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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3

       

        

        

        

        

        

        

        

        

       “회수를 신경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더니, 의외로 그렇지도 않군요.”

        

       “인기척 없음. 주변에서 접근 중인 병력 역시 없습니다. 교전이 일단락된 듯합니다.”

        

       “그런 것 같네요.”

        

        

        

        바스락.

        

        부서진 에스컬레이터, 박살난 것도 모자라 벽면 자체가 무너져 반대편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수많은 마켓, 뻥 뚫린 천장에서부터 새어들어오는 빗물. 물론 그것 뿐만은 아니었다. 유리화된 바닥이나 벽면, 불타고 있는 마트 일부분, 녹아내리다 굳은 벽면까지.

        

        화력이라는 이름의 두 글자가 쇼핑몰 내부를 휩쓸고 사라졌을 때, 그 결과는 심각하다 못해 처참하기까지 했다. 2층을 떠받치는 기둥 일부가 통째로 녹거나 박살나버린 탓에 몇몇 지역은 붕괴가 시작되었다. 최소한 이를 지연시켜줄 벽은 거대한 구멍이 뚫려있었고.

        

        그러나 적어도 쇼핑몰 내에 있는 두 명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주변에 널려있는 시체 무더기를 힐끔 훑은 유진이 작게 숨을 내쉬었다.

        

        

        

       “시체 숫자만 세면 대략 30명 정도 되는 것 같네요. 외부에서 산발적으로 들리는 소리들을 제외하면 어느 정도 교전이 끝난 것 같은데…과연 레인이 오랫동안 버텨준 덕에 무사히 퇴각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러기도 전에 싸그리 밀려서 그런 건지.”

        

       “외부에는 대거 팀이 있습니다. 전자는 가능성이 낮다고 사료됩니다.”

        

       “그렇겠지요.”

        

        

        

        주변에 널린 시체들은 하나같이 상태가 영 좋지 못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누가 누구를 잡았는지는 꽤 구분이 간단한 편이었다. 가슴이나 머리에 큰 구멍이 뚫린 채 나자빠진 것들은 대개 내가 죽인 이들이었지만, 시체의 상태가 엉망진창이거나 한 건 진이 주로 범인이었다.

        

        아무튼 이들이 누구냐 하니, 레인이 해당 작전 구역에서 안전하게 퇴각할 수 있도록 직접 몸을 던져가며 막은 아르테미스의 전투원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눈물겹다고도 말할 수 있긴 했지만, 문제는 그 행동에 딱히  숭고함 같은 건 없다는 사실이었다.

        

        진즉 반쯤 뇌사 상태에, 명령이 내려지면 목숨이 걸린 일임에도 아무런 반항 없이 기계적으로 덤벼드는 생체-인형들. 아마 아르테미스 입장에서는 단순히 손익만을 따진 후, 레인을 구출하는 것이 더 많은 이득이 될 거란 사실을 기반으로 명령을 내린 것뿐이겠지.

        

        오히려 그것보다 더욱 기시감이 드는 건 따로 있었다.

        

        

        

       “저쪽이 그토록 두들겨 맞을 예정이란 걸 아르테미스가 몰랐으리라 생각되지는 않는데, 그럼에도 이렇게 지원이 늦는다라. 꽤 부자연스럽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의도적이라고 말하고 싶은 겁니까?”

        

       “적어도 제 생각은 그렇네요.”

        

        

        

        완전히 속단하는 건 이를지도 몰랐지만, 그러자니 아까 내가 한 말이 걸리기도 했다.

        

        레인이 아직 선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아르테미스 역시도 그러하리란 보장은 없다는 말. 이를 풀어서 해석한다면 아르테미스가 언젠가는…아니, 꽤 근시일 내에 그녀에게 부여했던 가치를 스스로 거둬들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레인, 그 누구보다도 인간과 엇비슷한 기체. 하지만 기존에 아르테미스가 제출해왔던 협상안 및 그에 수반된 이런저런 연구 데이터 등등의 존재를 고려해본다면, 저쪽은 차라리 레인을 포맷해버리고는 평범하게 운용하는 것을 선택할 확률이 높았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걸 내가 신경쓸 필요는 없긴 했지만….

        

        

        

       “구할 수 있는 건 구해야할 테고.”

        

       “무슨 뜻입니까?”

        

       “혼잣말이니 신경쓰지 마시길.”

        

        

        

        물론, 겸사겸사 다른 목적도 있었지만.

        

        오른쪽 허벅지에 매여진 다용도 파우치를 뒤적뒤적, 이후 자그마한 패치 같은 것을 찾아내었다. 이것의 용도는 간단했다. 붙일 수 있는 위치추적기였다. 당연하겠지만 원래는 레인, 혹은 그녀를 싣고 전장을 이탈하게 될 트럭에 붙여야만 하는 물건이었고.

        

        하지만 아쉽게도 실패했다. 주변에 마구잡이로 널려있는 아르테미스 전투 병력의 시체들이 그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다음에는 이쪽이 시간을 끄는 사이 대거 팀에게 별동대로서 운용하는 게 더 나을 듯했다.

        

        오늘도 실수를 통해 더 나은 방법론을 배우고 있었다.

        

        

        

       ───쏴아아아….

        

        

        

       “비가 그칠 생각을 안 하는군요.”

        

       “작전이 시작된 지 45분이 경과했습니다. 슬슬 복귀할 타이밍이 아닌지.”

        

       “그렇겠네요.”

        

        

        

        그와 동시에 성큼성큼.

        

        바닥을 걸어간 끝에 보인 팔다리를 주워들었다. 레인의 것이었다. 당연하겠지만 추후 진이 상당한 손상을 입었을 때의 스페어 수리 부품으로서 잘 써먹을 예정이었다. 호환이 안 될 것 같지는 않았기도 했고.

        

        가방 안이 순식간에 빵빵해졌다. 진 역시도 이걸 왜 가방 안에 주섬주섬 집어넣는지를 대충 알았는지 이런저런 피해 수습을 시작했다.

        

        그렇게 필요한 것들만을 적당히 챙기는 과정이 마무리될 즈음,

        

        

        

       “아주 그냥 시산혈해를 만들어놓았군요, 유진.”

        

       “폭격이라도 세네 발 맞았나, 여긴? 사방이 구멍 투성이구만. 건물이 붕괴하기 전에 나가는 걸 걱정해야만 할 판인데.”

        

       “꽤 강한 친구랑 다시 만났죠.”

        

        

        

        대거 팀이 슬그머니 위로 올라왔다.

        

        오늘 해당 작전 구역에 온 이들은 부분대장 서킨스를 필두로 한 대거 팀의 절반이었다. 로건은 기지에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아무튼, 이들이 여기까지 온 것을 보아하니 바깥은 마무리가 거의 다 되었을 확률이 높았다.

        

        실제로 주변 외벽에 구멍이 뻥뻥 뚫려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총소리 혹은 탱크 포탑의 발사음 같은 게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빗소리 뿐. 이게 백색 소음인가 하는 그건가 싶은 생각을 꼬깃꼬깃 접어 집어넣은 채 덧붙였다.

        

        

        

       “바깥 상황은 어떤가요?”

        

       “이제 복귀만 남았지. 절반 가량은 퇴각했지만 절반 정도는 잡았고. 하필이면 기후가 이런 모양이라 시야가 영 별로라서 예상했던 것보다 아르테미스의 피해가 적어.”

        

       “듣자 하니 UAV를 밥먹듯이 띄우고 있는데도 퇴각 행렬 식별이 어렵다지요? 비가 이렇게나 많이 오는데 광학미채까지 켜고 도망가니….”

        

       “다음 교전 때는 해결될 문제니까요, 뭐.”

        

        

        

        오늘 벌어진 전투에서 어떠한 점을 개선해야만 하는지를 모르는 이들은 이 자리에 없었다.

        

        그리하여 퇴각이 시작된다. 어두컴컴한 지하를 지나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외부로 나갔다. 주변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물론 그 규모는 완전히 달랐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대형 쇼핑몰 외벽이 찌그러진 곳도 있었고, 요새 벽면이 증발한 구역도 존재했다.

        

        그냥…보이는 모든 곳마다 폭격 아닌 폭격을 가한 모양이었다.

        

        이래서야 나중에 프로토타입을 만났을 때 퍼부을 수 있는 충분한 양의 무기가 남아있기나 할까 싶던 와중, 로렌티나가 입을 열어 물었다.

        

        

        

       “그건 그렇고, 설득은 어떻게 되었는지?”

        

       “잘 되었더라면 진 옆에 한 명이 더 있었을지도요.”

        

       “그닥이었단 거군요. 아쉽게도.”

        

        

        

        사실상 그렇긴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시선 교환이 이어졌고, 로렌티나를 비롯한 이들은 이번 사건이 거기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점을 반쯤 즉각적으로 눈치채었다 – 그 말대로였다. 나 역시 이것을 마지막으로 적당히 포기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마 곧 전장이 아닌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지 않을까요.”

        

       “흐음.”

        

       “아르테미스가 그 개체를 가만히 놔둘 날이 얼마 안 남은 것 같거든요.”

        

        

        

        그 말에 큭큭 웃은 로렌티나가 덧붙였다.

        

        

        

       “그래요, 막내 마음대로 하시길. 필요한 만큼 맞춰드리도록 하죠. 어디 한 번 다음 전투를 준비하러 가봅시다.”

        

       “물론 그렇게 되겠지만…그래도 여력을 보태줄 사람들의 숫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죠?”

        

        

        

        의미심장한 발언.

        

        빗물로 흠뻑 젖은 몸뚱아리를 복귀용 트럭에 싣는 한편, 인게임 메뉴를 조작한 뒤 이런저런 창을 띄웠다. 엔그램과 연동되어있는 단체 채팅방에 들어가 타자를 치면서 덧붙였다.

        

        

        

       “적으면 네 명 가량, 많으면 여섯에서 일곱. 연속적인 전투를 상정해야 할지도 모르니 최대한 많이 데려와야죠.”

        

       

        

        그에 대거 팀의 표정이 실로 기묘해졌지만, 이미 채팅방에 띄워놓은 메시지 옆 숫자는 하나둘씩 줄어들고 있었다.

        

        하모니, 다이스, 블루밍, 카토, 그리고 로렌티나와 로건…만약 가능하다면 오웬스까지.

        

        큰 일을 벌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준비가 필요한 법이었다.

        

        

        

       “막내는 막내 나름대로 요한묵시록을 준비하고 있군요.”

        

       “하하.”

        

        

        

        로렌티나의 말이 모든 상황을 설명했다.

        

        트럭이 진흙길을 세차게 밀어내며 기지로 우리를 데려다 주기까지 20분 전의 일이었다.

        

        

        

        

        

        

        

        

        

        

        

        

        

       “…에, 아니. 이거 뭐야…?”

        

       “어…다이스 코치님, 유진 선생님이 저도 부른 거 맞죠?”

        

       “맞긴 한데, 어어….”

        

        

        

        한편, 서울 동부.

        

        다이스는 혼란에 빠졌다.

        

        

        

        

        

        

        

        

        

        

        

        

        

        

        

        

        

        

        

        

        

        

        

       “우, 우와…되게 신기하네요. 살다살다 이제는 메카 유진 씨를 다 보게 되고…그동안 바빠서 민아가 말로만 얘기해줬는데, 참….”

        

       “…여기 제가 와도 되나요?”

        

       “유진 씨, 여기 적응 못하는 사람이 두 분이나 계신데요.”

        

        

        

        그로부터 며칠 후, 기어 박스.

        

        여지껏 EU 모드에 단 한 번도 발을 들여본 적이 없는 다이스와 블루밍이 무사히 입성하였고, 그 뒤를 카토와 하모니가 따라 들어왔다. 실로 오래간만에 다시 모인 면면이었다. 그동안 진과 함께 다니느라, 그리고 다른 세계와 연결된 일을 매끄럽게 처리하느라 바빴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느닷없이 불러모았는데도 다들 군말없이 모여준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으나.

        

        

        

       “아키타입, 이 존재가 저를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고 있습니다. 굉장히 부담스럽습니다.”

        

       “이젠 부담스럽다는 말도 할 줄 아는군요. 좀만 참아요. 앞으로 작전 진행에 큰 도움을 줄 사람 중 한 명이니 최대한 친하게 지내고.”

        

       “반갑습니다. 다이스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간만에 방송켰다 싶었더니 이젠 대규모 합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 개젛아!!!!!!!!!!!!

       -메카비얌년 뻔뻔한거봐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세변환 돌아버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간만인 것들이 너무 많다.

        

        첫 번째는 다이스와의 만남이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야 아까 했으니 패스한다고 쳐도, 두 번째는 당연히도 방송이었다 – 그렇다고 해서 아예 스트리밍을 안 한 건 아니긴 했다. 다크 존을 메인으로 방송한 게 아닌 것뿐이지.

        

        다행스럽게도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이카루스의 협조가 들어갔다. 구체적으로는 다른 유저들과의 진행도 차이가 너무 많이 나기에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방송을 금지했다-정도의 MSG를 섞어 그동안 방송을 하지 않은 이유를 적당히 무마했다.

        

        물론 표면상의 이유였고, 실질적으로는 대거 팀을 방송에 많이 내보내지 않기 위함이기도 했다. 사실상 방송에 대거 팀이 나오는 상황 자체가 나와 저쪽에게 리스크를 부여하는 것에 가까웠기에.

        

        그래서 이번 스트리밍에는 대거 팀의 출현을 최소화할 생각이었다.

        

        

        

       “…얘 되게 마음에 든다.”

        

       “그쵸? 계속 봐봐요. 유진 씨랑 닮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걸요.”

        

       “진짜네…우리 앞으로 계속 친하게 지내죠. 저랑 비밀친구 할래요?”

        

       “인식하였음.”

        

        

        

        …그 전에 얘네들을 어떻게 해야만 하긴 한데.

        

        아무튼 간에, 다이스는 그렇다고 쳐도 블루밍이 이곳에 온 이유는 간단했다 – 일종의 실전 연습이라고 해야 할까, 이걸. 카토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사람은 극한에 가까운 환경에서 밀어붙여야 성장한다는 말도 있고.

        

        물론 반 정도는 사람을 불러모으기 위한 핑계였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후후, 익숙한 얼굴이 많네요.”

        

       “아주 일이 쏟아지는구만, 쏟아져. 안 그래도 바쁜 와중에…나중에 개런티 받을 거니까 그렇게 알아라, 요 맹랑한 놈.”

        

       “으엑, 물론이죠오….”

        

        

        

       -상어북극곰 떴다wwwwwwwww

       -아주그냥 꼼짝을 못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았어!!!알았다고!!!!!야식시키면되잖아!!!!!!!!!!!

       -편집자들 당근흔드는 소리 여기까지 들린다 ㅋㅋㅋㅋㅋㅋㅋ

       -윾진련 꼼짝못하는거 개기엽다 진짜루

        

        

        

        이것도 당연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꽤 처절한 응징이 있었다.

        

        그렇게 브리핑에 들어가기 전 내 볼따구는 마치 홍당무마냥 시뻘개졌고, 나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무슨 귀중한 광경을 보기라도 한 것마냥 얼굴에 만면의 미소를 띤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여간 이 사람들은 내가 당하는 걸 은근히 좋아한단 말이지.

        

        물론 그 중에서 가장 크게 즐거워한 게 진이라는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작전 안내가 시작되었다.

        

        

        

       “다이스와 블루밍은 EU를 단 한 번도 플레이한 적이 없으니 시스템에 대한 가이드와 맵의 구조는 가면서 익히시길. 하모니가 도와줘야 할 거예요.”

        

       “…그 짧은 시간에 가능해요?”

        

       “저는 두 분을 그 정도도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가르치진 않았죠. 그닥 어려운 것도 아니니 한 번 체험해보시길.”

        

        

        

        그와 동시에 맵이 떠올랐다.

        

        주 무대는 벙커가 될 예정이다. 맵 중에서도 상당히 오만가지 요소들을 전부 때려박은 곳이었다 – 기차역과 창고, 산과 산비탈의 여러 건물, 벙커, CQB의 꽃인 다층 건물 여러 개…그리고 그 말대로 아르테미스가 반드시 사수해야만 하는 곳이기도 했다.

        

        UAV가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이 비춰졌다. 맵 주변에는 상당히 많은 크레이터가 있었다. 보아하니 나와 대거 팀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적진을 갈아엎은 것과는 별개로 상당히 많은 원거리 폭격을 시행한 듯했다. 아마 토마호크 같은 걸 사정없이 날려댔겠지.

        

        그러나 맵 중앙에는 그다지 효력이 없는 듯했다. 이유는 대강 짐작이 갔다. 실드 비스무리한 무언가가 이를 막고 있는 거겠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여러 종이쪼가리에 쓰인 정보 또한 그 사실이 맞음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그 외에 미리 훑어본 정보를 토대로 입을 열었다.

        

        

        

       “이번 작전에서 해야 할 일은 간단합니다. 바위를 기어오른 뒤 남동쪽의 레이더 기지에 침투, 해당 지역을 가로막는 실드 생성기와 미사일 요격 체계를 전부 박살내는 거죠. 반면 대거 팀은 완전한 반대 방면인 북서쪽에서 침투하여 물자 운반 허브인 기차역을 전부 파괴할 겁니다.”

        

       “그 후에는?”

        

       “아래로 내려간 뒤 현 팀이 남관, 동관, 북관을 청소하는 동안, 대거는 반대편에서 접근할 겁니다. 최종적으로는 중앙에서 만나는 형식이 되겠지요.”

        

        

        

        그 후 잠깐의 정적. 그리고 나는 손가락으로 맵의 한 구석을 가리켰다.

        

        손가락이 멈춰선 곳은 중앙에서 조금 왼쪽으로 치우친 곳. 남관과 동관, 북관의 가운데였다 – 그러나 조금 독특하게도, 기존의 맵과는 다르게 벙커 중앙에 놓여있는 헬리콥터가 없었다.

        

        이유는 가늠이 안 되었으나,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오늘 이곳은 헬리콥터의 착륙지로 쓰이게 되겠지.

        

        

        거기까지 설명하자마자 질문이 들어왔다.

        

        

        

       “헬리콥터를 탄다고?”

        

       “방금까지 설명드린 건 작전의 절반입니다.”

        

        

        

        그와 동시에 몇 개의 사진을 더 보여주었다.

        

        위치도 좌표도 짐작되지 않는 흐릿한 사진 하나. 재밍이 걸려있었는지 무슨 시설을 찍은 건지 추측하는 것조차 어려웠으나, 어렴풋하게 묘사된 불빛과 백색의 외형은 그것이 일종의 건물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아마 이곳이야말로 두 번째 전장이 되겠지.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 순간 진과 시선을 마주했고, 그녀는 벽면에 시선을 보내었다.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벽이 열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 무슨.”

        

       “가지고 갈 수 있는 모든 물건들이 이곳에 있으니, 챙길 수 있는 만큼 챙겨가시길. 지난한 싸움이 될 예정이니까요.”

        

        

        

       -아니 미친 총이 도대체 몇자루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총기 소믈리에세요 싀1발 ㅋㅋ

       -아니 이딴기능은 또 언제 넣은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지!이거지!이거지!이거지!이거지!이거지!이거지!이거지!이거지!이거지!이거지!이거지!이거지!이거지!이거지!

       -다들 어안이 벙벙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총, 총, 그리고 총.

        

        여태까지 모아왔던 수많은 숫자의 무기와 탄약, 폭발물, 방어구, 소모품…장식과 인테리어, 배치는 최첨단이었으나, 그 사이에서는 숨길 수 없는 전쟁의 냄새가 풍겨왔다.

        

        총구가 천장에 닿을 것만 같은 길다란 반자동 저격총, 동시에 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총기이기도 한 묠니르를 집어들며 입을 열었다.

        

        

        

       “그럼 두 번째 식구를 맞이하러 가봅시다.”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저쪽이 알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대충 존윅 총기소믈리에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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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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