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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

       백우진이 비무대를 내려오자 신예화가 곱게 접힌 비단으로 땀을 닦아주었다.

         

       “아, 이런 거 부담스러운데.”

         

       부담스럽다는 투로 말하자 신예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맞받아쳤다.

         

       “원래 우리 이 정도는 하는 사이잖아. 너 지금 나 의식하는 거야?”

       “…….”

         

       원래 이렇게 뻔뻔한 애였나.

         

       도리어 뻔뻔하게 나오니 이쪽에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땀을 흘린 탓에 술기운이 조금 떨어졌다. 이를 채우기 위해 한쪽 바닥에 주저앉아 호리병 마개를 열어 목구멍에 술을 흘려 넣으며 비무대 위를 응시했다.

         

       16강전의 세 번째 비무가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여유작작한 표정으로 비무대에 오른 남궁수는 상대에게 수를 양보했던 64강, 32강 때와는 다르게 시작부터 화려한 검술로 휘몰아쳐 상대를 압박했다.

         

       “제왕검형이다!”

         

       마지막으로 선보인 것은 이번에도 제왕검형이었다.

         

       강한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상대가 뒤로 계속 물러나다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남궁수 승리!”

         

       승리 선언이 들리기가 무섭게 남궁수는 백우진이 있는 곳을 내려다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허허, 저 새끼 봐라.”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제왕검형을 선보인 것은 오로지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봐라, 이래도 제왕검형을 무시할 수 있느냐고 묻는 듯한 오만한 표정이 몹시 꼴사나웠다.

         

       백우진은 멀리 있는 상대방도 명확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커다란 입모양으로 대답했다.

         

       “등.신.”

         

       뜻이 제대로 전해졌는지, 단숨에 구겨지는 남궁수의 얼굴이 제법 볼만했다.

         

       제왕검형(帝王劍形).

         

       남궁세가 최고의 절기답다. 아니, 남궁을 넘어 무림 전체를 기준으로 잡아도 이만한 수준의 무공은 보기 힘든 수준이다.

         

       백우진은 이런 대단한 무공을 폄하한 것이 아니다. 그저 그 대단한 무공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익혀놓고 기세등등하게 구는 놈의 어리석음을 폄하했을 뿐이다.

         

       “저건 언제 사람 되려나 몰라.”

         

       남궁수는 분명 뛰어난 무재를 지녔지만 그 성격이 너무 오만방자하다. 누군가 그것을 꺾어 올바른 길로 인도하지 않으면 인간을 초월해야만 이룩할 수 있는 경지, 화경에 이르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아, 어쩔 수 없지.”

         

       동기 사랑이 곧 나라 사랑이라잖은가.

         

       아무리 밉상에 못난 놈이어도 동기가 어긋난 길로 나아가고 있는데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백우진은 지옥을 향해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심정으로 사랑의 회초리를 들리라 결심했다.

         

       시답잖은 생각으로 낄낄대고 있는 사이, 남궁수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지는 명진이 상대를 일격에 잠재우며 8강에 안착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상대를 향해 합장을 하는 모습에 백우진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저게 부처님의 자비…?”

         

       불가에 적을 둔 소림사의 무공은 하나 같이 강맹한 위력을 자랑하기로 유명했는데, 여러 번 때려서 아프게 하지 말고 일격에 끝내버리라는 게 부처님의 자비인가 싶었다.

         

       쓰러진 상대가 들것에 실려가고, 명진이 비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와아아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한 떨기 아름다운 꽃이 비무대 위에 피어났다.

         

       정무학관 내에는 정무사화(正武四花)라고 하여,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각 학년에서 가장 예쁜 여생도 넷을 통칭하는 단어가 있다.

         

       이 정무사화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그 전통이 오래되어 학관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유명했는데, 관객들이 남궁수, 명진의 등장 때보다 더 큰 환호성을 내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비무대 위에 올라선 그녀, 유화연이 바로 정무사화의 일원이기 때문이었다.

         

       “유화연! 유화연!”

       “유 소저! 제발 이쪽 한 번만 봐주시구려!”

       “이쪽 볼 때까지 숨 참는다, 흡!”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모두가 그녀의 이름을 연호하며 승리를 기원했다. 웬만큼 강철 심장이 아닌 이상 상대로 하여금 긴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난리났네.”

         

       하필이면 오늘 그녀의 상대가 제갈연지다.

         

       제갈연지가 쭈뼛거리며 비무대 위에 올라섰다. 한눈에 봐도 평소보다 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떼잉.”

         

       백우진이 인상을 팍 찡그렸다.

         

       저 찌질한 표정은 오로지 자신의 것이어야 하는데 세상 사람들이 다 보고 있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후우웁.”

         

       곧장 목소리에 내기를 실어 그녀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제갈연지-! 힘내라아!”

         

       소림사의 사자후를 방불케 하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사람들이 어찌나 놀랐는지, 유화연을 향해 부르짖던 관객들의 소리가 잠시 멈췄을 정도였다.

         

       “쫄지 말고 자신감 있게 싸워!”

         

       비무대 위에 선 두 사람의 시선이 백우진에게로 집중되었다.

         

       제갈연지는 크게 감동 받은 표정이었고, 유화연은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굉장히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히힛…, 백 공자가 응원해줬어.”

         

       언제 그랬냐는 듯, 긴장 대신 만면에 미소를 띤 제갈연지.

         

       “비무 시작!”

         

       철선을 손에 쥔 그녀가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유화연을 향해 먼저 말을 걸었다.

         

       “고마워요, 유 소저.”

         

       난데없는 감사 인사에 유화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전 제갈 소저에게 감사받을 일을 한 적이 없어요.”

       “아니요, 있어요.”

         

       단호하게 대답하는 제갈연지. 유화연은 그녀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기회를 선물해주었다.

         

       “백 공자와 헤어져 줬잖아요…?”

         

       키득키득 웃는 그녀의 모습에 유화연의 얼굴이 한층 더 무거워졌다.

         

       “유 소저가 있을 때는 도무지 끼어들 생각조차 못했거든요.”

         

       제갈연지가 백우진을 처음 본 것은 학관에 입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처음에는 사내의 미모가 저리 출중해도 되는 건가 싶어 관심이 갔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백우진의 뒤를 쫓아다니며 얼굴을 훔쳐다 보곤 했다.

         

       본격적으로 그에 대한 마음이 동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자신과 다를 것 없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을 때였다.

         

       반푼이.

         

       백우진과 제갈연지가 가문 내에서 칭해지는 말이었다.

         

       뛰어난 형제를 둔 탓에 언제나 멸시 아닌 멸시를 당해야만 했던 이들.

         

       단순히 동질감 때문이라면 그토록 그에게 끌리지는 않았을 터다. 형제, 자매에게 밀려 반쯤 자포자기한 상태로 살아가는 자신과 달리, 백우진은 끊임없이 구슬땀을 흘리며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었다.

         

       똑같은 상황인데도 한쪽은 멈춰 섰고, 한쪽은 끊임없이 나아가려 애쓴다. 어디에서 그 차이가 나왔을까. 제갈연지는 그때부터 백우진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제갈연지는 확신이 섰다. 그와 함께라면 멈춰 있는 자신도 그를 따라 다시금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확신.

         

       허나, 그의 곁에는 도무지 끼어들 틈조차 안 보이게 만드는 완벽한 약혼녀가 있었다.

         

       “역시 난 안되는구나 싶어서 포기하려 했는데….”

         

       백우진과 의뢰소에서 만난 건 실로 우연이었다. 매일 같이 그를 따라다닌 탓에 임무 수행 점수가 모자라 뭐라도 빨리 해치워야겠다 싶어서 찾아간 의뢰소에서 그를 만났다.

         

       심지어 그가 먼저 다가와 같이 의뢰를 하자며 제안까지 해주었을 땐 심장이 터질 뻔했다. 약간의 밀고 당기기와 함께 의뢰를 수주한 뒤, 제갈연지는 언제나처럼 그의 뒤를 몰래 따라다녔다.

         

       그리고 보고 말았다. 그림으로 그린 것처럼 완벽한 사이로 보였던 유화연과 백우진이, 서로를 향해 이별을 고하는 모습을.

         

       “백 공자와 유 소저가 헤어지는 걸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신이 난 아이처럼 팔을 빙글빙글 돌리며 설명하는 모습에 유화연은 검을 곧추세웠다.

         

       “비무나 빨리 끝내죠.”

         

       그녀의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조금씩 도려지는 기분이다. 유화연은 빨리 이 기분 나쁜 비무를 끝내고 싶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허나, 그녀는 쉽게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분명 유 소저가 원해서 헤어진 걸 텐데….”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도 유 소저 같거든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화연이 달려들었다.

         

       낭창낭창 휘어들어간 연검이 제갈연지의 곳곳을 요격했다.

         

       다분히 감정적이고, 신경질적인 공격을 제갈연지는 차분하게 막아내며 틈을 노렸다.

         

       “기분 나빴어요? 미안해요! 전 그저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었어요…!”

         

       그 와중에도 그녀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싸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인간의 신체는 참으로 솔직하여 분노에 싸여 검을 휘두를 때와 평정심을 유지한 채 검을 휘두를 때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유화연의 연검 또한 마찬가지였다. 더 크고 폭 넓은 변화를 보여줘야 할 초식들이 좀처럼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갈연지는 유화연과 자신 간의 실력차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그녀를 도발했다.

         

       단 한 번이라도 승부수를 띄울 수 있을 만한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바로 지금!’

         

       과도할 정도로 깊게 찔러 들어오는 공격을 보고 그 순간이 지금임을 확신했다.

         

       제갈연지는 몸을 숙여 공격을 피해낸 뒤, 접힌 철선의 뭉툭한 끝을 유화연의 명치에 힘껏 내질렀다.

         

       그녀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할 즈음, 유화연이 이를 악물었다.

         

       ‘질 수 없어!’

         

       어느새부턴가 백우진의 옆자리를 꿰찬 제갈연지. 어째서인지 그녀에게 만큼은 지고 싶지 않았다.

         

       “하아앗!”

         

       유화연의 움직임이 급변했다.

         

       내상까지 감수해가며 몸을 억지로 잡아 비틀어 어깨로 철선을 받아낸 뒤, 회수한 연검을 휘둘렀다.

         

       “아!”

         

       상황이 반전되자 제갈연지가 오히려 위험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날아드는 연검이 그녀의 신체 곳곳을 날카롭게 베고 지나갔다.

         

       “꺄아악!”

         

       제갈연지가 피를 흩뿌리며 비무대 위에 쓰러지자 심판이 곧장 그 사이를 막아섰다.

         

       “유, 유화연 승리!”

         

       진검으로 하는 승부인 만큼 조금만 잘못해도 피가 뿌려지는 건 당연했으나, 지금처럼 많은 피를 뿌리는 비무는 용봉 비무제 시작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아, 하아….”

         

       유화연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황급히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먼저 당도한 이가 있었다.

         

       “배, 백 공자아.”

         

       그녀가 피를 흩뿌리며 쓰러지는 걸 보자마자 달려온 백우진이었다.

         

       그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아파하는 제갈연지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그녀를 이렇게 만든 유화연을 슥 쳐다본 뒤 말없이 비무대를 내려갔다.

         

       헤어지는 그 순간에도 보여준 적 없었던 그 싸늘한 시선에, 유화연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죄송합니다,,,! 생각보다 더 늦었네요,,,

    제가 몇년 전에 허리디스크를 앓은 이후로 허리가 고질적으로 안 좋은데 또 최근에 오래 앉아있다 보니 통증이 심해졌더라고요…

    한의원 가서 침 맞고 와도 여전히 통증이 있어서 앉아 있어도 집중이 어렵다 보니 쓰는 데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말았읍니다,,

    그래도 내일은 절대 늦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전편에 남긴 NovelGod2의 만행에 대해서 부연설명을 하자면,

    실제로 이 작품은 원래 그냥 갔으면 순애하렘 무협지였는데, 저 빌어먹을 양반이 후회 , 피폐 , 집착 드리프트를 섞어서 어긋나버린 세상이다, 라는 설정인 것입니다요,,,

    이러한 부분들을 해결하는 게 저 세상에 떨어진 주인공이 감당해야 할 숙제 중 하나인 것이지요,,,

    그리고 약간의 의문들은,,, 제가 글을 잘 못쓰는 바람에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들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주부터는 [수정노트]라는 것을 만들어서 작품 내에 수정 사항이 생겼고, 수정이 어떻게 진행 되었는가에 대해 적어두는 공지를 하나 팔 생각입니다.

    뭐,,, 그렇다고 설정 자체가 바뀌는 건 아니고요, 단순히 서술이나 대사가 바뀌는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기다려주신 분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내일은 제 시간에 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토요일 되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선작, 댓글, 추천, 알람 설정은 해주실 거지요…? ㅎㅎ!

    P.s 후원 감사의 말씀

    금색여우 님!

    후원 감사합니다! 연참은,,, 제가 또 최대한 준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령월 님!

    후원 감사합니다! 보다 더 나은 글이 될 수 있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몽디 님!

    후원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쓰란 것으로 알고 더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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