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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4

       “그래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내 제안을 들은 백호는 눈에 띄게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아무래도 회사의 직원들이 내 이야기 속에 등장했던 녀석들처럼 폭주했을 때 어찌해야할지를 고민했던 것이리라.

       

       그런 상황에서 해결책이 있다 그러니 안심이 될 수밖에.

       

       “딱히 고마워 할 이유는 없다. 이는 본인을 위함이기도 하니.”

       

       저 회사의 직원이란 녀석들은 하나 같이 일정 경지에 이른 녀석들일 터 아니더냐.

       

       그런 놈들이 천마신교에 있던 녀석들마냥 미친 짓거리를 저지른다고 생각하면 실로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어쩌면 단순한 사건 사고의 규모를 뛰어 넘어 그 이상의 무언가가 되어버릴지도 모르지.

       

       그러한 상황이 닥치게 된다면 곤란해지는 것은 본인도 마찬가지일 지어니. 이를 예방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감사를 들을 이유는 없다.

       

       “시간은 언제가 좋으십니까?”

       “언제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

       “그럼 저희 쪽에서 일정 잡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안 그러면 난리가 날게 분명해서.”

       “흠? 지난 번에 본인이 회사에 방문했을 때는 그리 소란스럽지 않았던 듯 하다만.”

       

       본인을 살펴보려는 이들이 몇이 있긴 했다만 그 뿐. 소란을 일으키는 작자들은 없었던 듯 한데.

       

       “그 땐 서버 관련 작업 때문에 정신이 없던 때라. 화령님 보려고 뛰쳐나가겠다 그러면 관리자들이 죽일 듯 화를 냈거든요.”

       

       아아. 일에 치여서 본인을 살펴보러 오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인가.

       

       그 일의 근원이 된 본인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다만 불쌍한 녀석들이로구나.

       

       회사에 붙잡혀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노예처럼 굴러야 하는 상황이라니 말이야.

       

       그 놈들을 배려하여 다음번에 주먹을 내지를 땐 서버를 터트리지 않도록 조심조심하자꾸나.

       

       본인이 조심한다고 그 허약하디 허약한 서버가 버틸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이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으려니 백호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여기서도 작동이 되느냐?”

       “전화나 인터넷은 안 되지만 기본적인 기능은 다 되죠.”

       “그래? 그럼 지금이 몇 시인지도 알 수 있느냐?”

       “오전 6시 반이라고 나오긴 하는데요. 이 시계를 믿지는 마십시오. 차원마다 시간의 흐름이 다르거든요.”

       “그런 것도 있느냐.”

       “예. 왜 VR게임 중에서 현실에서의 세 시간이 하루로 변환되는 것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 그런 게임들이 있었지.

       

       언젠가 엔리와 함께 했던 좀비 게임만 하더라도 몇 시간을 지나가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는 게 가능했으니.

       

       본인은 그것을 게임의 편의를 위하여 넣은 기능이라 생각했다만 차원과 차원이 이동하며 생기는 문제였던 것이냐.

       

       “VR게임으로 출시할 때 의도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비트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러지 않아도 시간이 비틀리는 경우는 많습니다. 특히 이 세계처럼 본 세계와 거리가 있는 경우라면 문제가 생길 여지가 더 많지요.”

       “…그렇다는 것은 이 곳에서 하루를 보냈는데 본 세계에선 삼 일이 지나가있는 일 같은 것도.”

       “가능합니다.”

       

       고개를 주억거리는 백호를 보고 있으려니 갑작스럽게 불안이 서렸다.

       

       백호 녀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미 내가 방송을 키기로 한 시간이 지났을지도 모르는 노릇이지 않은가.

       

       그래서야 곤란하다. 민심을 다스리는 것으로 벌칙을 회피하려 하였거늘 거기에 실패한다면 내게 어떤 미래가 닥칠는지.

       

       지금이라도 다급히 현실로 돌아가봐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을 하던 도중 파이스가 웃음을 흘렸다.

       

       “그리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무언가 아는 것이 있느냐.”

       “대충 두 배 차이 정도가 나거든요. 이 세계와 저쪽 세계는.”

       

       파이스는 이야기했다.

       

       자신이 이 세계에 떨어지고 나서부터 꽤 오랜 시간 수련하며 고생을 거듭했거늘 본래의 세계에서는 대략 절반 정도의 시간밖에 지나있지 않았다고.

       

       덕분에 자신은 반강제로 회춘을 할 수 있었다고.

       

       “화령님이 저녁 무렵까지 돌아가야 한다고 하셨으니. 아직 몇 시간 정도는 여유로울 겁니다.”

       “보증할 수 있느냐?”

       

       그대의 말이 틀려 본인이 벌칙을 받게 된다면 네 놈은 본인의 분노를 그대로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스스로의 말을 보증할 수 있겠느냐?

       

       내 쏘아보듯 녀석을 바라 보았더니 파이스가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자신의 인생을 걸고서 보증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 그래도 화령님. 화령님의 혼과 관련된 문제를 살펴봐 줄 사람을 만날 여유정도는 있지 않겠습니까?”

       “그 녀석이 이 인근에 있느냐?”

       “예. 현재 이 왕궁에서 연구를 하던 중이었다고 합니다. 공주님께 연락을 부탁드렸으니 머잖아 올 것이라 생각…”

       “과연. 문 앞을 서성거리는 놈이 있기에 무엇인가 했는데.”

       “네?”

       

       말로 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이 빠를 듯 싶어 살기를 내비쳤더니 바깥에 있던 녀석이 몸을 움직였다.

       

       “내가 왔다!”

       

       콰앙! 문을 박차듯 열고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본인의 가슴 켠에 올까 싶은 여자아이였다.

       

       쫑긋거리는 귀가 날카롭게 뻗어 나와 있는 것을 보면 아마 엘프라 불리는 종족이 아닐까 싶군.

       

       분명 과거 엔리가 판타지 세상에 대해 호들갑 떨며 설명한 바에 따르면 저들의 특성은 장수였을 것이다.

       

       즉, 저 자그마한 꼬마아이도 알고 보면 수백 년을 넘게 산 할망구일 수 있단 것이지.

       

       “오랜만이군! 파이스! 잘 지냈나!”

       

       엘프 여자아이는 문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저벅저벅 파이스에게 걸어와서는 반가움을 표현했다.

       

       얼굴에서 절로 반가움과 기쁨이 묻어나오는 걸 보면 분명 친한 사이인 것이겠지.

       

       “평생 못 만나리라 생각했거늘 이렇게 다시 보니 반갑구나!”

       “저도 그렇습니다. 라프. 다만.”

       “무어냐! 그대를 친우라 생각했던 건 나뿐이었던 거냐! 왜 이리 반응이 미적지근한 게야!”

       “지금은 손님분들이 계시니까요.”

       

       파이스가 어색한 웃음과 함께 옆으로 시선을 돌리고 나서야 여자아이의 시선이 우리에게 닿았다.

       

       “아아! 나란 사람이 이런 무례를 저지르다니! 미안허이!”

       

       뒷목을 주무르면서 머쓱하게 웃음을 짓는 녀석의 내면을 살핀다.

       

       자신이 지닌 것을 감추기 위하여 곁에 겹겹이 무언가를 둘러두었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과 비슷한 시야를 지닌 이들에게나 먹히는 것이다.

       

       저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다면 아무리 감추려 한다 한들 모든 것이 보일 수밖에 없지.

       

       여자아이가 지니고 있는 경이로운 수준의 마력이라거나.

       

       저 안에 도사리고 있는 무수히 많은 마법진이라던가.

       

       허술한 척을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털을 곤두세우고 있다던가 하는 점이 말이다.

       

       “걱정하지 마라. 그대 수준의 약자를 괴롭히는 취미는 없으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만?”

       “뭐. 그래. 그대가 그렇다면 그런 걸로 하자꾸나. 그보다는 더 중요한 게 있으니.”

       

       시간도 많지 않은데 그런 걸 하나하나 추궁하고 있을 수는 없지.

       

       그보다는 빠르게 일을 끝마치고 현대로 돌아가는 것이 옳다. 파이스에게 괜찮으리라는 이야기를 듣긴 했다만 그래도 여유를 지니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

       

       “중요한 것이라 함은?”

       “본인에게서 무엇을 보았느냐.”

       

       무엇을 보았기에 그리 털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냐.

       

       자그마한 짐승아. 그대가 마주한 것이 무엇이기에 과장된 연기로 자신을 지키려 하느냔 말이다.

       

       본인은 그것이 궁금하니라.

       

       되도록 부드러운 어투로 물음을 던졌더니 녀석이 내 눈치를 살피다 슬며시 파이스의 뒤에 숨었다.

       

       “이보게. 파이스. 저것이 진정 인간이 맞는가?”

       

       방금 전의 당당함은 어디로 간 것인지 본인과 눈을 마주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은 불행하게도 본인과 한 공간에 갇혀버린 강아지와 같았다.

       

       하이고. 참. 본인은 어찌하여 자그마한 것들에게 이리 두려움을 사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내 한숨을 내쉬며 곰방대를 피워 올렸더니 파이스가 슬쩍 옆으로 물러섰다.

       

       “파이스! 대체 왜 옆으로 도망치는 것이냐!”

       “저도 제 목숨은 소중해서요.”

       “날 버리지 마라! 난 아직 하고 싶은 연구가 많단 말이다!”

       

       파이스의 옷깃을 붙잡고 늘어지는 여자아이에게서 떠올릴 수 있는 단어는 단 한 가지. 추함뿐이었다.

       

       진정 저 녀석이 본인의 혼과 관계된 것을 알아봐 줄 녀석이라고?

       

       저 안에 지니고 있는 게 많단 걸 부정하진 않을 터이나 그래도 어지간해야지.

       

       “이봐.”

       “네!”

       “넵!”

       

       본인이 짜증을 담아 목소리를 내기 무섭게 파이스와 여자아이가 빠릿하게 정자세를 취했다.

       

       “파이스. 이 녀석이 진정 본인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더냐.”

       “못 믿음직스러우시겠지만 라프님께선 일단 이 세계에서 제일가는 대마법사이십니다. 제가 다시 차원을 넘을 수 있도록 해주신 것도 라프님이시니 말입니다.”

       “그렇다! 이 몸은 세상 모든 마법사들이 존경하는 대마법사 중의 대마법사이니라!”

       

       차원을 넘는 마법진을 만들어낸 자라.

       

       회사에서 여러 이들이 협력하여서 만드는 것을 단독으로 연구하여 만들어냈다면 분명 재능 자체는 뛰어난 모양이구나.

       

       파이스에게서 시선을 떼고 우쭐해하는 여자아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더니 다시 녀석의 어깨가 움츠러든다.

       

       “혼과 관계된 것에도 많은 지식을 지니고 있나?”

       “물론! 외신이 출현하고 놈과 관계된 연구를 하면서 자연스레 성취를 거두었으니 말이다! 당장 그대의 혼을 보고서 경악한 것도!… 합!”

       

       자신이 이루어낸 성과를 자랑하듯 읊던 녀석은 스스로의 기분을 제어하지 못하고 아무 말이나 읊어대다가 다급히 양 손으로 입을 가렸다.

       

       허나 그 때는 이미 모든 내용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 뒤였으니.

       

       “호오.”

       

       본인의 호기심은 이미 자극된 상태였다.

       

       “경악했다라.”

       “그… 그게. 그러니까.”

       “궁금하군. 어째서 경악했지?”

       

       턱을 괸 채로 몰아세우듯 물음을 던지자 식은땀을 줄줄 흘리던 여자아이가 다급히 마법을 형성하려 했다.

       

       허나 그는 좋은 수가 아니었다. 본인의 권능 아래에서 마법이 제대로 형성될 리 없잖은가.

       

       자신의 마법이 흩어진 것에 당황한 것일까. 여자아이는 몇 번인가 다시금 마법을 형성하려 노력했다.

       

       그 짧은 사이에 규칙이 바뀌었음을 파악하고 그 바뀐 규칙에 맞추어 마법을 펼치고자 하다니. 대마법사란 단어가 허명은 아니군.

       

       다만 한 가지 어설픈 점이 있다.

       

       본인이 바뀐 규칙에 적응하는 걸 가만 두고 볼 리가 없지 않은가.

       

       “어이.”

       

       여자아이가 몇 번의 실패를 반복했을 즈음. 녀석을 부르자 녀석이 부들부들 떨면서 창백해진 얼굴을 들었다.

       

       “이름이 라프라고 했지?”

       “…넵! 라프입니다! 정확하게는 라프리나 디.”

       “그딴 쓰잘데기 없는 건 됐다. 라프. 내 한 가지 경고하마. 웃으며 이야기를 할 때에 제대로 답변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다소 거친 수단을 쓸 수밖에 없으니까.”

       “죄송합니다앗!”

       

       여자아이는 방 안이 울릴 만큼 커다란 목소리로 수긍하며 내 앞에 자리를 잡았다.

       

       이쯤 해두었으면 제대로 된 답변을 하겠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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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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