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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4

        

         

       그렇게 총리의 명령과 함께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위대.

       즉, 자신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그 이름과는 다르게 명백하게 남을 공격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군홧발은 앞으로 찾아올 전장의 흥분을 담은 것인지 바닥과 부딪치며 타다닥 하는 경쾌한 울림소리를 내었고, 오랫동안 창고에 박혀있기만 했던 물자들이 기계까지 동원되어서 밖으로 꺼내졌다. 폭탄이나 미사일들은 이제는 숨길 생각도 없다는 듯 대놓고 움직여 배에다 올렸고, 함대가 정박해 있는 항구에서는 군용 차량과 버스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사람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사람.

       사람.

       사람.

         

       군복을 입고 있는 사람.

       사복을 입고 냉병기를 차고 있는 무인.

       일본 마도장비연구소에서 막 가져온 신품 배틀 아머를 입고 있는 마법사들.

       그리고, TV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고증에 충실한 전통 복장을 한 음양사들.

         

       그들은 군인과 한 무리가 된 것처럼 움직였고, 각자 배정받은 배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렇게 모두가 다 실렸을 때.

         

       마침내 함대가 움직였다.

         

       목적지는 다케시마.

         

       다케시마.

         

         

         

        * * *

         

         

       이르기를, 구축함은 바다 위의 성과 같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그 성들이 떼로 움직이는 것을 무어라 표현해야 하는가?

         

       성들의 행진?

       공룡의 행진?

         

       글쎄….

       그 어떤 말을 갖다 붙인다고 하더라도 모자람이 존재할 것이다.

         

       거대한 배들이 떼로 움직이는 모습은 그 자체로 폭력이며, 자연재해와 같은 압박감을 주는 것이었으니까.

         

       이 자연재해와 같은 함선들이, 함선의 떼가 대한민국의 바다로 들어섰다.

       배들은 바다가 두렵지 않다는 듯 파도를 가르며 움직였고, 위풍당당한 철갑을 갑옷처럼 두른 채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마치 말을 타고 행군하던 옛 기병처럼, 혹은 전차를 끌고 벌판을 누비던 제국 시절의 군인들처럼 말이다.

         

       이러한 모습을 본 대한민국은 발작했다.

         

       “아아, 너희는 대한민국의 영해를 침범했다. 다시 말한다. 대한민국의 영해를 침범하였으니, 즉시 경로를 수정하라. 그렇지 않으면 강경하게 대응하도록 하겠다.”

         

       한국 해군은 거침없이 한국 영해에 들어서는 일본 함대에 경고를 날렸고, 그와 동시에 비상사태를 알리며 당장 배들을 이곳으로 출동시키라고 소리쳤다. 그 모습에서는 분명히 당황스러움이 묻어나오고 있었으나, 그 당황스러운 만큼 진하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공포.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는가 하는 걱정과 공포였다.

         

       군인들은 그들에게 경고하면서도 저 함대가 실수가 아니라 고의로 들어온 것이면 어떻게 하는가 하는 고민에 휩싸여 있었다. 그 때문에 그들의 태도는 말로는 ‘강경 대응’을 하겠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우물쭈물하며 일본 함대의 움직임을 관망하는 것에 가까웠다.

         

       이러한 우유부단한 태도는 일본 함대가 경고를 무시하고 쭈욱 나아갈 때까지도 계속되었다.

         

       그쯤 되자 한국 해군은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들이 실수가 아닌 명백히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영해를 침범한 것도 알았고, 저들이 중무장을 한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지경이 되어서도 해군은 일본 함대를 공격하지 않았다.

         

       명령이 내려오지 않았기에.

       명령 없이 저들을 공격했다간,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의 책임 소재가 자신이 될 것이었기에.

         

       그렇게 일본 함대는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도 어이없을 정도로 아무런 저항도 없이 한국 영해를 가로질러 갈 수 있었고, 그 어떤 공격도 받지 않은 채 독도에 정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쉽게 통과한다고?”

         

       그리고 그와 함께 한국 해군이 공격해온다면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로 옥처럼 부서질 각오로 함대 결전으로 응수하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던 해상자위대원들의 김을 팍 식게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뭐….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그 누구도 다치거나 죽지 않았고, 배에는 흠집도 생기지 않았고, 배에 실려있는 물자 역시 하나도 사용되지 않은 상황이다.

         

       따지자면 최고의 상황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일본 함대는 구축함이라는 거대한 몸뚱이로 독도를 휘감는 것에 성공했고, 요새처럼 독도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으며 독도를 점거하는 데 성공했다.

         

       너무나 어이없을 정도로 손쉽게 말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장면은 한 기자의 손에 의해 영상으로 찍혔다.

         

         

         

        * * *

         

         

         

       “하나둘 셋, 팁-탭투. 팁팁, 랩팁투. 나무작대기에 보자기로 천을 묶어 하나 둘 셋 가는 걸음 경쾌하기도 하다. 콧노래를 부르며 한 걸음 두 걸음 걸으면 어느새 저 멀리 있던 고목이 눈앞으로! 멀리 있던 마을이 코앞에! 그렇게 즐겁게 여행길을 나선다 나서. 요정님이 옆에 있으니 지루해야 할 길이 이렇게 재미나기도 하지. 아이고 요정님, 말동무가 되어주는 요정님 내 지루함을 떨치기 위해 하나 질문을 하겠으니 코 찡긋 움직이지 말고 대답해주시지요. 요정님의 눈은 어떻게 많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것입니까?”

         

       노숙자처럼 관리가 되지 않은 머리카락과 수염.

       퀭한 눈.

       낡아빠진 신발을 소중하게 끌어안은 모습까지.

         

       이제순은 광인(狂人)과 같은 몰골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너 나의 먼 후손아. 막내가 아니니 이름이 한스가 아니고, 장남인지 차남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스가 아닌 나의 먼 후손 순-대야. 너는 나의 신발을 신고 다니고 있음에도 그런 아둔한 질문을 하는구나. 내가 옛날 옛적 지렁이의 수많은 발이 여우에게 뜯어먹혀 사라져서 기어 다니는 처지가 되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을 때도, 옛적 여신을 따라다니던 까마귀 하나가 한 영웅의 손에 부리를 꽈아아아악 붙잡혀서 곤욕을 치르는 것을 보았을 때도, 나는 너같이 멍청하고 술만 밝히는 녀석은 보지 못하였다!”

         

       마치 이중인격이라도 되는 것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이제순.

       그 모습은 다른 사람이 절로 피하게 만드는 기괴한 모습이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핸드폰을 꺼내서 정신병원에 전화해서 잡아가라고 말하게 할 정도로 소름 끼치게 보였다.

         

       “아이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구두를 만드시는 저의 옛 조상이시여. 미력하게나마 신족의 피를 이어받은 이 하잘것없는 술고래에게 고견을 들려주시지요. 먼 길을 가는데 이런 시시콜콜한 질문은 괜찮지 않겠습니까? 무릇 안주라는 것은 시답잖은 것일수록 술맛을 뛰어나게 만드는 법! 조상님께 그런 질문을 한 것은 제가 아둔한 까닭이 아니라 술맛을 더 훌륭하게 하기 위함이었으니, 자아-조상님을 기다리며 거품이 다 빠진 밭 갈던 말의 오줌 같은 맥주 한 잔! 은 팔을 든 영웅에게 찔려 뒈진 포보르(Fomóraiġ)가 토한 피같이 맛대가리 없는 포도주 한 잔! 그리고 야만족 놈들이 만들던 동물 젖으로 만든 술을 한 잔! 캬아 술맛 좋기도 하다.”

         

       말투를 이리저리 바꿔가면서 말하는 저 모습이라니!

       저 기괴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라니!

         

       배우가 연극 무대 위에서 행해도 기괴하게 보일법한 모습이다.

         

       그런데 저 이제순은 지금 저 짓을 언론사의 휴게실에서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수시로 지나가고, 수시로 오는 바로 그곳에서 말이다!

         

       “그래 이 멍청한 술꾼 녀석아 내 이야기해주겠으니 귀를 열고 똑바로 듣도록 하여라. 요정은 눈이 세 개가 있어 두 개는 평소에 눈에 끼고 다니고, 하나는 예비로 삼지. 그 하나는 보물이 있는 곳에 놓기도 하고, 뚝딱 요술을 부려 하늘을 둥둥 떠다니게도 만들지. 눈알은 하늘을 누비며 세상에 무슨 일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요정을 사냥하려는 사악한 것들을 발견하기도 하고, 감히 신족의 핏줄을 노리는 주적이 어디 있는지도 알아차리게 만드니!”

         

       “아이고 조상님, 그러면 지나가던 새가 홀딱 눈알을 삼키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그 새는 술도 없이 조상님의 눈알을 술안주로 삼아 배를 채우는 것인데,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어허, 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후손 녀석아. 너 순대야, 요정의 눈알은 메뚜기가 날개를 펼치고 모자 위로 날아가는 것보다도 더 빠르게 움직이고, 지하세계에서 거드름을 피우듯 옆 동네의 신이 투구를 쓴 것보다도 감쪽같이 존재를 감출 수 있나니! 이것이 바로 신족의 힘이요, 에린을 주름잡던 우리의 힘이니라!”

         

       하지만 이제순은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일인극을 벌였다.

       술에 잔뜩 취해버린 술꾼과 묘하게 고압적이면서도 종잡을 수 없는 노인 같은 모습을 오가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이 술꾼이 청하건대 그 눈에 비치는 것을 저의 술안주로 하게 해주시지요. 그리한다면 이 후손, 술맛이 훨씬 좋아질 것이니 너무나 기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상님 또한 무료함을 덜 수 있으니 이 또한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끄응, 알았다. 보여주지 않으면 술을 한계까지 마시고 길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잘 때까지 그 이야기만 할 것이니, 내 그런 꼴을 보지 않기 위해 너에게 그것을 보여주겠다.”

         

       이제순은 그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표정을 무표정하게 바꿨다.

         

       순식간에 바뀌어버린 그 표정은, 묘한 광기를 품고 있었다.

         

       이제순은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던 신발을 한 손으로 강하게 쥐었고, 하늘 높이 치켜들고 탁자 위에 올라가 있는 태블릿에 힘껏 내리쳤다.

         

       파-앙!

         

       낡은 신발은 큰 소리를 내며 태블릿을 때려 부술 것처럼 큰 소음을 내었다.

       그리고 얌전히 있다가 갑자기 얻어맞은 태블릿은 고통이라도 느끼는 것처럼 빠르게 전원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더니 이상한 노이즈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 노이즈가 사라진 다음에는 글자와 아이콘이 깨진 이상한 파일이 태블릿 안에 생겨났다.

         

       히죽.

         

       이제순은 그 파일을 보며 사람이 지은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 기괴한 웃음을 지었고, 손가락을 가져가서 그 파일을 클릭했다.

         

       치지지직.

         

       파일이 눌러지자 노이즈 소리와 함께 영상 하나가 재생되었다.

         

       마치 하늘 위에서 찍은 것 같은 그 영상은, 옛 일본제국의 것을 떠올리게 만드는 깃발을 올린 함대들이 떼를 지은 채 거침없이 이동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 옆쪽에는 한국의 배들이 빠르게 접근했는데, 감히 함대에 접근하지도 못한 채 멀리서 그들에게 깔짝대고만 있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흐, 특종이구나.”

         

       이제순은 기쁨에 겨워 혼잣말을 중얼거리곤, 태블릿을 챙겨 휴게실 밖으로 나섰다.

         

       “오?”

         

       그가 휴게실을 나서자마자 얼굴이 보였다.

       이제순과 묘하게 사이가 좋지 않았던 동기 녀석이었다.

         

       그는 휴게실에서 일인극을 엿듣고 있기라도 했던 것인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제순은 그 모습을 보며 히죽 웃었다.

         

       “들었어?”

         

       사람의 것이라기보다는 귀신이나 요물의 것에 가까운 기괴한 웃음이었다.

         

       생리적으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웃음.

       동기는 자신도 모르게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이제순은 그런 동기의 모습이 우스운 듯 피식 비웃음을 흘리고는 등을 돌렸다.

         

       “흐흐흐, 겁은 많아서…. 그래서 특종, 잡을 수 있겠어?”

         

       그는 동기를 비웃으며 움직였다.

       발자국 하나하나에 광기를 담은 채.

         

       이 엄청난 특종을 터뜨리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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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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