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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0

       백호는 아라가 드높은 격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반 자의 반 타의로 아라와의 연락책이 되어버린 그다.

       

       옆에서 아라가 벌이는 여러 기행들을 지켜 보았던 백호는 작금의 그녀가 지닌 경지가 어떤 것인지를 눈에 새겼다.

       

       자신의 권으로 세상에 균열을 내고.

       

       스스로가 지닌 의지로 세계를 굴복시키고.

       

       본인이 바라는 대로 규칙을 재편하는 경지.

       

       백호가 생각하기에 아라는 이미 무인이라기보다는 신에 가까운 존재였다.

       

       백호나 회사의 다른 이들처럼 인간들보다 특별한 무언가를 지녔을 뿐인 존재가 아니라 인간들이 신앙하고 숭배하는 진짜배기 신.

       

       세상의 위에 서서 아래를 관조하는 초월자.

       

       다만 백호는 이런 것을 알면서도 아라가 그렇게까지 위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평소 일상에서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은 초월자라기보다는 느긋한 삶을 즐기는 일반인에 가까운 것이었으니까.

       

       분명 강하지만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크게 문제될 것 없는 존재.

       

       가끔 사고를 치긴 해도 백호가 회사에 재직하며 겪어보았던 여러 악몽과 같은 일에 비하면 귀여운 일들만 벌이는 사람.

       

       백호가 아라에 대해 지닌 인식은 이 정도에 불과했다.

       

       – 아. 그리고 카메라 하나 꼭 들고 가서 아라님이 깽판 치시는 거 영상으로 담아야 한다?

       “파이스가 있던 세계를 찍는 게 아니라요?”

       – 그건 필요 없어. 어차피 관련 정보는 파이스한테 다 들었으니까. 그보단 화령님을 잘 찍는 게 중요해. 그래야 화령님이 지닌 위험성을 애들한테 잘 알려줄 수 있거든.

       

       그랬기에 사장에게서 이러한 명령을 들었을 때도 백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위험성이라니?

       

       이미 다들 아라님께서 어떤 존재인지 다 알고 있는 거 아닌가?

       

       굳이 영상으로 찍어가면서까지 경고를 할 필요가 있나?

       

       아라님의 위험성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 분 마이튜브 영상을 보면 되잖아.

       

       노동법의 수호를 받지 못하는 백호이기에 어쩔 수 없이 사장의 명령을 따르게 된 백호였지만 파이스가 머무는 세상에 오고 나서도 이 생각은 변치 아니했다.

       

       여리 기괴한 생명체들을 걸음 하나만으로 짓누르는 거? 아라가 지겹도록 하던 일이다.

       

       거리가 멀다고 공간을 찢어 버리는 거? 백호가 몇 번이나 구경해왔던 일이다.

       

       가까스로 유지되던 전선에 승리를 안겨준 거? 아라라면 어렵잖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녀를 숭배하듯 무릎 꿇은 이들을 보았을 때는 순간 섬뜩했지만 그 뿐.

       

       백호가 이 세상에 도착하고서 기록한 것은 아라가 마이튜브에 올린 영상만 살피더라도 마주할 수 있는 광경들로 가득했다.

       

       그래서 백호는 이 영상을 찍는 의미가 있는 가에 대한 의심을 품었지만 그 의심은 아라와 함께 외신을 마주하러 간 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외신이 머무르는 신전은 백호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아피스에 재현되어 있는 신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다만 익숙한 것은 어디까지나 신전이 지닌 외형뿐이었다.

       

       신전 주변을 짓누르고 있는 기운은 절대로 익숙할 수 없는 것이었다. 머릿속에 강제로 공포를 새기는 기운에 어찌 생물이 익숙할 수 있겠는가.

       

       백호도 나름 신수라 불릴 정도의 힘을 지닌 이이니만큼 그 기운에 저항을 했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외신이 신전 주변에 흩뿌리는 기운이 너무도 짙어서 백호도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행성을 집어 삼키기 위해 바깥에서 온 신.

       

       절로 얼굴이 굳어가는 것을 느끼며 백호가 침을 삼키던 와중에도 아라는 너무나도 태연자약했다.

       

       신이란 이름을 달고 있으려면 이 정도 기운은 가지고 있어야지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다.

       

       그로부터 머지 않아 신전으로 들어간 그 순간.

       

       외신의 기운이 아라와 백호를 짓누르기 위해 다가오던 그 때에.

       

       이 상황 자체가 마음에 안 드는 듯 미간을 찌푸린 아라가 자신의 내기를 주변으로 퍼트린 순간.

       

       백호는 처음으로 사장이 이야기했던 아라의 위험성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등줄기를 타고서 차오르는 공포. 죽을 것이라는, 아니 이미 나는 죽은 것이 분명하다는 확신.

       

       미친 듯 흘러내리는 식은땀과 미친 듯이 뛰어오르는 심장.

       

       오들거리며 떨리는 전신의 마디.

       

       저항을 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이미 정신을 차린 순간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거기에 어찌 저항을 하겠는가.

       

       이윽고 정신을 차렸을 때에 백호는 바닥에 널부러진 자신의 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스스로가 기운에 저항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아라가 목숨을 부지시켜 주었기에 살아남았을 뿐.

       

       허약하다고 타박하는 아라를 보면서 백호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여태까지 아라는 자신의 진심을 내보인 적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아피스에서 만난 이들에게도.

       

       화룡무인에서 만난 이들에게도.

       

       다른 VR게임에서 마주한 이들에게도.

       

       심지어 회사에 존재하는 여러 사람들에게도.

       

       아라는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주변을 상대하면서 적당히 놀아주었을 뿐.

       

       그러니 모두들 아라의 진심이 어느 정도일까 추측할 수는 있어도 그녀의 진심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아는 자는 없었다.

       

       아. 이래서 사장님께서 날 보낸 거구나.

       

       그녀가 내는 진심의 일각을 기록하기 위하여 나를 따라 보낸 거야.

       

       바깥에서 온 외신이라면 그녀의 진심 중 일부를 끌어낼 수 있으리라 본 거라고.

       

       하. 사장님. 이런 거라면 좀 진즉에 말을 해주시면 안 됩니까?

       

       예언자가 미래를 비비 꼬아 전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을 합니다마는.

       

       사장의 생각을 깨우친 후. 백호는 영상을 기록하는 데에 집중했다.

       

       이것이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 진정 해야 한 하는 일임을 알았기에 눈을 부릅떴다.

       

       그 뒤로 백호가 지닌 카메라 안에 담긴 것은 어디를 가도 볼 수 없을 풍경들뿐이었다.

       

       바깥에서 온 신이 자신의 권능과 아라가 지닌 내기가 힘을 겨루어 아라가 승리한 것.

       

       그 후에 가해진 외신의 공격을 가볍게 박살낸 것.

       

       그리고 이제 내 차례라며 아라가 권을 내지른 순간 그를 버티지 못한 외신이 저 멀리에 처박혀 버린 것.

       

       어느 하나 경이롭지 않은 것이 없었지만 이건 아라가 평소에도 보여주던 것들이었다.

       

       진정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었다.

       

       공중에 여유로이 서 있던 아라가 갑작스레 낙하를 시작한 것이다.

       

       처음 그 광경을 보았을 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생각하던 백호였지만 그가 진상을 깨닫는 데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규율이 뒤바뀌었다.

       

       바깥에서 온 신이 이 세상의 규율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바꾸어 버렸다.

       

       이게 아라님만이 지닌 권능이 아니었다고?

       

       드높은 격을 지닌 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단 말야?!

       

       허나 외신의 노림수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아라가 낙하하는 와중 외신이 있는 곳에서 기운이 집약되기 시작했으니까.

       

       외신의 브레스.

       

       아피스에서 즉사기로 구현되었던 그 기술.

       

       규율을 바꾸는 것으로 상대의 기술을 막아내고 필살의 일격을 담은 공격을 내지르는 건가?!

       

       이건 위험해!

       

       아무리 아라님이라도 이건!

       

       녹화고 나발이고 본모습으로 돌아가 아라를 안고서 도주해야 하는가 백호가 고민하던 그 때에.

       

       아라의 주변에서 여러 기운이 넘실거렸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모든 규율이 바뀌어 그 기반조차 잡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어야 할 터이거늘.

       

       붓을 붙잡기는커녕 도화지가 어디에 있는 지조차 알아내기 어려워야 할 터이거늘.

       

       아라는 너무나도 간단히 바뀌어버린 세상에 적응하여 자신의 무를 그려냈다.

       

       그것은 권이었다.

       

       특별한 것도 없고.

       

       특출난 것도 없고.

       

       무인이라면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기본 중의 기본인.

       

       평범하지만 그렇기에 극의에 가까울 수 있는.

       

       하나의 권.

       

       그 권이 외신이 쏘아내는 권능을 향해 쏘아진다.

       

       누구에게 그 상황을 묘사하더라도 사람들의 대답은 똑같을 것이다.

       

       한 사람의 인간이 내지른 주먹과 신의 분노가 격돌한다 설명하는 데 인간의 주먹이 이기리라 이야기하는 미친놈이 어디에 있을까.

       

       허나 상식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백호의 눈 앞에서 펼쳐졌다.

       

       한 사람의 인간이 내지른 권이.

       

       신의 분노를 멈춰 세우고.

       

       이윽고 밀어내기 시작하더니.

       

       그것을 분쇄시켜 버린 것이다.

       

       – …어찌.

       

       그 풍경에 외신마저 당혹을 표했거늘 정작 그 당사자인 아라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그 후로도 외신은 한 사람의 인간을 죽이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인간을 짓밟기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했다.

       

       허나 그 모든 노력은 인간이 지닌 무의 역사 앞에서 무력했을 지어니.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 때에도 아라의 몸에는 상처 하나가 존재치 아니했다.

       

       그러던 와중이었다.

       

       아라가 세상이란 도화지 위에 제멋대로 그림을 새기기 시작한 것은.

       

       바뀌어버린 세상은 이것이 이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될 그림이라 이야기했지만 아라는 그를 무시했다.

       

       그녀 스스로가 세상이자 하늘일 지언데 누가 나에게 명령을 할 수 있느냐며.

       

       굴복해야 할 것은 오히려 네 놈들이라면서.

       

       자신이 지닌 권능으로 세상을 찍어 눌러 자신의 아래에 굴복시켜 버렸다.

       

       “하하.”

       

       그 풍경을 가만 지켜보던 백호는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외신이 처음 했던 말이 옳았다.

       

       저것을 어찌 인간이라고 부르겠는가.

       

       저것은 신이다.

       

       인간의 격에서 한참 벗어나버린 초월자다.

       

       세상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위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주관자다.

       

       – 말도 안 돼! 어찌! 어찌 이런 일이!

       

       외신은 아라가 만들어낸 세계의 위에서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했다.

       

       세상을 자신의 뜻대로 바꾸던 자가 결코 바꿀 수 없는 세상에 떨어지고 말았으니 어찌 거기에 적응할 수 있겠는가.

       

       “무어냐. 검은 것이여. 본인이 만들어낸 무대 위에서는 춤추지 못 하겠다는 것이냐?”

       – 정체를 밝혀라! 네 년이 인간일 리가 없다!

       “아직도 그 소리인가. 하여간에 이래서 멍청한 녀석은 곤란해.”

       – 무엇을 바라지?! 무엇을 바라여 이 곳에 온 것인가! 말하라! 내 그대에게 협력하겠다! 그러니!

       “발악하는 것을 보아 하니 대충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준 모양이구나. 되었다. 그럼 마무리를 짓자꾸나.”

       

       아라가 발을 앞으로 내딛기 무섭게 신전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던 천마신공의 내기가 그녀의 발끝에 집약되었다.

       

       “잠시 잠들어 있도록 하라.”

       

       그 기운이 그녀의 몸을 타고서 흐름에 따라 점차 증폭되기 시작한다.

       

       무릎을 지나.

       

       허리를 타고.

       

       어깨로 흘러.

       

       팔꿈치를 지나며.

       

       조금씩. 조금씩.

       

       애초부터 거대했던 기운이 몇 번의 증폭을 끝마쳤을 때에.

       

       권에 담긴 내기는 이미 세상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니.

       

       아라가 치켜든 권의 주변에는 이미 수많은 균열이 서려 있었다.

       

       “신을 자칭하는 멍청아.”

       

       콰아아앙!

       

       인간이 내지른 권이.

       

       외신의 머리를 꿰뚫고.

       

       신전의 천장을 가루로 만들고.

       

       하늘을 가리던 어둠을 흩어버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하늘을 뚫고서 나아가더니.

       

       이내 세상에 거대한 균열을 만들어 낸다.

       

       그 모습을 가만 바라보던 백호는 영상을 찍던 카메라를 내린 채 헛웃음을 흘렸다.

       

       이걸 보고서 아라님을 적대하고자 생각하는 멍청이가 있을 수 있을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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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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