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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1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저희가 뭐 한 일이 있나요.”

       “용사님께서 데리고 온 분께서 모든 걸 해결해주시고 가셨는데 말입니다.”

       “이 정도면 주워 먹었다 그러기도 애매하죠.”

       

       지친 와중에도 웃음 짓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파이스는 함께 미소를 지었다.

       

       외신이 만들어낸 마물과 인간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은 대부분 파이스와 과거 전선에서 함께 했던 이들이었다.

       

       그 곳에서 목숨을 걸고 인간을 위해 싸우던 이들이 또 다시 인간을 위해 투쟁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파이스가 지휘권을 얻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한 때 세계를 구했던 이가 찾아와 자신의 말을 들어 달라 이야기하는데 그의 위용을 보았던 이들이 어찌 거부를 하겠는가.

       

       지휘관들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인해 전선을 가득 채우던 마물들을 정리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아니했다.

       

       모든 작업이 끝나고서 찾아 온 휴식의 시간. 긴 투쟁을 이어왔던 병사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유를 축하하고 있었다.

       

       이는 지휘관들도 마찬가지였다.

       

       병사들이 마물 한 마리를 상대할 때에 적어도 열 마리 이상을 붙잡고 상대해야 했던 그들에게 휴식이라는 단어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하루에 한 시간을 쉴까말까 했던 이들은 이미 격식이고 뭐고 다 내던져버린 채 바닥에 널부러진 상태였다.

       

       “그런데 말입니다. 용사님.”

       

       그런 지휘관 중 한 사람이 파이스를 불렀다.

       

       “예?”

       “용사님께서 데려오신 그 분은 대체 뭘 하시는 분이십니까?”

       

       그것은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걸음을 내딛은 것만으로 전황을 뒤집어버린 강자에 대한 호기심.

       

       “맞습니다. 저도 계속 궁금했습니다.”

       “어쩜 그리 강하고 아름다운 분이 있을 수 있는지.”

       “여러 전선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강자들을 마주했습니다만 그런 분은 처음입니다.”

       

       이 곳에 있는 이들은 다들 하나 같이 드높은 실력을 지닌 이들 뿐이다.

       

       자신의 지위로써 높은 자리를 차지한 것이 아니라 전선에서 미친 듯이 투쟁을 반복한 끝에 살아남아 현재의 자리에 도달한 지휘관들의 실력이 어찌 허술하겠는가.

       

       자기들 스스로가 강자이며 그와 동시에 수많은 강자들을 마주했었던 지휘관들이다만 그들로써도 화령이 지닌 무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 그게.”

       

       허나 파이스라 하여 그들의 물음에 답해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화령이라는 사람을 오늘 처음으로 만났단 점에서 파이스와 전선의 지휘관들은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파이스가 말을 더듬는 모습을 보이자 지휘관들이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과연. 대답해선 안 되는 분입니까.”

       “아이고. 이 사람들아. 딱 보면 모르나. 신께서 보내신 사자이시잖은가. 아름답다 못해 감탄밖에 안 나오는 모습을 보면 모르나.”

       “하긴. 도저히 사람이라 볼 수 없는 모습이셨지.”

       “난 너무 아름다워서 감히 다가갈 수도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니까.”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것도 좀 있고!”

       

       몇 년 만에 마주했음에도 어제처럼 정겨운 대화에 파이스가 함께 웃음을 짓던 중 갑자기 저 멀리에서 거대한 기운이 요동치는 게 느껴졌다.

       

       그것을 느낀 건 파이스 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 곳에 있는 모두가 저 먼 곳에서 시작된 압도적인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어둠이 걷혀 간다.”

       

       그들은 보았다. 저 머나먼 곳에서부터 서서히 뒤로 물러서고 있는 어둠을.

       

       그에 따라 점차 드러나는 푸른 색 하늘의 풍경을.

       

       하늘 위를 유유자적하며 돌아다니는 구름을.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태양을.

       

       “하…”

       “지금이 정오였던 것인가.”

       “밤낮을 구분할 수가 있어야지.”

       “대체 얼마 만에 태양을 보는 건지 원.”

       “그럼 이제 자도 되는 건가?”

       “한 낮인데 자긴 뭘 자 이 인간아. 일 해야지.”

       “또?”

       

       화령은 자신이 이야기했던 것을 지켰다.

       

       그녀는 겨우 반나절 만에 이 세계를 구원해보였다.

       

       병사고. 장교고. 지휘관이고. 뭐고 간에 모두가 태양을 재차 마주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그 때에.

       

       갑자기 파이스 옆의 공간에 균열이 생겨나더니 그 너머에서 화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혼이 빠져 있는 백호를 데리고 온 그녀는 어디 동네 마실이라도 다녀온 듯 상쾌한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거. 신이라는 녀석이 약골이더구나. 주먹 한 방을 견디지 못하고 나가떨어질 줄이야.”

       “평범한 주먹이 아니라 차원과 개념을 부수는 권이지 않습니까.”

       “어쨌든 그것도 주먹이잖으냐.”

       

       티격거리는 화령과 백호의 대화를 가만 듣고 있던 파이스는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가 열며 화령에게 물음을 던졌다.

       

       “다 끝난 겁니까?”

       “일단 재기불능의 상태로 만들어두긴 했다. 봉인을 하건 마무리를 하건 그것은 네놈들끼리 알아서 하거라.”

       

       재기 불능의 상태로 만들어 두셨다는 것은 아직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란 말씀이신가.

       

       화령의 이야기를 듣고서 파이스가 자그마한 긴장을 지녔던 그 순간 백호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툭 건드리면 죽을 상태로 만들어두었단 말씀이니 괜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다. 파이스.”

       

       그러니 괜찮을 것이란 백호의 말에 파이스가 슬며시 화령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화령이 한심하다는 듯 파이스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본인에게도 생각이라는 것이 있다. 평범하게 살려두면 어떤 꼴이 날지 뻔한데 최소한의 조치조차 해두지 않았을까.”

       “그…런겁니까?”

       “그래. 내 녀석을 인간보다 못한 쓰레기로 만들어두었으니. 네 녀석이 할 일은 그 놈을 찾아가 마무리를 짓는 것 뿐이니라.”

       

       정 찾아가는 게 두렵다면 같이 가 줄 수도 있다는 화령의 말에 파이스가 고개를 저었다.

       

       무에 있어서 극한에 달한 화령님이 이렇게 말씀하실 정도라면 외신의 상태는 안 봐도 뻔할 테니까.

       

       “저기.”

       

       파이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 때에 지휘관 중 한 사람이 목소리를 냈다.

       

       “무어냐.”

       “무례에 사과드립니다만. 저어. 그러니까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이죠?”

       “그래. 네놈들의 세계는 안전해졌다.”

       

       별 생각 하지 않고 화령이 고개를 주억거린 그 순간 물음을 던졌던 지휘관이 무너지듯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여신님이 이 곳에 현신하신 것인가…”

       

       그를 뒤따르듯 주변에 서 있던 다른 지휘관들마저도 무릎을 꿇는 모습에 파이스가 다급히 그들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지휘관들은 그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구원자에게 감사를 표해야 한단 생각에 매몰되어 파이스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다.

       

       “감사드립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구원자시여!”

       “여신이시여!”

       

       지휘관들이 환호성은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고 점차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장교들이 화답하듯 목소리를 내고. 분위기에 취한 병사들이 소리를 질러댔으니. 이 일대 전체에 머무르는 이들이 화령을 찬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가운데에 서 있는 화령은 가만 그 호들갑을 지켜보다가 품 안에서 곰방대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파이스.”

       “넵!”

       “10초를 주겠다. 이 놈들을 닥치게 만들어라.”

       “…네?”

       

       파이스의 되물음에 화령은 한 쪽 미간을 찌푸리면서 연기를 하늘로 올려보내고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직접 닥치게 만들 것이야.”

       “여러분들!”

       “10…”

       “진정해주세요오오오!”

       

       *

       

       “이 세계의 인간들은 너무 호들갑이 심하다.”

       

       내 곰방대를 입에 문 채로 미간을 찌푸렸더니 파이스와 백호가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본인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했다고 저리 난리를 피우는 것인지 원.”

       

       본인이 한 일이라고는 그저 잡스럽게 생긴 검은 것 하나를 쳐날려 준 것 뿐인데 말이다.

       

       그래. 전선에 있던 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것이야 이해할 수 있다. 몇날며칠 동안 죽음의 앞을 마주하다가 평화를 되찾았다면 호들갑을 떨 수도 있지.

       

       헌데 말이다.

       

       전장에 서 있지 않았던 녀석들은 왜 그리 난리를 피운 것이냐.

       

       심지어 처음 본인을 보았을 때 날 선 태도를 보이던 베니는 본인이 돌아오기 무례를 사죄드린다며 땅에 머리를 박기까지 했다.

       

       그 녀석 공주 아니었느냐?

       

       왜 나름의 지위를 지닌 녀석이 그 난리를 피우는 것인지.

       

       중간에 내 표정을 살피던 파이스와 백호가 저를 가로막지 않았다면 아주 나를 중심으로 축제를 열었을 것이야.

       

       “멸망해가던 세상을 구원하고 태양을 찾아주신 것 아닙니까. 다들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게 정상이지요.”

       “…그거야 그렇다만.”

       “뭣보다 화령님께서는 저런 반응에 익숙하지 않으십니까. 방송을 할 때에 매일 마주하는 게 저런 글귀일 텐데요.”

       

       그거야 그렇지. 본인이 방송을 하면서 무언가 신기한 것을 보여주면 다들 칭찬의 말을 내뱉으니 말이다. 다만.

       

       “글로 보는 것과 목소리로 듣는 것은 느낌이 좀 많이 달라서 말이다.”

       “그런가요?”

       “그래. 옛 생각이 떠오르거든.”

       

       과거 무림에 머무를 때의 기억을 떠올리니 절로 곰방대에 손이 갔다. 그 때의 기억은 떠올리기만 해도 불쾌한 것으로 가득하니 말이다.

       

       “예전이라면. 무림에 계실 때의 이야기인가요?”

       “정확하게는 본인이 복수를 수행하던 시절의 이야기지. 들어서 유쾌할 것은 없는 사연이니 별 신경 쓰지.”

       

       말을 하면서 떠오른 것이다만. 파이스에게 다른 이들이 자신을 신앙하는 풍경을 구경하는 것에 대해 물으려면 필연적으로 이 이야기가 나올 듯 싶구나.

       그래 이렇게 된 거 미리 이야기를 들려주는 편이 낫겠군.

       

       “크흠.”

       

       헛기침을 하는 것으로 시선을 끈 나는 허공에 떠다니는 연기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대들도 아는 사실이다마는 본인은 천마다. 천마신교의 살아 숨쉬는 신이자 수많은 이들의 숭배를 받는 존재지.”

       

       그 꼴을 보기 싫어 중간에 빠져나오긴 했다만 한 때 본인은 신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한 적이 있었다. 본인이 이루고자하는 대업을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하고서 말이다.

       

       “지금으로써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다만 본인은 그 신앙을 나쁘지 않다 생각한 적이 있었다.”

       

       결국 본인도 사람이니 말이다. 다른 이들의 무조건적인 동경과 믿음이란 건 마냥 싫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지.

       

       “한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제물이라며 내게 바치기 전까지는 그랬다.”

       

       내 한 마디에 두 사람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허허. 아직 본론으로 들어가지도 않았거늘 이 정도로 놀라서야 곤란하다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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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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