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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0

    <410 – 뒤쫓기도 버거운>

     

    아이린은 발자국의 주인이 오크노디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오기도 들었다.

    오크노디의 뒤만 바라보며 학기를 보낸 것은 저들만이 아니었다.

    그녀 또한 오크노디의 호의를 얻어 북부의 원군으로 삼겠다는 절박함이 있다.

     

    ‘그런데도 나는 구분하지 못했고 저들은 구분했어.’

     

    이 실력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 그럴 수는 없다.

     

    “오크노디가 아니더라도 비교적 최근에 생긴 흔적이야. 이 발자국의 주인이 오크노디를 알지도 몰라.”

     

    아이린의 결정에 도로시가 흥미를 보였다.

     

    “그럼 이 흔적은 우리도 도와서 따라가볼게!”

    “도로시가 가는 곳이라면 나도 함께 간다.”

     

    도로시와 록펠이 자신을 돕겠다는 말에 아이린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오크노디의 흔적을 찾겠다는 저쪽에 붙지 않고? 솔직히 추적술에 대해서는 1학년 사이에서 너보다 뛰어난 사람은 없을 텐데.”

    “마력재해가 펼쳐진 장소에서 원하는 흔적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우리 숲에서도 그랬거든! 이럴 땐 분명한 흔적을 따라가는 편이 이득이야.”

     

    …도대체 도로시는 어떻게 되어먹은 숲에서 살아온 걸까.

    아이린은 떠오르는 의구심을 애써 외면했다.

     

    “근데 이 흔적, 오크노디 뺨칠 정도로 무지무지 테크니컬한데?”

     

    도로시는 나무를 한 번 딛고 단숨에 15m를 박차오른 흔적에 입을 헤 벌리며 감탄했다.

    표홀한 움직임은 이뿐만이 아니다.

    휘어진 나뭇가지에 뭍은 진흙자국은 발자국의 주인이 순간적으로 마나연공법을 활용하여 자신의 무게를 나뭇가지 하나 위에 얹고도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분산시켰고, 심지어 힘을 주어 박차 올라도 <발판>이 부서지지 않도록 강화했음을 증명한다.

     

    자신의 신체를 완벽히 통제하고.

    타점과 균형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주변사물에도 그 영향을 확장시킬 수 있으니.

     

    마나소드.

    검기상인.

     

    내면의 마나와 기가 넘쳐흐르다 못해 주변에 피해를 입힐 수 있을 정도로 수련과 통제력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우와. 이게 어떻게 오크노디가 아니지?”

     

    나무 위에서 뛰어오른 흔적이 착지한 지점을 빠르게 훑어보며 관찰하던 도로시가 당혹스러움이 섞인 감탄을 연이어 흘렸다.

     

    “어디에 착지했는데?”

    “저어기. 50m 너머에 다른 나무 꼭대기.”

    “!!”

     

    뛰어오른 나뭇가지에서 더 낮은 위치가 아니다.

    도달한 장소는 더욱 ‘위’.

    중력의 영향으로 힘의 손실을 받고, 기를 몸에 두른 채로 속력을 올려도 기가 소모되며 호신의 힘이 약해져 높이는 낮아지는 것이 정상이다.

    발자국의 주인은 그런 물리현상과 마나학, 기의 법칙을 정면으로 위배했다.

    압도적인 제어술로 극히 미미한 손실만을 입으며 중력을 거슬러 더 높은 나무에 이만큼이나 먼 거리를 날아가서 착지한 것이다.

    이래서는 사람이 아니라 매직미사일을 쏘았다고 해도 믿을 지경이었다.

     

    “외부로 방출하며 소모된 기를 자신의 내부로 수렴해서 손실을 없앴네. 북부의 군부에서도 이만한 재주를 지닌 실력자는 몇 없었어.”

     

    아이린은 알아보았다.

    이것은 1학년의 수준이 아니다.

    심지어 1학년 상급반 내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최고수준의 재능.

    적어도 경신의 분야에 있어서는 따라잡을 이를 찾기 힘든 엄청난 고수의 실력이다.

     

    “따라잡으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 속도가 굉장하니까 이동거리도 그만큼 길거야. 두 사람 다 단단히 마음먹고 쫓아와!”

     

    추적대상처럼 한 번에 50m를 나무 위에서 자유자재로 박차는 재주는 없지만 두 번 세 번 나누어 추적하는 도로시의 몸도 가볍기는 마찬가지.

    추적은 어떻게든 끊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삼대금림 중 최흉의 위험도를 자랑하는 혼돈종의 영역, 차원틈새의 괴수림 출신인 도로시와 록펠도 생존을 위해 체화한 경신의 경지가 있다.

    군에서 종사한 아이린 또한 척박한 북부의 빙토에서 살아남기 위해 체화한 경신의 경지가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몸이 가벼운 이들끼리 최적의 추격대를 편성한 셈!

     

    “응? 여긴… 발을 디딜 곳이 아무데도 없는데??”

     

    모래먼지더미를 뚫고 나오니 나타나는 뻥 뚫린 절벽.

    100m를 넘기는 커다란 구멍을 앞두고 아이린이 의구심을 보였다.

     

    “흔적을 놓친 거 아니야?”

    “아니야. 되밟기나 가짜 내딛기도 전부 염두에 두고 쫓아왔으니 내 눈을 속였을 리가 없어.”

    “절벽 저편에 흔적은?”

    “으으. 보이지 않아.”

    “…떨어져 죽은 거 아니야?”

     

    솔직히 그 편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번의 경신이 아닌 몇 차례의 편법을 더하면 못 뛰어넘을 간격은 아니지만…

     

    휘오오오오!

    쿠구구구구.

     

    절벽 저 아래를 향해 끌어당겨지는 공기와 마나.

    어마어마한 마력풍의 흡입력을 견디면서 편법을 펼치는 것은 난이도가 다르다.

    마력풍이 불어 닥치면 순간적으로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자연마나가 희박해진다.

    마나술식을 펼치는데 동원될 마나퍼즐의 수가 극도로 적어지니 마법의 시전 난이도도 올라간다.

    이런 곳에서 마법을 펼치려면 마법사 본인이 품에 지닌 마나퍼즐이 많아야하고, 마나의 정순함이 높아 작은 퍼즐로도 큰 규모의 위력을 내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마나풍에 휩쓸려 시전과 동시에 마법이 취소되거나 휩쓸려 사라질 테니까.

    신체강화 또한 마법사용보다는 난이도가 덜해도 같은 이유로 어려움이 뒤따른다.

    심지어 도로시의 눈에는 이 절벽에 남은 흔적의 의미 또한 보였다.

     

    ━━━

    [천장단애]

    100m의 간격을 두고 뚫린 거대한 절벽.

    절벽 아래로 불어 닥치는 마력풍은 마치 엄청난 의지를 담아 휘두른 거인의 검흔처럼 보인다.

    ━━━

     

    이것은 검흔이다.

    누군가가 휘두른, 그 일격이 긴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세상에 흔적을 남길 정도로 엄청난 일격.

    그만한 고수가 휘두른 일격의 흔적을 뚫고 뛰어넘는 일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도로시. 네 감은 정말 저 너머를 가리키나?”

    “응. 분명해!”

    “그럼 도로시의 말이 맞을 거다.”

     

    아이린이 호기심을 보였다.

     

    “단순한 직감치고는 상당히 신뢰하고 있네.”

    “도로시의 감은 빗나가지 않아. 그랬다면 진즉에 괴물 밥이 되었을 테니까.”

     

    사람의 뇌는 무의식중에 인지한 정보를 토대로 의식하지 못한 위험을 경고한다.

    그런 점에서 감각이 상당히 트인 도로시의 감은 다른 이들의 감보다 정밀도가 높았다.

    이유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녀의 뇌는 추적대상이 이곳을 넘었으리라는 계산이 선 것이다.

     

    “그럼 발판은 내가 만들어줄게.”

     

    아이린은 얼음의 빙속성에 한해서는 누구에게도 비할 수 없는 정순함을 지닌 자신의 마나를 토대로 절벽 사이를 잇는 커다란 얼음다리를 형성했다.

     

    휘오오오오!

    쿠구구구구.

     

    거칠게 몰아치는 바람에 다리 곳곳에서 순식간에 파열음이 일기 시작했지만… 버텨내었다.

    한 순간에 소멸하지 않는다면 다리 위를 주파해서 100m가 아닌 더욱 적은 거리를 뛰어넘을 수 있다.

     

    “여기는 내 차례로군. 꽉 잡아라.”

     

    신속의 록펠.

    언제나 도로시의 뒤를 따르는 장발의 남자.

    아이린은 그의 진가를 본 적이 없었다.

    아니, 누구도 그의 진가를 알지 못했다.

    그가 진심을 다해 힘을 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의 의도적으로 숨겨진 역량을 오늘에서야 비로소 아이린은 알 수 있었다.

     

    ‘빠르다!’

     

    발을 내딛는 속도만이 빠른 것이 아니다.

    마력풍에 붕괴되어가는 다리 위를 질주하면서도 다리의 붕괴를 앞당기지 않을 정도로 신체강화에 쓰이는 기의 배분이, 지면에 흘리는 힘이 정밀했다.

    완벽에 가까운 제어력.

    심지어 그가 앞서 달려나간 자리의 뒤에 남는 자연마나는 분명한 <의지>를 품고 있다.

     

    -빠르게. 더욱 빠르게.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속도를.

     

    위대한 영웅들이 사용한 무기에 깃든 영웅들의 자아의 편린은 마치 살아있는 인간처럼 말을 건다는 이야기가 있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의 흔적은 아닐지라도 자신의 의지를 순간이나마 대기에 새긴다.

    그 놀라운 재주에 아이린은 깨닫고야 말았다.

     

    ‘이 남자의 고점은… 나조차도 능가할지도 몰라.’

     

    괴수림의 생존자.

    그 저력은 이 정도였나?

     

    “인도는 여기까지다. 뛰어.”

     

    절벽 저편까지 남은 거리는 절반인 50m.

    여전히 가혹하다.

    나무 위에서도 한 번에 따라잡지 못해 두세 번을 뛰어서 따라잡은 간격이다.

     

    <마나연공법>

    <경탄硬彈>

     

    아껴둔 힘을 드러내며 총알처럼 올곧게 쏘아져나가 절벽 너머에 도달한 록펠.

    그가 허리춤에 매단 로프를 풀어헤치며 단숨에 로프에 기를 실었다.

     

    촤라락!

     

    직선으로 사다리처럼 길게 뻗어나가는 로프.

    그 위에 발을 디딘 도로시가 식은땀을 흘리며 안도했다.

     

    “아이린은?!”

    “…뒤를 봐라.”

     

    <비행마법>

     

    도로시의 입이 댓발 튀어나왔다.

     

    “치사해.”

    “오래는 지속 못해. 비행마법은 소모가 크니까.”

     

    무사히 절벽 너머에 도달한 세 사람.

    절벽 근처에는 색색의 안전구역들이 펼쳐져 있었다.

    소모된 기를 회복하고 재정비를 하기에 적합한 타이밍이다.

    기존 사용자들의 출입제한조건을 충족시킬 수만 있다면 말이다.

     

    [추가입장조건 : 천애단벽 조사단에 합류]

     

    “방금 지난 저 절벽의 아래를 조사한다고…?”

     

    미친 거 아닌가?

    도로시가 입 밖에 내뱉은 말에 안전지대의 안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미친 짓이지. 충분한 실력이 없다면.”

    “!!”

     

    입구에서 간이나 보던 나약한 선배들과 달리, 체육대회에서나 느꼈던 엄청난 강자의 기세를 보이던 선배들과 같은 존재감.

    어째서 저만한 힘을 지니고도 휴학생에 머무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역량을 지닌 기운의 주인이 그들에게 말했다.

     

    “앞서 간 녀석을 쫓는 건 더욱 미친 짓이다. 다음 마력재해는 ‘급’이 다르다. 차라리 이 절벽을 타고 내려가는 편이 나을 정도로.”

    “먼저 간 사람을 보셨나요?”

    “인형처럼 단아한 외모를 지닌 소녀였지.”

    “인형처럼… 단아한?”

    “1학년 중에 그런 외모를 지닌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을 텐데.”

     

    도로시와 록펠의 얼굴이 동시에 굳었다.

    아이린은 그제야 납득이 갔다.

    흔적을 쫓기조차 힘든 상대의 정체가 그 소녀였다면 이렇게 힘들만도 하지.

     

    “즈앙.”

     

    그들이 쫓던 것은 오크노디의 단짝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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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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