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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4

    <414 – 결정적인 실마리>

     

    만델라 카스테라의 웃음소리는 용암지대를 배회하던 몬스터들의 접근을 불허했다.

     

    “경지에 달한 마나제어술은 일상 속의 평범한 동작에도 커다란 효과를 담아낼 수 있답니다. 제게는 <목소리>가 그렇듯이 말이죠. 아앗핫하하!”

    “저놈의 잘난 체만 덜했으면 참 존경스러운 선배였을 텐데.”

     

    도로시가 입을 삐죽였다.

    옆에서 걷는 아이린의 심퉁맞은 얼굴만 봐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만델라 선배는 강하다.

    자신들이 가장 꺼려하던 위험요소를 아무렇지도 않게 배제했다.

    가뿐히 용암지대를 돌파했는데 호신부조차도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

     

    “우리 이러다 길의 끝까지 도달하는 거 아니야?”

    “자신감이 대단한 것은 좋지만 딱 잘라 말해서 무리랍니다!”

    “왜요?”

    “용암지대의 너머는 <휴학생전용구역>의 심부. 과거 수많은 비보도전자들이 충돌하였고 쓰러졌던 역사를 지닌 대혼돈의 중심부랍니다!”

    “그런 곳에 오크노디가…”

    “그러니 더 서둘러야겠죠? 제 힘으로도 닿을 수 없는 곳까지 겁 없는 후배가 덜컥 들어가기 전에!”

     

    선배의 뒤를 따르던 도로시의 시선이 멈칫했다.

    잠깐이지만 즈앙이 비틀거리는 모습을 본 것 같은데.

    가면을 꾹 눌러쓴 채 사뿐사뿐 걷는 모습은 멀쩡하게만 보였다.

     

    ‘착각인가?’

     

    도로시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다시 전방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면 아래로 즈앙의 얼굴이 아직 회복하지 못한 부상에 일그러져있음은 알지 못한 채.

     

    “선배. 다른 쪽에 있는 동기들한테는 소식을 전할 방법이 없을까요? 저희가 훨씬 오크노디에게 근접했으면 저쪽은 헛수고를 하는 거잖아요.”

    “그쪽에는 저를 제외한 나머지 2학년들이 가세했답니다. 마음씨는 기특하다만 지금은 동기들을 걱정하기보단 스스로를 걱정해야 한다고요?”

     

    풀어졌던 긴장감이 다시 팽팽하게 당겨졌다.

    마력재해 심부.

    5단계 용암지대를 넘어선 8단계 <혼돈의 심부>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 * *

     

     

    아이린이 향한 루트에 도로시와 록펠, 즈앙과 만델라 카스테라가 있다면 지젤이 향한 루트에는 나머지 모두가 모여 있었다.

     

    “저희의 목표는 마력재해 곳곳에서 주린 배를 움켜쥐고 식량을 캐는 선배들을 습격하여 포인트를 삥뜯는 것도, 강력한 마력재해의 중심부에 자리한 유실물을 습득하는 것도 아닙니다. 목적은 어디까지나 오크노디의 구출임을 잊지 마십시오.”

     

    확실한 정보와 공략법을 선배들에게 매수한 덕분에 10개의 마력재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빗발치는 <연속재해구간>에 발을 들이고도 그들은 거침없이 전진할 수 있었다.

     

    “여기에 오크노디의 발자국이 있습니다.”

    “흐릿하지만 체취가 남아있다. 이쪽이 확실하다.”

     

    문제는 오크노디의 흔적을 탐지하는 모브와 싱이 가리키는 방향이 입수한 정보가 가리키는 안전한 길과 다르다는 사실에 있었다.

     

    “거긴 정보를 판매한 선배들도 발을 들이면 안 된다고 분명히 경고한 재해현상의 발현중심지입니다.”

    “겁 없는 우리 꼬마공주님이라면 당연히 저런 곳도 거침없이 들어가겠지.”

    “이제 어쩔 거냐. 안전한 길로 돌아서 갈 거냐, 딱 봐도 위험한 곳으로 돌진해볼 거냐?”

     

    지젤은 결정했다.

     

    “저희는 안전한 길로 공략합니다. 대신, 싱과 모브에게는 2학년 선배님들이 붙어주십시오.”

     

    만델라 카스테라와 함께 뒤늦게 합류한 후속수색대는 지젤이 초입부근에서 정보수집을 활발히 진행하던 덕분에 안전지대에서 마주칠 수 있었다.

    2학년들은 지젤의 정보량이라면 1학년들끼리 두어도 충분히 안전하겠다고 판단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쾅!

     

    대포처럼 벽이 밀리며 지나가는 사람을 반대쪽 벽에 처박는 <밀치기> 함정구간.

    오크노디는 그 함정기관을 사선으로 꺾어놓고 황당하게도 <밀치기 함정>을 대포처럼 사용해서 자신만의 창조적인 지름길을 개척했다.

     

    <합동보호막>

    <충격흡수>

    <충돌내성부여>

    <물리저항2단계강화>

     

    2학년들이 힘을 합쳐 보강한 커다란 구체가 지면과 충돌하며 굉음을 일으켰다.

     

    쩌저적, 퍽.

     

    균열이 일다가 단숨에 터져버린 보호막의 안에서 2학년들이 창백한 얼굴로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뭣들 미적거리고 있지. 오크노디는 저쪽이다.”

    “으으. 바, 발자국을 찾아야해…”

     

    보호막 생성에 힘을 보태지 않았다고는 해도 착지 직후에 멀쩡하게 걸음을 재촉하는 싱과 중갑옷을 입고 그 뒤를 따르는 모브.

    도저히 1학년스럽지 않은 터프한 강행군에 2학년들은 울상을 지었다.

     

    “괜히 따라온다고 했나?”

    “죽겠다아아…”

     

    단숨에 세 개의 재해를 뛰어넘은 그들이 도착한 연속재해구간의 다음 재해는 <물대포>에 휩쓸려 재해의 시작지점으로 되돌려 보내는 대포구간.

    안 좋은 예감은 어찌나 잘 적중하는지 흔적을 꽃던 싱과 모브가 도달한 곳에는 공중으로 높이 솟구치는 물기둥이 보였다.

     

    “구경이 끝났으면 빨리 보호막을 쳐라.”

    “이게 후배야 상전이야?”

     

    2학년 한 명이 내뱉은 푸념에 모든 2학년들이 한숨을 내뱉으며 동의를 표했다.

     

     

    * * *

     

     

    “아주 날다람쥐가 따로 없네. 저것들은 뭐 툭하면 하늘로 날아다니고 있냐?”

     

    벌써 세 번이나 하늘 저 멀리 붕 날아서 창조적인 지름길을 개척해내는 싱과 모브, 2학년들로 이루어진 지름길파티의 모습에 손오천은 혀를 찼다.

     

    “꼬마숙녀다운 진행방식이 아닙니까. 저는 오히려 안심이 됩니다. 제대로 된 길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습니까.”

    “저딴 걸 길이라고 불러야할지는 모르겠네.”

     

    이사벨은 빈말로라도 저런 길로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늘에서 요리도구를 비처럼 뿌리며 떨어지는 템뿌리기 이벤트를 할 것이 아니고서야 그녀로서는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하물며 자신보다 월등히 많은 짐을 마법가방에 매고 다니는 지젤이라면 자신보다 더하겠지.

    비처럼 쏟아지는 금화를 상상해본 이사벨은 그만 실소를 지었다.

     

    “이사벨. 뭐가 그렇게 웃기냐?”

    “지젤이 공중에서 금화를 비처럼 쏟아내면서 추락하는 모습을 상상했어.”

    “으하핫. 그거 걸작이군. 다음에 꼭 태워봐야겠어.”

    “끔찍한 소리 마십시오. 절대로 안 탈 겁니다.”

    긴장이 덜어진 다른 이들과 달리, 홀로 웃음을 짓지 못하는 1학년도 있었다.

    최후미에서 우중충한 얼굴로 뒤따르는 지고쿠는 평소의 쾌활함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저 녀석은 왜 저래?”

    “지고쿠는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놔두십시오.”

    “어이 샌님. 짐작 가는 구석이라도 있냐?”

    “후우. 굳이 제 입으로 말하게 하지 마십시오. 본인이 들으면 더욱 속이 쓰릴 겁니다.”

     

    지젤의 말대로 지고쿠의 속은 단단히 불타고 있었다.

     

    ‘오크노디. 나는 주말강의에 따라 나올 정도로 날 따르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넌 날 이용했던 거야?’

     

    크라켄대소동을 일으켜서 강의 도중에 휴학생전용구역에 침투한다.

    오크노디의 망설임 없는 일련의 행동은 처음부터 이것만을 위해 강의를 들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화가 났다.

     

    ‘너한테 난 대체 뭐였던 거냐?’

     

    강의를 듣자고 권했더니 흐으응~ 소리를 내며 무언가를 재듯이 쳐다보던 오크노디.

    지고쿠해적단과 함께 강의를 듣자 허접해적들이라며 놀리면서도 함께 선상전투에 필요한 지식을 전수하고 엉성한 자세를 교정을 해주던 시간.

    끝나고 함께 맛대가리 없는 벽돌처럼 단단한 비스킷을 침에 녹여먹으며 킬킬 웃던 귀가길.

     

    ‘그런 시간들을 보냈으면서도 내게는 한 마디도 없이 이런 짓을 저지르고 혼자 사라지다니.’

     

    지고쿠의 주먹이 어느 때보다도 단단히 움켜쥐어졌다. 이 주먹의 단단함은 의지할만한 어른으로 지목받지 못한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됐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반드시 오크노디를 찾아내어 이 손으로 그녀를 움켜쥐고 물어보리라.

    너한테 나는, 우리 지고쿠해적단은 뭐였냐고.

     

    “큭, 지름길이 아닌 곳에서는 이런 몬스터도 나타나는 건가! 모두 물러서십시오. 무기로는 파괴할 수 없는 거대한 바위몬스터입…”

     

    콰앙!

     

    상급반 학생들도 애를 먹으며 뒷걸음질 치는 와중에 홀로 돌진해서 즉석에서 <관통>, <분쇄>, <폭발>의 인챈트를 건 총탄으로 일격에 바위몬스터를 산산이 터뜨려버린 지고쿠.

    침을 꼴깍 삼키며 긴장하는 학생들을 장난기 하나 없이 진지한 지고쿠가 돌아보며 차갑게 말했다.

     

    “멈추지 마. 뭐가 나오든 상관없으니까.”

     

    그런 기분이거든.

    앞을 가로막는 것은 뭐든지 다 터뜨리고 싶은 기분.

     

    “지고쿠가 원래부터 저렇게 강했어?”

    “모릅니다.”

     

    이사벨의 물음에 지젤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지고쿠의 진가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뜻입니다.”

    “뭐? 저 무식한 녀석하고는 몇 번이고 힘싸움도 했는데 왜 몰라? 나랑 엇비슷한 녀석 아니었냐?”

    “손오천 씨와는 다릅니다. 지고쿠는 지난학기 내내 단 한 번도 진심을 다해 싸워본 적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여유가 느껴졌고, 흥미 없는 모습이었죠.”

     

    지고쿠해적단을 만들 때에는 뭐라도 하려나 싶었지만 그마저도 글러먹은 하위권 학생들을 모아다가 해적놀이나 벌이는 수준일 뿐이었다.

    그런 지고쿠가 저렇게까지 열 받은 모습으로 정색하며 싸우는 모습은 처음 보는 광경이다.

     

    “젠장. 저 녀석까지냐? 너까지 내 위에 올라서서 지나가는 거냐고.”

     

    이를 악무는 손오천의 모습에 지젤은 섣불리 그를 위로하려 손을 뻗던 이사벨을 붙잡았다.

    조용히 고개를 젓는 그의 모습에 이사벨도 깨달았다.

    모두가 성장하거나 감추어둔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이 시기.

    뒤처진 자들의 분함은 오직 스스로의 성장으로만 달랠 수 있음을.

    성장의 열풍을 촉발시킨 장본인인 오크노디는 지금쯤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뭐가 됐든 회초리로 볼기짝 열 대 정도는 때려주고 싶군요.’

     

    무력함을 실감하며 성장을 자극받는 이는 손오천뿐만이 아니라 지젤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였다.

     

    “이젠 보이지도 않네.”

     

    공중을 날아다니던 싱 일행은 몇 번의 폭음만 울려대던 이후로 완전히 감지범위 밖으로 사라졌다.

    오크노디 수색대에서도 가장 뒤처진 지젤의 본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느덧 해가 저물며 추적난이도마저 높아졌다.

     

    “안전지대가 나왔어. 어떡할래?”

    “마나연공법을 돌리면 졸음기 정도는 충분히 몰아낼 수 있습니다. 강행을 계속합니다.”

     

    수면 따윈 사치다.

    뒤처진 자가 건강마저 돌보며 자신만의 보폭을 밟는다면 앞서나간 자들을 따라잡을 기회는 영영 찾아오지 않는다.

     

    “정말 그래도 괜찮겠어? 이건 네 방식이 아니잖아.”

    “제 방식이 뭡니까?”

    “철저한 정보수집에 의거한 약점분석과 공략. 지금의 네게는 초조함밖에 보이지 않아.”

    “에소니아 모험단의 동료가 이 앞에서 위험에 처해있더라도 그런 느긋한 소리를 할 수 있습니까?”

    “할 수 있어. 본대가 무리하다가 무너지면 그때는 어디선가 도움을 바라고 있을 낙오조가 구출 받을 가능성도 영영 사라지니까.”

    “…”

     

    오크노디의 일이라면 다들 너나 할 것 없이 발벗고 나서서 힘을 합치는 1학년들.

    초조함 대신 그 마음을 일깨워주는 이사벨의 지적에 지젤은 냉정함을 되찾았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저답지 않게 실수를 저지를 뻔했군요.”

    “흔들리지 마. 넌 우리의 중심이니까. 오크노디를 위해 그간 네가 수집해왔던 정보들, 관리해왔던 인맥들이 지금 이렇게 도움이 되고 있잖아.”

     

    잠시 잊고 있던 관계의 따스함에 지젤의 입가 위로 호선이 그려졌다.

     

    “밥이나 잘 먹고 있을지 모르겠군요. 우리 손 많이 가는 꼬마숙녀는.”

     

    무심코 입밖으로 새어나오는 진심어린 걱정.

    그 말에 이사벨의 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섰다.

     

    “그거야!”

    “네?”

    “먹을 거. 이곳 휴학생 전용구역에서만 존재하는 식재료의 위치를 파악해.”

    “!!”

    “알잖아. 오크노디라면 언제 어디서든 ‘효율’을 생각해서 처음 보는 식재료를 채집하는 걸.”

     

    오크노디가 아니다.

    오크노디가 쫓을만한 식재료를 먼저 찾는다.

    실의 첫머리.

    사건을 풀어나갈 단서.

    수색을 앞당길 결정적인 실마리를 깨달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꽃이 있는 곳에 나타나는 꿀벌
    희귀식재료가 있는 곳에 나타나는 오크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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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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