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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0

       *** ***

         

       모용세가 섬서분타 소유의 숲.

         

       모용모의 감시하에 방계들은 근신 상태에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무인들 역시 봉문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로 웅크려 있었으니 섬서분타 소속의 사유지들은 완전히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였다.

         

       한밤중.

         

       그런 무주공산을 누비는 수상한 그림자가 있었으니 바로 혈교의 혈인이었다.

         

       “이곳인가.”

         

       혈인은 피로 물든 눈동자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바로 호천안이 혈인의 시체를 묻어놓은 곳이었다.

       

       혈인이 땅을 파헤치자 반쯤 썩은 시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혈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체의 심장을 살폈다.

         

       “다행히 손상되지 않았군.”

         

       푹!

         

       혈인의 손가락이 썩은 시체를 뚫고 그 심장에 닿았다. 이미 부패가 한참 진행된 시체였지만 심장 안에는 혈교의 술법에 따라 신선한 혈액이 보존되어 있었고 그 혈액은 죽은 자의 기억을 혈인에게 전달했다.

         

       “으으음!”

         

       사자의 기억을 전송받은 혈인이 신음성을 흘렸다.

         

       심장에 담긴 피로 받을 수 있는 사자의 기억은 최후의 순간에 있었던 강렬한 기억 한 두 가지에 불과했지만 그 기억만으로도 알 수 있는 것들은 많았다.

         

       기억을 전달받은 혈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흉수는 뇌검낭인인가.’

         

       뇌검낭인의 얼굴을 모르는 혈인이었지만 뇌기 어린 검강을 쓰는 고수가 섬서분타 인근에 또 있었을 리는 없었다.

         

       섬서분타의 일에 뇌검낭인이 깊이 개입했다는 정황증거는 많았으니 혈인은 놀라지 않고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또 다른 장면은 혈인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어째서 철혈서가 적을 공격하지 않았지?’

         

       주문까지 사용했음에도 결국 뇌검낭인을 공격하지 않은 철혈서.

         

       혈인은 고개를 저었다.

         

       판단은 자신의 몫이 아니었으니까.

         

       혈인은 품에서 박쥐를 꺼내 시체와 섬서분타 인근을 확인한 결과를 소상히 적은 보고서를 매달고 날려보냈다.

         

       푸드드득!

         

       섬서분타에서 일어난 일의 진상이 담긴 서신을 매단 박쥐는 힘차게 허공을 날았다.

         

       *** ***

       

       사삭! 사사삭!

         

       흑묘는 위서련의 손놀림을 보며 생각했다.

         

       ‘그 사이에 열심히 도박을 한 모양이네요.’

         

       매일 반강제로 위서련의 도박 상대가 되어 주어야 했던 흑묘는 위서련의 실력 변화가 크게 체감되었다.

         

       호천안과 함께 정철을 쫓아 흑룡성을 나선 뒤 제법 시간이 지났으니 당연한 일일까.

         

       노력으로 다져진 매끄러운 손놀림과 그런 노력을 근거 하에 나오는 자신감 어린 미소를 짓고 있는 위서련은 제법 도박사로서의 관록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위서련을 바라보는 흑묘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 없었다.

         

       “…왼쪽입니다.”

         

       “틀렸다!”

         

       의기양양하게 잔을 들어올리는 위서련과 초조함을 달래는 혁기린.

         

       혁기린의 자리에는 이미 가전이 몇 개 남아 있지 않았고 위서련의 자리에는 가전이 그득했다.

         

       “하하하! 이쯤에서 포기하는 것이 어떠냐?”

         

       “크으으윽…!”

         

       도박을 모르는 이들이 봐도 초짜임이 분명한 혁기린을 상대로 온갖 기술을 펼치며 압살하고 있는 위서련!

         

       그 와중에 시종일관 얄미운 말만 골라서 하며 사람 복장을 뒤집고 있었으니 자연히 위서련을 바라보는 흑묘의 시선도 싸늘해 질 수밖에 없었다.

         

       ‘적당히 해야지 적당히!’

         

       도박 실력만 성장하고 어찌 사람은 한 치도 자라지 않았는지.

         

       왕초보 혁기린을 학살하는 재미에 취해 모습에 흡족한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대결에는 반전이 없었고 혁기린의 가전은 모두 위서련의 수중에 떨어졌다.

         

       세 판을 내리 패배한 혁기린의 고개가 떨구어졌다.

         

       “마음이 꺾였는가?”

         

       “….”

         

       반면 위서련은 오래간만에 맛보는 진짜 승리의 맛을 만끽하느냐고 여념이 없었다.

         

       흑묘와 호천안이 떠난 뒤 위서련은 영 도박의 참맛을 느낄 수가 없었으니까.

       

       그 이유는 제대로 된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흑묘와 호천안이 떠난 뒤 위서련이 도박을 할 수 있는 상대는 위지천뿐이었다.

         

       지하도박장의 도박사들을 불러 도박을 할 수는 있었지만 상하관계가 너무 뚜렷한 지하도박장의 도박사들과 위서련간에 승부는 접대의 성격을 피해갈 수가 없었다.

       

       그러니 어디서 진짜 승리의 맛을 보았겠는가.

         

       그런 상황에 더해 도박은 초짜였지만 분노에 가득 차 활어처럼 펄떡이는 혁기린의 반응은 위서련에게 신선한 감정을 선사해 주었다.

         

       소천마인 위서련에게 격렬한 적개심을 내비치며 도박을 할 간 큰 이는 천마신교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뭐, 무소처럼 달려드는 모습이 꽤 기개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실력은 그러지 못했구나.”

         

       신바람이 난 위서련의 말에 혁기린의 고개가 더욱 떨어지고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강자가 승자가 되고 약자가 패자가 되는 것은…”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떠들던 위서련의 입이 딱 다물어졌다.

         

       필설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서늘한 눈빛을 보내는 흑묘와 시선이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없던 눈치도 절로 생길 정도로 차가운 시선!

       

       강제로 위서련에게 눈치를 주입한 흑묘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이쯤 하고 다음에 오시지요.”

         

       위서련의 입장에서는 아직 맛보지 않은 상대들이 여럿 있는 상황. 이대로 물러나기는 아쉬웠던 위서련이 흑묘의 말에 뭐라 항변해 보려 했다.

         

       “아니…”

         

       그러나.

       

       “다음에.”

         

       더 이상 서늘해질 수 없었을 것 같았던 흑묘의 눈이 더욱더 차가워지는 것을 목격한 위서련의 입이 절로 다물어졌다.

         

       “흠흠, 그럼 내일 또…”

         

       은근슬쩍 날짜를 못박은 위서련이 흑묘의 시선을 피해 후다닥 도망쳤다.

         

       마교로 돌아가는 위서련의 뒷모습을 사나눈 눈으로 바라보던 흑묘가 눈에 힘을 풀고 슬며시 혁기린의 눈치를 봤다.

         

       주먹을 꾹 쥔 채 고개를 푹 숙인 상태로 굳어버린 혁기린.

         

       늘 찍찍 소리를 내던 서공마저도 숨을 죽일 정도로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그…음…”

         

       호천안이 지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무슨 말이라도 꺼낼 찰나였다.

         

       “으아아아아아악!!!”

         

       혁기린이 폭발했다.

         

       서공이 화들짝 놀라 당소열 뒤에 숨었고 모두가 깜짝 놀랐다.

         

       “으아악! 분해! 화나!!!”

         

       쿵! 쿵! 쿠우웅!!

         

       귀여운 외모와 그에 어울리는 몸짓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혁기린이었지만 그 여파마저도 귀엽지는 않았다. 야영지의 지면이 사정없이 흔들리고 사방팔방으로 내공풍이 휘몰아치는 화경의 분노!

         

       상체를 들썩이며 숨을 몰아쉬는 혁기린을 바라보는 일행들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혁기린의 들숨날숨에 따라 격렬하게 날뛰는 경이 야영지를 마구 휘젓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한바탕 분노를 토해낸 혁기린이 점차 경을 회수했다.

         

       사방팔방 날뛰던 경까지 모두 진정되자 진정한 의미의 침묵이 주변을 휘감았다.

         

       “화가 납니다.”

         

       “혁기린 소저..”

         

       “진 것도 화가 나지만 더 화가 나는 건 저 얄미운 소천마의 말에 반박할 수 없는 저 자신입니다.”

         

       “전 정말로 괜찮습니다. 혁기린 소저. 굳이 도박을 해야 할 필요도 없고…”

         

       호천안은 이런 저런 말을 주워 섬기며 혁기린과 나란히 앉아 도박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음.,,’

         

       황녀님과 오순도순 도박이라니 생각만으로도 몸이 떨렸다.

         

       “아닙니다!”

         

       그런 호천안의 상상을 알 길 없는 혁기린이 이를 앙다물었다. 혁기린의 머릿속에서는 오직 자신을 내려다보면 위서련의 눈빛만이 가득 차 있었다.

         

       일행들보다 자신이 더 호천안과 친밀한 관계라는 것을 확신하는 눈빛!

         

       혁기린이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흠칫하는 호천안을 바라보며 혁기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분하지만 그 여자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도박이니 마술이니 호천안의 재주를 보고 감탄하는 것에만 그쳤지 그 재주를 직접 배워보고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어쩌면 도박이라는 영역을 공유하고 있는 위서련이 자신보다 호천안에게 더 가까운 존재일지 몰라.’

         

       점창파의 제자라는 신분으로도 숙적.

         

       황실의 일원이라는 신분으로도 숙적.

         

       심지어 무인으로서의 대결에서는 한 번 패배한 상대.

         

       그런 위서련을 상대로 이런 불안감조차 떨칠 수 없는 자신에게 혁기린은 더할 나위 없이 화가 났다.

         

       자신의 마음속에 이런 불안감을 온전히 떨쳐낼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결코! 그 여자에게는 뒤처질 수 없습니다!’

         

       뒤처졌다면 따라잡으면 된다. 근거가 없으면 갖추면 된다. 지금 멀리 있다면…더 가까워지면 된다!

         

       “도박을 가르쳐 주시지요!”

         

       그런 결의를 담아 혁기린은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예.”

         

       불타는 혁기린의 시선을 받은 호천안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 ***

       

       혁기린의 주변에 도박하는 놈팽이가 있다고 그 놈팽이를 담가버리기 위해 동창세력을 동원하고 본인이 직접 나서 두작으로 변장까지 했던 유경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과 하나 감추었다고 그 난리가 났었는데….

         

       “그러니까, 이렇게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잔을 들고 연신 손을 꼼지락대는 혁기린. 지금 이 상황을 유경이 알게 된다면 어떨까.

         

       오….

         

       절로 등이 축축해졌다.

         

       “호 무사님?”

         

       혁기린의 채근에 정신건강에 해로운 상상을 머릿속에서 몰아냈다.

         

       그래, 어차피 내친 일이다.

         

       저 까마귀 닮은 것들에게 주사위를 쥐여 준 것은 다름 아닌 나였고 그로 인해 벌어진 사건사고니 다 내 업보지.

         

       무엇보다 혁기린이 이토록 감정을 드러내며 고집을 부리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순둥순둥한 혁기린에게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일까.

         

       여태 함께 여행하며 많은 것을 양보하며 한 발자국 물러나던 혁기린이 아니었던가. 그런 혁기린이 이렇게 투지를 보이니 보이니 최선을 다해서 혁기린을 돕는 것이 동료로서의 도리가 아닐까 싶었다.

         

       …황제 페하께는 나중에 무릎 꿇고 싹싹 빌자.

         

       나는 혁기린의 손놀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혁기린이 위서련을 이길 수 있을까.

         

       혁기린이 여태동안 도박 한 판 안 해본 왕초보라는 점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잠재적 자산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점창파에서 선사님들께 마술을 전수할 때 이것저것 얻어 배운 전적이 있는 혁기린.

         

       도박기술로 전환하는 법을 모를 뿐이지 손기술의 바탕은 다져 놓은 셈이다.

         

       그 자산을 모조리 끌어내도 도박 실력이 꽤 올라온 위서련을 상대로는 승산이 희박하다.

         

       나는 여태동안 이런저런 사람에게 도박을 가르쳐왔다.

         

       깨달음을 통해 당도경에게 도박 기술을 알려주었고 당가주님이나 독의 어르신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위지천이나 위서련에게도 간접적으로 도박 기술을 전수했다.

         

       이런저런 경험을 통해 예상해 볼 때 내가 가르친다 한들 혁기린이 위서련의 실력을 따라잡는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다.

         

       “호 무사님.”

         

       그런 내 생각이 얼굴에 드러났음일까.

         

       혁기린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꼭 이기고 싶습니다.”

         

       “음…”

         

       “내일의 승부에서 이기겠다는 허황된 말이 아닙니다. 저는 저 소천마를 넘어설 때까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각오를 품었습니다.”

         

       “…그렇습니까.”

         

       각오가 부족한 것은 나였는가.

         

       장기전조차도 수용하겠다는 혁기린의 태도에 나 역시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제 갓 도박을 접한 혁기린 소저가 소천마를 넘어선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강도 높은 특훈을 반복해도 쉽지 않은 일이지요.”

         

       “특훈이라. 그야말로 바라던 바군요. 소천마를 넘어서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감수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야바위를 펼쳐 보시지요.”

         

       “예!”

         

       혁기린이 의욕을 불태우며 잔을 섞었지만 당연히 그 손놀림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몸을 일으켜 혁기린의 곁에 붙었다.

         

       그리고.

         

       잔을 섞은 혁기린의 손 위에 내 손을 포갰다.

         

       “엣…?”

         

       “이렇게 하는 겁니다.”

         

       내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 굳어버린 혁기린의 손을 강제로 움직였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혁기린에게 도박을 가르쳤을 때, 위서련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내가 취해야 할 수는 하나뿐이었다.

         

       더 빠르게 도박을 배울 수 있는 교수법을 택하는 것.

         

       이론 설명과 시연을 통해 혁기린이 도박기술을 이해하고 습득하길 기다리는것보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손을 움직여 그 몸에 새긴다.

         

       그게 내가 생각한 돌파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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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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