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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3

       두두두두두!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를 내며 달려드는 초원의 군마들.

         

       그리고 이에 맞서는 무수한 검들.

         

       챙강!

         

       챙강!

         

       앞서 달려 나간 검이 산산이 부서져 흩어질 때마다 거침없이 내달리던 군마도 한 마리, 두 마리 그대로 고꾸라져 산화한다.

         

       부러지고, 조각나고, 고꾸라지고, 나뒹구는 소모전.

         

       거침없이 줄어드는 내공에 두 사람의 얼굴에 핏기마저 사라진 순간.

         

       털썩!

         

       대지를 굳건하게 밟고 서 있던 한쪽의 무릎이 꺾였다.

         

       “쿨럭…, 쿨럭!”

         

       검붉은 피를 왈칵 쏟아내며 숨을 헐떡이는 이는 바얀이었다.

         

       만 마리에 달하는, 초원이 자랑하는 군마들은 단 한 마리도 남김없이 쓰러져 산화했다.

         

       그에 반해 백우진의 심상에서 넘어온 검은 적지만 여전히 남아 그를 겨누고 있었다.

         

       “크크크…!”

         

       입가에 묻은 피를 거칠게 닦아내며 호탕하게 웃는 바얀.

         

       “으하하하-! 정말 대단해! 쿨럭, 쿨럭…!”

         

       피를 토해내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는 표정에 드러난 것은 후련함.

         

       자신을 꺾은 상대를 향한 원망이나, 두려움 따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진정으로 싸움 자체를 즐기는 이들만이 꺼내어 보일 수 있는 표정에 백우진은 쓰게 웃었다.

         

       “영감도 대단했소.”

         

       이는 패자를 향한 위로나 겸양 따위가 아니었다.

         

       바얀은 실로 대단했다.

         

       바가투르라는 초원의 영웅이라는 이름이 전혀 아깝지 않은 실력과 기개.

         

       그는 단숨에 이해했다.

         

       ‘살려줄 만도 했군.’

         

       천마.

         

       그녀가 왜 바얀을 죽이지 않고 살려두었는지.

         

       죽일 듯이 싸웠음에도 전혀 악의나, 부정적인 감정이 들지 않는 사내다.

         

       오히려 전력을 다해 부딪쳤다는 후련함만이 남아 기분이 상쾌할 지경.

         

       아마 그녀 또한 자신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그의 목숨을 거두지 않았으리라.

         

       왜냐하면 그녀는 이런 면에서는 자신과 한없이 비슷한 구석이 있었으니까.

         

       백우진이 물었다.

         

       “이제 승자의 권리를 행사할까 하는데, 어떠시오.”

         

       그러자 바얀이 웃음을 멈추고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자네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지.”

         

       그러면서 주변을 둘러본 그가 쓰게 웃었다.

         

       “내 전사들까지 저리되었으니 말이야.”

         

       드넓게 펼쳐진 초원.

         

       조원들과 바얀 부족의 전사들의 싸움도 어느덧 끝나있었다.

         

       승리를 거머쥔 쪽은 조원들이었다.

         

       기량 자체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비등비등했지만, 조원들에게는 그간의 지옥 훈련이 가져다준 강철 같은 체력과 사선을 넘나들며 쌓아 올린 경험이 존재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바얀의 전사들보다 조원들 쪽이 서로를 이용하는 방법이 더욱 탁월했다.

         

       그 조금씩의 차이가 이러한 결과를 만든 것.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난 바얀이 백우진의 앞으로 가 무릎을 꿇었다.

         

       패자는 승자의 밑으로.

         

       제아무리 초원의 용사라고 불리는 바가투르와 그의 부족이라도 비껴갈 수 없는 제일의 율법.

         

       “이제부터 이 부족은 당신의 것이오.”

         

       바얀이 선언하자, 쓰러져 있던 전사들도 다친 몸을 이끌고 다가와 그의 뒤에 도열하여 무릎을 꿇고 외쳤다.

         

       “새로운 족장을 뵙습니다!”

         

       초원에서 가장 넘기 힘든 산을 정복하는 순간이었다.

         

         

       * * *

         

         

       복속시킨 바얀과 그의 전사들을 이끌고 돌아온 자갈타이 부족.

         

       그들을 보기가 무섭게 자갈타이는 든든하게 채워둔 제 창고를 활짝 열어젖혔다.

         

       축제의 시작.

         

       “으하하핫! 마셔라, 마셔! 술은 얼마든지 내줄 테니 죽을 때까지…, 아니, 죽기 직전까지 마시고 또 마시란 말이다!”

         

       활활 타오르는 거대한 불 앞에 선 그가 덩실덩실 춤을 추며 술을 들이켠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제아무리 백우진이라고 해도 바얀 부족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고작 반나절 만에 그들의 부족을 복속시키고 돌아오는 게 아닌가!

         

       “크-하하하학!”

         

       절로 웃음이 나온다.

         

       바얀을 복속시켰음은 더 이상 이 초원에 자신에게 대적할 적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

         

       “무려 백 년만에 통합된 초원이 나의 것이라니…!”

         

       사분오열되어 서로의 것을 탐하고, 강자에게 빼앗기기를 백 년.

         

       마침내 초원의 모든 부족을 통합한 대족장의 자리에 앉는 것이 자신이라니.

         

       물론 그도 안다.

         

       온전히 제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반쪽짜리에 불과한 자리임을.

         

       동시에 제 머리 위에 백우진이라는 진정한 지배자가 존재한다는 것도.

         

       ‘그래도 상관없다!’

         

       하지만 뭐 어떤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자리 아닌가.

         

       심지어 그는 초원이 아닌 중원의 사람.

         

       볼일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테니, 그때는 온전히 권력을 누릴 수 있지 않겠나.

         

       그 생각에 술을 물처럼 마시며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 마시는 부족민들의 자리 곳곳을 오가며 즐기고 있을 때.

         

       “이봐, 자갈타이.”

         

       조원들과 함께 따로 마련된 자리에서 즐기고 있던 백우진이 찾아왔다.

         

       그는 곧장 입가에 흘러내린 술을 말끔하게 닦아낸 뒤, 손을 싹싹 비비며 달려갔다.

         

       “예, 대협!”

       “이제 초원은 통합된 것이나 다름없지?”

         

       그의 물음에 자갈타이가 목이 부러져라 고개를 흔들었다.

         

       “암요, 암요! 이제 초원은 제…가 아니라, 백 대협의 것이나 다름없습죠!”

         

       백우진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누구의 것인가는 차치하고, 내일부터는 슬슬 일손을 좀 썼으면 하는데.”

       “아…! 왕의 무덤을 찾는 것 말씀이시지요?”

       “그래, 맞아.”

       “알겠습니다. 내일부터 모든 부족민을 싹싹 긁어모아 무덤을 찾게 시키겠습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백우진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게까진 됐고. 어린아이나 노인처럼 약자들은 제외하고 튼튼한 이들만 투입해.”

       “예? 아,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일한 값은 확실하게 쳐주도록 하고.”

         

       백우진의 말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자갈타이.

         

       “값…이라니요?”

       “그러니까…, 적당히 식량을 풀어서 든든히 먹이고, 치하하라는 뜻이야.”

       “아…, 예, 예! 그리해야지요, 암요.”

         

       당황해서 황급히 고개를 자갈타이를 차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는 백우진.

         

       아무래도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나 보다.

         

         

       * * *

         

         

       화려하게 타오르는 불꽃처럼 요란하기 그지없던 축제가 불이 사그라듦에 따라 가라앉은 뒤.

         

       마침내 백우진과 금여울이 조용한 자리에서 서로를 마주했다.

         

       분위기는 어색했다.

         

       제법 오랜 시간 함께 생활하며 친해진 그들이지만, 그만큼 떨어져 있었던 시간 또한 그리 짧지 않았기에.

         

       먼저 말을 꺼낸 이는 백우진이었다.

         

       “그동안 잘 지냈어?”

         

       특별한 것 없는 안부 인사.

         

       이에 금여울이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 응….”

         

       그 모습에 입을 살짝 벌린 채 놀라는 백우진.

         

       “많이 변했네.”

         

       못 본 사이 많이 변했다.

         

       밝고, 명랑하기만 했던 철부지 소녀에서 내면을 더욱 단단하게 굳힌 아리따운 여인으로.

         

       이에 금여울이 당찬 어조로 대답했다.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 네게 도움이 될 수 없을 테니까.”

         

       짙은 애정이 물씬 풍기는 표정과 말투.

         

       이에 백우진은 한 차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웬 한기가….’

         

       갑자기 불어닥친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흐른 탓이었다.

         

       이에 금여울이 의아하다는 투로 물었다.

         

       “갑자기 왜 그래…?”

       “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백우진은 애써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초원에는 왜 있는 거야?”

       “아, 그게 있지….”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그리고 진심으로 궁금해 던진 물음에 그녀가 성실히 답해주었다.

         

       백우진이 떠난 이후로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이를 듣고 있던 백우진이 조금 전보다 더 크게 입을 벌린 채로 그녀를 향해 물었다.

         

       “그러니까…, 여울이 네가 그 초원에 식량을 공급하는 상단의 주인이라고?”

       “응, 맞아!”

       “허.”

         

       이때만큼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단하구나, 너도.”

         

       북해빙궁과 초원.

         

       두 곳은 각각 다른 의미로 위험한 곳이었다.

         

       한쪽은 모든 걸 꽁꽁 얼려버리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자연이 공포의 대상이었고.

         

       다른 한쪽은 투쟁을 무기로 살아가는 인간이 공포의 대상인 지역.

         

       어지간한 상인은 발붙일 생각조차 하지 않는 곳을 오가며 돈을 벌어들이고 있을 줄이야.

         

       심지어 그 벌이가 어지간한 대상단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니!

         

       ‘황금상단 대행수의 피가 어디 가지는 않았나 보다.’

         

       철부지처럼 지내던 그녀에게도 짙은 상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모양.

         

       “잠깐만.”

         

       문득 그녀가 밝힌 상단의 이름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백금 상단.

         

       어딘가 익숙한 조합 아닌가.

         

       “혹시 백금 상단이라고 이름을 지은 게….”

         

       그가 운을 떼자, 그녀가 아까보다 더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마, 맞아. 네 성과 내 성을 하나씩 따서 만든 거야….”

       “엄…, 그렇구나.”

         

       설마 했는데, 진짜였다.

         

       “안 그래도 이번 거래를 마지막으로 네게 가려고 했었어.”

       “…나에게?”

       “응…, 이제는 네게 도움이 될 것 같으니까.”

         

       맞은편에 앉아 있던 그녀가 살포시 몸을 일으켜 백우진에게 다가간다.

         

       거침없이 나아가는 걸음은 그의 코앞에서 멈추어 섰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듯, 말 듯 굉장히 아슬아슬한 거리.

         

       그녀가 작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이내 어마어마한 고백을 토해냈다.

         

       “배, 백금 상단 정도면…, 혼수로 괜찮지 않을까?”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십니까, 독자님들.

    눈작입니다.

    컨디션 문제로 조금 휴재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새벽에 응급실 다녀오고 나서 낮에 자고 일어나니까 이젠 제가 아프더군요…

    심지어 요즘은 웬만한 댓글에는 딱히 상처를 안 받는 편인데, 특이한 성향을 가진 분들이 계셔요.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욕하고 계속 다음 편, 다음 편 읽어서 올라오시는데 이걸 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휴재로 인해 부족해진 부분은 야금야금 채워넣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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