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12

        

       어딜 가나 오지랖 많은 사람은 있는 법이다.

         

       용병 역시 그러했다.

         

       『 고삐 풀린 것처럼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이들이 보일 겁니다. 얼핏 그들이 자유롭게 느껴지더라도 절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죽어서는 신의 앞에서 심판받고 가장 깊숙한 땅속에서 심판의 날까지 불타오를 것이고, 살아서는 원한을 가진 이들이나 동료의 손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될 테니까요. 아, 제가 뭐 믿는 종교가 있어서 이렇게 말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그래도 범죄 저지르기 전에 한 번은 망설이더군요. 』

         

       『 이 용병이라는 존재는 소모품이고, 사냥개고, 쓰레기통입니다. 주술사인 당신은 조금 나을지도 모르겠지만…그래도 낮은 곳에 있는,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하찮은 존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요. 그리고 이런 곳까지 흘러오는 이들에게는 하나같이 다 사연이 있는 법이죠. 그러니 대화할 때 조심하세요. 이 천한 직업을 선택한 이들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도록. 』

         

       그의 추억 속의 인물.

         

       그가 막 용병 생활을 시작했을 때 만나게 된 사람.

         

       그는 인도 육군의 간부 출신이었다.

       군대에서 배워온 것을 거름으로 삼아 팀장의 위치에 올라간, 팀 하나를 이끌고 위험한 곳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닌 베테랑이기도 했다.

         

       그는 베테랑답지 않게 사람에게 정을 잘 주는 사람이었고, 신입에게도 하나하나 신경을 쓰는 사람이었다.

         

       세간의 분류로, 호인(好人)에 속하는 이였다.

         

       『 주술을 수집하기 위해서 용병이 되었다고 했지요?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적어도 저는 용병만큼 미신에 민감한 사람들을 본 적이 없거든요. 인도에서 지낼 때도, 미국에서 지낼 때도 말입니다. 』

         

       『 생각 같아서는 제가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제가 종교 쪽은 그리 좋아하질 않아요. 힌두교, 시크교, 이슬람교, 불교…저는 전부 싫어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나마 미국에서 지내면서 기독교를 접해서 그쪽은 조금 믿는 편이기는 한데…. 뭐 그것도 진심으로 믿는다기보다는, 그냥 미국인과 섞이기 위해서 믿는 척을 한 것에 가까워서요. 그러니 그쪽에 관해서는 제가 해드릴 이야기가 없겠네요. 』

         

       팀장은 특이한 인간이었다.

         

       그는 종교가 일상생활에 깊게 들어가 있는 인도와 미국에서 지냈음에도 종교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종교에 약간의 혐오감을 가지기는 했을 뿐, 종교를 그냥 ‘종교’ 그 자체로만 받아들이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무신론자도 아니고, 유신론자도 아니었다.

       그냥 ‘종교’로만 여기고만 있었다.

         

       종교에 대해 배타적이지도 않았고, 미신에 대해 배타적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심취하지도 않았다.

         

       중립.

         

       그는 중립에 가까운 인간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태도는 곧 어떤 종교관을 가진 인간도 품을 수 있는 포용력으로 발전하였고, 그가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 제가 어릴 적 본 주술사는 선행을 베풀기는 하지만 냉혹한 구석이 있었어요. 도움을 주면 반드시 그 대가를 받았고, 누군가가 질문을 하면 그 대가로 돈을 받았죠. 하지만 그는 원한을 살 일을 행하지는 않았어요. 이것이 자신의 규칙이라고 했습니다. 당신도 자신만의 규칙이 있나요? 』

         

       게다가 그는 호기심도 넘쳐나는 인간이었다.

         

       학자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아니, 실제로 그는 학자에 가까운 인간이었다.

       손에 총을 들고 사람을 쏴 죽이는 것보다는, 학문을 탐구하고 호기심이 가는 것을 연구하는 것에 더 걸맞은 인간이었다.

         

       그것이 바로 그의 천성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천성을 억누른 채 총을 들고, 피를 보고 다니고 있었다.

         

       그 이유는…그가 했던 말처럼, 이런 곳으로 흘러들어올 만한 사연이 있었으리라.

         

       그렇게 그는 천성을 억누르고, 선을 지켜가며, 그렇게 싸우고 또 싸웠다.

         

       그리고 죽었다.

         

       사인은 민간인 사이에 섞여 있던 테러리스트의 자폭 공격에 의한 폭사(爆死)였다.

         

       그때 진성은 그 죽음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그 많은 것이 어떤지는…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

         

       다만 그는 팀장이 평소에 하고 다녔던 말이 틀린 것이 아니었음을 알고 있었고, 그가 행한 행동 역시 잘못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음이라.

         

       그런데도 팀장이 죽은 것은 어째서인가.

         

       진성은 그 순간 자신과 타인, 우연과 필연, 지켜야 할 선과 그 업에 대해 무언가를 깨달았다.

       아주 흐릿한 깨달음이었으며, 말로는 차마 구체화 시킬 수 없는 그런 깨달음이었다.

         

       ‘그 사람도 아직 살아있겠군.’

         

       진성은 과거로 돌아왔다.

         

       그렇게 뒤틀린 시간 속에서 보았던 죽음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이었고, 이제는 그의 기억 속에만 남은 것이리라.

         

       또한, 그 팀장과의 관계 역시 시간 속에 파묻혀버린 것이라.

         

       다만 그의 기억 속에 그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으니 그것은 헛된 것이 아니요, 없었던 것도 아닌지라.

         

       진성은 그저 추억 속에서만 남은 팀장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그래도 그 사람 만나도 욕은 얻어먹진 않겠구나.’

         

       진성은 산 자와 죽은 자를 스윽 훑어보았다.

         

       죽은 자는 전사.

       산 자는 민간인.

         

       뭐…. 보기 나쁜 광경은 아니었다.

         

         

         

        * * *

         

         

         

       대한민국 정부는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 일본 해상 자위대 구축함 출항.

        – 독도에 좌초, 독도경비대 공격.

        – 독도경비대 사망자 발생.

        – 생존자는 정신적 충격이 있어 보이나 약간의 타박상 외의 부상은 없음.

         

       21세기, 세계 전체가 긴밀하게 엮인 현대에서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구축함 출항 후 독도 공격이라니?

         

       이 무슨 미친 짓거리란 말인가?

         

       “지금이 무슨, 어? 제국주의 시대야?!”

         

       다짜고짜 배를 출항시켜서 남의 영토를 공격하는 미친 짓이라니.

       이건 정말 제국주의가 아니라면 상상도 못 할 짓거리다.

       강력한 폭력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믿는, 그 야만스러운 시대가 아니라면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란 말이다!

         

       그런데 그 상상조차 하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지금!

       이웃 나라의 손에 의해서!

         

        – 독도에 악귀들 다수 출현.

        – 일본이 모종의 주술적 수단을 써서 끌어온 것으로 추정.

        – 독도경비대 중 사망한 인원은 이 악귀들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이 미친 새끼들…. 귀신을 쓰고 앉았어…!”

         

       게다가 그 방법 또한 음험하기 짝이 없다.

         

       구축함을 끌고 왔으면 병사를 이용해서 공격해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굳이 귀신을 풀어놔서 사람을 죽였다.

         

       그 이유는 안 봐도 뻔하다.

         

       자기네가 한 짓이 아니라, 옛 북한 지역에서 흘러온 귀신이 죽였다고 주장할 셈이겠지.

         

       그렇게 뻔뻔하게 주장할 일본을 생각하니, 속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이다.

         

       ‘후우….’

         

       그나마 그 뒤틀린 속을 치유하는 내용도 있기는 했다.

         

        – 해상자위대 구축함 내 생명 반응 없음. 투시 결과 멀쩡한 시체가 없는 것으로 보아 악귀들에게 당한 것으로 추정됨.

         

       주술에 문제가 생긴 건지, 아니면 병신같은 짓거리를 해서 악귀 관리에 실패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 일본군 녀석들이 전부 악귀에게 찢겨 죽었다는 것.

         

       하지만…. 속이 조금 풀리기는 하지만, 이게 또 마냥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저 일본 녀석들이 자기네 해상자위대원들이 죽은 것을 들먹이면서 『 봐라. 우리가 악귀를 끌어들였다면 우리 자위대원들이 이렇게 몰살당할 일도 없지 않으냐. 』 라고 주장할 것이 뻔했다.

         

       아니, 차라리 거기서 끝나면 다행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서….

         

       『 사실 이건 한국의 탓이다. 북한 관리를 똑바로 하지 못해서 귀신들이 일본해로 흘러 들어갔고, 일본 바다를 지키던 해상자위대가 귀신의 습격을 받아서 몰살당한 것이 아니냐. 우리 배가 독도에 좌초된 것 역시 귀신의 소행 때문에 생긴 재앙이니, 이건 전부 한국의 관리 소홀 탓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렇게 질타를 받을 것이 아니라, 도리어 한국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 마땅하다! 』

         

       …라고 주장한다면, 정말 분노에 눈이 뒤집혀버리리라.

         

       “이 미친 새끼들….”

         

       정부는 이 참담한 상황에 일본에 강력한 비난을 퍼부으려 했으며, 군사를 움직여 일본에 압박을 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정부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 독도에서 벌어진 참극. 이북 지방의 귀신 리스크인가, 인재인가? 』

         

       『 독도의 진실. 한국 정부의 남 탓? 』

         

       “정부는 어째서 평화를 깨려고 하는가!”

         

       “이웃 국가와의 긴장감은 경제 침체로 이어지는 것이다!”

         

       “전쟁? NO! 우리는 반전을, 평화를 원한다!”

         

       언론과 시민단체들이었다.

         

       언론은 독도에 관한 일을 자세하게 보도했고, 그 보도가 터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온 시민단체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광화문에 모였다.

       짧은 시간에 만들었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그럴듯한 피켓과 현수막으로 무장한 채 말이다.

         

       “…이, 빌어먹을 인간들이…!”

         

       그런데 여기에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 있었다.

         

       독도에서 일어난 일은 정부에서 철저하게 숨기고 있었으며, 일본에 무력 시위하기 위해 군사를 움직인다는 것 역시 고위 공무원들이나 아는 ‘극비’에 속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저 언론과 시민단체는 그런 사실을 도대체 어디서 알아냈는지, 갑자기 기다렸다는 듯 일사불란하게 광화문 앞에 모여 외쳤다.

         

       일본과 전쟁을 벌여선 안 된다고 말이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도대체 저 언론사와 시민단체는 그 정보를 어디서 얻었으며, 그 정보를 얻자마자 어떻게 저렇게 철저하게 준비하고 모였단 말인가?

       고성능의 위성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선명하기 짝이 없는 자료 사진까지 구해서 말이다!

         

       “친일파 놈들은 어디에나 있다고 하더니, 빌어먹을….”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