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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4

   신의 현현으로 시작된 제2의 라그나로크.

   이에 따라 세상은 한순간에 또다시 혼란을 맞이했다.

     

   세계 각지에서 필사적으로 신들이 현현한 이들을 제압하려 하고 있긴 하나.

   천하십강에 범접하는 수준의 신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천하십강 혹은 그에 준하거나 천상사강이 아니고서야 상대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마저도 스킬을 지닌 이들은 전부 현현할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모두 싸울 수 없게 된 상태였다.

     

   신들을 어쩌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각지에서 이카루스의 일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는 본래 스킬을 지니고 있던 자들도 여럿 있었지만.

   크라슈 덕분에 스킬이 없어진 자들은 신들에게 적극 대항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합류 덕분에 전황이 서서히 바뀌어 나갔다.

   거기에 사람들 사이에 점차 크라슈의 소식이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신의 현현을 풀어낼 수 있다.

   더불어 이제는 시한폭탄이자 족쇄가 되어 버린 스킬을 가져가 준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며 크라슈에게 스킬을 지닌 자들이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아무리 스킬이 중요하더라도 시한폭탄을 메고 살아갈 생각은 없었다.

     

   그 결과, 크라슈는 신들에게 맞서는 시간보다 스킬을 훔치는 시간이 더 빨랐다.

     

   ‘무슨 만물상이 된 거 같네.’

     

   크라슈는 앞다투어 스킬을 건네러 오는 이들을 보며 쓰게 웃었다.

   살면서 이렇게 스킬을 주겠다고 사람들이 몰려오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너희 이렇게 쉽게 나한테 스킬을 넘겨도 괜찮겠냐.”

     

   크라슈가 몇 번인가 질문해 봤지만.

   다들 오히려 가져가라며 아우성쳤다.

     

   “신한테 현현 당해서 인생 쫑 난 녀석들이 벌써 몇 명이나 있습니다. 자기 가문을 통째로 날려 먹은 사람들도 있다고요.”

     

   큰형님 이야기인가.

   물론 발하임인 만큼 본가가 날아갔다 한들 순식간에 복구해 버릴 테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용황님께 힘을 보탤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중에서는 순수하게 크라슈에게 힘이 되고자 하는 이들도 있었다.

     

   “저는 금역이 터졌을 때, 용황님 덕분에 목숨을 부지했습니다.”

   “침식종한테 죽을 뻔한 거 구해주신 일 아직도 기억합니다.”

   “내 아들을 살려주신 분이지 않소. 다 늙어 빠진 내가 가진 게 도움이 된다면 몇 번이든 도와드리오리다.”

     

   금역을 전전하며 크라슈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마주치고, 구해냈다.

   세계 전부가 금역의 폭주를 막고자 적극적으로 대항했지만 그럼에도 인명 피해는 끊임없이 나왔다.

     

   당연히 크라슈가 이끄는 이카루스는 이를 수없이 구해냈다.

   크라슈가 모르는 사이에도 그와 이루어진 모든 것들이 사람들에게 여러 영향을 끼쳤다.

     

   “솔직히 제가 스킬을 다루는 것보다 용황님께서 다루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누군가는 크라슈에게 부담 품지 말라며 농담까지 하는 이가 있었다.

     

   “…….”

     

   설마하니 블랙 후드를 너무 써서 잠깐 휴식을 취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크라슈가 자기 손을 쥐었다 폈다.

     

   손안에 이그니스로 태워 버린 신기의 힘이 흘러나왔다.

     

   “크라슈 님, 무슨 생각 하세요?”

     

   크라슈가 사람을 찾아다니는 것도 한계가 있었던 만큼.

   크라슈는 이카루스에서 사람들의 스킬을 받고 있었다.

     

   그런 만큼 이카루스에서 함께 보좌하고 있던 비앙카가 멍하니 있는 크라슈를 보고 물어왔다.

     

   “그냥, 금역 때 굉장히 고생해서 얻었던 힘에 생각보다 빠르게 근접하고 있어서.”

     

   스킬을 이그니스로 태워 버리며 크라슈의 몸에는 빠른 속도로 신기가 차오르고 있었다.

   정말 선뜻 크라슈에게 스킬을 내놓는 이들이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그건 전부 크라슈 님이 여태까지 해 놓은 것들이 있어서예요. 지금은 그걸 보답받는 거죠.”

   “그런 걸까.”

   “네.”

     

   비앙카가 크라슈의 손을 맞잡아 왔다.

     

   “그런 거예요.”

     

   비앙카와 눈이 마주친 크라슈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생각해도 되겠지.

     

   그러나 크라슈는 알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이렇게 은혜를 갚거나 선한 인물만 있는 건 아니란 것을 말이다.

     

   크라슈가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인가 한참 서고 있던 줄들도 이제는 거의 다 줄어들었다.

     

   하지만 세간에는 아직 스킬을 갖춘 이들이 꽤 있다.

     

   그중에는 신의 현현을 당한 이들도 있지만 반대로 그저, 스킬을 잃는 게 싫어 오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사람은 이기적인 이들 또한 무수히 많이 있으니까.

   본인이 신이 현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 욕심으로 스킬을 가지고 있는 이들 또한 존재하는 것이다.

     

   그들에게서까지 스킬을 억지로 뺏는 게 사실 마냥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신들의 목적을 블라비에게 들은 이상 그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현현을 통해 세계 침식을 불러일으킨다고 하였다.

     

   그 시점에서 크라슈는 무슨 짓을 하더라도 스킬을 회수해야 한다.

   크라슈가 앞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 넘겼다.

     

   “이카루스.”

     

   크라슈의 부름을 따라 이카루스 일원들이 곧장 정렬했다.

     

   이카루스는 현재 세계 여기저기에 지원을 나가 있다.

   하지만 오늘만 해도 꽤 많은 사람의 스킬을 회수해 준 만큼 그들은 곧장 지원을 나갈 것이다.

     

   이카루스에서도 이제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오늘 스킬을 주러 온 이들까지 받아낸 이후, 지금부터 스킬 보유자 사냥에 들어간다.”

   “예!”

     

   이카루스 일원들의 힘찬 대답이 들려왔다.

     

   “미리 말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목숨이다.”

     

   자신의 스킬을 빼앗긴다고 판단해 죽자 살자 덤비는 놈들도 있을 거다.

   그런 놈들에게 구태여 목숨까지 걸고 싸울 필요는 없다.

     

   “더불어 도중에 신의 현현을 당하는 이들도 있을 거다. 이를 항상 감안하고 싸워라.”

     

   크라슈는 그 말을 마치며 모두를 둘러봤다.

   스킬 보유자는 제국과 4왕국 각 도시에서 직접 리스트를 뽑아내 건네줬다.

     

   크라슈는 이와 같은 내용들을 전부 이카루스 단원들에게 배부해 놓았다.

     

   “이상.”

     

   그 말을 끝으로 이카루스 단원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자 맡은바 인원을 잡아 오기 위해 조를 짜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금역 이후, 오랜만에 세계 자체를 건 전쟁이다.

   이번에도 기필코 승리하겠다.

     

   스킬 보유자 사냥.

   시작이다.

     

     

   * * *

     

     

   어두운 숲 안.

   검붉은 머리카락의 남자가 달리고 있었다.

     

   블러쉬 체블.

     

   과거, 세계 침식자와 내통하며 거래한 것부터 시작해 도적단 운영까지.

   여러 전과를 가진 그는 세계에서도 수배된 인물이었다.

     

   일련의 사건 이후, 세계 침식자들이 전부 모습을 감추고 나서 거래처를 잃은 만큼.

   이제는 주로 대개척 시대에 꿈을 가지고 나오는 일반인들을 노려 금품을 털어왔다.

     

   그래도 피를 조절하는 스킬 블러드를 가진 만큼 접촉한 이의 피를 폭주시켜 즉사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마하니 그 스킬이 발목을 잡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스킬을 지닌 자들에 한한 신들의 현현.

   그는 다행히 아직까지 신들의 현현을 당하지 않았지만, 문제는 스킬을 반납하러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갔다간 그대로 수배자로서 잡혀 버렸을 테니까.

     

   결국 그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숨죽여 도적단을 빠져나와 살았더니.

   설마하니 이제는 스킬 보유자를 사냥하기 위해 세계 각지의 굵직한 인물들이 움직일 줄은 몰랐다.

     

   “그래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그리고 블러쉬는 이보다도 더 억울한 일이 있었다.

     

   본인이 악행을 저지르며 살아온 것은 인정하겠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응징도 적당이라는 게 있지 않던가.

     

   그는 숲속 사이로 일렁이는 잿빛의 불꽃을 보고 기겁했다.

     

   뚜벅-

     

   분명 자신은 달리고 있음에도 상대는 가벼운 걸음걸이로 거리를 좁히고 있다.

   그만큼 상대와 블러쉬의 격차가 있다는 소리였다.

     

   숲속 사이, 검푸른 머리카락이 스산히 빛나는 것이 블러쉬의 눈에 보였다.

     

   이를 본 블러쉬는 몸이 얼어붙는 기분과 함께 입술을 꽉 깨물었다.

     

   “너무하다고 생각하면.”

     

   그리고 이를 포착했을 때는 이미 그의 귀에 목소리가 코앞에서 들려왔다.

     

   “지은 죄를 생각해서 곱게 잡혀라.”

   “힉!”

     

   블러쉬가 비명을 내지르며 스킬 블러드를 발동시켰다.

   그가 들고 다니던 가죽에 담긴 피가 바깥으로 솟구쳐 나오며 상대에게 뻗어 나갔다.

     

   치이이이익!

     

   그러나 그 피는 적에게 조금도 닿지 못한 채 열기에 의해 그대로 증발해 버렸다.

   블러쉬는 얼굴까지 후끈하게 데우는 열기에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그가 채 뒷걸음질 치기 전에 뻗어온 손이 그의 목을 콱 틀어쥐었다.

     

   “그윽, 억!”

     

   블러쉬가 목에 잡힌 손에 버둥거리자, 상대는 무감정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마주친 그의 눈동자에는 언제든 블러쉬를 죽이겠다는 살의가 담겨 있었다.

     

   블러쉬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이는 용황 크라슈 발하임.

   블러쉬가 그토록 억울함을 호소하게 한 이유기도 했다.

     

   일개 도적단 단장밖에 안 되는 자신을 잡기 위해 천상사강이 직접 나타났으니.

   그로서는 정말 억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억울하면 죄를 짓지 말았어야지.”

     

   그러자 그의 생각을 꿰뚫어 본 크라슈가 눈을 확 일그러뜨렸다.

   여러 개의 스킬을 중첩해서 흡수하다 보니 그중에는 사람의 마음속 소리를 듣는 스킬도 하나 있었다.

     

   덕분에 크라슈는 이 스킬을 굉장히 유용하게 쓰고 있다.

     

   “흑, 허억, 죄, 죄송합니다. 자, 잘못했어요.”

   -내가,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나라도 살아야 할 거 아니야!

     

   이렇듯 범죄자 놈들의 실제 심리가 어떤지 정확하게 꿰뚫을 수 있었으니까.

     

   “한심한 놈.”

     

   크라슈는 손을 들었다.

     

   “스킬을 내놔. 그러면 목숨을 살려줄 테니까.”

   “예, 예, 뭐든, 뭐든 내놓겠습니다!”

     

   그는 양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이미 전의는 초저녁에 상실한 지 오래였다.

     

   어떻게든 목숨만큼은 부지하고 싶었다.

     

   크라슈가 블랙 후드를 발동시켰다.

   그러자 그에게 담긴 블러드가 크라슈의 손아귀로 바로 흘러 들어왔다.

     

   크라슈는 이를 확인하고, 그대로 손에 재의 불꽃을 일으켰다.

     

   화르르륵!

     

   “크하가악!?”

     

   블러쉬가 순식간에 타버리기 시작했다.

   블러쉬는 약속과 다르지 않냐는 눈으로 경악했지만.

   크라슈는 이미 그를 가볍게 놓아 던졌다.

     

   “내가 약속을 지킨다고는 안 했을 텐데.”

     

   수배자 놈을 살려둘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스킬 덕분에 어차피 이놈이 오해받고 살아온 것도 아님은 잘 알았으니까.

     

   더불어 녀석이 속했던 도적단도 이카루스를 시켜 와해시켜 버릴 작정이었다.

     

   “나 참, 아주 세상을 아무리 지켜낸다 한들 이런 놈들은 사라지지를 않지.”

     

   크라슈는 다 타버린 블러쉬를 두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나아가려던 순간.

     

   번쩍!

     

   저 멀리서 금색의 섬광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 섬광을 본 크라슈는 곧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냐하면 그 섬광의 주인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크라슈가 서둘러 그쪽을 향해 달렸다.

   그러자 잠시 후 익숙한 머리카락의 여성이 한 명 보였다.

     

   그녀는 사람 한 명을 짓밟고 있었다.

   짓밟힌 이는 크라슈가 봐둔 스킬 보유자 중 한 명이었다.

     

   이 근방에서 살고 있다는 건 알았는데 먼저 선수 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선수를 친 이가 누군지 아는 크라슈는 그녀를 불렀다.

     

   “아서.”

     

   부름을 들은 아서가 금발의 머리카락을 휘날렸다.

   그러고는 크라슈를 보자마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크라슈?”

     

   저쪽도 마주칠 줄은 몰랐던 건가.

     

   “너도 스킬 보유자를 잡고 있었냐.”

   “아, 으응, 소식 들었으니까. 도울 겸.”

     

   그래도 한때 세계를 지키기 위해 나아갔던 아서다.

   그녀도 다시금 세계가 혼란해지는 것은 원치 않았다.

     

   “고맙네. 네가 도와주면 큰 힘이지.”

     

   크라슈가 옅게 미소 지었다.

     

   이제는 아서와의 악연도 모두 끝낸 만큼.

   그녀가 도와준다고 하니 오히려 기쁜 마음이 되었다.

     

   -좋아해.

     

   그때 크라슈는 들려온 목소리와 함께 멈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아서가 멋쩍은 얼굴로 크라슈를 보고 있는 게 보였다.

     

   -사랑해. 너무 좋아. 오랜만에 얼굴만 봐도 좋아. 평생 함께 있고 싶다.

     

   그리고 열렬한 목소리가 다시금 크라슈에게 깊숙이 꽂혀 들어왔다.

   문제는 아서의 입술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는 거다.

     

   ‘아.’

     

   크라슈는 뒤늦게 아까 전 자신이 뒤늦게 마음속 소리를 듣는 스킬을 끄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지금 이 목소리는 전부 아서의 마음속을 대변하고 있는 거였다.

     

   이 녀석 5년 동안 마음을 다 정리했다더니.

     

   -좋아, 좋아, 좋아해. 세상에서 가장 좋아.

     

   아주 속으로 발광하고 있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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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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