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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5

        

       이제순은 빠르게 움직였다.

       마치 자신이 진짜 요정이라도 된 것처럼 신출귀몰하게 움직였고, 요정의 힘으로 알아낸 윗사람들의 비밀을 무기처럼 휘두르며 온갖 절차를 생략한 채 바로 기사가 실리도록 만들었다.

       이제순에게 약점이 잡힌 윗사람들은 그가 가져온 것이 큰 파장을 일으킬 것임을 알고도, 정부와 권력자의 심기를 강하게 거스를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고민조차 하지 못한 채 그대로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못하고 말이다.

         

       그렇게 이제순의 기사는 올라갔다.

       그가 요정의 힘으로 얻어낸 ‘영상’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그 기사가 올라오자…여론이 폭발했다.

         

       퍼-엉.

         

         

         

        * * *

         

         

         

       『 일본 해상자위대, 독도 점거. 』

         

       『 독도, 일본에 빼앗겨…. 』

         

       『 해군의 무능. 나라를 지키는 군대인가, 도둑에게 꼬리를 흔드는 개인가? 』

         

       『 침략자에게 손님 대접? 이것이 K-국방인가? 』

         

       터졌다.

         

       뉴스가.

       분노가.

         

       터졌다.

         

       이제순의 기사와 영상이 올라간 후 미친 듯이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방송사에서 앞다퉈서 긴급 속보라면서 이제순이 올린 영상을 자료로 사용해서 난리를 피웠다. 몇몇 방송국은 아예 헬기를 띄워서 동해로 보내기까지 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국민의 분노 역시 터졌다.

         

       물론 바로 분노가 터진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의심했다.

         

       뭐 오보도 이런 어이없는 오보가 있냐며 그냥 웃어 넘겼다.

       하지만 영상이 뜨고, 모든 채널에서 긴급 속보라면서 영상을 띄우며 온갖 호들갑을 떨기 시작하자 그들이 처음에 품었던 의심은 황당함과 황망함으로 변했다.

         

       일본?

       일본이 갑자기?

       독도에 쳐들어와서 점거했다고?

       왜?

       그리고 그걸 또 왜 안 막았는데?

         

       그리고 곧 그 황당함은 분노로 변했다.

         

       그들은 일본이 독도를 점거한 것을 진실로 받아들였고, 그와 함께 한국의 해군이 막는 시늉은커녕 그냥 멀뚱멀뚱 바라만 보면서 그걸 방관하고 있었다는 사실 역시 함께 받아들였다.

         

       당연하게도…폭발했다.

         

       ‘아직은 오보일 가능성이 있으니 조금 더 지켜보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으나 믿어야만 하는 빌어먹을 사건에 미친 듯이 분노를 터뜨렸다.

         

       그리고 이 분노는 정부에도 전달이 되었다.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국민의 감정이라.

       참으로 모범적인, 민주주의 사회의 본보기가 아닐 수가 없다.

         

       “내가 말입니다.”

         

       가장 위의 자리에 있는 사람.

       대통령이 말했다.

         

       “참 오래 살기는 살았나 봅니다. 생전에 이딴 일도 겪고….”

         

       “….”

         

       “….”

         

       “하하하. 한국 천지가 진짜 참으로 복잡괴기합니다. 갑자기 일본이 쳐들어오는 것도 기괴한데, 그 쳐들어온 일본을 해군이 막지도 않았어요. 이거 참…. 정말 대단해요, 정말로 대단해….”

         

       대통령은 허탈한 듯 웃음을 터뜨리더니, 돌연 표정을 싸악 굳히곤 해군 참모총장을 노려보았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이 가능하겠지요?”

         

       “그것이 말입니다….”

         

       해군 참모총장은 대통령의 매서운 시선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대통령은 미간을 좁혔다.

         

       “왜 대답을 쉽게 못 해요? 설마…. 정말 생각도 하기 싫은 일입니다만, 설마 술 먹고 뻗어 있었다거나, 술 퍼마시고 있었다거나, 골프장에서 놀고 있었다거나…. 뭐 그런 겁니까?”

         

       “아닙니다.”

         

       “그럼 뭡니까? 책임소재 미루려고 회의하는 척이라도 했어요?”

         

       “그것도…아닙니다.”

         

       “그럼 뭔데요? 그냥 자빠져 잤어요? 아니면 뭐 어디 오지에 훈련이라도 나가서 연락을 못 받나? 요트 타고 낚시라도 하고 있었어요? 대답해보세요, 대답을. 대답을…. 대답하라고-!”

         

       대통령은 말을 하다가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도저히 참을 수 없었는지 버럭 소리를 쳤다. 이마에는 핏대가 솟아 있었고, 뜨거운 물에 한 번 삶기라도 한 듯 시뻘게져 있었다. 게다가 목에 힘을 얼마나 주었는지 핏줄이 잔뜩 튀어나와 있었다.

       게다가 한 손에는 기다란 명패가 들려 있었는데, 당장 대답하지 않으면 이걸로 머리통을 후려치겠다는 듯 부르르 떨리고 있기까지 했다.

         

       그것을 본 참모총장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그것이, 기사를 막기 위해서 거기에 신경을 쏟아붓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응을 하는 것이 늦었다고…!”

         

       기사?

         

       대통령은 해군 참모총장의 말이 이해되지 않아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기사? 뭔 기사 말입니까? 뭐 유럽 쪽 무인 말할 때 쓰는, 그 기사(騎士)?”

         

       “아…닙니다. 신문 기사, 입니다.”

         

       “신…문 기…사?”

         

       대통령은 자신이 들은 것이 믿기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

         

       “신문 기사, 신문 기사…. 신문 기사라고…요….”

         

       “….”

         

       “아니…. 그러니까 지금. 별 단 인간들이, 신문 기사 막는다고 거기 신경 쏟아붓느라…. 옆 나라 놈들이 함대 끌고 독도 점거하는 걸 못 막았다고?”

         

       흐흐.

       흐흐흐흐.

         

       대통령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웃던 대통령은 웃음을 뚝 그치고는, 해군 참모총장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리곤 그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그의 조인트를 강하게 발로 차버렸다.

         

       “…!”

         

       갑자기 조인트가 까인 해군 참모총장은 고통에 표정을 일그러뜨리면서도, 입술에 힘을 팍 줘서 신음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은 조인트를 맞고도 신음도 내지 않고,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해군 참모총장을 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그리곤 꼬박꼬박 쓰던 존댓말도 집어치우고 분노를 꾹꾹 눌러 담아 말했다.

         

       “개소리 집어치워.”

         

       그 기세가 어찌나 날카로운지, 다른 참모총장들이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킬 정도였다.

         

       “고작 기사 하나 막겠다고 지금, 이 지랄을 내놨다고? 뭐 불륜 비디오라도 찍혔어?”

         

       대통령은 분노를 담아 해군 참모총장을 비꼬았다.

       금방이라도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이다.

         

       그리고 그런 대통령의 비꼼에, 해군 참모총장은 눈을 질끈 감으며 대답했다.

         

       “…예.”

         

       그 대답은, 긍정이었다.

         

       대통령이 한 비꼼에 대한 긍정.

         

       “뭐? 지금 나랑 장난해?”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라, 진짜입니다.”

         

       “…뭐?”

         

       “말씀하신 것처럼, 불륜 동영상이 찍혔다고 합니다….”

         

       해군 참모총장은 차마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푹 떨궜다.

       참담하고 부끄러운 내용이었던 까닭에 뒤로 갈수록 목소리는 점차 작아졌고, 끝에 가서는 음 이탈이 발생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똑똑히 들렸다.

         

       해군 참모총장의 말이, 똑똑히 들렸다.

         

       “허, 허허허허.”

         

       대통령은 웃었다.

         

       “….”

         

       “….”

         

       “….”

         

       다른 이들은 귀를 의심한 채 입을 떡 벌렸다.

         

       “찍혔다고. 동영상이.”

         

       “…예.”

         

       “그런데 말이야. 하나가 아닌가 봐?”

         

       “…아닙니다. 하나입니다.”

         

       “아, 하나가 찍혔는데 그 많은 별이 다 이렇게…. 예사롭지 않은 동영상이었나 보군. 하하하하. 이거 원, 미군한테 문란한 성생활도 같이 배웠나 봐. 그런 것도 다 찍히고 말이야. 하하하하하.”

         

       대통령은 허탈한 듯 웃었다.

         

       “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웃고, 또 웃었다.

         

       “하하하하…하!”

         

       그리고 그 웃음과 함께 손에 힘을 팍 주었고, 늙은 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속도로 몸을 움직여 명패를 휘둘렀다.

         

       빠악!

         

       “윽!”

         

       대통령이 휘두른 명패가 해군 참모총장의 머리를 후려쳤다.

         

       해군 참모총장은 이번만큼은 참을 수 없었는지 나지막하게 신음을 흘렸다.

         

       주르륵.

         

       명패에 맞은 곳이 찢어졌는지 피가 주르륵 흘렀고, 뜨거운 피가 그의 얼굴을 타고 흐르며 피범벅을 만들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자신에게 얻어맞은 사람이 피 칠갑이 되어가는 것을 보고서도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어떻게 관리했길래-! 이 지랄이야!”

         

       대통령은 분화한 화산처럼 분노를 터뜨렸다.

         

       분노를 듬뿍 담은 폭력을 이어가지 않은 것이, 대통령의 마지막 인내심이고, 마지막 붙잡은 이성의 끈이었으리라.

         

       “그딴 새끼들이 지휘권을 잡고 있으니까 이 지랄이지! 뭐? 동영상?! 아니, 그리고! 영상이 찍히건 지랄이건 그게 중요해? 일본 놈들이 쳐들어왔는데 그깟 영상이 중요하냐고! 이딴 새끼들이 지휘관이랍시고 거들먹거리고 있으니까, 이딴 새끼들이 위에 앉아 있으니까 맨날 동네북처럼 처맞고 사는 거야-!”

         

       하지만 이러한 마지막 인내심도 곧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똑똑똑.

         

       “뭐야?”

         

       “주, 중요한 보고가 있어서 왔습니다!”

         

       노크 소리와 함께 찾아온 보고에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일본 마게시마 자위대 기지에서, 대함 공격기 관측되었습니다! 숫자는 약 50!”

         

       그 내용은 한껏 들끓어 오른 분노를 한순간에 가라앉히기 충분한 것이었으며.

         

       “대함 공격기? 일본 애들이 미사일 발사기로 사용하는, 그거?”

         

       “…예!”

         

       “미일 미사일 협정 우회한답시고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그 미사일 발사기. 맞나?”

         

       “예!”

         

       “…그래.”

         

       대통령은 잠시 눈을 감고는, 숨을 길게 쉬었다.

       얼핏 본다면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한 행동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행동을 하고 다시 눈을 뜬 대통령의 눈에는, 묘한 광기가 감돌고 있었다.

         

       입매는 한쪽만 올라가 있어 심기의 불편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으며, 목뒤를 만지작거리는 손은 감정이 한계까지 치솟아 목덜미가 뻣뻣해져 있음을 무의식중에 드러내고 있었다.

         

       대통령은 묘하게 광기가 서린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육군 참모총장.”

         

       “예!”

         

       “미사일 사령관이 누구였지?”

         

       “김동관 중장입니다!”

         

       “그래? 김동관 중장…. 그래. 김동관 중장에게 말하게.”

         

       대통령은 육군참모총장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미사일, 일본 본토 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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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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