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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2

   천하십강.

   검성, 라이 발하임.

     

   크라슈의 친형이자 발하임 가문의 부가주.

   그가 신의 현현에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크라슈는 그것이 거짓말인 줄 알았다.

     

   그러나 발하임에 직접 도착했을 때.

   크라슈는 자기 눈에 비춘 광경을 보고, 숨을 당겨 쉬었다.

     

   발하임은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스타론은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최강의 가문이라 자주 일컫던 발하임이다.

     

   그런 발하임이 이 세상에서 지워지기라도 한 듯 박살이 나 있었다.

     

   여기저기 무너진 건물과 거대한 검상.

   기사 중에서도 목숨을 잃은 이들이 더러 있을 지경이다.

     

   ‘이런 광경은 회귀 전 말고는 볼 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발하임이라도 내부의 적은 예상하지 못했겠지.

   특히, 부가주가 그럴 것이라고는 더더욱.

     

   불어온 바람이 황량하게 변한 발하임을 쓸고 지나갔다.

     

   저 멀리 부상 입은 기사단원들이 치료받는 게 보인다.

   그런 기사단의 옆, 천막.

     

   익숙한 얼굴이 하나 보였다.

   직속 호위인 발키리의 사이에 앉아 있는 여성.

     

   이 상황에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그녀는 크라슈의 어머니인 아리아 발하임이었다.

     

   아리아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걸 본 크라슈는 오히려 눈을 콱 찌푸렸다.

     

   어머니는 여전히 함께하고 싶은 족속이 아니었다.

     

   “크라슈, 왔니.”

     

   그러던 중 부름을 듣고, 크라슈가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팔 쪽에 붕대를 두르고 있는 검푸른 머리칼의 여성이 서 있었다.

     

   릴리쉬 발하임.

   크라슈의 큰누나였다.

     

   당시, 발하임에 있던 것은 릴리쉬와 몇몇 기사단장들, 장로들이다.

     

   다른 기사단장과 발하임의 수호검은 모두 신들이 현현한 곳을 막고자 지원을 가 있었다.

     

   라이와 릴리쉬는 스킬을 가진 이들이다.

   혹시나를 대비해 본가에 머물던 것이 이 사달이 나고 말았다.

     

   “누님, 아버지는요.”

     

   검황도 신들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는 건 크라슈도 들었다.

   천상사강인 그가 이 상황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게.”

     

   릴리쉬가 조금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고는 아주 짧게 숨을 내쉬더니 크라슈에게 말했다.

     

   “크라슈, 네가 오고 있으니 안 오시겠다고.”

     

   그게 무슨 말이람.

   크라슈가 헛웃음을 흘렸다.

     

   오히려 아버지답다면 아버지다웠다.

     

   ‘그사이에 내 소식을 듣고 있으셨나.’

     

   힘을 되찾기 시작했단 걸 전해 들은 거겠지.

     

   확실히 그 소식을 들었다면 천상사강이 둘이나 이곳에 오는 건 낭비긴 했다.

   구태여 과한 전력을 쓸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크라슈, 지금이라도.”

     

   릴리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하였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크라슈가 힘을 되찾았다는 사실을 몰랐다.

     

   “괜찮습니다. 누님, 완전히 옛날만큼은 아니어도 힘을 꽤 찾았거든요.”

     

   이카루스에서 수많은 스킬들을 받으며 무장한 크라슈다.

     

   사용하기 까다롭다고 판단한 스킬은 전부 녹여 신기로 치환 시켜놓은 만큼.

   크라슈의 전력은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전성기에 근접하고 있었다.

     

   그런 크라슈의 말을 들은 릴리쉬는 크라슈의 어깨를 툭 하니 쳤다.

     

   “그렇다 한들 위험한 건 마찬가지다. 한 명이라도 더 있는 게 낫지. 널 혼자 보내고 싶지 않은 거야.”

     

   릴리쉬가 순순히 걱정해서 한 말이었단 걸 깨달은 크라슈가 옅게 미소 지었다.

   가족의 정을 깨닫게 해준 릴리쉬에게는 늘 고마운 크라슈였다.

     

   “누님, 걱정하지 마세요.”

     

   크라슈는 그리 말하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보아하니 저 혼자 가지는 않을 거 같거든요.”

     

   릴리쉬가 크라슈를 따라 돌아본 자리에는 한 여성이 걸어오고 있었다.

   둘과 같은 검푸른 긴 머리카락이 바람을 따라 일렁였다.

     

   크라슈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며 특유의 미소가 그려졌다.

     

   이제는 천하십강에 오른 이.

   무왕(武王), 샬롯 발하임.

     

   그녀가 그곳에 나타났다.

     

   “언니, 막내, 오랜만이네.”

     

   위풍당당하게 걸어온 샬롯이 짧은 인사말을 전했다.

     

   “샬롯.”

     

   릴리쉬의 얼굴에도 반가움이 서렸다.

     

   크라슈에 비해 샬롯과는 그리 사이가 깊어지지 못한 릴리쉬지만.

   그녀 또한 동생임은 다르지 않았다.

     

   크라슈는 그런 샬롯을 물끄러미 보다가 말을 전했다.

     

   “누님, 검과 산다더니 결혼할 사람이 생겼다면서요?”

     

   평생을 검과 살 거라던 샬롯.

   그녀가 결혼할 상대가 생겼다는 소식은 세계 여기저기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과연, 그 샬롯을 꼬드긴 남자가 대체 누구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샬롯은 크라슈의 말을 들으며 짧게 웃음을 흘렸다.

     

   “기쁜걸. 우리 막내, 누나한테 관심이 많았구나?”

   “관심이 없어도 여기저기서 이야기가 워낙 많이 들려오니 말이죠.”

     

   안들을 래야 안 들을 수가 없다.

     

   “결혼식에는 불러주렴.”

     

   릴리쉬의 말에 샬롯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응을 보아하니 조만간 결혼식을 올릴 생각인 모양이다.

     

   ‘하여튼 대단한 놈.’

     

   이번 회차에도 샬롯을 꼬셔내다니.

   한결같다면 한결같았다.

     

   “크라슈, 샬롯.”

     

   그 순간 크라슈는 들려온 목소리를 따라 얼굴을 확 찌푸렸다.

   왜냐하면 그 목소리의 정체는 다름 아닌 그의 어머니 아리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리아는 크라슈의 찌푸린 얼굴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릴리쉬, 잠깐 자리를 비켜주겠니?”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릴리쉬까지 자리를 물리려 하였다.

     

   “뭐 하는 짓입니까?”

     

   이를 보고, 크라슈라 날 선 목소리로 말하자 릴리쉬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이야기 나누세요. 어머님.”

     

   릴리쉬는 기꺼이 대화를 위해 자리를 비켜줬다.

   그것이 굉장히 못마땅한 크라슈가 아리아를 노려보자, 그녀는 눈웃음을 지었다.

     

   “아들, 어머니에게 향하는 눈치고는 너무하는구나.”

   “그럼, 다행입니다. 어머니에게 향할 눈은 아니긴 하니까요.”

     

   대놓고 그녀를 부정하는 말에도 아리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두 사람을 두고 말을 이어갔다.

     

   “라이, 그 아이가 발하임의 장로를 전부 죽였단다.”

     

   크라슈는 뒤늦게 주변을 살폈다.

   그녀의 말대로 장로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게 완전히 라이, 그 아이의 의도가 없다고는 못 보겠구나.”

   “형님이 일부러 신의 현현을 이용해 장로들을 죽였다는 말씀입니까?”

     

   아리아는 어디까지나 의문점이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어쩌면 장로들이 후에 가주로 유력한 라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으니. 벌인 짓일지도 모르는 것이지.”

     

   샬롯과 크라슈.

   라이보다 젊은 두 사람이 보여준 위용은 발하임의 이름을 크게 떨치며 알렸다.

     

   샬롯은 천하십강.

   크라슈는 거기서 더 나아가 천상사강이자 세계를 지킨 영웅이다.

     

   그에 반해 라이는 천하십강이라고는 하나.

   큰 업적을 남기지 않은 채 묵묵히 가문을 지켜 왔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두 사람을 보며 장로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장로들의 경우에는 이미 아리아에게 상당수가 넘어가 있었다.

   그녀는 장로들을 어떻게든 구워삶아 크라슈와 샬롯, 둘 중 한 명을 발하임 가주의 자리에 앉히고자 했으니까.

     

   이를 잘 아는 크라슈는 아리아의 말이 곱게만은 들리지 않았다.

     

   “형님은 그런 짓 할 사람이 아닙니다.”

   “아들, 그건 모르는 일이란다. 권력과 자리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쳐. 특히, 자리에 앉아본 사람일수록 더하지.”

     

   아리아, 본인이 직접 그랬던 것처럼.

   사람이란 권력과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였다.

     

   “라이, 그 아이를 너무 믿지 말거라. 역대 발하임의 가주에게 왜 형제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지. 되새겨 보면 알게 될 테니.”

     

   아리아는 경고하러 온 것 뿐이라며 다시 발키리의 곁으로 떠나갔다.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크라슈에게 샬롯이 핫하고 웃음소리를 냈다.

     

   “하여튼, 어머니는 말이 많아.”

     

   샬롯은 크라슈처럼 아리아에게 악감정이 있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깊은 정을 느끼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크라슈, 어쩔 거니.”

     

   샬롯은 크라슈에게 의견을 물어왔다.

   그 물음에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어쩌긴 뭘 어찌합니까. 처음과 같죠.”

     

   크라슈가 성운검의 손잡이를 눌렀다.

     

   “형님을 쓰러트리러 갑니다.”

     

   아우의 늦은 반항기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줘야지.

     

     

   * * *

     

     

   발하임의 본가는 굉장히 넓다.

     

   기사단의 전문적 육성과 훈련을 위해 다른 일반 영지보다 훨씬 넓게 지어진 만큼.

   일반 사람이 영지를 둘러보기 위해 걷는다면 꼬박 하루를 갈아야 할 지경이다.

     

   그런 발하임의 영지의 중심.

   본래는 우뚝 세워져 있어야 할 본가 저택으로 가는 길목 길목마다 바닥에 박힌 검들이 보였다.

     

   처음에는 한두 자루씩 보이던 검이.

   중심으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그 수가 셀 수 없을 만큼 늘어나고 있었다.

     

   저 멀리 저택에 박힌 압도적인 크기의 대검 한 자루가 보였다.

   웬만한 마탑 크기의 대검은 하늘에서 내리쬔 태양을 따라 그림자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라이의 스킬, 레피텐.

     

   그가 단신으로 발하임과 싸운 흔적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었다.

     

   “이렇게 보면 검의 성지처럼 보이네.”

     

   샬롯이 농담삼아 말할 정도로 발하임의 경치는 그러했다.

   최강의 가문이라 일컫던 발하임의 사뭇 다른 모습.

     

   경치를 눈으로 훑던 크라슈는 샬롯에게 말을 걸었다.

     

   “누님.”

   “응?”

   “만약 형님이 정말로 가주가 되고 싶어 장로들을 전부 죽인 거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크라슈는 이제는 샬롯이 어떤 인물인지 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종잡을 수 없는 게 샬롯이기도 했다.

     

   그녀는 늘 바람 따라 마음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니까.

     

   크라슈의 질문을 들은 샬롯은 잠깐 침묵하더니.

   이내 입꼬리를 스윽 올리며 특유의 미소를 흘렸다.

     

   “하라 해. 그럼.”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아주 간단한 대답이었다.

     

   “난 딱히 자리가 없어도 잘 살아가.”

     

   잘 살아가는 정도가 아니다.

   샬롯은, 이 세상 누구보다 눈부시게 살아갈 만한 재능을 갖추고 있다.

     

   괜히 그녀가 수많은 천재를 낙담시키는 게 아니다.

     

   그녀에게 자리란 부가적인 것.

   살다 보면 어쩌다 주어지는 것에 불과했다.

     

   “막내, 넌?”

     

   샬롯이 물었다.

   크라슈는 넌 어떠냐고.

     

   크라슈는 몇 번이나 발하임의 가주에 관해 질문을 들어왔다.

     

   당연한 이야기다.

   어린 나이에 천하십강을 넘어 천상사강에 이르렀고, 세계에서는 영웅이라 칭송받는다.

     

   발하임 입장에서 그를 가주로 내세우면 지닐 수 있는 이점이 한둘이 아니다.

     

   당장 세계 여러 주요 인사들이 전부 크라슈와 연이 닿아 있으니.

   거기에 입김을 가득 불어 넣을 수 있다.

     

   “어머니는 이참에 저희 두 사람 중 한 명을 가주로 만들려고 할 겁니다.”

     

   신에게 현현 당해버린 라이다.

   그의 이름값은 싫으나 좋으나 결국 이 일로 인해 내려가겠지.

     

   그렇다 보면 자연스럽게 크라슈나 샬롯의 이름이 부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크라슈는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전 눈곱만큼도 관심 없습니다.”

     

   발하임의 가주?

     

   아무래도 좋다.

   그런 건 형님이나 하라지.

     

   크라슈의 말을 들은 샬롯은 이미 나온 결론이라며 깔깔거리는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곧 두 사람의 눈에 저택 중심에 앉아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눈동자에서 푸른색의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는 모습.

   영락 없이 신에게 형형 당한 꼴이었다.

     

   검왕.

   라이 발하임.

     

   그가 둘의 기척을 느끼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를 보며 크라슈와 샬롯이 각자 검을 뽑아 들었다.

     

   “귀찮은 건 형님한테 다 떠넘겨 버리죠.”

   “찬성이야.”

     

   동생들은 자유롭게 살 거니까.

   첫째 형님이 고생 좀 해줍시다.

     

   둘 다 참으로 똑 닮은 남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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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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