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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1

   스킬 도둑.

   말 그대로 스킬을 도둑질해야 하는 처지가 된 크라슈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어디인가.

     

   당연하지만 이는 이카루스였다.

   이카루스에는 세계에 내로라하는 수많은 인재가 모여 있다.

     

   당연히 스킬을 지닌 비율 또한 많은 장소 중 하나였다.

     

   신이 현현하며 생기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니 크라슈는 제일 먼저 이카루스를 찾아온 것이다.

     

   ‘이기심이라면 이기심이겠지만.’

     

   크라슈로서도 자기 지인이 신의 현현을 당해 다투는 것만큼은 최대한 피하고 싶다.

   이카루스는 크라슈에게 가장 소중한 지인들이 모인 장소.

     

   이들이야말로 세계를 지켜야 할 이유기도 했다.

     

   [ 각지에 3황녀와 함께 소식은 전해 놨다. ]

     

   크림슨가든을 통해 이야기를 전해 들은 크라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킬을 지닌 이들은 우선으로 이카루스로 모이라고 세계 각지에 전해준 것이다.

     

   신의 현현으로 세계 여기저기가 골치 아픈 상황에 부닥친 마당.

   스킬을 지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감금되어 있어야만 했던 사람들로서는 답답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스킬을 기반하는 강함은 분명 큰 비중을 차지하긴 하지만.’

     

   진짜 강자들은 스킬 그 이전에 본인들만이 지닌 강함이 있다.

   크라슈는, 이 사실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기에 잘 알고 있다.

     

   스킬이 없더라도 그들은 충분히 빛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꽤 많겠는데.”

     

   크라슈는 그리 말하며 이카루스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홀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셨군요.”

     

   제일 먼저 크라슈를 반긴 것은 다름아닌 라크라디온이었다.

     

   마궁성에서의 일 이후 크라슈의 기사가 되고자 했던 라크라디온.

   그녀는 금역 때 합류한 이후 지금도 여전히 이카루스에서 적극 활동 중이었다.

     

   이카루스에서 머물 때는 크라슈의 비서 역할도 종종 했던 만큼 크라슈는 주위를 가볍게 훑었다.

     

   다들 전부 아는 얼굴이다.

   신입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는 하나 크라슈도 리스트는 늘 확인해 왔다.

     

   그런 만큼 크라슈가 짧게 웃음 지어 보였다.

     

   “다들 오랜만에 휴식하니 편하고 좋지?”

     

   평소 대개척 시대를 위해 힘을 쓰고 있는 이카루스의 인원들이다.

   그런 이들이 이렇게 다 모인 것은 금역 이후로는 처음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다들 헛웃음을 짓는 모습이 보였다.

     

   모두가 크라슈를 바라보며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잘 보니 스킬을 지닌 이들은 모두 무기를 빼놓은 상태였다.

     

   혹시나 자신들도 신에게 현현 당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상황이 급한 만큼 긴 설명은 안 할게.”

     

   크라슈는 그들의 중심에 서서 말을 이었다.

     

   “신들의 현현을 막기 위해 나한테 스킬을 줄 수 있을까.”

     

   블라비의 말에 의하면 신들은 세계 침식을 이 세계에 다시금 만연하게 만들 생각이다.

   크라슈는 이를 기필코 막고 싶었다.

     

   그러니 그들의 인생에서 한 부분이라 할 수 있을 스킬이다.

   그것을 달라고 크라슈가 고개 숙여 부탁하자 누군가 크라슈의 앞에 걸어왔다.

     

   “크라슈.”

     

   크라슈는 부름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크라슈가 잘 알고 있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하링 라그렌.

   크라슈의 아내이자 스킬 인비저블은 가진 그녀다.

     

   그녀가 크라슈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내 스킬 가져가 줘.”

     

   크라슈를 바라보는 하링의 눈에는 깊은 믿음이 담겨 있었다.

     

   “하링.”

     

   크라슈는 그녀의 이름을 고마운 듯 부르고는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앞으로 스킬은 영원히 못쓰게 될지도 몰라.”

   “괜찮아. 나는 스킬에만 기대는 삶을 살지 않았으니까.”

     

   하링의 말을 들은 크라슈는 은은한 웃음을 지었다.

     

   크라슈가 블랙 후드를 발동시켰다.

   그러자 손에서 번져간 블랙 후드가 하링의 스킬을 훔쳐 왔다.

     

   하링은 조금 후련해진 얼굴로 손을 쥐었다 폈다.

   그러고는 이내 크라슈를 바라보고는 옅게 미소 지어 웃었다.

     

   “잘 써줘.”

   “물론이지.”

     

   하링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크라슈가 또다시 고된 싸움을 하러 나아갈 것이란 걸 말이다.

     

   그러니 자신이 사용하던 인비저블이 부디 크라슈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하링은 바라였다.

     

   “나 참, 벌써 걱정이 태산인데. 뭘 그렇게 행복하게 떠들고 있어.”

     

   그러는 순간 하링의 옆에 또 다른 인물이 나타났다.

   아스트리아 스티그마 프리만.

     

   전 성녀로 활동하던 그녀는 크라슈를 바라보며 짧게 숨을 내쉬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웬만하면 당신한테 스킬을 안넘기고 싶어.”

     

   아스트리아의 스킬은 세 개.

   그러한 스킬들 모두가 치유와 관련된 것들이다.

     

   크라슈는 아스트리아가 왜 이런 언짢은 반응을 보이는지 잘 알았다.

     

   “나 없으면 이제 당신을 누가 치료해 줘.”

     

   아스트리아의 치유 능력은 스킬에 기반한 것들이 많다.

   그러니 그녀는 혹여나 크라슈가 또 잘못 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스트리아, 네 치유 능력은 스킬이 전부가 아니잖아.”

     

   하지만 아스트리아도 괜히 성녀라 불리는 게 아니다.

   그녀는 스킬이 없더라도 일반 사제들과는 차원이 다른 회복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전같이 크라슈를 순식간에 완치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녀가 있는 것만으로 크라슈는 전장에서 상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었다.

     

   아스트리아의 눈에는 여전히 걱정이 담겨 있었지만, 그녀는 손을 들어 올렸다.

   크라슈는 그 손을 이내 맞잡았다.

     

   그리고 블랙 후드가 발동됐다.

   아스트리아가 지닌 치유계 스킬 3개가 곧장 크라슈를 통해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스트리아가 그동안 써와서 그럴까, 어째선가 굉장히 따스한 느낌이 드는 스킬들이었다.

     

   “잘했어요.”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비앙카가 아스트리아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정말 잘한 짓인지는 모르겠는데.”

     

   아스트리아는 아직도 크라슈의 미래가 걱정되는 눈으로 보다가 이내 편지를 한 장 꺼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스킬의 응용 방법이야. 당신이 쓸 수 있다면 써.”

     

   이런 거까지 준비했었나.

     

   “고맙다.”

     

   크라슈는 감사 인사를 전하며 편지를 잘 받아 두었다.

   그렇게 두 아내를 필두로 스킬을 지닌 이들이 저마다 크라슈의 앞에 섰다.

     

   “잘 부탁드립니다. 단장님.”

   “하하, 살다 살다 내가 스킬을 넘겨주는 날이 올 줄이야.”

   “좋은 데에 써주세요. 정들었거든요.”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카루스 단원들의 여러 말들이 크라슈의 귀에 스쳐 지나갔다.

   그들에게 있어 스킬은 삶의 일부분이었으니까.

     

   그들은 그러한 일부분을 기꺼이 크라슈에게 넘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크라슈는 그들에게 돌아가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과거의 자신은 알았을까.

   조건을 충족시켜 스킬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직접 양도 받게 되는 날아 오게 될 거라고 말이다.

     

   “단장님, 단원중에도 신의 현현을 겪은 이들이 있습니다.”

     

   단원 한 명이 스킬을 건네며 크라슈에게 고개를 숙였다.

   대개척 시대를 위해 세계 방방곡곡으로 보내진 이카루스의 단원들이다.

     

   그들 중에도 결국 신의 현현을 당하며 신에게 몸을 빼앗긴 이들이 있었다.

     

   “그들을 구해주셨으면 합니다.”

   “너와 같은 팀 동료면 나한테도 동료야.”

     

   같은 이카루스의 울타리 안에 있던 사람이다.

   크라슈는 이에 관해 당연히 책임감을 지고 있다.

     

   “기필코 모두 구해낼게.”

     

   크라슈의 확답을 듣고, 단원의 얼굴이 겨우 밝아졌다.

     

   이카루스의 단장이자 천상사강 용황인 크라슈다.

   그의 확답에는 믿음이란 큰 힘이 담겨 있었다.

     

   어느새인가 줄이 거의 줄었다.

   그러던 크라슈는 오랜만에 보는 얼굴 한 명과 마주했다.

     

   “아닉스.”

     

   목궁, 아닉스 그라이자.

   별의 모임 때부터 이어져 온 악연이자 이제는 라헬른 아카데미 동기라 할 수 있는 그.

     

   그의 옆에는 스타론의 삼별이라 불리던 발락 호그마와 엘핀 에밀리아도 함께 있었다.

     

   보아하니 크라슈의 소식을 듣고, 바로 먼저 온 모양이다.

   이카루스는 스타론의 영지와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있었으니 말이다.

     

   “악연들이네.”

   “악연이라니. 너무한걸.”

     

   아닉스가 브라운색의 머리카락을 넘기며 짧게 웃었다.

   여유로운 척하는 저 면상은 참으로 한결같았다.

     

   “누님한테 고백하고 차이더니 잘도 틀어박히지 않고, 살아 있었네.”

     

   아닉스는 과거, 샬롯을 향해 마음을 품고 있었다.

     

   회귀 전에는 이에 따라 결국 스스로 잡아 먹히며 망가지고만 아닉스였으나.

   지금의 아닉스에게는 후련함이 남아 있을 뿐, 질투와 후회는 없어 보였다.

     

   “시원하게 차였지. 샬롯다웠어.”

   “도전해 본 자는 아름답다는데. 내 눈에는 네가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네.”

   “크라슈, 너에게만 그렇게 보이는 거야.”

     

   이제는 서로 농담을 나눌 수 있을 만큼 크라슈와 아닉스의 사이는 꽤 좋아졌다.

   시간이 흐르며 크라슈도 회귀 전,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점차 멀어진 덕분도 있었다.

     

   조금씩 회귀의 기억도 이런 식으로 잊혀 가겠지.

   언젠가 완전히 그 시절을 잊어버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회귀를 떠올려도 되지 않는 괜찮은 세상.

   이는 크라슈가 원하는 세상이기도 했다.

     

   “우리 가문에 내려오는 중요한 스킬이었지만.”

     

   아닉스가 손을 내밀었다.

   크라슈는 그 손을 콱하니 받아줬다.

     

   “잘 받아 가줘.”

   “아주 너보다도 더 쏙쏙 써먹어 줄 테니까. 기대해라.”

   “그건 정말 기대되네.”

     

   피식 웃은 아슬란을 보며 크라슈는 그에게서 스킬을 받아왔다.

   뒤이어 엘핀 또한 크라슈에게 스킬을 넘겨줬다.

     

   이로써 이카루스에 모인 이들의 스킬은 전부 받아냈다.

   앞으로 이카루스를 찾아올 인원들을 생각한다면 아직 받아야 할 스킬이 많겠지.

     

   그러나 크라슈는 벌써 자기 몸에 차오르고 있는 신기를 느꼈다.

   응용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스킬을 전부 태운 결과 그것들이 전부 신기로 치환된 결과였다.

     

   ‘어쩌면.’

     

   크라슈는 아벨라와 맞서던 때를 떠올리며 주먹을 쥐었다.

   그때보다도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는 신들에게 대항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 되어줄 것이 분명했다.

     

   [ 크라슈, 일이 터졌다. ]

     

   그러는 순간 크라슈의 귀에 크림슨가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검왕. ]

     

   크라슈는 크림슨가든이 입에 올린 인물을 깨닫고, 눈을 크게 떴다.

     

   [ 그가 신의 현현을 당했다. ]

     

   천하십강, 검왕 라이 발하임.

   천하십강에서도 신의 현현에 당한 이가 나타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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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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