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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1

       “언니가 그렇게 될 수도 있었다는 뜻인가?”

        

       클레어가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해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애초에 사람 자체가 다르다고 해도 될 정도니까요.”

        

       물론 게임 속의 실비아도 나처럼 존댓말을 사용했고, 사람들 앞에서 감정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곤 했다. 아마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나와 그 실비아를 따로 구분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긴, 실비아는 평소에 계획이 조금 허술한 면이 있긴 해.”

        

       ……아니, 그런 식으로 구분해달라고 한 건 아닌데.

        

       앨리스가 하는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렸더니, 이번에는 샤를로트가 그 말을 받았다.

        

       “사실 계획이 말끔해서 성공했다기보다는 실패해도 몇 번이고 시도해서 성공으로 바꾸었다고 보는 쪽이 더 맞는 이야기죠.”

        

       “그건 저 게임 안의 실비아도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하지만 게임의 실비아는 너보다 인간성이 없었는걸.”

        

       “맞아.”

        

       앨리스의 말에 클레어가 대답했다.

        

       음…… 그렇게 말해주면 나야 고맙기는 하지만…….

        

       아까부터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미아 앞에서 그 인간적이라는 말에 찬성하면 안 될 것 같아, 나는 그냥 입을 다물고 있었다.

        

       사실 어쩌다가 일이 그렇게 흘러간 것인지 알고 싶다면 지금 당장 플레이를 해보면 되긴 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방송 중에 리얼한 반응을 보이지는 못하게 되겠지. 시청자들은 방송 켜지 않고 게임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오늘은 슬슬 잘 준비를 하죠.”

        

       내 말에, 아이들은 모두 각자 지내기로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모두 이불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

        

       침대가 있기는 하지만, 정작 우리 모두 침대를 쓰지는 않았다.

        

       참 희한하기도 하지.

        

       *

        

       낮에는 놀고, 저녁에 방송하고, 다 같이 잘 준비를 하고, 지보가 얼마나 빛나는지 확인하는 게 우리의 일과였다.

        

       오늘 지보는 꽤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미아와 샤를로트가 이쪽으로 넘어왔을 때만큼은 아니야.”

        

       “어째서일까요? 분명 그때보다 지금 우리가 훨씬 더 유명할 텐데요.”

        

       미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맞는 말이었다.

        

       인터넷에 본격적으로 이름이 알려지고, 방송국에서 출연 요청을 한다거나 다른 스트리머가 합방하지 않겠냐고 물어보는 것을 보면 세 사람이 지낼 때보다는 훨씬 유명해졌을 것이다.

        

       “어쩌면 사람들이 우리에게 적응해서 그런지도 모르죠.”

        

       나는 지보를 바라보며 말했다.

        

       “세 사람이 처음 방송할 때보다, 지금 두 사람이 합류해서 방송하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그때랑은 다르게 지금 우리는 훨씬 더 이 세상에 적응해버렸으니까.”

        

       내가 복권에 당첨된 것은 분명 여신의 농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쪽에서 떠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족쇄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맞는 생각이라면, 분명 지금 상황은 여신의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거겠지.

        

       “아무래도 방송 내용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의 말에 아이들이 모두 이쪽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사람들이 우리 모습을…… ‘코스프레’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겠죠.”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게임을 하면서 우리가 다르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 보다는, 아예 이야기를 제대로 들려주는 쪽이 나을 것 같습니다.”

        

       “아, 지난번에 우리가 했던 것처럼요?”

        

       샤를로트의 질문이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겪은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실화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풀면 되는 일이죠. 누가 믿어주건 아니건.”

        

       “재밌겠네.”

        

       앨리스는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꽤 있거든. 이 기회에 다 쏟아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쌓인 게 많은 모양이다.

        

       혹시 어린 시절에 나한테 지고 살았던 게 그렇게 기분이 나빴나?

        

       나빴겠지, 분명. 그냥 능력이 딸려서 지면 그나마 덜 억울하기라도 할 텐데, 나는 사실상 반칙을 써왔으니까.

        

       “그럼, 실비아 이야기도 전부 들을 수 있는 건가요?”

        

       “네?”

        

       샤를로트의 질문에 나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묻고 말았다.

        

       “그러니까, 우리가 마음속에 담아두고 차마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듯, 실비아도 그런 이야기가 있지 않느냐는 말이었어요.”

        

       “…….”

        

       “이쪽 세상까지 왔잖아요? 이쪽에 가족이 있지 않았나요?”

        

       음…….

        

       “사실 만나러 가볼까 하는 생각은 조금 했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모르는 사람이 따라붙으면 조금 그렇지. 심지어 우리는 외모까지 튀니까.

        

       먼발치에서 보려고 해도 가족이 언제 어느 타이밍에 나오게 될지 알 수도 없고.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해도, 오히려 그 패턴 안에서 보는 건 더 어렵다. 출퇴근 시간에 바깥에서 서성이고 있으면 그건 그거대로 눈에 띌 테니까.

        

       “정 만나는 것이 불편하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당신이 이쪽 세상에서 지내던 시절의 이야기잖아요. 이야기해주는 건 어때요?”

        

       “…….”

        

       이쪽 세상에서의 이야기라.

        

       별로 특별한 건 없는데.

        

       내가 뭐 대단한 인싸라 친구가 많아 겪은 일도 많고 돌아다닌 곳도 많으면 해줄 이야기가 좀 있을지 모르겠다. 여자친구라도 있었다면 연애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거고.

        

       하지만 저쪽 세상으로 가기 전의 나는, 그저 출퇴근을 반복하고, 남는 시간에 게임을 하고 쉬는 시간이 조금 생기면 친구와 만나 술 한잔하는 정도의 시간을 가졌을 뿐이다.

        

       그리고 그 외에는…… 인터넷을 돌아다녔던 이야기일까.

        

       “…….”

        

       그러니까, 음. 나는 딱히 트롤 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인터넷에 아제르나 연대기 글을 쓰면서 이런저런 헛소리를 하긴 했었다.

        

       그런데 그건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자주 하는 일이기도 했고, 솔직히 실존 인물을 가지고 뭐라고 한 건 아니기도 하고.

        

       내가 이기기 위해서 억지를 쓴 적도 있고, 내가 번역한 내용을 쬐끔 내 마음에 들도록 수정해서 퍼뜨린 적도 있고, 공략이랍시고 쓴 글이 반박당하는 일도 있긴 했지만, 그래도 뭐, 남한테 딱히 피해를 준 것도 아니니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 아닐까?

        

       ……그래.

        

       그런 이야기는 굳이 할 필요 없지, 응. 세상 누가 자기가 들어가는 사이트 내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리면서 살겠어.

        

       “해 드릴만한 이야기는 별로 없습니다만, 어린 시절 겪은 이야기 같은 것은 조금씩 해드릴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나는 그저 그렇게 대답했을 뿐이다.

        

       *

        

       다음날.

        

       우리라고 해서 낮에 무조건 밖을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내 본성은 기본적으로 집을 좋아하는 성격이었고, 남는 시간에는 스트리밍 사이트를 보거나 영화나 드라마, 혹은 만화를 보았다.

        

       클레어는 기본적으로 꽤 여기저기 자주 돌아다니는 성격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집에 있는 시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샤를로트는 적당히 사교적인 성격이긴 했지만, 혼자서는 밖에 잘 나가지 않았다.

        

       앨리스는 의외로 집순이 성격이 강했고, 미아는 뭐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지.

        

       오늘 누군가가 ‘집에서 쉬자’라는 말을 한 건 아니다. 하지만 우연히 그렇게 모두에게 내재한 집에서 쉬고 싶다는 마음이 발현되어 그냥 어쩌다 보니 우리는 모두 집 안에 다 같이 있게 되었다.

        

       “…….”

        

       이상하게 모두가 거실에 있긴 했지만, 각자 뛰어난 집중력으로 하고 싶은 일에 열중하고 있던 때에—

        

       “풉.”

        

       클레어가 웃음소리를 흘렸다.

        

       바로 내 옆에 있었기에 조금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내가 그런 모습을 보였을 때 남들이 참견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래서 클레어에게도 딱히 관심을 주지 않고 있었지만—

        

       “언니, 이것 좀 봐.”

        

       우리의 사교적인 클레어는 그걸 보면서 혼자 웃고 있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뭐, 나도 조금은 관심이 가고 있던 차였으므로, 클레어의 말을 따라 그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흠칫 몸을 굳히고 말았다.

        

       클레어가 반응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딱히 보지는 못한 모양이다.

        

       아제르나 마이너 갤러리.

        

       ……내가 생전에 자주 이용하던 사이트였다.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를 플레이하는 사람이 모여있는 곳이었고, 나는 거기서 나름대로 유명한 인간이었는데.

        

       “이 사람, 작년에 마지막으로 쓴 글이 아제르나 전기 후속작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전부 틀렸다는 모양이야. 여기저기서 얻어맞은 이후로 자취를 감췄다던데.”

        

       [그 호감고닉 예상 글에서 맞았던 거 하나도 없지 않냐ㅋㅋㅋㅋ]

        

       ……라는 제목의 그 글에서는 내가 썼던 글을 최신작과 하나하나 비교하면서 나를 까고 있었다.

        

       “…….”

        

       “응? 언니,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곧장 식은땀이라도 흘릴 듯 반응하는 나를 보고 클레어가 그렇게 물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설마, 우리가 유명해지면서 갤러리도 다시 활성화된 건가?

        

       나도 방송 후 처음 가서 반응을 살폈던 곳이기도 했으니 당연한 일이긴 했지만—

        

       “그것보다, 이 사람 자기가 이기려고 이런저런 이상한 말을 자주 썼었다던데?”

        

       “…….”

        

       “캐릭터에 과몰입해서 싸우기도 하고. 누가 ‘클레어’ 욕했다고 발끈해서 장문의 글을 쓰기도 했다더라.”

        

       나의 어깨에서 힘이 좀 풀렸다.

        

       휴.

        

       생각해보니 나는 설정 주작을 자주 했지 특정 캐릭터를 깎아내리는 건 거의 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다.

        

       내가 대놓고 욕했던 캐릭터는 소피아가 전부였다.

        

       …….

        

       뭐 그것도 절대로 들키면 안 되는 일이긴 했지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KYYY 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설 쓰는 것이 즐겁게 느껴질 때는 역시 글을 올린 뒤 독자 여러분의 반응을 볼 때입니다. 조회수가 올라가는 것으로도 이미 배가 부른데, 독자 여러분께서 칭찬해주시고 이렇게 후원까지 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저의 소설을 좋아해주신만큼, 이 소설을 끝까지 읽으셨을 때 후회하지 않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의 소설을 다시 떠올리셨을 때 그 때를 추억이라고 회상하고, 다시 저를 찾아와 제가 쓰고 있는 글을 읽어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글을 쓰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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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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