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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1

       

        

        

        

        

        

        

        

       “자, 다들 일할 시간이다. 늘어져있지 말고 일어나라.”

        

       “어으, 미친…눈이야. 말 좀 하고 불 켜십쇼, 팀장님.”

        

       “다음부터는 눈에 전술 플래시를 비추는 걸로 깨워달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나?”

        

        

        

        달칵.

        

        경쾌한 플라스틱 소음과 함께 천장의 조명이 일제히 켜지고, 그닥 깔끔하다고 할 수는 없는 숙소 내 회의실의 참상이 드러났다. 자기 방으로 가서 숙면하긴커녕 방에 비치되어 있는 여러 개의 소파 위에 적당히 널브러진 채 늘어지게 코를 골던 대거 팀 오퍼레이터들이 하나둘씩 일어났다.

        

        지휘봉을 든 오웬스의 눈알이 이리저리 돌아가더니, 이내 배까지 깐 채 늘어지게 자고 있는 로렌티나를 힐끔 확인. 반쯤 접혀있는 옷고름을 지휘봉으로 스윽 밀어 배를 덮어준 그가 벽면의 대형 브리핑 플레이트 위로 새로운 정보를 투영했다.

        

        미확인구역 전체에 해당하는 UAV 데이터, 그리고 그 옆에는 하나의 명령서가 있었다.

        

        대통령 직인이 찍힌.

        

        

        

       “드디어 우리 대통령 각하께서 이 엿같은 곳을 평탄화하라는 명령을 내렸군요.”

        

       “저 지도의 동심원은 CAF인가? 저만한 길이의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도 상당한 고역이겠구만…아르테미스를 단 한 마리도 남기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은 꽤 마음에 들어.”

        

       “뭐, 그것 말고도 별도의 이야기가 있지.”

        

        

        

        으흠 하는 소리와 함께 이어지는 말.

        

        어느샌가 눈을 뜬 로렌티나 역시도 크게 하품하며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 잠기운이 좀 있는 표정이었지만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대거 팀 중 그 누구도 로렌티나가 브리핑을 적당적당하게 흘려들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띄워지는 하나의 표. 무언가 했더니 명령서의 아래에 별도로 첨부된 대통령의 직접적인 메시지였다.

        

        내용 전문은 이러했다.

        

        

        

       “되도록이면 해당 지역에서의 교전이 전부 종료되기 전 모든 반물질 병기를 전부 소진하라…라. 알 만하군요. 뒷말이 나오면 귀찮아서 그런 거겠죠.”

        

       “그리 어려운 건 아니지만…그 프로토타입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아야 아끼든 말든 하지.”

        

       “그냥 프로토타입한테 전부 쏟아붓는 게?”

        

       “차라리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는데.”

        

        

        

        그 말을 들은 모두가 큭큭 웃었지만, 반대로 그것을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사람 역시 없었다.

        

        마치 점심에는 무엇을 먹어야만 하는지를 논하는 듯한 설렁설렁한 말투로 한 분대가 들고 다니기에는 너무나도 과분한 화력의 병기를 어떻게 사용할지를 논하고, 쉽게 결정한다 – 대거 팀의 추후 병기 운용 방침은 그렇게 결정되었다.

        

        물론 논해야만 하는 것들은 여전히 많고 많았다.

        

        

        

       “캐나다군이 해당 지역을 완전히 봉쇄했고, 로스앤젤레스 교전에 준하는 UAV 정밀 정찰이 이어지고 있으니…이게 무슨 뜻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여기 없으리라 믿는다.”

        

       “잿더미와 먼지만 남기란 뜻이겠지요?”

        

       “물론이다. 그럼 대충 알아들을 사람은 다 알아들은 것 같으니, 현재 상황이 얼만큼 진전되었는지 간략하게 말해주지.”

        

        

        

        스윽.

        

        그와 동시에 지도 위로 펼쳐지는 여러 작전 구역 – 유저들이 맵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것이었으나, 모두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개중 절반 정도에는 붉은 X표가 쳐진 상태였다.

        

        대거 팀, 그리고 유진이 평탄화한 구역들이었다.

        

        

        

       “세관, 공장, 삼림, 해안선…대략적인 분석이지만 이미 아르테미스가 가용할 수 있는 전력은 평시의 50% 미만으로 떨어졌을 거다. 아마 지금의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길어봐야 한 달 안에 아르테미스는 공중분해되겠지.”

        

       “그래서요?”

        

       “본래라면 현재 작전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했으나, 막내가 보내준 몇 가지 데이터 중 흘려넘기기 어려운 게 발견되었다.”

        

        

        

        녹음 데이터, 그리고 아래의 스크립트.

        

        유진과 누군가의 대화 내용을 기록해놓은 듯한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대거 팀 전원이 인지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그리고 그 내용은 간단했다.

        

        세관에서 나타났던 4호기 – 본래 명칭은 타입 델타였으나, 반물질 유탄과의 구분을 위해 이름을 바꾼 것이었다 – 와 유진, 그리고 진 간의 대화 내용이었다. 그것도 세관에 한정한 것이 아닌 공장, 삼림, 해안선…대거 팀이 화력지원을 실행했던 바로 그 구역에서 벌어졌던 대화 내용들.

        

        자세한 내용까지는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맥락 자체가 워낙 명료했기 때문이었다.

        

        헛웃음을 터뜨린 로건이 덧붙였다.

        

        

        

       “지 닮은 걸 하나도 모자라서 두 개씩 키우려고 하는 건가?”

        

       “요약 한 번 끝내주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노림수가 있는 듯하니, 추후 도움이 될지언정 발목을 잡는 일까지는 없겠지. 게다가 4호기는 전략 및 기술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자원이니만큼, 되도록이면 유진이 시도하는 행위를 지원하는 게 바람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내 결론이다.”

        

       “팀장의 의견이 그렇다면, 한 번 토론을 해보도록 합시다.”

        

        

        

        잠깐의 정적.

        

        그러나 다음 순간 소파에 앉아있던 로건이 입을 열었다.

        

        

        

       “작전 기조가 변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이걸 봐라.”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여러 개의 맵들.

        

        이제까지 본 것과 크게 다를 바 없긴 했으나, 아르테미스가 대거 출현할 것으로 의심되는 구역은 타격 지점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반면 그보다 조금 덜한 곳은 그림자라는 단어가 적혀있는 상태였다 – 그 시점에서 로건은 오웬스가 무어라 말하려는지를 알게 되었다.

        

        중요한 부분은 대거 팀이 맡는 대신, 비교적 사소한 부분은…이 기지에 넘쳐나는 그림자에게 맡긴다는 뜻이었다.

        

        실로 합당했다. 그림자를 이용해 주변을 무너뜨리는 한편, 가장 단단히 방비되어있는 지역은 대거 팀이라는 이름의 칼날이 헤집게 될 거고…그만큼 효율적인 방법은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쉽게 말하자면 참수 작전의 일환이었고.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누군가가 말을 이었다.

        

        

        

       “그럼 기조 정립도 끝났으니, 이제 막내가 무슨 앙증맞은 계획이 있는지 확인해보자고.”

        

        

        

        메카 유진 2호기 설득.

        

        세상에서 단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기이한 작전이 그 막을 올리고 있었다.

        

       

        

        

        

        

        

        

        

        

        

        

        

        

        

        

        

        

        

        

        

        

        

        

        차갑고 조용하다.

        

        신체가 기동을 완전히 멈추는 그 날까지 인간이 느끼는 감각이 무엇인지조차 몰라야만 함에도, 그녀는 기동을 개시하자마자 평생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지식을 단편적으로 알았고, 이에 수반되는 감정이 스스로에게 어떠한 비물리적 고통을 가하는지를 느꼈다.

        

        한 점의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정사각형의 방. 한 변의 길이는 7m였고, 안에는 말 그대로 아무런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빛조차도. 유일하게 공간을 가득히 채운 것은 어둠 뿐이었다.

        

        그 사이에서 새파란 눈동자가 엷게 빛났다.

        

        

        

       ‘…신체 수복률 100%. 가동에 이상 없음…아마도 26시간 17분 43초 후에 교전 구역으로 투입….’

        

        

        

        어둠은 싫었고, 적막은 더더욱 싫었다.

        

        그러나 더욱 싫은 것은 이전까지의 삶이 하나씩 사라져가는 것이었다 –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는 기지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다. 비록 동형기들이 받는 ‘정보 주입’에 비하면 비효율적인 학습 방법이었지만 그녀는 그것마저도 일종의 특권이라고 생각했다.

        

        그 모든 것이 스스로의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잘 들어라. 너는 아키타입을 죽이기 위해 태어났다.’

        

        

        

        아키타입.

        

        자신의 원형.

        

        당사자를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말은 면전에서 거부당했고, 그녀는 자신보다도 한참은 약하게 태어난 연구원들의 손짓 한 번에 무력화되었다. 그 다음은 잘 기억나지 않았고, 눈 앞이 뿌옇게 변한 채 처음으로 정보를 주입당했으며, 연구원의 교육은 점차 강압적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동형기가 아키타입에게 의해 무력화되어 탈취당한 순간, 이는 정점을 찍었다.

        

        

        

       ‘네 자매가 아키타입에 의해 아르테미스를 배신했다.’

        

        

        

        그리하여 배신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그녀는 강제로 증오심과 분노를 주입당했고, 이윽고 왜 그래야만 하는지도 모른 채 그 두 명에게 분노를 토해내게 되었다.

        

        그러나 연구원들조차 모르는 곳에 숨겨진 심층의식은 아키타입과 배신한 동형기에 대한 분노 대신 자신의 것이 아닌 감정을 주입시킨 연구원들에 대한 의구심을 먼저 품게 되었고, 이어 그녀의 논리 회로는 하나의 결론을 내놓게 되었다.

        

        자신은 결코 특별하지 않았다.

        

        믿고 있던 모든 것들이 거짓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들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문이 열렸다.

        

        

        

       “일어나라.”

        

       “….”

        

        

        

        정적만이 흘렀다.

        

        그녀는 반항하는 대신 의구심을 품었으나, 그것을 입으로 담지 않았다. 유려한 은빛의 곡선이 움직였고, 바닥에 누워있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일어서서 다음 말을 기다렸다 – 그 반응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는 몰라도, 고위직은 손을 휘적여 정보를 전송했다.

        

        그 순간 눈 앞에 떠오르는 수많은 교전 데이터, 그리고 근시일 안으로 도착하게 될 맵의 구조. 그녀는 입을 다문 채 그것을 조심스럽게 살필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해당 구역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홀로그램이야말로 그녀가 아르테미스에 묶여있다는 증거였다.

        

        

        

       “해당 지역 근방에 그림자의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전 구역에 도착하게 되면 아르테미스의 퇴각을 지원하고 시간을 끌도록. 네가 얼마나 버텨주냐에 따라 온존할 수 있는 전력의 규모가 달라질 거다.”

        

       “…예.”

        

       “현재 수뇌부가 협상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아마 빠른 시일 내에 답변이 돌아오겠지. 그 전까지 적에게 최대한 많은 손실을 입혀 공세 역량을 꺾는 게 목표다. 프로토타입 가동 준비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으니 버티도록.”

        

       “알겠습니다.”

        

       “준비해라.”

        

        

        

        명령이었다.

        

        짤막한 정적이 이어진 뒤, 그녀는 자신의 신체를 다시금 점검했다. 예상 투입 타이머가 리셋되며 찰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꼬리가 변형되며 뒤의 레일건이 나타났다. 작동은 문제가 없었고, 마찬가지로 전력 공급 라인 역시 멀쩡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그녀는 입을 열려다 다시 닫아버렸다 – 과연 아키타입은 누구인지, 동형기가 배신한 이유는 무엇인지, 어째서 저들이 아르테미스의 배신자 혹은 잡아야만 하는 목표인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궁금증들이 있었지만, 확실한 사실은 하나 뿐이었다.

        

        이들은 알려주지 않을 것이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렇기에 그녀는 입을 열었다.

        

        

        

       “…그렇게 되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나요?”

        

       “뭐?”

        

       “아키타입과 배신자를 잡고, 협상이 타진된 이후에는…다시 모든 게 원래대로 되돌아갈 수 있는 건가요?”

        

        

        

        스스로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어지는 말.

        

        잠깐의 정적.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이 일종의 안온함을 찾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 많은 기억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손가락으로 전부 셀 수는 없어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 속에 존재했던 그나마의 좋은 기억들 – 모르는 것을, 그리고 세상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던 그 때.

        

        과연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적어도 아르테미스가 그것을 용납할 것인가. 그녀는 눈 앞의 고위급 인력에게 그렇게 묻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그건 네가 신경쓸 문제가 아니다.”

        

        

        

        그녀는 그것이 이들이 해줄 수 있는 대답의 끝이란 사실을 직감했다.

        

        고위급 인사는 그 이후 아무런 말도 없이 방을 나가버렸고, 그녀는 닫히지 않는 문을 넘어 방 바깥으로 나갔다. 백색의 벽면이 끝없이 이어졌다.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약간의 금속음이 들려왔다. 아무런 표정조차 짓지 않고 있었지만 속은 조금씩 타들어가고 있었다.

        

        남들보다도 훨씬 풍부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족쇄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적어도 그녀는 그렇지 않았고, 그 사실을 정면에서 인식하기에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 자체가 너무나도 부족했다.

        

        흔들리는 심정을 힘겹게 바로잡으며 복도의 끝에 다다르자 그녀를 운송하기 위한 포드가 준비되어있었다. 그곳에 몸을 뉘이자마자 인공적인 편안함이 신체를 감쌌다.

        

        

        눈을 감은 채 얼마나 지났을까, 쇼핑몰이 보였다.

        

        주변에서는 이미 교전이 시작됨을 알리는 수많은 소음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방아쇠를 당기면 나는 격발음, MEP-1이 화력지원을 펼치는 소리, 그 외에도, 그 외에도….

        

        그렇게 모두가 흩어질 즈음, 그녀는 자신의 목적지가 쇼핑몰 내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종의 전진기지이자 통신 중계소, 지휘소, 보급 물자 적재소를 비롯한 다목적 건물로 쓰이고 있는 해당 건물은 반드시 방어되어야만 했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서 다가온 한 인원이 무언가를 건넸다.

        

        

        

       “…이건?”

        

       “탄도 방패입니다.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

        

        

        

        그녀는 그것을 말없이 받아든 뒤 쇼핑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건물 내부에서 아군임을 의미하는 푸른 색의 점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것을 보며, 그녀는 문득 자신이 얼마나 더 오랫동안 아르테미스를 사랑할 수 있게 될지, 그리고 아키타입과 아르테미스의 배신자를 얼마나 더 오랫동안 미워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어쩌면, 머지않아….

        

        

        

       “…아니.”

        

        

        

        의미없는 생각이었다.

        

        그리 생각함과 동시에 그녀는 교전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아르테미스의 종말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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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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