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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3

        

       한편, 일본 정부 역시도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요? 나는 구축함을 보내서 그냥 무력을 자랑하라고만 했지, 이렇게까지 하라고 하지는 않았소!”

         

       당연한 일이다.

         

       그냥 시위하라고 보냈던 구축함이 독도에 몸통 박치기하고 좌초했단다.

       게다가 독도경비대가 죽기까지 했단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사고’로 포장할 수가 없는 일이다.

         

       군인이 다른 나라 영토로 쳐들어가서 그 나라 군인을 죽였다?

         

       이건 전쟁의 명분이 될 일이고, 선전포고나 다름이 없는 일이다.

         

       역사를 뒤져볼 필요도 없다.

       지금 현대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아마 서로 날이 선 말을 쏟아낸 뒤 군사를 국경선으로 전면 배치할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도 제대로 대화가 잘 풀리지 않는다면 선전포고문과 함께 전쟁이 시작될 것이고!

         

       “그리고 이건 또 뭐야? 귀신? 이건 또 뭐냐고-!”

         

       게다가 그들을 더 미치게 하는 건, 귀신의 존재였다.

         

       군사가 제멋대로 나서서 다른 나라 군인을 공격하는 일?

       있어선 안 되는 일이지만, 그래도 선례가 있으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당장 일본제국 시절 당시 삼대오물(三大汚物) 중 하나인 무타구치 렌야(牟田口廉也)가 멋대로 중국을 공격해서 중일전쟁이 시작되지 않았던가.

       그것을 생각해본다면, 극우에 속하는 인간이 지휘해서 멋대로 공격했다거나, 다른 계파의 입김이 닿아서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귀신이란다.

         

       자위대원이 공격해서 죽인 게 아니라, 귀신이 죽였단다.

         

       이게 대체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귀신이 왜 나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갑자기 일본해에 귀신이 튀어나와서 자위대원도 죽이고 경비대도 죽이고? 이게 우연으로 될 일인가?”

         

       총리는 확신했다.

         

       우연일 리가 없다.

       이게 우연일 수가 없다.

         

       “저어기 북한 지역 근처 해안가에서나 깔짝대던 게 물귀신이야. 그나마도 한국이 돈을 퍼부어서 만들어놓은 퇴마(退魔) 시설 때문에 멀리 나가지도 못한다고. 게다가 한국 놈들이 귀신을 얼마나 열심히 감시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지? 게다가 북한 동쪽 지역은 우리도 열심히 감시하고 있어! 그런데 갑자기 일본해에 악귀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들이 떼거리로 나왔다고? 한국이 만들어놓은 퇴마 시설을 뚫고, 한국 감시도 뚫고, 일본의 감시도 뚫고 갑자기 일본해에 튀어나왔다고? 이게 진짜 우연이라고-?!”

         

       아무리 일어날 것은 일어나는 것이 세상일이라지만, 이게 우연이라면 정말 너무한 거다.

         

       “사실대로 말하게. 어떤 작자들이 한 짓인가?”

         

       신이 내린 천벌이든, 사람이 한 헛짓거리든.

         

       이건 분명히 누군가의 의도가 개입된 것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신이 이런 짓을 했을 리 없으니, 범인은 사람밖에 없다.

         

       “도대체 이딴 꼴통 같은 짓거리를, 감히, 멋대로 저질렀는지 말하란 말이야!”

         

       강력한 용의자는 극우세력이다.

         

       입만 열면 한국을 징벌해야 한다고 소리치는 작자들.

       시도 때도 없이 일본제국의 영광을 입에 담으며, 전쟁을 겪어보지도 않은 주제에 자신이 무슨 세기의 명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거들먹거리는 인간들.

         

       한국에 관한 관심이 너무나도 지나쳐서, 어둠의 친한파가 아닐까 의심되는 그 작자들!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는데, 얌전히 입 다물고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마시오. 일을 이렇게 만들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야.”

         

       총리는 평소 사람 좋아보이는 가면 대신 흉악한 표정을 내보이며 말했다.

         

       “냄새나는 것에는 뚜껑을 덮는다? 그래. 나쁘지 않지. 가능할 수도 있었어.”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신문을 꺼내서 집어던졌다.

         

       그리곤 이를 빠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갈며 말했다.

         

       “이 빌어먹을 기사들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야!”

         

       『 한국의 관리 소홀, 일본해가 악귀로 물들었다. 』

         

       『 자기 바다도 제대로 관리 못하는 한국. 해역을 재설정해야만 한다. 』

         

       『 꽃다운 나이에 져버린 자위대원들. 한국은 이들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 』

         

       특종이라도 잡은 것처럼 1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기사들.

       큼직한 헤드라인은 사람의 눈을 절로 빼앗았으며, 신문에 커다랗게 박혀있는 자료 사진들은 절로 탄성을 일게 만든다.

         

       “정말 놀라운 일이야. 이런 주제로 글을 쓸 거면 정부에 한 번쯤은 보여줬어야 했는데, 이 기자라는 쓰레기 놈들은 재가받을 생각도 없이 그냥 기사를 막 실어버렸어. 그냥 실어버렸다고!”

         

       일본의 기자는 익명으로도 활동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익명으로 활동하는 만큼 적극적이며, 허위보도에 가까운 것이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낸다. 책임을 질 일이 거의 없기에 그들의 마음속에 양심이니 직업윤리니 하는 것은 희박한 편이다.

       하지만 그런 기자들도 권력은 두려워한다.

       그들은 익명이니 기자의 본분이니 하는 얄팍한 장막이 권력 앞에서는 너무나 손쉽게 벗겨질 수 있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들은 정치와 관련된 민감한 기사는 어지간하면 내려 하지 않았고, 설령 낸다고 할지라도 권력의 눈치를 보며 냈다. 그것이 꽤 큰 건수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은, 후환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있을 때.

         

       “흐흐, 내 정치 생명이 끝장날 거라고 생각을 하나 보군. 참으로 오만방자하고 무도한 놈들이야….”

         

       총리는 허탈한 듯 웃었다.

         

       이 빌어먹을 기자 놈들은 지금 총리의 실각에 배팅하고 있었다.

       총리의 정치적 생명이 끝장이 나거나, 반신불수…혹은 식물인간에 가까운 상태가 되리라고 예측하였고, 그 때문에 눈치를 보지 않고 이 특종 거리를 거리낌 없이 사용한 것이리라.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그러니 내 다시 묻겠네. 구축함에 귀신을 끌어들여서, 이런 더러운 상황으로 만든 놈들이 누구인지 나에게 말해줄 사람이 있나?”

         

       “….”

         

       “….”

         

       “….”

         

       “죄다 입을 꾹 다물고 있군…. 후. 꼴도 보기 싫네. 다들 나가게.”

         

       총리는 권력자라는 작자들이 무슨 사람 눈치 보며 전전긍긍(戰戰兢兢)하고 있는 꼴을 보자 분노가 치솟았다.

       그는 간신히 노기를 꾸욱 안으로 눌러 담고 그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말이 축객령이지,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이 새끼들아.’를 한없이 순화해서 말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총리는 그렇게 마지막 한 사람이 나갈 때까지 그들의 등을 노려보았고, 그들이 다 나가고 나서야 의자에 풀썩 주저앉고는 고개를 푹 떨궜다.

         

       “빌어먹을 극우, 빌어먹을 극좌…. 극단적인 것 중에 제대로 되먹은 놈들이 하나도 없어….”

         

       총리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탄식했다.

       탄식하고, 후회했다.

         

       “우익 놈들의 말을 듣는 게 아니었는데…. 구축함을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의미 없는 후회였다.

         

       그때는 구축함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일본 내부에 피어오르기 시작한 불만을 외부로 표출하고, 이 어두운 분위기를 ‘국가에 대한 자긍심’으로 덮을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시간을 돌린다고 할지라도 총리는 똑같이 구축함을 보낼 수밖에 없었으리라.

         

       게다가 말이다.

       만약에 구축함을 보내지 않는다고 치자.

       그렇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아니다.

       비슷한 일이 분명히 일어났으리라.

         

       총리가 아는 극우들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작자들이고, 아무리 멍청해 보이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도 아무렇지도 않게 벌일 수 있는 꼴통들이었다.

         

       그러니 그가 내뱉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냥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기 위한, 푸념에 가까운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알고 있으면서도…. 총리는 쉬이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는 무언가를 후회하는 사람처럼 계속해서 고개를 떨궜고, 감정을 갈무리하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처럼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가 기나긴 침묵 끝에 고개를 들었을 때.

         

       “…어쩔 수 없지.”

         

       그의 눈은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 번들거림은 분명히, 광기(狂氣)라 불리는 것이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불 속에 던져진 기름이다.”

         

       수습할 수 없다.

       지금 이 상황은 되돌릴 수가 없다.

         

       허리를 굽히는 것?

       만약 조금이라도 한국에게 저자세를 취한다면, 국민이 들고 일어서리라.

       내부의 불만이 화산이 폭발하듯 터져 나오며 총리를 불태우리라.

         

       한국과 협상하는 것?

       사람이 죽은 이상 불가능하다.

       한국은 독도경비대가 죽었고, 일본은 자위대원이 죽었다.

       쉽게 협상이 될 리가 없다.

         

       둘 다 조용히 덮고 넘어가는 것?

       이렇게 기사가 터진 이상 그것도 불가능하다.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 그게 가능할 리도 없었고,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언제고 터져 나와 그의 몸을 터뜨릴 폭탄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해답인가?

       전쟁이라도 막기 위해서 그가 책임을 전부 뒤집어쓰고 내려가는 것이 최선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그가 책임을 뒤집어쓰고 내려간다고 할지라도 소용이 없다.

       새롭게 나타날 총리는 분명히 우익 성향을 지니고 있을 테니까.

         

       들끓는 민의에 따라, 국민의 뜻에 따라.

         

       그렇게 새로운 총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전쟁을 벌이리라.

         

       그렇게 된다면 그가 책임을 뒤집어쓰고 내려가는 희생이 무용지물이 되리라.

       아니, 도리어 멍청한 놈 취급을 받을 테고, 조롱받겠지.

         

       분명,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최선인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그래…. 끝까지 가야겠지.”

         

       총리는 고민을 거듭했고, 마침내 선택했다.

         

       최선의 길.

       정치 생명도 지키고, 권력도 지키고.

       지켜낸 권력을 이용해서 이런 사달을 일으킨 빌어먹을 놈들을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하는 선택지.

         

       총리는 전화를 들어 올리곤 지시를 내렸다.

         

       “…다케시마로 해상자위대를 보내게. 명분은 좌초된 구축함 내부의 자위대원을 수색하는 걸로 하지.”

         

       그의 말투에는.

         

       “한국이 경고해도, 저지하려고 해도 그냥 뚫고 들어가게. 그리고 들어가는 데 성공하면…. 그대로 눌러앉고, 점거해버리게.”

         

       광기가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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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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