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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0

       

        

        

        

        

        

        

        

       “어으, 세상에. 다들 멀쩡한가요?”

        

       “이쪽은 이상 무.”

        

       “본 기체 역시도 정상 작동하고 있습니다, 아키타입.”

        

        

        

        정적.

        

        후폭풍에 의해 한 차례 쓸려나갔던 비가 다시금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차가운 물방울이 온 몸을 다시금 적시자 아찔해졌던 정신이 조금씩 돌아왔다. 숨을 몰아쉬자 입김이 새어나오는 차가운 날씨였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폈다. 주변은 말 그대로 파편 투성이였다. 다행히도 나와 진은 버려진 탱크의 뒤에 숨어있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리하여 몸을 조심스럽게 일으킨 뒤 주변을 확인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근 지형을 확인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전부 쓸려나갔기 때문이었다.

        

        

        

       “거의 모든 게 소각당해버렸군요.”

        

        

        

        현실의 대거 팀이 전달했던 반물질 무기에 관련한 정보, 그 중에서도 델타급 반물질 유탄.

        

        살상 영역이 150m에 달하는 그것이 골조와 온갖 창고가 모여있는 지역의 정가운데에서 폭발하는 순간 지름 십수 미터 가량의 화구가 터져나오며 70m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소각했다. 그 후 터져나온 충격파가 건물을 박살내고 철골을 수수깡처럼 꺾어버렸고.

        

        그리하여 안 그래도 휑하기 짝이 없었던 골조는 말 그대로 거대한 묘지가 되어버렸다. 당연히 근방에 있는 모든 적군들은 충격파를 비롯한 실로 다양한 이유로 인해 소멸 혹은 박살나버렸다. 방사능이 없다는 점만은 그나마의 위안이 될 수 있겠지만.

        

        옆으로 슬그머니 걸어나온 진이 덧붙였다.

        

        

        

       “위력만 감안하자면 데이비 크로켓의 절반 정도 되는 화력으로 보입니다. 대략 TNT 10톤 가량의 폭발력이로군요.”

        

       “그렇겠죠.”

        

        

        

        짧게 중얼거린 뒤 사방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물류 창고 방면에서는 별다른 일은 없었다. 몇 번의 화력지원으로 인해 탱크 한 대를 손실한 지 오래였으니. 그렇다고 해서 다른 곳들이 멀쩡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아까도 말했듯 가장 많은 전력이 모여있을 것으로 추정된 골조 방면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아직 안 가본 부분이라면 집하장과 정비소, 변전소 쪽이겠지만…북쪽 송전탑 인근에서 화력지원 중이던 두 명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은 걸로 보아 큰 문제는 없는 것 같고.

        

        비가 너무 많이 오고 있었기에 진동을 통해 적이 오는지에 대한 여부를 파악할 수 없는 건 아쉬웠지만,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아직 싸울 여력은 한참이나 남아있었었으니.

        

        하지만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었다.

        

        

        

       “…해당 기체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모양이로군요. 물어보고 싶은 게 꽤 있었는데.”

        

       “무엇입니까?”

        

       “AI의 반응이 상당히…독특했었지요.”

        

        

        

        마치 인간만큼, 혹은 인간보다도 더욱 인간같은 느낌.

        

        그러나 거기까지 말한 순간 나는 그냥 입을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아르테미스라면 어쩌면 인간만큼의 지성을 지닌 개별적인 인공지능을 탄생시킬 수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이다 – 어떠한 방법론조차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이다.

        

        생체실험조차 거리낌없이 하는 이들이 인간과 닮은 지성을 만들기 위해 과연 무슨 짓거리를 했을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금방 나오지 않을까. 아마도지만 아르테미스의 본부에는 인간의 뉴런을 완전히 모방한 신경망 네트워크 구조가 있을지도 모르는 법이었다.

        

        그걸 만들어내기 위해 뭔 짓을 했을지도 대강 감이 잡혔고.

        

        

        

       “그렇다는 점에서 보면 해당 기체는 반드시 포획해야만 할 가능성도 있겠는데….”

        

       “저도 아키타입의 마음에 들기 위해 더 노력해보겠습니다.”

        

       “아니, 수집 욕구 때문이 아니라니까요….”

        

        

        

        얘는 아까부터 자꾸 왜 이래.

        

        아무튼 포획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 해당 개체는 어쩌면 진 이상으로 아르테미스의 정수를, 그리고 이들이 무슨 짓거리를 해왔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증거 그 자체였으니까. 아마 데이터를 학습한 방법도 진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일 수도 있고.

        

        동형기가 진을 아르테미스의 배신자라고 칭하는 것만 보아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했다. 애초에 둘 다 죽이거나 회수할 거였더라면 전송한 명령대로만 행동하면 끝일 테니까. 거기에 감정이 개입할 이유가 없을 터.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하는 것이 가능했다.

        

        쏟아지는 빗물을 맞으며 입을 열었다.

        

        

        

       “…물론 동형기가 사라졌다고 해서 목적이 변한 건 아니죠. 하던 일을 계속 해보도록 합시다. 아직 비컨을 절반도 설치하지 못했기도 하고, 세관에 군홧발을 들이대고 있는 아르테미스 친구들을 완전히 처리한 것도 아니니.”

        

       “그럴 것 같았습니다. 현재 발휘 가능한 전투력…기존의 97%. 서포트에 문제 없습니다.”

        

        

        

        삶은 고단했지만 할 일은 해야만 했다.

        

        비록 어렵고 힘든 부분의 대부분을 대거 팀이 해결해주긴 했지만, 결국 직접 발로 뛰는 건 나의 몫이었다. 빗물이 추적추적 떨어지는 총기를 다시금 들고는 한 번 지나쳤던 길을 다시 가로질렀다. 벌써 몇 번이나 오갔기에 굳이 지도를 보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다.

        

        하드한 교전이 벌어졌던 집하장에 다시금 발을 디뎠다. 로렌티나와 로건이 한껏 이목을 끌어당겼기에 교전은 이곳이 아닌 변전소 방향에서부터 벌어지고 있었지만, 애초에 반물질 탄환을 무더기로 가져온 저 둘이 화력적으로 밀릴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져있는 PDA 하나를 들어 확인했다.

        

        물론 소유주는 이미 죽어있었다.

        

        

        

       -[명령 : 현 시간부로 최대한 빠르게 현 위치에서 퇴각하여 재정비할 것.]

        

        

        

        그러나 아쉽게도 더 많은 파일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아까 몇 번이고 총알을 주고받았던 적-동형기가 언덕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덧붙였다.

        

        

        

       “돌아가면 좀 쉬도록 합시다.”

        

       “동의합니다.”

        

        

        

        교전이 시작되었다.

        

        그날 집하장은 반파되었다.

        

        

        

        

        

        

        

        

        

        

        

        

        

        

        

        

        

        

        

        

       “사이먼 글래스, 아르테미스의 총괄연구원. 42건의 생체실험 및 인가받지 않은 불법 장비 개조 및 반출, 판매. 적성국과의 결탁 및 데이터 반출. 최소 3건의 이카루스 오퍼레이터 살해 및 변절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됨. 최우선 제거 요인으로 지정되어있음…아주 지랄같기 짝이 없군.”

        

       “5년이 걸려서 낚은 대어라. 이 깡촌에 가둬두는 건 좀 아쉬운데, 센트럴 파크 HQ의 블랙 룸에 가둬두면 모양새가 꽤 좋겠구만…아, 어금니에 박힌 청산가리 캡슐은 빼놓은 지 오래니 괜히 허튼 짓 안 하는 걸 추천하지.”

        

       “….”

        

       “벼랑 끝에 직면하게 되면 자살하는 건 여기나 저기나 전부 똑같구만. 하지만 오늘은 아닐걸. 그래도 묻는 말에 대답만 잘 하게 된다면 목숨은 부지하게 될지도 모르지.”

        

       “…그렇지 않다면요?”

        

       “그쪽들이 가장 잘 써먹는 방법을 그대로 베껴오겠지.”

        

        

        

        스르륵.

        

        그와 동시에 심문자 역할을 하던 대거 팀의 한 명이 심문실 내부로 하나의 기구를 끌고 들어왔다. 크기는 그닥 크지 않았기도 했고, 크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전자레인지 4개 가량을 하나로 붙인 크기였다.

        

        그러나 그 위를 가리던 천이 벗겨짐과 동시에 사이먼 글래스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 해당 기계는 아르테미스에서 가장 잘 사용하던…생체 실험을 위한 기구 중에서도 가장 악명높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도, 도대체 저걸 어떻게!”

        

       “그게 중요한가? 그쪽이 대답을 하든 하지 않든 데이터를 전부 머릿속에서 뽑아낼 수 있는 방법이 생겼는데.”

        

       “저, 전부 말하지요! 원하는 질문은 모조리 해도 좋으니 제발 저 절단기만은!”

        

        

        

        브레인 슬라이서, 다른 이름으로는 절단기.

        

        그 대거 팀조차 사용 방법을 알았을 때는 인상을 찌푸리고 한 번 정도 구역질이 나올 정도의 기계의 사용 방법은 간단했다. 사람의 목을 안에 집어넣으면 끝이었다. 그렇게 30분 가량 지난 후 아르테미스는 한 사람에 해당하는 뇌의 구조를 전부 알 수 있게 되었고.

        

        물론 그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은 도구의 이름을 통해 유추 가능했다.

        

        당연하겠지만 사이먼은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르테미스의 비밀 중에서도 가장 잘 감춰진 치부를 저들이 어떻게 알고, 그것도 모자라 이곳까지 가져왔는가. 저 기계를 누구보다도 많이 만져본 사람 중 한 명이었기에 사고의 동요는 그 무엇보다도 거대했다.

        

        저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도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이제야 지성인답게 대화가 가능하겠군. 그러면 이제부터 몇 가지 질문이 있을 테니 성실히 답해주길 부탁하지. 특별히 거짓말 탐지기도 가져왔으니 허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이, 이해했습니다.”

        

       “좋아.”

        

        

        

        턱.

        

        그와 동시에 테이블 위에 놓이는 몇 장의 사진. 당연히 아르테미스의 본거지가 어디인지, 다들 어디에 있는지부터 물어볼 거라고 생각했던 사이먼은 당황을 금치 못했으나, 이내 사진에 드러난 존재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른 바 메카 유진이라고 불리우는 병기의 존재였다.

        

        질문이 시작된다.

        

        

        

       “이런 걸 왜 만들지?”

        

       “원론적인 물음인가요, 아니면 효용성에 대해서인지?”

        

       “아는 대로 대답해.”

        

       “…여러분들도 진즉 알고 있겠지만, 해당 기체는 전장을 뒤바꿀 수 있을 정도의 전략적 효용성은 없습니다. 오히려 무인기와 사람의 전술 데이터를 접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일종의…실험기에 더 가깝지요.”

        

       “흐음.”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다음 순간 대거 팀 중 한 명은 유진과 그녀가 포획해온 진을 보며 적의감을 드러내는 후계기 간의 대화 내용을 담은 영상을 재생했고, 해당 AI의 형성 방법에 대해 물었으며 – 자조적으로 웃은 사이먼은 신체부위 중 유일하게 자유로운 얼굴로 절단기 방향을 가리켰다.

        

        마치 학생을 앞에 둔 채 설명하는 교수와도 같은 모습으로 그가 입을 열었다.

        

        

        

       “해당 기체가 개발됨에 따라, 아르테미스는 자율적으로 사고하며 학습하는 인공지능이 교전 능력을 어떻게 함양할지에 대한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르테미스는 그 중 인간의 교전 데이터를 가져와 집어넣는 방법을 선택했지만, 상당히 효율성이 떨어지더군요.”

        

       “흐음.”

        

       “하지만 데이터가 쌓이고, 인간의 뉴런을 그대로 모방한 초창기 AI와 결합하니 사고 능력이 존재하고, 더 좋은 교전 방안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시제품이 만들어졌습니다. 여기까지가 타입 감마…현재 아키타입이 가지고 있는 기체까지의 이야기지요.”

        

       “그래서, 그 다음이 바로 이 영상에 나온 기체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짤막한 정적.

        

        사이먼은 어느샌가 도취된 듯 말을 이었다.

        

        

        

       “윤리를 저버린 결과 저희는 브레인 슬라이서를 손에 넣었고, 이를 통해 기존의 방법론과는 완전히 다른 인공지능을 탄생…아니, 그건 인공지능이 아니지요. 수많은 뇌세포를 기계로 대체한…일종의 전뇌인간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새끼 그냥 죽이면 안 됩니까?”

        

       “차차 생각해보자고.”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이전 기체들의 명령 방식이 전부 일방적이었다면 전뇌인간의 학습 방식은 오히려 인간에 더욱 가깝게 수렴했습니다. 아르테미스는 사람의 희생을 대가로 새로운 지적 생명체를 창조해낸 겁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결과란 말인-컥!”

        

       “장광설까지 이야기하란 말은 하지 않았는데.”

        

        

        

        빡!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온 몸이 축축하게 젖은 로건이 무기질적인 표정으로 사이먼의 이마에 손가락을 튕겼다. 무지막지한 소음과 함께 머리통이 총알이라도 맞은 것마냥 젖혀지는 가운데, 그가 몸을 부르르 떨며 컥컥대었다.

        

        물론 사이먼은 자신을 공격한 존재가 누구인지를 진즉에 알고 있었다. 그녀 – 로건 역시도 아르테미스의 데이터베이스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유진에 비하면 그 정보의 크기는 굉장히 작았다. 수집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기에 도출된 결과였다.

        

        좌우지간, 그것과는 별개로 사이먼의 말은 대거 팀을 나름의 고민 속으로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결국 아무 것도 모르는 기체를 데려다가 이상한 거 가르쳤단 소리잖아.”

        

       “아주 그냥 개새끼들이구만.”

        

        

        

        그렇게 몇 개의 질문이 더 이어진 뒤, 의자에 걸터앉은 오웬스가 테이블 위에 발을 올렸다.

        

        쿵 소리와 함께 마지막 질문이 덧붙여졌다.

        

        

        

       “그래서 아르테미스가 이런 일들을 벌이는 이유는 뭐지? 무엇이 목적이지? 이제 간신히 궤도에 오른 세상을 다시 망쳐볼 셈인가?”

        

       “흐흐….”

        

        

        

        잠깐의 정적.

        

        그러더니 사이먼은 고개를 들었다. 미묘한 광기가 번들거리는 눈이었다.

        

        

        

       “…정말로 그것들이 중요한 거라고 생각합니까?”

        

       “뭐?”

        

       “효율성을 생각했더라면 이런 일은 벌이지 않습니다. 특히나 그쪽이 러시아의 이빨을 몽땅 뽑아버린 이후로는 더더욱…미국을 배신하고 망아지마냥 날뛰는 이들은 진즉 시체가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런데도 아직 아르테미스가 강대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까?”

        

       “….”

        

       “현 시점에서 아르테미스의 기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하셨습니까? 간단합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뿐입니다. 무가치한 것을 가치있는 것으로 바꾸는 일을 단 하루, 1시간, 1분이라도 더 할 수 있도록 모든 여력을 쏟아부어 발버둥치는 것뿐입니다.”

        

        

        

        정적.

        

        그 자리에 있는 이들 전원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는 가운데, 사이먼은 한껏 웃어제낀 후 입을 열었다.

        

        

        

       “곧 프로토타입 병기가 깨어날 예정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이들과 교전하며 하나둘씩 쌓이기 시작한 전투 데이터 입력이 끝나고, 이카루스 기어를 통해 제조한 반영구적 동력원과 나노머신을 무기로 보이는 모든 걸 박살내겠지요.”

        

       “….”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보지 못하는 게 한입니다.”

        

        

        

        후우.

        

        그러나 그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서늘한 미성 –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음색. 그리고 사이먼은 그것이 얼마 전 자신의 몸을 완전히 개박살내버린 사람의 목소리라는 것을 황급히 눈치채었다.

        

        하지만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 눈에 보이지조차 않는 속도로 뒤로 이동한 로렌티나는 주먹으로 사이먼의 대가리를 후려쳤다. 힘을 주고 친 것이 아니었기에 그는 목뼈가 꺾이기 직전 정도의 비교적 가벼운 부상을 입게 되었다. 물론 기절은 서비스였고.

        

        질린다는 듯 고개를 내저은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나라를 적성국에 팔아먹은 친구들에서 종말론적 광신도 비스무리한 걸로 진화해버릴 줄은 몰랐군요. 귀찮게 됐어요.”

        

       “그러게나 말이다.”

        

       “어차피 이 멍청이가 기절해있는 동안 브레인 스캔으로 필요한 정보는 다 얻어냈으니, 대충 근처 공터에 파묻어버리는 건 어떤지.”

        

       “냅둬. 하루이틀 정도면 본부로 이송될 놈이야.”

        

        

        

        적당적당한 농담과 함께 전말이 조금씩 드러난다.

        

        사이먼 글래스. 그는 대거 팀과 만나기 전부터 줄곧 기절해있었고, 그 사이 그를 심문실로 옮겨온 대거 팀은 브레인 스캐닝을 통해 대부분의 정보를 이미 캐낸 것이었다.

        

        본래라면 존재조차 몰랐을 브레인 슬라이서에 대한 것을 아는 것도 모자라 직접 심문에 동원하려고 했던 것이 바로 그 증거였으며, 더 나아가 어금니에 있는 청산가리 캡슐이 진즉 사라졌던 것 역시 그 일환이었다.

        

        그렇게 실로 짧은 심문이 끝난 뒤, 오웬스가 입을 열었다.

        

        

        

       “…이제 저 박스 좀 치우지. 안 그래도 좁은 심문실이 터져나가겠어.”

        

       “분부대로 합죠.”

        

        

        

        드르륵.

        

        그와 동시에 브레인 슬라이서였던 것의 잔상이 흐려지더니, 이어 덧씌워졌던 홀로그램이 해제되며 텅 빈 박스 4개가 올려진 트레이로 변했다.

        

        그것을 슬그머니 끌고 나가는 로렌티나를 뒤로 한 채, 오웬스를 비롯한 대거 팀이 심문실에서 일제히 퇴장을 시작했다.

        

        

        

       “심문에는 적당한 거짓말도 필요한 법이지.”

        

        

        

        대답은 없었다.

        

        기절한 사이먼의 몸뚱아리만이 불 꺼진 심문실에 홀로 남게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호기와 2호기입니다 여러분!

    아마 이런 느낌으로 이모티콘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LD는 이보단 조금 더 뒤에 나올 예정입니당 그럼 안뇽 슈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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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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