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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3

       그 때의 본인은 이미 온 몸을 피로 더럽힌 상태였다.

       

       복수라는 미명 하에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 온 본인이 누군가의 죽음에 충격을 받겠느냐.

       

       다만. 그래. 다만 아무리 죄에 익숙해졌다 할지라도 최저한의 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지니고 있어야 할 양심이니 도덕이니 하는 것들이 말이다.

       

       천마신교의 무리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태어날 적부터 그리 교육을 받아온 이들은 이상을 상식이라 여기고 있었고 본인의 분노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더랬지.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해보면 섬뜩하구나.

       

       이런 짓을 저지르지 말라 소리를 쳤을 때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왜하면 안 되느냐고 묻던 녀석들의 순수한 눈빛이 참으로 기이했으니 말이다.

       

       당시의 본인은 멍청했다. 신교의 신도들을 다소 특이할 뿐인 좋은 이들이라 여기고 있었던 난 저들이 무지하기에 죄를 범했을 뿐이라 생각했지.

       

       그래서 난 저들을 통제하고자 했다. 이것이 잘못되었음을 알리고 내가 신경을 써 가르친다면 정상이 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리고서 깨달았다. 광신이 어째서 광신이라 불리는 지를 말이다.

       

       그 광신도들은 겉으로 본인을 신으로 모시며 본인을 위해서는 무어라도 할 것처럼 행동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들은 본인이란 인간을 모시는 것이 아니었다.

       

       천마신교의 천마를 모시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바라는 이상의 신을 상상하고 거기에 본인을 끼워 맞추고 있는 것이었다는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본인이 교리와 어긋나는 말을 한다면 녀석들이 어찌 반응을 하겠느냐.

       

       본인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까?

       

       그럴 리가 있나!

       

       놈들은 내 말을 마음대로 곡해해서 제 입맛에 끼워 맞춘다!

       

       인간 백아라가 한 말이 아니라 천마 백화령이 하는 말로 바꾸어 받아들인 다음에 제멋대로 행동을 한다!

       

       본인이 인간을 죽여 공양하지 말라 이야기했더니 그것을 자신들의 신앙을 시험하는 것이라 여기고 또 다시 공양을 벌였으며.

       

       그것을 막기 위해 엄한 처벌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하지 말라 했던 일을 했으며.

       

       심지어는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몇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을 때에도 그 광기는 저물긴 커녕 오히려 그 정도를 키웠다.

       

       “아아. 천마님께서 직접 이 비루한 목숨을 앗아가 주시다니!”

       “극상의 기쁨이로다!”

       “저들의 혼도 분명 기뻐하고 있을 터!”

       

       푸흐흐. 그 때의 본인은 정말 돌아버릴 지경이었지.

       

       죽음도 고통도 저들에게는 기쁨일 뿐이라니!

       

       오죽 했으면 무림맹 전체와 싸우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을까.

       

       본인에게 더 문제가 되었던 것은 이상을 자각하고 나니 많은 것들이 새로이 보였단 점이었다.

       

       과거 본인이 천마신교에서 수련을 받을 적에 먹었던 환단이라거나. 함께하던 이를 죽이기를 명하던 것이라던가. 죽음은 결코 두려워해야 할 것이 아니라는 교리라던가.

       

       이전에는 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 둘 본인의 자취를 따라와 본인의 목을 조여 왔다.

       

       당시의 본인이 무림맹을 완전히 일소하지 못한 데에는 이것도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야.

       

       무림맹을 향한 복수심보다도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광기가 본인을 짓누르는 상황이었으니.

       

       언젠가 천마신교 부지 인근에 만들어 두었던 어머님의 묘가 아니었더라면 본인은 복수를 끝마치고서 신교의 무리를 피해 도망쳐 달아나지 않았을까 싶구나.

       

       “신교로 돌아가게 되었음엔 난 이미 신교의 신도들에게 질려버린 상태였지.”

       

       본인에게 있어 그 놈들은 이미 인간이 아닌 짐승의 무리에 불과했다. 그래서 무시를 하려 했다.

       

       저들이 무얼 하건 간에 시야에 두지 않으려 노력했다.

       

       말을 해도 듣지 않고, 말려도 기뻐하고, 자신들이 바라는 대로 움직일 뿐인 무리에게 무얼 바라겠느냐는 느낌으로.

       

       “뭐어. 중간에 본인 나름대로 발악을 해보긴 했다.”

       

       도저히 신교의 풍경을 견딜 수가 없어 개혁을 시도해보려 하긴 했다만.

       

       본인은 개인이고 광신도의 무리는 거대했으니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빈번히 벽에 가로 막혀 나가떨어질 뿐이었다.

       

       심지어는 당시에 존재하던 장로들의 입을 모두 틀어막아버린 후에 신교를 바꾸어보려 시도한 적도 있었다만.

       

       처참하게 실패했지.

       

       하하. 결국에 장로라는 것은 신도들이 자라 되는 것임을 간과한 게 큰 문제였어.

       

       본인이 저들을 위해 신교를 바로 잡으려 그래도 신도들이 그를 바라지 아니하는데 어찌 변화가 있을 수 있겠느냐.

       

       결국에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결국에 저들이 인간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아니했고,

       

       저들이 지닌 광기의 한 가운데에 본인이 존재한다는 것 또한 바뀌지 아니했으니.

       

       신교에 머무르는 동안 본인의 마음에는 광신을 향한 혐오가 점차 쌓여가기만 했다.

       

       “그런 곳에서 몇 년을 지내다 보니 말이다. 날 향해 환호성을 내지르는 이들을 보면 그 미치광이들이 겹쳐서 보이더구나.”

       

       저들에게 진정으로 그런 의도가 있건 없건 간에 본인은 본인을 보고서 호들갑을 떠는 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신이니 뭐니 하는 식으로 추앙을 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본인이 방송에 찾아오는 무례한 이들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지.”

       

       짓궂은 말을 내뱉고 친구처럼 장난을 치고 때로는 골탕을 먹이려 드는 이들을 어찌 좋아하지 않겠느냐.

       

       본인이 신교에 머무를 무렵에 항상 바라던 것이 그런 것들이었는데 말이다.

       

       굳이 이유를 더하자면 귀로 듣는 것에 비하여 채팅으로 칭찬을 듣는 게 덜 부담스럽다는 것도 있겠구나.

       

       “이 정도면 본인이 호들갑을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이 되었느냐?”

       “…그으렇네요. 네.”

       “싫어하실 만 하네요.”

       

       내가 말을 끝마쳤을 즈음에 같은 자리에 있던 백호와 파이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특히 파이스 같은 경우에는 애초에 이에 관해 묻지 말았어야 했단 생각이 얼굴에서 절로 묻어나왔다.

       

       “뭐어. 크게 신경 쓰지 마라. 그대들을 타박하려 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곰방대를 피워 올리며 그리 이야기를 했지만 두 사람의 표정을 풀릴 줄을 몰랐다.

       

       이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엔리나 다른 이들에겐 이 이야기를 해선 안 되겠구나.

       

       그랬다가는 계속해서 의미심장한 시선을 받게 될 것 같으니 말이야.

       

       “그보다 본인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은 파이스 그대의 의견이다.”

       “저요?”

       “그래. 갑작스레 이세계에 떨어져 추앙을 받게 되었단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지 않으냐.”

       

       그렇기에 그대의 의견을 듣고 싶다. 다른 이들이 자신을 추앙하는 광경을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지.

       

       그 추앙이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부담스러움에도 견디고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견디는 것인지.

       

       내 물음을 들은 파이스는 입을 우물거리다가 헛웃음에 가까운 표정을 짓고는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냈다.

       

       “저는 화령님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서요. 분명 이 세계의 주민분들이 저를 상당히 아껴주시긴 합니다만 그 정도 뿐이라서.”

       “세계를 구한 영웅에게 향하는 추앙이 거기서 끝날 리 없을 텐데?”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화령님의 경우와는 차이가 많습니다. 그러니만큼 제가 드리는 대답은 바라는 종류의 대답이 아닐 텐데 그래도 답을 바라십니까?”

       “그래.”

       “저는 그 모든 걸 사랑받기에 짊어져야 할 일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파이스는 말했다.

       

       연인이 서로를 사랑할 때에 교류를 하며 좋은 일들도 많이 있겠지만 나쁜 일들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사람이 사람인 이상 그건 당연한 일이라고.

       

       “영웅과 군중과의 관계도 비슷하죠. 군중이 영웅을 사랑하고 영웅이 군중을 아끼는 이상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파이스는 나쁜 일을 되도록 잊으려고 노력했다.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이 더 많으리라고 믿기에.

       

       나쁜 일이 더 많은 것 같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착각일 뿐이라 생각하기에.

       

       “전 이렇게 나쁜 일들을 지나치고 있습니다만. 솔직히 말해 저도 화령님과 같은 상황에 처했더라면 이런 식으로 웃어넘기지 못했을 겁니다.”

       

       으음. 확실히 본인의 경우와는 다른 점이 많구나.

       

       파이스 저 녀석은 대다수의 사람이 정상인 경우에 마주한 것이니 광인들 사이에 존재했던 본인과는 경우가 다르다고밖에 할 수 없겠지.

       

       결국에 크게 도움이 되는 답변은 아니었다만.

       

       어쩌겠느냐. 본인이 겪은 일이 하도 특이한 것을.

       

       “저어. 아라님.”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으려니 백호가 슬며시 목소리를 냈다.

       

       “무어냐.”

       “결국 그 문제는 광신도의 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이니. 신교의 바깥에선 그런 걱정을 하실 필요가 없는 게?”

       “아아. 본인도 그렇게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본인을 괴롭게 만드는 것은 결국에 천마신교의 신도들이니. 그들에게서 도망쳐 나온다면 괜찮으리라 생각을 했었지.

       

       그게 착각이라는 걸 깨닫게 된 건 신교에서 빠져 나오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지금도 그 이유를 알지는 못하겠다만 본인이라는 존재는 광신을 끌어들이는 모양이더구나.”

       

       천마신교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이들의 가운데에서 몇 번이나 광신도를 마주했던지.

       

       그런 경험을 몇 번이나 하다 보니 애초에 사람들과의 연을 꺼리게 되더구나.

       

       “…광신을 끌어들여요?”

       “그래. 특히 무를 추종하는 이일수록 광증이 쉽게 발현되는 경향이 있었지.”

       그 빈도수를 따지면 광신도 중 아홉은 무인이었을 것이다.

       “당장 현대에 와서 마주한 광신도 무를 추종하려 노력하는 이들에게서 보았던 것이니.”

       

       그 채찍을 쓰는 자와 지금은 증상이 완화된 설아 양 쪽 다 현대인치고는 다소 진중하게 무를 마주하던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녀석들에게서 광증이 발현된 것이리라.

       

       내 이렇게 이야기를 했더니 백호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저어. 아라님.”

       “무어냐.”

       “그 광증에 대처법이 존재합니까?”

       “흠?”

       “그으… 저희 회사의 사람들 중에 아라님을 좋아하는 무인들이 워낙에 많은지라.” 

       

       그러고 보면 지난번에 새로운 기기를 설치하러 왔던 이도 분명 무인이었지. 그런 녀석들이 한 둘이 아니라면 그 중에 광기를 개화하는 녀석이 존재할 수도 있겠구나.

       

       

       “과거에는 없었다.”

       

       본인이 광신을 꺼려하고 피하던 시절에는 말이다.

       

       “허나 지금은 있다.”

       

       현재에는. 현대에 넘어오고서 엔리를 만난 지금은 광신에 대처할 방법이 존재한다.

       

       그 방식은 너무도 간단하다. 본인이 천마 백화령이 아닌 인간 백아라임을 저들의 뇌리에 박아 넣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방식을 통하여 설아의 광증이 줄어들었으니 분명 효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한 번 그 회사의 무인들을 만나러 가봐야겠구나.”

       

       좋아도 싫어도 언젠가는 마주해야 될 것이라면 미리 마주하는 편이 나을 테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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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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