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13

    <413 –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답니다>

     

    아이린과 도로시, 록펠이 어린아이의 탈을 쓴 사람 내장을 탐하는 선배가 있는 안전지대에 제 발로 들어간 사이.

    다른 쪽에서는 지젤과 이사벨, 손오천이 오크노디 수색에 앞서 정보를 수집했다.

     

    “정보를 교환하죠. 저희가 원하는 휴학생전용구역 내부의 정보를 제공하면 여러분이 원하는 바깥세상의 근황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지젤은 무턱대고 오크노디의 뒤부터 캐묻는 대신, 영리하게 접근했다.

     

    “시간이 너무 걸리잖아. 샌님 녀석,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냐?”

    “에소니아 모험단의 선배님들도 처음 발을 들인 장소에서는 섣불리 행동하기 전에 현지인에게 정보를 먼저 습득했어. 지젤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

     

    실제로도 지젤은 많은 정보를 습득했다.

     

    “안전지대에는 크고 작은 마력재해가 스무 개가 넘게 존재하는데 위험도에 차등적으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1학년 상급반의 실력으로 갈 수 있는 한계는 2단계 마력재해까지라고 하는군요.”

    “그 단계는 어떻게 구분되는데?”

    “마력재해가 품고 있는 의지의 깊이와 이에 이끌린 몬스터나 정령 등의 위험으로 측정된다고 합니다. 덤으로 지도도 확보했습니다.”

     

    휴학생들의 목표는 쉼터의 끝에 자리한 <비보>를 손에 넣는 것. 비보로 향하는 길은 두 갈래로 나누어져 있었다.

     

    하나. 1단계 마력재해 <먼지구름>을 뚫고 3단계 마력재해 <천애단벽>을 돌파하여 5단계 마력재해 <용암지대>를 가로질러 최단거리로 비보에 도전하는 길.

     

    둘. 먼지구름과 천애단벽을 피해 10개가 넘는 1단계 및 2단계 마력재해가 연속적으로,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하는 <복합재해구간>에 도전하는 길.

     

    “전자는 도전인원이 적고 후자는 도전인원이 많다고 합니다. 비보를 노리다가 실패한 휴학생들이 남긴 <유실물>이 많아 꿩 대신 닭이라고 유실물 습득을 노리는 학생들이 후자로 몰리기 때문이라는군요.”

    “오크노디는 도서관원정대에서도 지름길은 위험하다고 했어. 그 아이라면 분명 뒤로 갔겠네.”

    “거 뭐냐. 쥐방울 녀석이 비보를 노린다는 거냐?”

     

    지젤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강의 도중에 엄청난 소란을 일으켜가면서 침입한 휴학생전용구역입니다. 뭐가 됐든 이 안에서 지금 당장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 건 틀림없습니다.”

    “왜 꼭 지금이어야 했지? 오크노디의 실력이라면 무난하게 성장해서 나중이라면 더욱 손쉽게 비보에 도전할 수 있을 텐데.”

    “저 개인의 생각으로는 비보탈환을 노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비보의 탈환은 평범한 4학년 수준으로도 어림도 없다고 합니다. 듣자하니 비보는 넘버링 아티펙트의 더블넘버에 준하는 대단한 녀석이라고 하는군요.”

    “넘버링?”

    “2학년이 되면 곧 알게 되겠지만 아카데미의 보물고에는 엄청난 수의 특별한 아티펙트들이 존재합니다.”

     

    전세계 모든 아티펙트의 가치순위를 1위부터 9999위까지 측정한 넘버링 아티펙트.

    한 자리 순위의 싱글넘버.

    두 자리 순위의 더블넘버.

    세 자리 순위의 트리플넘버.

    네 자리 순위의 쿼드러플넘버 아티팩트.

    순위 안에 드는 아티펙트를 지니는 것은 모험가나 기사, 귀족을 통틀어 모두가 탐낼만한 일이다.

     

    “넘버링 아티펙트는 알아. 에소니아 모험단도 넘버링 아티펙트를 몇 개 소지하고 있으니까. 네임드 모험단이라면 그런 아티펙트가 하나쯤은 있지.”

     

    손오천이 멀뚱멀뚱 선 채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 그게 뭐?”

    “바깥세계에서 더블넘버 아티펙트의 소지는 일국의 국왕, 한 종족의 챔피언정도는 되어야 가능합니다.”

    “뭐?! 그럼 비보라는 녀석을 얻으면 일국의 국왕이 되는 거나 다름없다는 거냐?”

    “비보 하나만으로 나라를 얻을 수는 없겠지만 그만한 상징성과 강함은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재학생이 아닌 휴학생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고점이 저 비보에 달려있는 셈입니다.”

     

    평범한 4학년도 엄두를 못 낼 비보탈환.

    아무리 오크노디라도 이건 무리였다.

     

    “하지만 비보탈환을 진심으로 도전하는 세 명의 휴학생이 있다고 하는군요. 단신으로 백 개에 필적하는 유실품을 탈환한 살인마 우르가스. 천애단벽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최강의 유실품을 노리는 검술도둑 제토. 10년이 넘도록 은둔중인 은둔자 이안.”

    “…이게 휴학생 전용구역이냐 무법천지냐?”

    “비보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아티팩트가 숨겨져있다면 이 정도 강자들이 모여드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바깥세상에서는 왕궁에 침투해서 일국을 적으로 돌릴 각오를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수준의 대단한 물건이니 말입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이사벨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오크노디가 수집욕이 많기는 해도 무리해서 위험을 무릅쓸 정도는 아니야. 역시 이건… 재단의 지령이라고 생각해야겠지?”

    “차라리 비보를 쫓았으면 나았을지도 모르겠군요. 탐문도중 오크노디와 마주쳤다는 휴학생에게 정보를 들었습니다. 오크노디는 비보가 아닌 사람을 쫓고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

    “샤를로테. 978기 입학생. 3학년 상급반 휴학생.”

    “상급반 휴학생?!”

    “소문으로는 진급이 가능했는데도 의도적으로 진급을 미루고 휴학생전용구역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십중팔구는 비보에 도전한다고 봐야겠죠.”

     

    이사벨에게는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샤를로테가 비보에 도전한다면 그녀를 쫓는 오크노디도…”

    “예. 상당히 깊은 곳까지 따라갈 겁니다. 그 과정에서 비보를 노리는 경쟁자를 용납지 않는 다른 비보도전자와 충돌할지도 모르죠.”

     

    그런 엄청난 괴물들의 싸움은 감히 1학년 상급반 수준으로는 끼어들 수도 없다.

     

    “데드라인은 앞으로 48시간 이내. 이틀 내로 오크노디를 구출하는 데 실패하면 오크노디는 비보도전자들의 영역까지 발을 들일 것이고, 어쩌면 사망까지도 각오해야 합니다.”

     

    세 사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 * *

     

     

    세 명의 비보도전자.

    살인마 우르가스. 검술도둑 제토. 은둔자 이안.

    그중 은둔자 이안과 정통으로 마주쳐버린 아이린과 도로시, 록펠은 넘쳐흐르는 긴장감에 흐르는 땀을 닦지도 못했다.

     

    “도움은 필요 없어.”

    “그래? 아쉽네.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말해. 재능 있는 학생의 마나하트는 아무리 많이 모아도 부족하니까.”

     

    긴장된 분위기를 끊어낸 것은 혼자만 1학년이 아닌 것처럼 태연하게 이안과 대화하는 즈앙이었다.

     

    “안전지대에는 좋을 대로 머물다가 떠나도 돼. 1호실에 있을 거니까 용무가 있으면 찾아와.”

     

    선배가 1호실 안으로 사라지자 숙소 공용공간에 우두커니 서있던 세 사람이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다.

     

    “무서운 선배네.”

    “푸하. 진짜 죽는 줄 알았어. 숨까지 멈췄다고.”

    “바보냐? 숨소리에도 화내는 건 우리 숲의 괴물들밖에 없다고.”

    “헤헤. 그런가?”

    “…”

     

    괴수림의 기이한 생태에는 더 이상 태클을 걸지 않겠어. 신경 써봤자 자기만 손해라는 기분이 들기 시작한 아이린이 이 악물고 대화를 흘려보냈다.

     

    “즈앙. 너는 어쩔 거야?”

    “돌아가야지. 오크노디를 놓치기 싫어서 따라왔지만 결국 놓쳤으니까.”

    “교수님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실까?”

    “안 될 거야. 애초에 본인이 들어갈 수 있으면 직접 들어갔을 테니까.”

     

    약한 자는 비보에 도전할 수 없지만 너무 강한 자는 출입조차 불가능하다.

    마치 휴학생이 아닌 자는 이곳에서 비보를 얻어갈 수 없다고 드래곤교장이 못 박기라도 한 것처럼.

     

    “돌아갈까…”

     

    터덜터덜 입구로 향하던 도로시의 걸음이 멈추었다.

    문 너머에서 들리는 희미한 소리 때문이었다.

     

    하하!

    핫-하하!

    아앗━핫하하!

     

    이런 특징적인 웃음소리, 아무리 생각해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만델라 카스테라?!”

    “정답이랍니다!”

     

    벌컥!

     

    “꺄악!”

    “소녀스러운 비명이군요. 그런 사랑스러운 비명을 지르면 본인이 귀엽게 보일 거라는 착각, 저 만델라 카스테라는 싫어하지 않는답니다!”

    “뭐, 뭐예요. 만델라 선배가 여기엔 왜 오셨는데요!”

     

    위세등등하게 나타나서 두 눈 가득 별이 반짝이듯 빛나는 눈을 뽐내며 그녀가 당당히 외쳤다.

     

    “오크노디양의 구출에 성공하면 1학년들을 습격한 괘씸한 짓을 불문에 부치고 향후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겠다고 엘 드라코 교수님이 약조하셨답니다!”

     

    해안선에서 크라켄의 촉수가 일으킨 헤일에 휩쓸렸을 뿐인 입장에서는 무슨 소리인지 어안이 벙벙한 이야기였지만 상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2학년 학년수석 만델라 카스테라가 오크노디의 구출을 돕는다!

    정체되었던 오크노디 수색에 커다란 진전이 생길 것만 같은 기대감이 생겼다.

    물론 기대감은 기대감.

    잔혹한 현실은 현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선배님은 이 앞으로 가실 수 있을지 몰라도 저희는 여기까지가 한계예요. 오크노디를 부탁드려요.”

    “핫하하! 여러분은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네요.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답니다. 모두들 호신부를 꺼내보시겠어요?”

    “일단 가지고는 있는데요. 이게 왜요?”

    “레드마운틴 교수님의 호신부를 받으면서 교수님이 무어라 말했었나요?”

    “어어… 분명 마력재해의 초입까지는 이걸 지니고 있으면 갈 수 있을 거라고… 그치만 저희는 이미 초입을 지났잖아요.”

     

    만델라 카스테라는 당차게도 웃었다.

    면전에서 귀청이 울리는 웃음소리에 괴롭힘을 당하는 세 사람에게는 귀를 붙잡고 찌잉 울리는 머리에 눈물이 맺힐 뿐이었지만.

     

    “아직도 깨닫지 못했나요? 그 부적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진입’할 때를 상정해서 초입이라는 한계를 정한 거랍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아시겠나요? 여러분은 아직 호신부를 사용하지 않고도 마력재해의 중턱까지 도달했다는 사실을!”

    “!!”

     

    그렇다.

    그들은 아직 나아갈 수 있다.

    이 너머, 오크노디가 있는 곳을 향해서.

    그동안의 수련은 헛되지 않았다.

    아직 오크노디의 등을 쫓을 기회가 남아있는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다음편이 있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