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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0

   노괴, 천구성 블라비.

   두 자루의 검을 다루는 그의 비기는 살신이검류(殺神二劍類).

     

   과거, 천살성의 살의를 담아 두 자루의 검을 휘두르는 비기다.

     

   이제는 그에게 천살성이 없다고는 하나.

   오랜 기간 천살성에 물든 블라비의 몸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살의가 용솟음치고 있었다.

     

   그런 지금.

   살신이검류를 담은 블라비의 두 자루의 검이 크라슈의 성운검과 맞부딪치고 있었다.

     

   크라슈의 몸에서 흘러나온 재의 불꽃이 블라비에게 튀었다.

   그러나 블라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크라슈를 향해 맹렬히 검을 휘둘렀다.

     

   마치, 자기 몸이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모습이었다.

     

   그런 블라비의 검을 받아내며 크라슈는 의문을 표했다.

   블라비는 현재 의식 없이 살의만을 두르고, 검을 휘두르는 상태다.

     

   그의 본신의 힘이 워낙 높다 보니 이마저도 위험한 상태라곤 하나.

   왜인지 날카로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신이 현현했을 텐데.’

     

   현재 블라비는 그의 스킬과 계약한 신이 몸에 현현한 상태다.

     

   그러니 신에게 주도권을 빼앗겼을 거라 생각했는데.

   무언가 이상했다.

     

   ‘혹시.’

     

   블라비가 신에게 몸을 빼앗기지 않고자 저항하고 있는 건가?

     

   블라비는 전 세대를 호령한 만큼 대단한 실력자다.

     

   어쩌면 신들이 반신들은 어쩌지 못하는 것과 같이.

   블라비와 같은 실력자들의 몸도 쉽게 강탈하지 못하는 걸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블라비는 저항하고 있고, 그 결과 둘 다 서로의 몸에 주도권을 쥐지 못한 채.

   블라비 내면에 깃들어 있던 천살성의 살의만 끌어올라 폭주하고 있는 거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말은 즉.

     

   ‘나로서는 환영이지.’

     

   본성만 남은 육체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과거, 야수왕을 통해 겪었다.

   그러나 그보다도 위험한 것이 이성까지 제대로 갖춘 적이다.

     

   지금 그런 이성이 상실되고, 육체의 본성만 남았다면.

   강자인 블라비라도 훨씬 손쉽게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크라슈가 블라비의 검을 뿌리치고, 그의 배에 다리를 내질렀다.

   그러자 블라비의 팔꿈치가 순식간에 그의 다리를 받아냈다.

     

   아까부터 중간중간 넣는 모든 허수가 블라비에게 막히고 있다.

     

   게다가 크라슈가 아무리 틈을 드러내도 블라비는 섣불리 달려들지 않았다.

     

   이는 사실 블라비가 본능만 남은 형태라 보기에는 어려웠다.

   본능만 남았다면 틈을 보고, 진작 달려들었을 테니까.

     

   하지만 크라슈는 이 이유를 확실히 꿰뚫고 있었다.

     

   ‘베리타스.’

     

   진실을 꿰뚫는 스킬.

     

   블라비에게 신이 현현한 탓일까.

   지금 블라비는 베리타스를 풀 개안한 상태였다.

     

   진실을 꿰뚫는다는 것은 전투에서도 크나큰 이점을 가진다.

   상대가 아무리 허수를 던져도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전부 꿰뚫을 수 있으니까.

     

   그 증거로 지금 크라슈가 던지는 모든 허수가 블라비의 앞에 무력화 당했다.

     

   허수가 통하지 않는다는 건 큰 이점을 잃어버린 것과 같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동일한 힘을 지닌 상대의 경우다.

   상대보다 훨씬 강한 화력을 쏟아낼 수 있다면.

   그딴 이점 따위 전부 집어삼킬 수 있었다.

     

   크라슈가 과거, 어떤 별명으로 불렸는가.

     

   유리 대포.

     

   마지막까지 잃지 않았던 그 별명이 가리키는 것은 단 하나.

   순간 화력만큼은 최강이라는 것이다.

     

   지금부터 크라슈는 허수 따위 전부 다 집어치웠다.

   대신, 재의 불꽃은 이전보다 거세게 태웠다.

     

   정면으로 들어간 크라슈의 검이 블라비의 검과 맞부딪쳤다.

   아까보다 훨씬 크라슈의 화력이 오른 탓일까.

   블라비의 검이 정면에서 맞서지 못하고 휘청였다.

     

   콰앙, 쾅! 콰앙!

     

   어느새 검이 부딪치는 소리는 사라졌다.

   이제 이곳에 남은 건 불꽃의 폭발력뿐이다.

     

   연거푸 이어지는 크라슈의 일격에 블라비가 몇 번이고 물러났다.

   블라비의 몸이 급히 내부에 있는 오러와 살의를 털어내며 살신이검류에 더했다.

     

   그러나 크라슈는 오히려 그 광경을 보며 스산하게 웃었다.

     

   “나랑 화력 싸움을 하면 쓰나.”

     

   크라슈의 눈동자 색이 회색으로 바뀌며 선명한 용의 동공을 띄웠다.

   동시에 그의 얼굴 전반에 회색의 비늘이 솟아나고 입에서는 달구어진 연기가 흘러나왔다.

     

   멸천화룡(滅天火龍)

     

   크라슈가 수없이 도달한 화력의 경지다.

     

   오싹!

     

   그 순간 블라비의 본능이 소리쳤다.

   여기서 크라슈와 더 싸우다간 죽는 쪽이 누가 될지 그의 본능이 깨달았다.

     

   블라비의 몸이 주춤거리며 뒤를 빼고자 했다.

   이를 본 크라슈의 눈이 희번뜩 떠지며 검에 화력을 끌어모았다.

     

   크라슈는 블라비와 부딪치며 줄곧 비기 하나를 더 발동 중이었다.

     

   검광(劍撗)

     

   검황의 비기이자 상대의 힘을 도리어 자신이 흡수하는 비기.

     

   검광은 완전한 빛을 발하며 크라슈의 화력과 겹쳤다.

     

   “도망칠 거였으면.”

     

   그 순간 블라비는 눈앞이 잿빛으로 물들어 감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빛을 자신이 피할 수 없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처음부터 도망쳤어야지.”

     

   크라슈가 씩 웃은 미소와 함께 검을 휘둘렀다.

     

   멸화침식(滅火浸蝕)

   칠식(七式)

   멸천재룡(滅火災龍)

     

   치솟은 잿빛의 용염이 주위를 초토화하며 날려 버렸다.

   그곳에 휘말린 블라비의 육체가 악착같이 오러로 육체를 방어했으나 온전히 막을 수 없었다.

     

   전신이 화상투성이가 된 블라비가 재가 남은 바닥을 굴렀다.

     

   육체가 육체인 만큼 이걸로 숨통이 끊어지는 일은 없을 테지만.

   당분간 움직이지 못할 것은 확실히 느껴졌다.

     

   크라슈가 블라비의 앞에 가볍게 착지했다.

     

   블라비는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본래의 블라비라면 저 꼴로도 일어나 덤벼들었겠지만.

   그의 본능은 이미 크라슈에게 압도당해 완전히 잠들어 버렸다.

     

   크라슈는 그런 블라비를 보며 손을 들었다.

     

   ‘부디 해결됐으면 좋겠는데.’

     

   크라슈는 블라비의 스킬을 뺏고자 블랙 후드를 발동시켰다.

   이는 사실 크라슈로서도 도박이다.

     

   신에게 몸이 빼앗긴 시점에서 스킬의 주도권은 이미 스킬 사용자에게서 의미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만약 스킬이 현현한 신의 주도권을 따르고 있다면.

     

   ‘신 쪽의 조건을 풀지 못한다면 스킬은 빼앗을 수 없다.’

     

   크라슈가 부디 그것만은 아니기를 바라며 크라슈가 블랙후드를 발동시켰다.

     

   [ 대상 ‘블라비’ ]

     

   이윽고, 손안에 깃든 블랙 후드가 빛을 쏟아낸 순간.

   크라슈가 손을 콱하니 쥐었다.

     

   ‘됐다.’

     

   진실을 꿰뚫는 스킬, 베라타스.

   그 스킬이 손에 들어왔음이 느껴졌다.

     

   다행히 크라슈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남은 건.’

     

   블라비의 몸에 현현한 신이 사라졌는지 아닌지.

     

   크라슈가 잠자코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흐으.”

     

   블라비의 입에서 침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곧이어 살며시 눈을 뜬 블라비가 크라슈와 눈이 마주치더니 말하였다.

     

   “크, 게도 벌여, 줬군.”

     

   베라타스가 발동되며 그가 진짜 블라비임을 알려왔다.

     

   신의 현현이 풀려난 것이다.

     

   모든 예상이 맞아떨어졌다는 것에 크라슈는 안도하며 품을 뒤졌다.

   그러고는 연금성주인 달링표 긴급 회복 물약을 블라비에게 뿌렸다.

     

   블라비의 몸 여기저기에 있던 화상이 아물기 시작했다.

   고속 회복인 만큼 통증이 있는지 블라비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대로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한결 낫군.”

   “나원, 어쩌다 신에게 몸을 뺏긴 겁니까.”

     

   숨을 돌리는 블라비를 보며 크라슈가 혀를 찼다.

   만약 블라비가 진짜 몸을 완전히 빼앗겼다면 그것만큼 재앙이 없다.

     

   “면목 없다. 생각보다 순식간이더군. 저항하는 게 고작이었다.”

     

   블라비가 저항하는 게 고작이었다니.

   스킬을 지닌 이들이 족족 신의 현현을 당하는 것도 이상할 거 없긴 했다.

     

   그래도 그가 원래대로 돌아왔음에 안도하고 있으니.

   블라비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크라슈를 보았다.

     

   “용황, 나는 과거, 천살성을 다룬 탓인지 신과의 상성이 썩 좋지 않아 의식이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

     

   그가 중요한 이야기를 함을 눈치챈 크라슈는 자세를 낮췄다.

     

   “뭔가 들으신 겁니까?”

   “들었다기보다는 신이 지닌 의지가 간접적으로 느껴졌다.”

     

   크라슈의 눈빛이 진지하게 변했다.

   블라비는 한차례 숨을 고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신들은 우리 세계에 다시 세계 침식을 만연하게 만들 생각인 것 같다.”

     

   그리고 크라슈의 눈이 커다랗게 뜨여졌다.

     

   “그게 무슨.”

   “나도 거기까지밖에 모르겠다. 하지만 신들의 현현은 분명 세계 침식의 발생과 연관 있다.”

     

   이 개자식들이.

     

   기껏 크라슈가 금역을 닫으며 세계 침식의 분포를 줄여 놓은 세계다.

   신들은 지금 크라슈가 해 온 것들을 전부 물거품으로 만들겠다는 생각과 같았다.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들의 현현을 막고, 진실을 파헤쳐야 할 더 중요한 이유가 생기고 말았다.

     

   “네 스킬이라면 현현도 막을 수 있겠지.”

     

   그 말대로다.

     

   신들이 현현하는 제2의 라그나로크.

   이를 막을 수 있는 건 블랙 후드를 지닌 크라슈뿐이다.

     

   “예, 아무래도 스킬 도둑이라도 되어야겠습니다.”

     

   스킬 도둑.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스킬을 훔쳐야 한다.

     

     

   * * *

     

     

   블라비와의 사건을 마무리한 후.

   크라슈는 옷장 안에 숨어 있던 세이랑을 무사히 찾아냈다.

     

   오늘은 크라슈가 그녀가 살해당할 수 있다고 예고한 날이다.

   아닌 척했지만 괜히 겁났던 세이랑이 일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옷장으로나마 몸을 숨긴 것이다.

     

   “정말 아무리 점성술을 다뤄도 세상은 예기치 못한 일만 일어나네요.”

     

   블라비가 신에 현현 당했다는 소리를 듣고, 세이랑은 황당한 얼굴을 했다.

     

   “세이랑 님, 스킬이 현현의 조건임을 안 이상 전부 가져가야 할 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그러니 크라슈는 세피라 내에 있는 스킬을 전부 회수하기로 했다.

     

   앞에 블라비 건이 있었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생각보다 순순히 스킬을 양도하였다.

     

   스킬은 소중하지만, 그걸로 잘못되는 건 모두 사양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순순히 스킬을 양도한 것은 다름아닌 크라슈의 덕망도 있었다.

     

   “용황님께서 하시는 일이잖습니까.”

   “세계를 지키신 분이 고개 숙이는데 어찌 거절한답니까.”

     

   크라슈는 스킬을 가진 사람을 차례차례 만나 고개 숙였다.

   그 결과 그들은 크라슈의 진심을 믿는다며 스킬을 기꺼이 양도했다.

     

   ‘내가 살아온 길이 헛되지 않았구나.’

     

   스킬 없는 삶을 살아본 크라슈였기에 이는 얼마나 큰 결심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크라슈는 다시금 고맙다고 말하였다.

     

   회수한 스킬은 총 네 개.

   그렇게 고생해서 얻던 스킬들을 이렇게 쉽게 손 넣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획득하면.’

     

   앞으로도 획득해야 할 스킬이 많다.

     

   크라슈도 사람이다.

   응용에는 한계점이 있다.

     

   ‘쓸 수 있는 건 쓰되.’

     

   응용 면에서 밀리는 건 차라리 신기로 치환시켜 버리기로 결심했다.

     

   “나 참.”

     

   크라슈는 크림슨가든이 열어주는 공간 마법 앞에 서며 어깨를 두둑 풀었다.

     

   “금역 다음이 스킬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스킬 도둑으로 활약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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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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