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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3

    그렇게 구매한 의상은 하늘색 코트와 한 쌍인 후드가 없는 숏 케이프.

    옷가게 점원의 도움을 받아 적당히 유행하는 의상을 추천받아서 입어보고 구매한 것이다.

     

    유행하는 의상 중에서도 굳이 케이프가 있는 의상을 고른 이유는, 루크가 정말 진심으로 그 케이프에 아쉬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후드가 달린 롱 케이프가 문제인 거지, 후드도 없고 단정하게 떨어지는 숏 케이프는 지금도 꽤나 많이 보이는 편이니까.

     

    예르나는 자신의 숏 케이프를 내려다보는 루크의 모습을 바라보며 웃었다.

     

    “맘에 들어서 다행이네, 응. 예쁘다. 루크는 뭘 입든 예쁘겠지만.”

    “네에, 뭐…….”

     

    예르나의 말에 루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오른손에 들고 있는 쇼핑백을 가만히 들어보았다.

    이왕 여기까지 나와서 코트 하나만 살 수는 없어서 겨울 옷을 몇 벌 더 구매한 것이었다.

     

    그 중에서는 처음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롱 케이프도 있었다.

     

    “그 롱 케이프도 결국엔 샀구나?”

     

    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적으로는 늙은이들이나 입는 옷이라 자신이 밖에서 막 입고 다니는 것은 어색하다고는 해도, 롱케이프 자체는 재질도 기능성인데다 내구도도 높아 보이고, 옷가게에서 판매중인 옷 모두를 통틀어 보아도 그만한 수준의 인챈트 적합성을 지닌 의상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특가로 엄청 싸기도 했고.

     

    이 정도 기능성에 그 가격이면 거의 거저라고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네. 쓸모 있어 보이는데, 그냥 버리긴 아깝잖아요.”

    “후후, 그래? 괜찮아! 입는 네가 좋으면 그만이지.”

     

    그에 예르나는 그저 웃으며 루크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그런 예르나의 손길을 느끼며 루크는 마음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휴우, 후드 롱 케이프가 어쩌다 이런 취급을 받게 되었단 말인가…….’

     

    루크는 세월의 무상함에 한숨을 쉬었다.

     

    사실, 이런 옷 보단 이게 정말로 맘에 들었는데, 이제는 그런 취급이나 받아야 한다니.

    얼마나 효율적이고 훌륭한 의상인데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뭐,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신경쓰지 않으려면 않을 수야 있지만, 그래도 이 경우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유사시에 우비 정도로 쓰는 경우가 아니면 젊은이들은 이런 옷을 기피한다고 하는데, 겉보기로는 십대 소녀인 자신이 이런 옷을 입고 돌아다니면 너무 심각하게 눈에 띄지 않겠는가?

     

    그러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지금 입고 있는 코트의 케이프도 나름대로 괜찮긴 하다.

     

    “그럼, 이제 집에 돌아가야죠. 주차는 어디에 하셨어요?”

     

    루크의 말에 예르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전에. 날씨도 좋은데 산책이나 좀 하고 들어가는 거 어때? 오늘처럼 루가 먼저 나가자고 이야기한 건 꽤 오랜만이잖아?”

     

    예르나의 제안에 루크는 잠깐 고개를 갸웃거렸다.

     

    “산책이요?”

    “왜? 집에서 해야 할 거 있니?”

     

    예르나의 질문에 잠깐 생각을 해 보았을 때, 루크가 집에서 해야 할 일은 현재는 딱히 없었다.

     

    일단 아린세이아와 동기화시킬 마도구의 설계 부분은 박스가 예상보다 더 좋은 성능을 내 주어서 이미 대부분 완료가 되었고, 그 다음의 준비 단계는 마석의 세공이 완료되던가, 아니면 메를린에게서 인형이 와야 비로소 넘어갈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위험을 목전에 둔 상황이라지만, 지금은 어느정도는 마음에 여유를 갖고 휴식을 취해도 큰 문제가 없으리라.

    앞으로 있을 일에 대비하여 몸과 정신을 쉬어두는 것도 필요한 법이니.

     

    “아뇨, 산책하죠.”

     

    게다가, 지금 자신의 의상이 남들에게 어떤 시선을 받는 지 확인하기 위해서도 산책은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

     

    그렇게 루크와 예르나는 익숙한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이 거리를 루하고 같이 걸어본 게 얼마만이니?”

    예르나는 감회가 새로웠다.

    이사를 가기 전에는 셀 수 없이 눈에 담았던 풍경이었지만, 오늘은 왠지 낯선 기분이 들었달까.

    그에 루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을 걸요. 기껏해야 한달 정도에요.”

    “그래? 체감상으로는 엄청 지난 것 같은데.”

     

    아마도 루크가 너무 빨리 자라버려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실제로는 별로 시간이 안 지났어도 말이다.

     

    하지만 루크는 이 거리에서 아직도 신성력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것이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했다.

    그 때는 몸의 성장에 전혀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교복 그대로의 차림으로 몸이 자라는 바람에 거의 매춘부나 다름없는 짧은 치마차림으로 집에 숨어들어야 했었지.

    심지어 몇 명은 그 때의 자신의 모습을 본 것 같았다.

     

    그게 그 당시엔 어찌나 부끄러웠던지, 예르나에게 이사를 재촉해 거의 도망치듯이 이 도시를 뜨고 싶었지.

    그에 루크는 잠시 중얼거렸다.

     

    “여기서 이사를 한 것도 따지고보면 그렇게 오래 된 일은 아니니까요.”

    “그래? 하긴, 그러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얼마나 민폐인지 모르겠다.

    예르나에게도, 다이튼에게도 말이다.

     

    어떻게 운이 좋아서 집을 쉽게 구할 수 있었기에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은행에 꽤나 큰 빚을 졌어야 했던 것 아닌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 때문에 말이다.

     

    루크가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예르나가 말했다.

     

    “루크, 고마워.”

     

    예르나의 갑작스런 감사에 어리둥절해진 루크는 고개를 번쩍 들며 묻는다.

     

    “네? 고맙다니, 뭐가요?”

     

    그에 예르나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나한테 와 줘서.”

     

    물론 처음에는 루크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이 했지만, 돌이켜 보면 그저 자신이 미숙했기 때문에 겪은 성장통과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루크는, 예르나가 현재 행복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였다.

     

    예르나가 더 이상 그 날의 악몽을 꾸지 않는 것도 루크 덕분이었고, 예르나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어질 수 있었던 것도 루크의 덕분이었으니까.

     

    그리고…….

     

    “나를 엄마라고 불러줘서.”

     

    목적이 없던 삶에서 목적을 갖게 된 것.

    단지 그 차이 만으로도 루크는 자신의 은인이나 다름이 없다.

     

    여태껏 자신이 루크를 구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루크가 자신을 구했던 것이다.

     

    예르나는 루크에게 웃음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우리, 행복하게 오래오래 같이 살자?”

    “…….”

     

    루크는 그 말에 잠시 고개를 숙였다.

     

    행복하게 오래오래 같이 살자.

    글쎄, 정말로 그 말이 지켜질 수 있을까?

     

    루크는 솔직히 말해, 그를 장담할 수가 없었다.

     

    예르나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위협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정말로 앞서 다가올 위협에 ‘시가르마타’가 연관이 되어있다고 한다면, 결과는 결코 낙관적일 수가 없다.

     

    그녀는 이차원의 지배자가 되었지만, 지금의 자신은 기껏해야 6서클도 못 되는 반푼이 마법사니까.

    몸은 죽지 않더라도, ‘루크’를 이루는 본질, 서클이 괜찮으리라는 장담을 할 수는 없는 상황.

     

    그녀에게 자신의 인격은 고작 ‘껍데기’에 불과한 존재니까 말이다.

    이번엔 결국, ‘마지막 수단’을 숨겨둘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전에야 운좋게 계약의 허점을 노려 차원 너머로 추방시킬 수 있었다지만, 그녀가 두번째 침입에서도 그런 실수를 할 리는 없겠지…….

    게다가, 딜런트를 끝내고 난 뒤에 자신을 괴롭히던 그 악몽도 마음에 걸렸다.

    꿈은 보통 미래를 보는 창이니…….

     

    어쩌면, 이번 일로 이 길다면 길었고, 짧다면 짧았던 유희가 완전히 끝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루크는 여전히 마법사.

    그녀에게 거짓을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결국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던 루크는 말없이 그대로 속도를 올려 몇 걸음을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예르나는 발을 맞추다 말고 돌연 대답도 없이 앞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하는 루크의 그 뒷모습이 어쩐지 불안해 보였달까, 이대로 두었다간 완전히 놓쳐버릴 것 같다는 느낌에 살짝 당황하여 손을 내민다.

     

    “루크, 잠깐만, 같이 가!”

     

    그 때, 얼굴을 향해 찬 바람이 불었다.

    머리가 온통 흩날릴 정도로 날카로운 겨울 바람이었다.

     

    바람에 자신의 머리가 뒤로 잡아당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루크는 돌연 고개를 돌려 예르나를 향해 미소지으며 입을 연다.

     

    “물론이죠, 우린 함께, 아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거예요.”

     

    루크는 예르나에게 굳이 이 말을 해야 할 지 잠깐 고민을 해 봤지만, 역시 말하고 싶었다.

    자신 역시 그것을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었으니까.

     

    뭐, 미래에는 거짓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당장은 아니지 않은가?

    일부러 죽으려고 싸우는 건 절대로 아니었으니 말이다.

     

    자신도 케일 프롭슨처럼 대의를 위해 자신을 장렬히 희생하는 것 보다는, 레니에처럼 그렇게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결말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루크의 뒤늦은 대답에 예르나는 그제서야 안심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놀랐잖아, 루. 갑자기 말도 없이 앞서나가서.”

    “미안해요, 대답하기 조금 부끄러워서.”

     

    그 대답에 예르나는 푸훗, 하고 소리내어 웃었다.

     

    “뭐야, 그런 거였어?”

     

    하긴, 낯간지러운 말이기는 하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죄송합니다, 그림그리느라 늦었네요.

    아ㅋㅋ 구도 그만쓸까 ㅋㅋㅋ 구도 넣으니 그릴때마다 자꾸 욕심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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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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