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13

   몸을 일으킨 검왕, 라이 발하임.

   그의 손에는 아무런 검도 쥐어지지 않은 채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이를 보고, 크라슈도 샬롯도 그에게 무기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검을 쥐지 않는 어검술을 사용하니까.

     

   쿵!

     

   아니나 다를까, 크라슈와 샬롯이 박찬 그 사이에 거대한 검 한 자루가 박혔다.

   사람만 한 검 한 자루가 박히자 두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보인 것은 수백 개가 넘는 무수히 많은 검이었다.

   그런 검들은 전부 제각기 크기부터 시작해 형태가 전부 달랐다.

     

   제왕섬멸검(帝王殲滅劍)

     

   라이가 다루는 어검술의 비기다.

     

   쿠구구구구궁!

     

   이윽고, 검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늘을 수놓은 검의 비는 샬롯과 크라슈를 노리고 뻗어 나왔다.

     

   카앙, 캉, 카앙, 카앙!

     

   그리고 그런 검의 비에 맞서 샬롯과 크라슈가 동시에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크라슈는 제 육감과 라이트닝을 합친 벽력을 통해 어디서 공격이 오든 전부 대항할 수 있다.

   샬롯은 순수한 동체시력과 반사 신경만으로 모든 공격에 대항할 수 있었다.

     

   거세게 몰아치는 검의 폭풍우 속, 샬롯과 크라슈의 검이 끊임없이 움직였다.

     

   본래라면 앞으로 진격했겠지만.

   라이의 어검술은 생각 이상으로 빡빡하게 샬롯과 크라슈를 몰아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검의 폭풍우 속에 갇힌 채 전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상대는 천하십강에 이른 검왕 라이 발하임이다.

   하물며 그는 신의 강림으로 인해 몸에 신기까지 흐르고 있는 마당.

     

   상상 이상으로 강력한 적이었다.

     

   이를 느낀 크라슈와 샬롯이 검 사이에서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동시에 눈빛이 교환을 마쳤다.

     

   샬롯의 몸에서 검의 기류가 피어올랐다.

   크라슈의 몸에서 용의 기류가 피어올랐다.

     

   동시에 피어오른 두 사람의 기류가 한순간이지만 뻗어 나오던 검들을 전부 정지시켰다.

     

   먼저 바닥을 박찬 건 샬롯이었다.

   검 위에 푸른색의 검기를 서린 샬롯은 포탄과 같이 쏘아졌다.

     

   한순간 정지했던 검들이 서둘러 샬롯을 저지하고자 쏟아져 내려왔다.

   샬롯은 그런 검들을 바라보며 입가에 섬찟한 미소를 그렸다.

     

   “직접 쥔 검도 아니고.”

     

   샬롯의 검에 서린 푸른 검기의 섬광이 주위를 전부 물들이기 시작했다.

     

   “이걸로 나를 막으려고?”

     

   이윽고, 뻗어나간 섬광이 대기를 꿰뚫으며 질주했다.

     

   쨍그랑!

     

   섬광이 지나간 곳에 자리하던 모든 검이 일제히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져 버렸다.

     

   라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의 몸에 깃든 신은 물질의 신인 레피라다.

     

   그는 앞서 샬롯과 크라슈가 검의 폭풍우 속에서 공방을 펼칠 때.

   이 두 사람이 모든 검에 절묘하게 균열을 일으켜 놓았음을 뒤늦게 눈치챘다.

     

   그리고 조금 전 샬롯의 검기의 섬광이 균열로 스며 들어가며 검들을 깨트려 버린 것이다.

     

   정말로 막돼먹은 남매였다.

     

   산산조각이 난 검 사이로 샬롯이 바닥을 지르밟으며 검을 돌려 쥐었다.

     

   그녀는 몸에서 무한대로 오러가 쏟아져 나오기라도 한다는 듯.

   대량의 검기를 쏟아내며 그대로 라이에게 부딪쳐 왔다.

     

   그러나 라이의 앞에 그녀가 채 도달하기 직전.

   그녀의 눈앞이 빛으로 물들었다.

     

   카앙!

     

   순식간에 들려온 소리와 함께 샬롯의 검이 무언가를 받아냈다.

   검에서 오는 충격은 샬롯조차 뒷걸음질 치게 할 만큼 강렬했다.

     

   샬롯은 이 검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라이가 무황, 발록 발하임에게 하사 받은 빛의 검.

   발록의 신기를 스킬 레피텐을 이용하여 복사한 채 만들어 낸 검이다.

     

   빛의 검이라는 말답게 그 속도는 터무니 없이 빨랐다.

   게다가 거기에 담긴 힘은 샬롯조차 섬찟할 만큼 강렬했다.

     

   “흐응?”

     

   하지만 지금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샬롯의 눈에 비춘 빛의 검이 한 자루가 아니라는 점이다.

     

   라이의 등 뒤.

   빛의 검이 원을 그리며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총 열두 자루.

   과거 한 자루 만으로 세계 침식자, 광도제를 압도했던 때와는 차원이 다른 수였다.

     

   빛의 검은 신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라이의 몸에 현현한 신 레피라의 신기를 통해 더 많고 강한 빛의 검을 완성 시킨 것이다.

     

   샬롯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그녀의 입가가 어느새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강자와 싸우는 것을 즐기는 그녀다.

     

   강하다면 강할수록 샬롯의 의지는 더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좋네. 오빠.”

     

   샬롯이 검을 천천히 아래로 당겼다.

     

   “나 죽일 수 있겠어?”

     

   그 물음과 함께 빛의 검, 열두 자루가 동시에 쏘아졌다.

   빛을 가로지르며 쏘아진 열두 자루의 검은 전부 샬롯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이를 본 샬롯은 조용히 숨을 당겨 내쉬었다.

   이윽고, 샬롯의 발을 중심으로 푸른빛의 섬광이 한차례 번져 나갔다.

     

   검의 천재.

   검에서부터 태어난 별.

     

   수많은 수식언이 붙은 채 살아온 샬롯이다.

     

   그런 그녀가 왜 이토록 천재라 불리며 칭송받고, 모든 천재에게 절망감을 주는가.

     

   그 답은 간단하다면 간단했다.

     

   남들이 평생 따라가야 할 경지를.

   샬롯은 한순간에 따라잡으니까.

     

   샬롯의 검에서 빛 한줄기가 뻗어 나왔다.

   그 빛은 어째선가 라이가 다루는 빛의 검과 매우 유사했다.

     

   “나 아빠가 이걸 쓰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거든.”

     

   크라슈와 함께 금역 마경을 닫던 당시.

   그녀는 악마 황제를 상대로 비기를 꺼내든 무황, 발록 발하임의 비기를 직접 두 눈으로 보았다.

     

   그녀에게 있어서도 발록의 검술은 한 차원 다른 영역에 있는 검술이었다.

     

   그리고 무척이나 탐이 나는 검술이기도 했다.

     

   탐이 났다.

   그렇다면 무얼 해야 할까.

     

   천재인 샬롯이 내린 답은 간단했다.

     

   훔쳐서 자기 것으로 만든다.

     

   샬롯의 입꼬리가 틀어 올려졌다.

     

   눈앞에 몰려드는 열두 자루의 빛의 검 앞.

   푸른 빛의 검으로 물들어진 검 하나가 그 힘을 여실히 드러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천재답게.

   샬롯은 이 세상에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재주를 지니고 있었다.

     

   공간 전체가 새파란 섬광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샬롯의 검에서 흘러나온 빛의 세기가 너무 강하기에 발생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빛의 세기 앞에.

   열두 자루의 빛의 검은 전부 나아가지 못하고 정지하기 시작했다.

     

   라이의 눈에 샬롯의 웃음이 비친 순간.

   푸른 섬광이 주위를 전부 집어삼키며 단절시켰다.

     

   무천독존(無天獨尊)

   무극(武極)

     

   라이의 앞에 강도 높은 거대한 검들이 방패처럼 겹겹이 만들어졌다.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만들어진 검들은 모조리 깨져 나가기 시작했지만, 라이는 멈추지 않았다.

   샬롯이 펼친 무극을 막기 위해서 그는 레피텐을 풀 전력으로 발동시켰다.

     

   그리고 그 끝.

   드디어 샬롯 무극의 잔재가 사라지며 힘이 꺼져 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막돼먹은 힘을 부여한 건지.

   소모된 힘 탓에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하지만 그럴 때가 아니다.

   무극을 펼치느라 샬롯 또한 과하게 힘을 소비해서 약해진 상태일 터.

     

   지금을 노려야 한다.

     

   라이가 다시금 레피텐을 발동시키며 검을 만들던 순간이었다.

     

   오싹!

     

   라이의 몸 전신을 훑은 소름과 함께 그의 시선이 옮겨졌다.

   거기에는 라이와 같은 검푸른 머리카락이 잿빛으로 빛난 소년이 있었다.

     

   이마에 돋아난 두 개의 뿔과 비늘.

   입술 사이로 흐르고 있는 잿빛의 연기.

     

   그는 다름 아닌 용황, 크라슈 발하임이었다.

     

   “나 참.”

     

   크라슈가 쥔 성운검 위에서 잿빛의 불꽃과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중간에 인비저블을 사용하며 몸을 숨긴 채 기껏 화력을 충전하고 있던 크라슈였지만.

   샬롯이 생각 이상으로 날뛰어줬다.

     

   하여튼 괴물 같은 누이다.

   설마하니 신까지 현현한 같은 천하십강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해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래서는 정말 말 그대로 전반 처리인데.”

     

   그래도 어쩌겠나.

   할 건 해야지.

     

   크라슈는 검을 돌려 쥐어 들어 올렸다.

   라이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검을 따라 올라갔다.

     

   왜냐하면 거기에 담긴 막대한 힘은 라이를 무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형님, 눈 뜨고 이야기합시다.”

     

   잿빛의 불꽃이 거세게 타올랐다.

   막돼먹은 두 남매를 바라보며 라이는 언뜻 씁쓸히 웃는 것 같았다.

     

   이윽고, 크라슈가 검을 내려그으며 이번에는 잿빛의 불꽃이 주위를 집어삼킨 순간이었다.

     

     

   * * *

     

     

   라이가 쓰러져 버린 후.

   크라슈는 가장 먼저 블랙 후드를 발동시켜 라이의 스킬을 훔쳐냈다.

     

   이로써, 라이에게 레피텐이 없어지며 신과의 연결이 없어졌다.

     

   라이도 앞으로 스킬을 못 쓰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실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그가 다루는 어검술은 그의 실력이니까.

     

   “누님, 형님이 웃고 있는데요.”

   “놔둬. 좋은 꿈 꾸나 보지.”

     

   샬롯은 하품을 기다랗게 내뱉었다.

   무극을 쓰고 나면 오러가 잔뜩 빠져나가 졸리다는 모양이다.

     

   아무리 그녀라도 천상사강인 발록의 비기를 아무 대가 없이는 못 쓴다는 거겠지.

     

   “……샬롯, 크라슈.”

     

   그러는 순간 라이가 입을 열었다.

     

   대충 응급 처치로 달링표 물약을 써놨더니.

   라이 특유의 굳건한 정신력으로 어떻게든 회복한 모양이다.

     

   “깨어나셨습니까.”

     

   크라슈가 묻자, 라이가 감은 눈을 슬쩍 떴다.

     

   “신의 현현을 막기 위해서긴 하지만 스킬은 제가 훔쳤습니다.”

     

   라이는 어느 정도 예상하였다는 듯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스킬이 빼앗겨도 상관없다는 얼굴이었다.

     

   “형님.”

     

   그러니 크라슈는 묻기로 했다.

     

   “신에게 현현 당한 거 일부러 하신 겁니까.”

     

   크라슈의 질문을 들은 라이가 침묵했다.

   그러고는 이내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자기 얼굴을 쓸어내리곤 입을 열었다.

     

   “장로들이 발하임에서 분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역시, 장로를 죽인 건 라이의 의도가 맞았다.

     

   “분란이라면.”

   “크라슈, 너를 가주로 만들어 이카루스를 집어삼키려는 목적이다.”

     

   크라슈의 눈이 확 찌푸려졌다.

     

   하여튼 이 썩을 장로 놈들.

   게다가 그 뒤에 어머니인 아리아가 있을 거로 생각하니 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카루스는 발하임과 같은 특정 집단에 묶여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후에 발하임에게도 이는 악영향이 될 거라 판단했었다.”

   “그거 때문에 장로들을 죽인 겁니까?”

   “결국 가주에 오르는 것은 장로들의 표가 영향을 주니까.”

     

   모든 이야기를 들은 크라슈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도 꽤 저돌적 성격이지만 라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긴, 이러니 형제겠지.’

     

   어머니는 다르더라도 같은 피를 이은 형제인 것은 사실이니까.

     

   “무엇보다.”

     

   라이는 크라슈를 힐끗 돌아봤다.

     

   “크라슈, 넌 가주 자리에 묶이기 싫어했으니.”

     

   다음 말을 듣고 크라슈는 눈을 깜빡였다.

     

   그 말대로 크라슈는 연거푸 발하임 가주 자리를 거부해 왔다.

   발하임이라는 가문 자체가 워낙 무겁기도 하고, 여기서 더 일을 늘리는 건 사양이었으니까.

     

   게다가 발하임 자체에 원체 질려 있던 영향도 있다.

   태어나서 발하임과 연관 되어 좋았던 적이 있어야지 말이다.

     

   라이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크라슈에게 몇 번이고 가주에 관해 물었던 건 라이였으니까.

     

   잠깐 침묵하던 크라슈는 곧 헛웃음을 흘렸다.

   그가 신에게 현현하면서까지 장로들을 처리한 건 크라슈를 고려한 것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제가 형님 한번 잘 둔 모양이다.”

   “형님만 잘 뒀다고?”

   “누님도요.”

     

   샬롯이 슬쩍 끼자, 그녀도 포함해 줬다.

   그러자 샬롯은 신이 난 듯 까치발을 들어 크라슈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나이가 들어도 늘 크라슈를 어린애 취급하는 샬롯이었다.

     

   “형님, 형님의 말대로 저는 가주가 될 마음이 없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야.”

     

   크라슈가 가주 자리를 물러설 것을 말하자 옆에 있던 샬롯도 냉큼 따라 말했다.

     

   “그러니 발하임 가주 자리,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그 말을 들은 라이는 둘을 보며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머리를 땅에 툭 기댔다.

     

   “동생들이 너무 자유로워서 탈이로군.”

     

   큰형의 책임은 뭐든 막중한 법 아니겠는가.

   받아들이는 라이를 보며 크라슈와 샬롯이 서로 씩 웃었다.

     

   “샬롯, 크라슈, 라이 오라버니!”

     

   저 멀리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를 들은 세 사람이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는 릴리쉬가 보였다.

   남매가 이 자리에 모두 모인 것이다.

     

   크라슈는 이를 보며 아주 잠시 둘째 형인 벨로킨이 떠올랐으나.

   곧 고개를 저어 털어 내었다.

     

   회귀라고 해서 모든 것을 옳게 바꿀 수는 없는 법이니까.

     

   세계 최강의 가문이라 일컫는 발하임.

   인외마경이라는 말까지 들으며 가주 자리를 놓고, 서로를 죽일 듯이 치열하게 싸우던 가문은.

   이제는 그런 소리를 듣지 않게 될 만큼 많이 변한 가문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틀 전 갑자기 새벽에 몸살 감기가 와서 이틀 내리 고생했네요… 독자님들도 부디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