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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5

       이건 내 생각인데, 역시 내 주변에서 인생을 가장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바로 클레어다.

        

       보통 사람들은 귀찮아서라도 챙기지 않을 외국의 명절을 굳이 기억해서 챙기는 시점에서 말 다했지.

        

       물론 한국인이라도 일부는 할로윈 때 코스프레를 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파티를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웬만큼 열정적인 사람이 아닌 이상은 이렇게 챙기지는 않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해보니, 클레어는 어떤 의미에서는 ‘인싸’에 가까운 상이었다. 아마 이쪽 세상에서 태어났다면 분명 스마트폰에 지인이 셀 수 없이 많이 등록되었을 것이다.

        

       그런 것치고는 아제르나에서는 친구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혹시 내 탓이려나?

        

       본성이 한없이 아싸에 가까운 나랑 붙어 다녀서 친구를 세자릿수 단위로 사귈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르지.

        

       할로윈 지났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할로윈 관련 코스프레를 하려는 것은 그 인싸적인 본능이 터져 나온 것일까?

        

       “어때?”

        

       활짝 웃으면서 코스튬을 들고 있는 클레어를 보고 우리는 잠깐 할 말을 잃었다.

        

       아직 누군가 입은 것은 아니었지만, 누가 봐도 그 복장은 마녀들이 입을 것 같은 복장이었다.

        

       그거 아는가? 실제로 마법사가 존재하는 아제르나에서도 저렇게 전형적인 마녀 복장을 한 여성 마법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 마녀 이미지는 온전히 클레어가 이쪽 세상으로 와서 배운 것이라는 소리다.

        

       실로 무서운 학습 능력이었다.

        

       “예쁘네요. 클레어에게 참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응? 무슨 소리야, 언니. 당연히 다 같이 입어야지.”

        

       그래, 역시 그럴 것 같더라.

        

       “그거 알아? 지난번에 우리 운동하는 영상의 조회수가 수상할 정도로 잘 올라간다는 거? 평소에 게임 캐릭터 코스프레만 해서는 신선도가 떨어지잖아! 때와 장소에 맞춰 이런저런 복장을 해야지!”

        

       때에 맞췄다기에는 할로윈이 이미 한참 지났고, 그렇다고 장소에 맞춘다기에는 우리가 굳이 집 밖에서 방송하지는 않는다만.

        

       물론 이렇게 신난 클레어에게 그런 말을 해봐야 의미는 없겠지.

        

       나는 나머지 세 사람을 돌아보았다. 세 사람 다 다소 황당하다는 표정이었지만, 이상하게 흥미는 있는 것 같은 모양이었다.

        

       ……조금 전에 지적했듯, 이쪽 세상의 ‘검은 옷 입은 고깔모자 마녀’라는 이미지는 아제르나에는 없는 이미지였다.

        

       그러니까 클레어가 보여주는 옷이 특별하다는 느낌도 없었겠지. 오히려 그냥 신선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앨리스는 지난번에 한복 입을 때도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으니까. 물론 그때는 나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입긴 했지만.

        

       한복과 마녀 복장이 다르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나는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

        

       [뭐임? 지금 할로윈임? 지나지 않았음?]

        

       “지났다는 건 잘 알고 계시는군요.”

        

       결국 우리는 그렇게 마녀 복장을 하고 방송을 틀었다.

        

       마녀 복장이라고 해서 전부 똑같은 것은 아니었다. 클레어와 내가 입은 마녀 복장은 흔히 말하는 ‘고딕풍’의 복장이었다. 사실 모자 빼면 마녀 복이라는 것을 알아보는 것은 힘들 것이다.

        

       앨리스와 샤를로트의 것은 장식 자체는 그것보단 조금 자제된 편이었지만, 가슴 부분이 조금 파여있었다.

        

       앨리스는 입으면서 조금 부끄러워했지만, 샤를로트는 의외로 별다른 저항감 없는 표정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연회나 무도회에서 입는 옷은 그것보다 노출이 있는 경우도 많다는 모양이다. 하긴, 그래도 등이 훤하게 드러나 보이는 옷은 아니었으니.

        

       미아가 입은 옷은…… 음.

        

       저건 솔직히 마녀라기보다는 마법 소녀에 가까운 게 아닌가? 그나마 검은색이 주를 이루는 우리 복장과는 다르게 보라색 원색 계열이었다.

        

       어울리긴 하지만, 이 중에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을 고르라고 한다면 절대로 저것만큼은 고를 수 없으리라 확신한다.

        

       어차피 밖에 나갈 것도 아니었으니 입은 거지만.

        

       “할로윈은 지났지만, 우리가 할로윈을 챙기지 않고 넘어갔잖아. 그러니까 이건 조금 늦게 하는 할로윈 기념 방송!”

        

       미리 하는 크리스마스 방송이 아닌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분명히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복장을 준비해오겠지.

        

       “그리고!”

        

       클레어는 몸을 앞으로 숙여 마우스를 잡았다. 가운데 있던 나는 몸을 뒤로 빼서 자리를 비켜주었다.

        

       오늘 방송의 컨텐츠도 클레어가 직접 정하고 싶다기에 그러라고 해두었다. 어차피 오늘은 뭐 대단한 컨텐츠를 준비해두지도 않았으니까.

        

       적어도 이 복장으로 땀 흘리며 운동하라고 하지만 않으면 된다.

        

       “오늘 방송은 이거!”

        

       “……이건?”

        

       그리고 클레어가 설치해둔 게임은, 내가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게임이었다.

        

       “음성인식 게임!”

        

       아, 그렇게 말하니까 들어본 적 있다.

        

       메이저 게임 중에도 음성인식을 하는 게임이 있기야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걸 메인 컨텐츠로 사용하는 일은 잘 없다. 한두 번이야 재미있게 하더라도, 혼자서 그런 게임을 하면 뭔가 뻘쭘한 기분이 드니까.

        

       게다가 음성인식이라고 하더라도 진짜로 ‘음성’을 인식하는 기술은 생각보다 고급 기술이다. 언어가 바뀌면 또 그 언어대로 만들어야 하기도 하니, 보통은 그냥 소리가 얼마나 크게 나는지 정도에나 반응한다. 마이크에 대고 후후 불어야 하던지, 아니면 반대로 숨소리나 비명을 내면 안 된다든지.

        

       내가 봤던 인디 게임 중에서 가장 특이했던 것이라면 음의 높낮이를 조절하며 소리를 질러야 하는 게임이었다.

        

       “짜잔!”

        

       하지만 클레어가 꺼내온 게임은 그것과는 조금 다른 게임이었다.

        

       완전히 처음 보는 종류의 게임.

        

       종스크롤 슈팅 게임인 모양이다.

        

       “이건 아직 정식으로 출시한 게임은 아니고, 미국의 한 인디 게임 제작자가 만드는 중인 슈팅 게임이야.”

        

       지금까지 방송하며 경험이 축적된 클레어는 능수능란하게 게임을 설명했다.

        

       듣기로, 게임 자체는 그냥 플레이하면 굉장히 어려운 탄막 슈팅 게임이란다.

        

       하지만 이 얼핏 보면 별 특징 없어 보이는 슈팅 게임에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폭탄’이다.

        

       일반적으로 슈팅 게임에선 목숨 당 몇 개 정도, 화면의 모든 적을 쓸어버리고 날아오던 탄을 삭제하는 필살기 개념의 폭탄이 있는데, 이 게임은 그 폭탄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마법 소녀는 그 용기로 적을 상대하는 영웅이니까.

        

       다만, 그 폭탄은 단순히 버튼을 눌러서 나가는 게 아니라—

        

       “정해진 대사를 해야 쓸 수 있어!”

        

       “……잠깐, 클레어.”

        

       나는 콧잔등을 꾹 누르면서 말했다.

        

       “혼자 만든 게임에서 음성을 그렇게 자세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까?”

        

       “당연히 아니지. 그래서 이 제작자도 ‘마법 소녀의 양심에 맡긴다’라고 했어.”

        

       “…….”

        

       “사실 시스템만 보면 그냥 일정 시간 동안 소리를 지르기만 해도 폭탄은 발사되거든. 굳이 본인이 낼 필요도 없이 녹음된 소리를 틀거나, 마이크에 대고 바람만 불어도 돼. 하지만!”

        

       여기에는 시청자라는 증인들이 있지.

        

       이거 스트리머용 게임이구만.

        

       “지금부터 돌아가면서 이 게임을 플레이할 거야. 아직 개발 중이라 스테이지는 하나뿐이지만, 그래도 난이도는 다른 탄막 슈팅 게임보다 어렵다나 봐. 밸런스 패치도 안 되어 있으니 무작위로 발사되는 탄 때문에 아예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어. 그러니까 탄을 미리미리 제거하는 쪽이 좋겠지?”

        

       [ㅋㅋㅋㅋㅋㅋㅋ]

       [어디서 이런 똥겜을ㅋㅋㅋㅋㅋ]

        

       클레어의 설명을 듣고 시청자들이 감탄했다.

        

       [방종 안에 누구라도 클리어]

        

       띠링.

        

       곧장 미션이 걸렸다. 미션 금액은 10만 원이었다.

        

       [꼴등은 3등분 댄스 타임]

        

       띠링.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미션을 걸었다. 이번에도 같은 10만 원.

        

       이쪽은 그냥 주는 돈인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않을까.

        

       “좋아, 좋아.”

        

       클레어는 눈을 반짝이며 말하고는 우리를 돌아보았다.

        

       나도 클레어와 함께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일단 앨리스와 샤를로트의 표정은 나와 비슷했다. 별로 좋지 못하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뭐랄까, 자신감은 있어 보였다.

        

       저 둘은 확실하게 동체시력이 있는 편이었으니까. 실제로 턴제가 아닌 다른 게임을 시키면 의외로 곧잘 했다. 조작에 익숙하지 않았던 초기에나 애먹었지, 순수 피지컬 게임은 보통 이상의 실력이었다.

        

       그렇다면, 신체 능력은 나보다 떨어지는 미아는 어떤 얼굴이었을까—

        

       “오오!”

        

       클레어의 설명을 들은 미아는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아, 맞다.

        

       얘 아직도 마법 소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심지어 복장도 지금 우리 다섯 명 중에서 가장 마법 소녀에 가까운 복장이었다.

        

       [미아 귀여워]

       [ㄱㅇㅇ]

        

       혼자 좋아하는 미아를 보고 사람들은 그렇게 반응했다.

        

       이건…… 할 수밖에 없겠는걸.

        

       나는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아, 참고로 남의 대사 똑같이 따라 하기 없기야. 원래 마법 소녀는 각자 아이덴티티가 다른 법이니까.”

        

       혹시 너도 마법소녀물 보니?

        

       눈이 마주치자, 클레어가 씩 웃어 보였다.

        

       설마 할로윈 밑밥을 깔았던 건 방송을 위한 빌드업이었던 걸까.

        

       무서운 아이다, 정말.

        

       한순간이지만 게임의 클레어를 본 것 같았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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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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