얻을 쾌락에 대한 기대가 가득한 환호였다.

         

       뿌드득!

       뿌득!

         

       두 남자의 몸은 빠르게 변화했다. 몸은 육체 강화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근육이 탄탄해졌으며, 다크서클이 짙었던 얼굴에는 활색이 돌았다. 퀭했던 눈은 생기라도 주입한 듯 반짝이며 총기가 돌았고, 정기가 빨려서 비실비실하던 아까와는 다르게 힘이 넘쳐나는지 허리를 곧게 펴고 있었다.

       그리고 두 남자의 바지의 앞부분이 부풀어 올랐다.

         

       그것도 그냥 부풀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입고 있는 바지가 찢어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격렬하게 부풀어 올랐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흐흐흐흐!”

         

       진성은 끓어오르는 성욕에 흥분한 두 남자에게 가도 된다고 축객령을 내렸고, 두 남자는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그에게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섰다.

         

       두 남자가 떠나간 곳에 남은 것은 진성, 그리고 꽁꽁 묶인 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남자.

       진성은 묶인 남자에게 다가가서 눈꺼풀을 뒤집어 살펴보았다.

         

       “눈이 맛이 간 것이 허구한 날 약을 쓴 모양이구나. 쯧쯧쯧.”

         

       진성은 혀를 끌끌 차며 남자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리곤 으슥한 곳에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더니, 그곳의 벽에 나 있는 네모난 구멍에 남자를 띄워서 집어넣었다.

         

       마치 쓰레기를 더스트 슈트(Dust chute)에 갖다 버리듯, 혹은 하수구에 폐기물을 흘려보내듯 그렇게 남자는 버려졌다. 하지만 그렇게 막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깃털처럼 천천히 활공하듯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어떤 상처도 없이 구멍 밑에 있는 푹신한 침대에 그대로 안착했다.

         

       “모리타! 모리타로구나!”

         

       그는 침대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켄지의 손에 의해 향의 연기를 한껏 흡입하고, 귀에 사이버 드러그가 재생되고 있는 헤드폰이 씌워지는 처지가 되었다.

         

       “하하하하하하하!”

         

       일상의 풍경이었다.

         

         

        * * *

         

         

         

       “하하하하하하하!”

         

       리세는 지하에서 들리는 소리에 눈을 질끈 감았다.

         

       ‘아버지….’

         

       광기에 가득 찬 켄지의 목소리.

       평소엔 엄하기는 했어도 애정을 가지고 대해주었던 아버지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기에 돌아버린 사람의 목소리.

         

       ‘원래 이렇지 않았잖아요….’

         

       리세는 눈을 감고 옛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아내와 딸에게 한껏 애정을 표했던 과거의 모습을 말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내에게는 애정을 표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남이 괴로워하는 것을 시키지 않았으며, 엄하기는 했으나 필요 이상의 훈육을 하지는 않는 사람이었다.

       다만 그 엄하다는 것이 기준이 높아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기는 하였으나, 그 바탕에는 분명 애정이 있었다.

         

       “모리타 너도 나랑 똑같이 되는 거다! 감사 인사는 나중에 받겠다!”

         

       결코, 저런 미치광이가 아니었단 말이다.

       남의 불행에 기뻐하고, 다른 사람을 자신처럼 불행하게 만들기 위해 납치해오는.

       그런 미치광이가 아니었다!

         

       ‘다들 미쳐가고 있어….’

         

       점점 미쳐간다.

       켄지의 손에 다른 사람이 끌려오면 그 사람도 켄지처럼 변해 또 다른 사람을 끌고 온다.

       끌려왔던 다른 사람들은 또 다른 사람을 끌고 오고, 그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렇게 점차 약쟁이들이 끌려와서 다시는 약을 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리고, 그 대신 주어지는 정력과 성적 쾌락의 극대화라는 당근을 맛보곤 광신도처럼 변한다.

         

       그렇게…. 점점 광기는 전염되고 있었다.

         

       ‘광기…. 아버지는 그분의 광기에 전염된 걸까? 아니, 아니야….’

         

       리세는 갑자기 자신의 앞에 나타났던 주술사를 생각하며 살짝 원망했다가도, 옛날부터 켄지가 약을 했다는 것을 떠올리며 그 원망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죽었을 때부터 미치기 시작했던 거야….’

         

       리세는 어떻게 어머니의 죽음에 힘들어했던 아버지가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어째서 환각제를 복용했는지 이해했다.

         

       이해해버리고 말았다.

         

       “어머니….”

         

       리세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반쯤 폐인이 되어버렸다. 신사를 청소하고 신체를 섬기는 것만큼은 관성처럼 행하였으나, 그 외의 모든 것은 내팽개친 채 오직 술을 마시고 어머니를 찾으며 보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증상은 점점 심해졌고, 나중에는 끼니조차 거른 채 술에 취해 살아갈 정도였다.

         

       ‘어느 날 갑자기 원래대로 돌아오셨는데….’

         

       어릴 적의 리세는 그걸 그냥 좋게만 받아들였다.

       죽은 어머니께서 아버지가 저렇게 되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고 꿈에서라도 나타나서 꾸짖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필시 켄지는 그때부터 환각제에 손을 대기 시작했던 것이리라.

         

       ‘아버지….’

         

       아마 처음엔 힘든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손을 댄 것이었겠지.

       술로 도피를 하듯이, 담배를 피워서 잠깐의 시름을 잊듯이.

       그저 그런 용도로 손을 대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상 이상의 효과에 계속해서 약을 쓰게 되고, 중독되고, 점점 종속되고….

         

       ‘결국, 파국이었을 거야.’

         

       그녀는 아버지가 했다는 약물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그리고 하나하나가 끔찍하기 짝이 없는 물건이며, 그중에서 아버지가 가장 많이 사용했다는 필로폰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한 번 하기 시작하면 절대로 끊을 수 없는 약물.’

         

       그녀가 본 필로폰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는 그야말로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그 다큐멘터리에서는 약 때문에 인생을 망친 사람이 나왔다.

         

       어떤 여자가 있었다.

       이 여자는 약을 먹으며 몸을 파는 삶을 해왔는데, 약 때문에 뇌가 망가지고 약을 한 상태에서 얻는 쾌락에 중독된 나머지 남자가 없으면 단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보호소에서 남자가 필요하다며 발작하며 난동을 부리는 그 모습은 꿈에 나올까 무서울 정도였다.

         

       어떤 남자가 있었다.

       이 남자는 마약 딜러 출신이었는데, 어느 날 갱과 시비가 붙어서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그는 절망감을 떨치기 위해 팔기 위해 모아두었던 약에 손을 대었고, 빠르게 중독되었다. 그는 재산을 모조리 탕진하고 가족까지 팔아치우며 약을 했으며, 나중에 팔 것이 없어지자 제 몸의 장기를 팔아서 약을 했다.

         

       ‘가족들을 팔고….’

         

       리세는 깨어나자마자 주술사의 다리를 붙잡고 애원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미인이니까, 잘 먹힐 것 같으니까 자신이 부탁해보라는 목소리도 떠올렸다.

         

       『 나는 자네들에게 복(福)을 주러 왔다네. 』

         

       이는 복일지도 모른다.

         

       최악 대신 차악이 나은 것처럼.

       파멸보다는 광기가 나을 수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형태로나마 유지되고 있던 행복을 산산이 부숴서 만든 것을 과연 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켄지는, 리세 자신은 과연 받고 싶지 않았던 복을 받고 행복해진 것일까? 그리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인가?

         

       리세는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당신은 저에게 복을 주신다고 하였습니다.”

         

       복은 좋은 것이다.

       복은 행운을 뜻한다.

       복은 행복을 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과연 복을 제대로 받은 것일까.

         

       좋은 것을 받았는가?

       받았다.

         

       행운을 받았는가?

       받았다.

         

       행복을 받았는가?

         

       “저는 아직 행복하지 않아요.”

         

       리세는 초점 없는 눈으로 새타니를 쳐다보았다.

       새타니는 무엇이 그리 기쁜지 입이 찢어질 듯 웃으며 슬라임에게 달라붙고 있었고, 슬라임은 귀찮아하면서도 몽실몽실 몸을 움직이며 놀아주었다.

         

       그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다.

         

       “기쁘다! 나는 기쁘다! 모리타, 빨리 깨어나라!”

         

       본전과 연결된 지하에서 켄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광기에 가득 차 있었지만, 그 안에는 저열한 기쁨이 분명히 있었고, 분명히 그녀의 아버지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겠지.

         

       분명 아버지는 행복해하고 있을 것이다.

         

       “저를 행복하게 해주세요.”

         

       리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온갖 생각들을 모조리 지우고 오직 믿음만을 남겼다.

         

       “믿을게요….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믿을게요.”

         

       리세는 눈앞에 진성이 있기라도 한 듯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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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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