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412

       과거 한창 본인이 복수를 위해 움직이던 시절의 일이다.

       

       그 때의 본인은 어머님을 욕보인 녀석들에게, 그리고 나의 목숨을 빼앗으려 들었던 녀석들에게, 본인의 은인을 죽였던 놈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겠노라는 생각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를 위해서라면 무어라도 하고 다녔지.

       

       무고한 일반인들을 학살하고. 몇 개의 문파를 내 손으로 멸망시키고. 그를 통해 얻은 악명으로 몇몇 문파를 협박해 다른 문파와 싸우게 만들고.

       

       허나 이런 나의 노력은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결국 당시의 본인은 개인에 불과했다.

       

       천마신공이라는 절기를 다루고. 화경의 경지에 완숙했으며. 수많은 고수를 상대하면서 경험을 쌓았더라도. 결국에 개인은 개인.

       

       무림맹이라는 거대한 집단을 상대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쯤이었을 것이다. 과거 천마신교 장로의 아들이었던 자가 나를 찾아온 것은 말이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소천마시여.”

       

       본인은 녀석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아직 천마신교가 무림맹의 손에 멸망하기 이전에는 수련을 할 때마다 함께 했던 사이였으니 말이다.

       

       다만 친하지는 않았다. 천마신교의 수련생이라는 것은 언제라도 서로가 서로를 죽일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자들이었으니 친해질 래야 친해질 수가 없었지.

       

       물론 개 중에는 죽어야 된다면 너에게 죽을래!를 외치는 미치광이들도 존재했으나 적어도 본인은 그 속에 속하지 않았다.

       

       현대인으로서의 감성이 남아있었던 본인에게 그러한 말들은 정신 나간 소리로밖에 여겨지지 못했으니까.

       

       뭐어. 어쨌든 간에. 본인은 녀석의 접근을 허락했다.

       

       당시 본인은 천마신교라는 집단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처럼 꼴도 보기 싫어하는 수준은 아니었고.

       

       외톨이로 너무도 오랜 시간을 보낸 나머지 사람의 온기가 그립기도 했으니.

       

       나를 증오하는 이들만을 만나다 과거에 얼굴을 알고 지내던 이를 만나니 얼마나 반갑던지.

       

       “제가 소천마님을 뵙고자 한 이유는 소천마님께 전해드려야 할 소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식이라 함은?”

       “다시금 자리 잡고 있는 신교의 현황에 대해서입니다.”

       

       무림맹의 습격으로 신교가 불에 타오르던 당시. 많은 이들의 피가 대지 아래로 스며들었으나 모두가 대지의 양분이 된 것은 아니었다.

       

       생존자들은 저 마다의 사연을 가지고서 당시의 참상에서 빠져나와 목숨을 부지했고 그 날로부터 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에 죽은 줄 알았던 본인의 이름이 무림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화산에 피바람을 만들어낸 것으로 시작해 수많은 무림맹의 문파를 본인 아래에 굴복시키고 여러 고수들의 멱을 딴 본인의 이름은 무림의 벽지까지 퍼져나갈 정도로 유명해졌으니.

       

       각지에 숨어있던 천마신교의 생존자들 또한 본인의 활약을 들을 수가 있었다.

       

       그들은 생각했다. 지금이야말로 복수의 기회라고. 잃어버렸던 모든 것을 되찾을 날이 찾아왔다고.

       

       “한 장로님께서 기점이 되어 신도들을 모아주신 덕분에 천마신교의 옛 부지에는 많은 이들이 결집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냐.”

       “소천마시여. 신교의 신이 되어 당신을 믿고 따르는 신도들을 이끌어 주시옵소서. 부디 당신의 대업에 저희들을 동참시켜 주시옵소서.”

       

       그 제안은 당시의 본인에게 상당히 매혹적인 제안이었다. 안 그래도 개인으로서의 한계를 애써 부정하고 있던 본인이다.

       

       본인의 말이라면 무어라도 듣고 따를 준비되어 있는 군대가 생긴다는 것인데 어찌 구미가 당기지 않을까.

       

       한 사람의 인간에 불과한 본인이 신교의 신으로 군림해야 한단 사실이 마음에 걸리긴 했다만 그것도 오래가진 않았다.

       

       나를 설득하러 온 녀석은 내 마음 속을 읽기라도 하는 듯 내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들을 하나하나 짚어주었고 그리고는 거기에 대한 해답까지 내놓았으니까.

       

       “당신께서는 그저 군림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럼 남은 모든 일들은 당신의 신도들을 해결을 해보일 테니 말입니다.”

       

       내 말 한 마디면 세력이 생긴다는 녀석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녀석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채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상당한 규모의 군세가 무림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오오오!”

       “천마께서 재림하셨다!”

       “천마께서 이 대지에 재림하셨어!”

       

       신교의 군세는 본인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황송해하는 미치광이들의 모임이었다.

       

       본인이 말 한 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온갖 호들갑을 떨어대고. 본인이 칭찬의 말을 할 때면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감사를 표하면 황송해하다 못해 혼절을 하는 놈들을 미치광이가 아니라면 무어라 이야기해야 할까.

       

       다만 부담스러운 것과는 별개로 놈들은 분명 본인에게 도움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신교의 무공을 오랫동안 수행해온 이들인지라 일정 이상의 강함을 지녔고.

       

       본인의 말 한 마디면 사지로 나아가라는 명령도 기꺼이 수행할 정도로 충직했으며.

       

       거기에 더해 본인의 부족함을 채워줄 지혜로운 이들도 여럿이 존재했으니.

       

       무림맹을 향한 복수가 점차 가속화되어가는 것을 느끼며 본인은 점점 신도들을 거느리는 것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솔직히 말을 하자면. 그 때 당시 본인은 그걸 어느 정도 즐기기도 했다.

       

       생각해보라. 평생 동안 고난과 고생을 겪었고, 죽을 위기를 수도 없이 넘겼으며, 칭찬보다 욕지거리를 듣는 일이 잦았고, 인사 대신에 살수가 날아드는 것이 일상이었던 본인이 처음으로 본인에게 호의적인 자들을 마주한 것이다.

       

       어찌 그들의 호의에 기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들이 다소 정상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고. 또한 그들이 날 모시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본인은 본인을 모시는 신도들을 나쁘지 않게 여겼다.

       

       그 날이 찾아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구나.

       

       그 날은 분명 어느 화창한 날이었다. 무림맹의 본관이 있는 도시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 않았기에 다들 활기가 넘치던 날.

       

       모든 것이 끝나면 무엇부터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날.

       

       얼마 전 신교의 재결집에 놀라 관무불가침이라는 규율조차 잊어버린 채 쳐들어온 관군을 본인이 혼자 섬멸한 일을 가지고서 아직도 대단하다 떠들어대는 놈들의 입을 강제로 닫게 만들던.

       

       어느 평범한 날에.

       

       기분전환을 할 겸 가벼운 마음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본인에게 한 여자가 찾아왔다.

       

       나는 그녀를 알고 있었다. 신교의 무리에서 제대로 된 요리를 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으니까.

       

       심지어 본인은 그녀의 아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다소 열정이 과한 구석이 있긴 하다만 뛰어난 무재를 지닌 아이이기에 눈 여겨 보았으니.

       

       “천마시여! 잠시 실례를 끼치는 걸 허락받아도 되겠습니까?”

       “상관없다. 보시다시피 본인은 여유로우니 말이다.”

       “그 관대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감히 천마께 실례를 끼친 까닭은 이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녀가 나에게 내민 것은 자그마한 환단이었다.

       

       상당한 양의 내기를 품고 있는. 어느 거대 문파에 가더라도 귀한 취급을 받을 환단 말이다.

       

       “이런 귀한 것을 어디에서 구했는가?”

       

       이런 것이 본래 있었다면 진즉에 건넸을 터이니 최근에 구한 것일 텐데.

       

       최근에 이런 귀한 것을 구할 순간이 존재했던가? 본인이 기억하기에는 없었다만.

       

       그런 생각을 하던 본인은 문득 기이한 점을 발견했다.

       

       환단의 안에 들어 있는 내기가 너무도 익숙한 종류였던 것이다.

       

       “…혹여나 하여 묻는다마는. 그대의 아들은 어디에 있는가?”

       

       등골을 스치고서 지나가는 섬뜩한 느낌에 본인은 아닐 것이라 생각을 하면서도 물음을 던졌다.

       

       입 밖으로 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어서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랬더니 여자는 여느 때처럼 환한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답을 해주었다.

       

       “지금쯤 잘 쉬고 있을 것입니다.”

       

       여자의 말은 옳았다. 그녀의 아들은 아주 기나긴 휴식을 취하게 된 상태였으니까.

       

       영원히 깨어날 수 없다는 점을 제외한다며 그 휴식은 무척이나 편안할 터이겠지.

       

       모든 진상을 알게 된 본인은 당연히 기겁을 했다.

       

       자신의 아들을 죽여 만들어낸 환단을 바친다니?!

       

       정상적인 인간의 사고로는 불가능한 것이었기에 본인은 누군가가 이를 명령하지 않았는가를 의심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말이 안 되는 일이지 않은가.

       

       허나 놀랍게도. 여자에게 이런 일을 명령한 사람은 어디에도 존재치 아니했다.

       

       그녀의 동기는 순수했다.

       

       “얼마 후면 거대한 전쟁이 펼쳐질 테니까요. 그 때에 천마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했습니다.”

       

       아들과의 갈등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누군가의 협박이나 사주를 받은 것도 아니다.

       

       그녀는 그저 나의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아들을 죽였다.

       

       “아들도 천마님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며 기뻐했었습니다. 그러니 부디 그 환단을 사용해 주시지요.”

       

       그 미친 짓을 저지르고도 웃으면서 내게 이야기를 건넸다.

       

       만약.

       

       이 일이 거기에서 끝났더라면. 그녀 개인의 일탈로써 끝났더라면. 본인은 신자들을 그리 혐오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허나 모든 일이 끝난 후에 생각하는 만약이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니.

       

       본인에게 충격을 가져다주었던 이 사건은 신도 개인의 자그마한 일탈이 아닌, 신교의 광신자라면 누구나 할 법한 행동에 불과했다.

       

       내가 이를 알게 된 것은 이 사건에 대해서 알게 된 다른 신도들의 반응 때문이었다.

       

       “훌륭한 일입니다. 역시 오래 전부터 신교에 머물러 온 신도답군요.”

       “혼자서 벌이지 않고 적절한 절차를 따랐으면 좋았을 텐데요.”

       “조금 뒤에 커다란 결전이 있을 예정이니 천마께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이를 모아보는 건 어떨까요?”

       “실로 좋은 일입니다.”

       

       그들은 여자의 행동을 조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제멋대로 행동을 한 것은 잘못되었지만 그 생각이나 행동 자체는 지극히 옳다고 보았다.

       

       그 뿐일까?

       

       놈들은 또 다른 제물이 되고자 하는 이들을 찾아보자며 목소리를 드높였고. 그 미친 제안이 내밀어지기 무섭게 여러 사람들이 손을 들어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노라고 나섰다.

       

       그 때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평생 떼어낼 수 없을 광신을 인식하게 되었던 것은.

       

       광신이라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던 것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