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414

       혼수.

         

       하나의 단어에 아찔해지는 정신을 가까스로 수습한 그가 진지한 태도로 물었다.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어지간한 대상단 버금가는 돈을 벌어들이는 백금 상단을 혼수로 내걸었기 때문이 아니다.

         

       혼수란 무엇인가.

         

       사랑하는 남녀가 혼인할 때 필요한 물품 또는 비용을 일컫는 말 아닌가.

         

       말인즉, 그녀는 제게 시집오겠다는 의지를 명백하게 드러낸 것.

         

       이를 확인하기 위한 물음에도 그녀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부끄러워하면서도 당차다.

         

       이에 백우진은 난감한 표정으로 재차 물었다.

         

       “그…, 나에 대한 소문을 많이 못 들었나?”

       “아니?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빠짐없이 전해 들었어!”

       “그런데도…, 음.”

         

       백우진을 향한 소문에는 분명 그를 둘러싼 여인들에 대한 것도 많았다.

         

       사천당가, 제갈세가, 사흑련주의 여식.

         

       그뿐만 아니라 출신은 불분명하나 아리따운 여인들이 수두룩하다는 것과 그들 모두가 백우진과 모종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까지.

         

       “그거…, 일단 거짓은 아니거든?”

         

       혼인이 거의 확정되다시피 한 것은 세 사람뿐.

         

       나머지는 아직 명확하게 이렇다 할 만한 관계는 아니기는 하다.

         

       하지만 백우진은 물론이고 세 여인도 알고 있다.

         

       이대로 가다 보면 결국 여인들 모두 자신과 비슷한 관계에 놓이게 될 것임을.

         

       당선영의 주도하에 욕탕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또한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어차피 그리될 것, 미리 어느 정도 친목이라도 다져두자고.

         

       여기까지 듣고 그의 말뜻을 알아차린 그녀가 되물었다.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시집 가면 언니들이 잔뜩 생긴단 말이네?”

       “어, 그렇…, 뭐가 생긴다고?”

         

       아니.

         

       언니가 생기는 것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는 한데, 그게 조금 다른 의미 아닌가.

         

       백우진이 의아해하는 사이, 그녀는 쾌활한 미소를 그리며 즐거워했다.

         

       “잘됐다! 옛날부터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거든.”

       “…….”

         

       놀랍다.

         

       현재 결혼을 승낙한 여인들도 그 점이 마음에 걸려 고민한 시간들이 있지 않았나.

         

       그런데 금여울은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그…, 괜찮아?”

       “뭐가?”

       “내가 부인을 여럿 둬도 넌 아무렇지 않냐고 묻는 거야.”

         

       그 물음에 그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지금 곁에 있는 분들이라면 괜찮아!”

         

       그 대답에 백우진이 도리어 더 궁금해졌다.

         

       “이유는?”

       “그야….”

         

       한 차례 말을 끊은 그녀가 해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언니들도 나처럼 네게 구원받았잖아.”

       “…….”

       “눈을 감으면 지금도 생생해. 네가 나를, 가문을 구해주던 모습들이.”

         

       당선영은 마교에 송두리째 잡아 먹힐 뻔한 가문과 그녀의 인생을 구원받았다.

         

       제갈연지는 그의 존재를 통해 나약함과 소심함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그의 곁에 있는 모두가 그랬다.

         

       작든, 크든.

         

       그에게 구원받아 과거보다 나은 사람이 되었고, 원래의 길보다 더 나은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그들도 마찬가지일 터다.

         

       눈을 감으면 어두컴컴한 제 삶에 빛이 다시 스며들게 해주던 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건.

         

       차라리 모른다면 모를까.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 모습을 평생 간직하고 살아갈 여인들을 어찌 미워하고, 시기하랴.

         

       “그래서 괜찮아.”

         

       눈을 감은 채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자애로운 미소와 함께 괜찮다고 말하는 금여울.

         

       백우진은 그런 그녀를 와락 껴안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 우리 끝까지 함께 가자.”

         

       아.

         

       다른 여인들한텐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어떻게든 되겠지.’

         

       백우진은 그것을 미래의 자신에게 맡기기로 하였다.

         

         

       * * *

         

         

       어두운 밀실.

         

       그 안에 덩그러니 놓인 옥좌에 앉아 있던 천마를 향해 급보가 날아들었다.

         

       “초원으로 향한 이들의 소식이 끊어졌습니다.”

       “그런가.”

         

       무미건조한 대답.

         

       천마를 향한 맹목적인 신앙이 깃든 마교의 무인들이 도망치거나, 보고를 게을리할 리는 없다.

         

       그렇다는 것은 타인에 의해 보고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확률이 가장 높을 터.

         

       그중 가장 그럴싸한 것은.

         

       “전부 죽었나.”

         

       아마 그들의 죽음일 터다.

         

       이에 그녀의 앞에 부복하고 있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얼마 전, 백우진이 요녕으로 향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아마 놈이 본교의 행사를 방해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렇겠지.”

         

       이미 그녀도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백우진에 대한 것이라면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고하라고 한 것은 자신이었기에.

         

       ‘냄새를 맡았나.’

         

       이 시기에 그가 요녕으로 향할 이유는 딱 한 가지뿐이다.

         

       초원에서 자신이 애타게 찾고 있는 물건이 있다는 정보를 전해 들은 것.

         

       적에게 일말의 자비도 없는 그라면 그것을 찾기에 앞서 경쟁자부터 제거했을 터.

         

       “곤란하게 됐군.”

         

       곤란하다는 말을 내뱉는 사람치곤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맺혀 있었다.

         

       하나 이를 보지 못한 사내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제안했다.

         

       “아무래도 놈을 이대로 두어선 안 될 듯합니다.”

         

       이에 흥미를 느낀 그녀가 되물었다.

         

       “안 된다면, 어쩔 셈이지?”

       “…죽여야지요.”

       “죽인다, 라.”

         

       망설임 없는 단호한 대답.

         

       “그가 보통내기가 아니란 것은 잘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과거에는 한낱 애송이쯤으로 치부했으나,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대였다.

         

       그도 그럴 것이, 후기지수를 뜻하는 용의 별호를 벗어나 ‘천광검신’이라는 별호마저 얻지 않았나.

         

       제 주인의 개입이 있었다고는 해도, 이백 년이나 살아온 혈교주와 동수를 이루었다는 것은 무림에 그를 상대할 만한 적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강자라는 뜻.

         

       “그걸 알면서도 자신하는 걸 보니 무언가 수가 있는 듯한데…, 말해보아라.”

         

       그녀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데에 성공한 사내가 대답했다.

         

       “검마와 권마가 백우진에게 흥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호오…, 그 두 사람이?”

         

       검마, 그리고 권마.

         

       마교를 지탱하는 기둥이라고 불리지만, 사실상 식충이나 다름없는 존재들이다.

         

       천마를 향한 충성심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지만, 문제는 그들의 타고난 성정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싸워볼 만한 상대라고 생각한 것인가.”

         

       그들은 천상 무인이었다.

         

       무공 수련 또는 강자와의 대결 외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

         

       천마의 명이 떨어지면 뭐가 됐든 하는 시늉이라도 하지만, 진짜배기 실력을 보이기 위해선 그들의 흥미를 이끌어야 할 정도.

         

       그 탓에 평소엔 밥 먹고, 싸는 것 외에 하는 일이라곤 없는 존재들이지만, 동시에 존재만으로 마교의 위안이 되는 이들이기도 했다.

         

       그들의 실력만큼은 누구도 폄하할 수 없는 수준이기에.

         

       이에 천마는 어둠 속에서 누구도 보지 못할 미소를 그리며 대답했다.

         

       “그들이 자진한다면 말리지는 않으마.”

         

       사내는 고개를 더욱 숙이며 자신 있는 목소리로 외쳤다.

         

       “반드시 놈의 목을 베어 교주님 앞에 대령하겠습니다!”

       “그래, 기대하마.”

         

       보고를 끝마친 사내를 내보낸 뒤 홀로 된 천마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백우진을 죽이는 것은 언제나 제 몫이어야 한다.

         

       아니, 그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는 오직 제게만 존재한다.

         

       그리 생각하면서도 백우진의 목숨을 빼앗으려는 이들의 행사를 막아서지 않는 이유는 하나.

         

       ‘더 단단해지겠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그는 죽지 않기 때문이다.

         

       도리어 살아남아 더욱 질겨지고, 단단해지고, 강인해져서 위기를 넘어서기에.

         

       그렇다면 부하들을 사지로 보낸 것이 아니냐고?

         

       글쎄.

         

       ‘그들 또한 그리 넘어서면 될 일 아닌가.’

         

       자신과 백우진은 그렇게 살아왔다.

         

       더없이 높고, 험준한 산을 오르려다 깨지고, 실패하여 구르고 마침내 넘어서고.

         

       그러니 그들에게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할 뿐.

         

       그들을 향한 유감이나, 부정 따위는 그녀의 마음에 요만큼도 존재하지 않았다.

         

         

       * * *

         

         

       성대한 축제의 여파가 모두 지나간 뒤.

         

       자갈타이 부족의 건실한 전사들은 대족장의 명령에 따라 부족을 나섰다.

         

       목표는 하나.

         

       수백 년 전, 초원을 정복하고 나라를 세운 왕의 무덤을 찾기 위해.

         

       마교에서 나온 감시자들의 명령에 따를 때와 달리, 그들은 더욱 활기찼다.

         

       이유는 단 하나.

         

       “오늘도 고생 많았네. 이걸로 몸보신 좀 하게.”

       “감사합니다!”

         

       고생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러주기 때문이었다.

         

       대가 없는 노동과 있는 노동은 엄연히 다른 법.

         

       그들이 매일 같이 구슬땀 흘리며 땅을 파 내려가는 속도는 예전과 확연하게 달라졌다.

         

       문제가 있다면 곳곳을 다 찔러 봐도 원하는 것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희한하네….”

         

       대충 초원의 지리가 그려진 지도를 보며 백우진은 생각에 잠겼다.

         

       초원이 제아무리 넓다곤 하나, 그들 또한 오랜 시간 땅을 파온 탓에 어지간한 곳은 다 한 번씩 뚫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그런데도 왕의 무덤은커녕 그 비스무리한 것도 보이지 않고 있다.

         

       어딘가 이상하지 않은가?

         

       “왕의 무덤이라면 분명 어마어마할 규모일 텐데….”

         

       지금까지 발견된 왕릉의 크기는 하나 같이 어마어마했다.

         

       이를 생각하면 지금쯤 무덤의 귀퉁이라도 발견되어야 정상이건만.

         

       “도통 보이질 않는단 말이지.”

         

       대체 어디를 파야 하는 걸까.

         

       그리 고민하고 있을 때, 그가 머무는 움막 앞에 듬직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나 바얀일세.”

         

       난데없는 방문에 그는 지도를 한쪽에 접어두고서 바얀을 안으로 들였다.

         

       “혹 내가 방해했나?”

       “아니오. 한데 이 야밤엔 무슨 일로?”

         

       백우진의 맞은편에 주저앉은 바얀이 넌지시 물어왔다.

         

       “왕의 무덤을 찾고 있다지?”

       “그렇소.”

       “하면…, 수백 년 전 묻힌 이의 무덤을 찾는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어딘가 날이 서 있는 듯한 물음에 백우진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찾고 있는 물건이 있소.”

       “으음, 물건이라. 혹 마교에서 찾는 이유도 그 때문인가?”

       “그렇소.”

       “그렇구먼.”

         

       그대로 생각에 잠기는 바얀.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하는 듯하던 그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평소와는 달리 차분하고 고요한 눈동자.

         

       이와 시선을 마주하고 있을 때, 그가 입을 열었다.

         

       “왕의 무덤은 땅속에 잠들어 있지 않을지도 모르네.”

         

       난데없는 한마디에 백우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