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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5

       

        

        

        

        

        

        

       “와우.”

        

       “저기는 무슨…한 시도 쉬지 않고 번쩍거리는군요. 막내가 있었던 곳이 저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저래서야 살아있을지나 모르겠다고 해야 할지.”

        

       “한 번 반짝거릴 때마다 아직 어느 쪽이든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겠구만.”

        

        

        

        지름 수 미터의 거대한 화구가 돔에서 몇 번이고 피어오른다.

        

        벙커 위로 짙게 내린 어둠을 밝히기에는 차고도 남는 광량이었다. 더군다나 밤에 발생한 빛은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도 식별 가능한데, 직경 수 미터의 광구는 어떠하겠는가. 실로 무시무시한 위력이 아닐 수가 없었다.

        

        당연하겠지만 지형 자체가 조금씩 깎이기 시작했다. 한 번 불빛이 일 때마다 박살난 레이더 기지의 잔해도 통신소도 전부 하나씩 증발하고 있었다. 확실한 건 누가 이기든 교전이 끝났을 즈음 해당 지역은 크레이터로 가득할 예정이었고.

        

        그 와중 서킨스와 로렌티나의 눈이 마주쳤다. 상어는 무슨 일인가 싶어 시선을 마주했다가 부분대장의 의중을 읽고는 슬그머니 눈을 피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너, 탄환을 도대체 몇 발이나 준 거야.”

        

       “탄통 한 개 분량 정도…?”

        

       “그럼 50발이잖아, 이 미친!”

        

        

        

        증발 반경은 직경 3미터 가량, 살상 범위는 35미터.

        

        모티브가 되는 대물저격총의 박스형 탄창 하나당 10발을 장전할 수 있었고, 그런 것이 5개. 교전이 시작됨에 따라 대략 탄창 두 개 분량을 사격하였으니 남은 건 30발 가량이었고, 이는 사용자의 의사에 따라 고스란히 수류탄 비스무리한 것으로 바뀔 수 있었다.

        

        게다가 쓰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긴 했다. 이카루스 기어가 계속해서 탄통에 전력을 공급하지 않는 이상, 탄환 내부에 든 반물질을 공중에 부유시키는 자기장을 형성하는 부품은 근시일 안에 전력이 다할 터였으니. 요컨대 시한폭탄이나 다를 바 없었단 소리였다.

        

        그렇다고 해도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전력이 다 떨어지기 전에 갖다버리겠지, 수류탄으로 사용한다는 발칙한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지만.

        

        

        

       “어차피 아르테미스를 완전히 전멸시키기 전에 전부 사용했어야 하는 물건이지요. 막내의 손에 쥐여준 거잖아요.”

        

       “…그림자한테 무장을 반출했다고 비춰지지나 않으면 다행이긴 하지만, 그 말도 맞긴 하지. 언제 우리가 작전 중에 그딴 거 신경이나 썼나…샌프란시스코 교전 때랑 똑같구만.”

        

        

        

        흐음.

        

        그리 덧붙인 서킨스의 푸념 아닌 푸념. 그러나 그 순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선행 혹은 후행하던 대거 팀의 일원들이 재미있겠다는 듯 운을 띄웠다. 순간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한 부분대장이었으나 곧 그 뜻을 알아차린 것은 덤이었고.

        

        이들은 샌프란시스코의 대교를 파괴하는 작전 당시, 유진과 같이 갔던 서킨스가 도대체 무슨 광경을 보았는지를 궁금해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하나둘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물론 당연하게도 좋다고 대놓고 떠들 만한 건 아니었지만.

        

        그림자의 몸뚱아리였기에 죽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재밍 타워를 기반으로 세워진 요새화된 군 기지에 반쯤 혈혈단신으로 돌격해 총알 뿐만이 아니라 강선포까지 맞아가면서도 적들을 전부 잡아 족쳤던 당시의 일이 서킨스의 입을 타고 전해졌다.

        

        

        로렌티나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코웃음치며 덧붙였다.

        

        

        

       “하여간 몸 귀한 줄 몰라요, 우리 막내.”

        

       “넌 여기 있는 누구보다도 몸 막 쓰잖아.”

        

       “망할, 로건. 팩트로 그만 좀 패요.”

        

        

        

        실로 그 말대로긴 했다.

        

        신체가 여성으로 변화한 발현자들 중에서 가장 여성스러운 것도 그녀였지만, 동시에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가장 몸을 막 쓰는 것도 그녀였으므로. 그리하여 로렌티나는 너무 심각하게 멘탈 대미지를 입었다며 로건에게 업고 가달라고 땡깡을 부렸고, 로건은 즉시 그녀를 업었다.

        

        대거 팀에서만 볼 수 있는 진광경이었다.

        

        물론 10미터도 가지 않아 등에서 탈출한 로렌티나는 여전히 폭발이 일어나고 있는 등대 방향을 주시하면서 몇 마디를 더 덧붙였다.

        

        

        

       “폭발 위치가 이전보다 확연히 낮아진 걸 보니, 지형 자체가 무너지면서 교전 장소가 아래쪽으로 변한 것 같은데…UAV를 보니 유조 탱크가 있는 지역이네요. 저 정도면 아르테미스가 화력 지원을 하기에도 꽤 안성맞춤인 장소겠어요.”

        

       “요컨대 슬슬 도와주지 않으면 곤란할지도 모른다는 소리로군.”

        

       “그렇지요.”

        

        

        

        잠시간의 정적.

        

        그 순간 오웬스가 지도 한구석에 붉은 색으로 무언가를 표시했다 – 현재 대거 팀은 외부에서 북쪽 벙커와 유탄 언덕 인근을 지나가고 있었고, 바로 그 점이 중요했다.

        

        어차피 지나가야 하는 지역에 존재하는 AGS-40 한 대. 이게 무엇인가 하니 유탄발사기였다. 아직 남아있을지의 여부는 몰랐지만 어차피 지나가야만 하는 방향이었고, 그 와중 있기만 하면 화력지원을 하러 가는 아르테미스 보병들에게 꽤 재미있는 악몽을 선사해줄 수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로렌티나가 큭큭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여튼 당신은 끝내주는 사람이에요, 오웬스.”

        

       “알고 있으면 힘 좀 쓰라고. 슬슬 작전 구역 내로 재진입해야 하니까.”

        

       “그거야 어렵지 않죠.”

        

        

        

        그리고 이들은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높은 철근-콘크리트 벽이 벙커로의 재진입을 막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UAV 및 펄스 스캔을 통해 북쪽 벙커 인근에는 적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지 오래였고, 로건은 이미 브리칭 차지를 벽에 던져 붙인 지 오래였다.

        

        생각보다는 작은 소리와 함께 콘크리트가 박살나 깨진다. 대략 가로세로 1미터 가량이 박살난 것이었다. 안에 있는 철골은 꽤나 멀쩡했지만 두 발현자의 눈에 띄인 이상 곧 멀쩡해지지 않을 예정이었다 – 몇 초 후, 두 명의 막대한 힘이 이카루스 기어의 보조까지 받아 철근에 전달되었다.

        

        굵기만 새끼손가락만한 철골이 엿가락처럼 휘어지는데는 크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대거 팀 아홉이 내부로 진입하는 시간은 그보다도 더 짧았다.

        

        

        당연하지만 전기조차 흐르지 않는 안쪽의 이중 철창은 그보다도 더 짧은 시간에 박살났다.

        

        이들이 유탄발사기를 발견한 것은 그로부터 20초 후였다.

        

        

        

       “사격 각도 확인 부탁해요.”

        

       “차라리 들고 쏴. 여기서 직사로 쏘면 K 창고를 제외하면 북관, 본부, 관제소 등에 가려져서 안 맞을 거야. 아예 박격포처럼 허공에 쏴야 되는데, 제대로 된 삼각대가 아니라서 그렇게는 못할 거고…됐다. AGS 착탄 데이터 전송했으니 이젠 보일 거야.”

        

       “…들고 쏘라는 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이제야 알겠군요.”

        

        

        

        그 말대로.

        

        한순간 로렌티나의 눈에 끼워진 반영구적 증강현실 렌즈가 아예 다른 광경을 투사하기 시작했다. 눈 앞에 띄워진 건 작전 구역 – 벙커 그 자체. 그녀가 유탄발사기를 손에 들고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예상 착탄 지점이 어지럽게 이동했다.

        

        아주 조금만 각도가 비틀어져도 아예 달라지는 예상 착탄 지점. 탄환과 본체의 무게만을 합쳐 40kg가 넘어가는 그것을 들고 쏴 정확한 위치에 맞춘다는 것은 일반 사람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적어도 여기 있는 9명 중 2명은 그것이 가능했다.

        

        마치 자그마한 덤벨을 들어올리는 것마냥 유탄발사기를 들고 조준한 로렌티나가 불평하며 덧붙였다.

        

        

        

       “이거 들고 쏘기 끝내주게 불편한 물건이군요.”

        

       “아까 전에 설치했던 반물질 유탄 격발할 테니까, 격발 신호랑 맞춰서 사격 시작해.”

        

       “물론이죠.”

        

        

        

        그리고 – 꾹.

        

        헤르메틱 벙커, 기차역, 감시탑 옆 유조 탱크, 백마, 정비소, 앞마당을 비롯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부터 무지막지한 크기의 불꽃이 일었다. 한순간 벙커가 낮처럼 밝아지는 듯한 착각, 그리고 그 사이에 맞춰서 로렌티나가 트리거를 조작했다.

        

        퉁, 퉁, 퉁. 조준의 한계로 인해 최고 발사속도인 분당 400발로 쏘아내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유조 탱크 방면으로 지원을 가고 있던 아르테미스의 보병 병력들은 마치 하늘에서 수류탄이 비처럼 내리고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될 것이었다.

        

        실제로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렇게 로렌티나가 신명나는 불벼락을 시행하고 있었을까, 대거 팀의 인컴으로부터 헬기 조종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TA 10min. 이제 슬슬 본 기체를 호출한 이유를 듣고 싶군. 화력 지원인가? 아니면 탈출용인가?

         

       “아직 확답할 수 없음. 5분 이내로 답변할 예정.”

        

       -인지하였음.

        

        

        

        실로 아이러니한 말이었지만, 실제로 대거 팀도 그 외에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고.

        

        수백 미터 밖에서 간헐적으로 울려퍼지는 유탄의 폭발음을 확인하며, 감적수 및 주변 경계를 병행하던 로건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해줄 수 있는 건 해줬으니, 막내가 잘 해주길 빌자고.”

        

        

        

        아직 보이는 청색의 플라즈마 및 독특한 레일건 발사음이 아직 교전이 끝나지 않음을 시사했다.

        

        하늘 위로 내린 어둠만큼이나 교전의 향방이 어두운 날이었다.

        

        

        

        

        

        

        

        

        

        

        

        

        

        

        

        

        

        

        

        

       “오른팔 소실…제 불찰입니다, 아키타입. 교전 능력이 현저히 저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플라즈마 캐논만 멀쩡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저 친구도 꽤 많이 너덜너덜하고….”

        

        

        

        진의 오른팔이 박살났다. 사실 소멸했다고 해도 무방했다. 레일건에 맞았으니 어느 단어를 갖다 붙혀도 상관은 없었긴 했지만.

        

        주변은 이미 불바다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교전은 돔에서부터 시작했지만, 레일건, 플라즈마 캐논, 그리고 반물질 탄환 유폭 등으로 인해 약해진 지반이 무너짐에 따라 나와 진, 그리고 레인이 돔 아래쪽의 유조 탱크가 있는 위치까지 내려왔기 때문이었다.

        

        탄환 한두 발에도 숭숭 뚫린 탱크에서 기름이 줄줄 새나오는데, 거기에 약간의 폭발까지 가미하면 어떻게 되겠나. 당연히 순식간에 불이 붙게 되겠지. 그리하여 주변은 숨도 쉬기 힘든 뜨거운 열기가 몰아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지원 병력인 아르테미스 병력들의 접근이 비교적 어려워졌다는 건 호재긴 했지만.

        

        

        

       “…지금 최소한 다리 한 쪽이라도 끊어놔야 레인을 회수할 기회를 잡는데, 꽤나 힘들겠군요.”

        

       “제가 더 노력해보겠습니다.”

        

       “아뇨, 당신이 죽으면 그건 그것대로 말짱 꽝이니까요. 뒤에서 화력 지원만 해요.”

        

        

        

        아까도 말했지만, 화염으로 진탕이 되어버려 레인을 회수하기 어려운 지금이 다리 한 쪽을 끊어놓을 절호의 기회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메카 유진, 다른 말로 UES는 양쪽 팔이 박살나도 전투력을 보존할 수 있지만, 꼬리나 다리가 끊어지면 그 순간 기동력이 격감하며 손쉽게 팰 수 있는 목표물로 전락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사람도 기동력을 상실하면 샌드백이 되긴 했지만.

        

        아무튼, 그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었다 – 지난 번 쇼핑몰에서도 상황이 비슷했다. 레인이 오른쪽 다리를 잃자마자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타고 수십 명의 아르테미스 지원 병력들이 쏟아졌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저쪽 역시도 기동력의 손실=회수 타이밍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거겠지.

        

        

        물론 주변이 불바다라는 것은 나 역시도 아군의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걸 의미했기에, 이 난관을 어떻게 타개해야만 할지를 고민하던 와중 건너편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레인이었다.

        

        

        

       “…하나 물어보자. 날 왜 그렇게 데려가려고 하는 거야.”

        

       “지옥을 향해 끌려들어가는 누군가를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을 만큼 몸이 무거운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지요.”

        

       “헛소리.”

        

        

        

        철컥거리는 소리. 이제는 꽤나 많이 들어본 음색. 레일건을 조준하는 것이었다.

        

        나 역시도 오른손으로 반물질 탄환을 꺼내들었다. 왼팔이 반쯤 맛이 간 탓이었다. 뒤에서 진 역시도 플라즈마 캐논을 겨누고 있었다 – 비밀 통신을 통해 유사시 불길이 번진 뒤쪽에 캐논을 사격할 테니 탄환을 던지고 도망갈 수도 있다는 진의 말이 들려왔다.

        

        하기야, 플라즈마로 불타는 기름에 흠뻑 적셔진 땅을 태워버리면 퇴로가 생기긴 하겠다.

        

        

        아무튼 서로간 확증파괴가 가능한 시점에서 레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화염 속에서 들려오는 말은 마치 화염 정령의 분노처럼 들리기도 했다.

        

        

        

       “너희들과 지금까지 5번을 싸워왔고, 이번으로 따지면 여섯 번째야. 하지만 그 사이에서 너희들이 말하는 선택의 기회는….”

        

        

        

        그러나 그 다음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레인이 스스로 말을 멈춰버렸기 때문이었다.

        

        있다고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 그동안 수많은 사람을 보아왔고, 저런 타입은 과거에 겪었던 일을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자기기만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를 잘 속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레인을 이번에 놓치게 되면 다음은 없을 것이었다.

        

        그럴 바에는 이따 다시 만나기 전 현실을 깨닫게 하는 것도 좋겠지.

         

        

        

       “없었겠죠.”

        

       “….”

        

       “설령 있었다고 해도…아르테미스가 그쪽의 머리를 포맷해버리고 나면 본인이 그런 생각을 했었던 기억도 사라질테니.”

        

        

        

        기이잉!

        

        그러나 그에 대한 대답은 언어가 아닌 레일건으로 되돌아왔다.

        

        언제나 그렇듯, 레인이 전력을 끌어올린 순간 연속적인 플라즈마 캐논 사격이 이어졌다. 나 역시도 그 순간 신관이 2초로 설정된 반물질 탄환을 정면으로 힘껏 던졌다. 저쪽 역시도 레일건을 쏘기 전에 우리가 방해 공작을 펼친다는 걸 슬슬 알고 있었기에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거리를 벌리는 순간 한 박자 느린 사격이 이어졌다. 조준 방해를 받고 있을 때 사격 대기를 했다가 진이 캐논의 과열을 식히고 있을 때 쏘아낸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등 뒤의 반물질 탄환 때문에 조준이 빗나간 것이었고.

        

        물론 왼팔은 내줘야만 했다.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몇 발 맞힌 모양이네요.”

        

        

        

        섬광이 걷히며 보인 것은 오른다리가 너덜너덜해진 레인.

        

        레일건에 왼쪽 팔을 잃어버렸지만, 저쪽의 한쪽 다리를 반쯤 날려버린 건 나름 수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한쪽 팔만으로 묠니르의 반동을 제어하는 건 상당히 힘들긴 했지만.

        

        

        

       ───쿠구궁!

        

        

        

        하지만 그 순간 머리 위로 쏟아지는 포격.

        

        하늘에서부터 무차별적으로 날아드는 포탄을 관측한 진이 냉각이 어느 정도 끝난 캐논으로 날아드는 탄을 요격하는 사이, 나는 오른손만으로 레인을 조준하였다.

        

        그녀는 여전히 꼬리를 이쪽을 향해 조준하고 있었지만, 눈동자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그 또한 실로 인간다운 행동이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런 비현실적인 가능성에 걸어보는 것조차도 꿈꾸면 안 되는 거야?”

        

        

        

        잠깐의 정적.

        

        그러나 그 말을 통해 모든 전말을 깨달을 수 있었다 – 적어도 아르테미스는 그녀의 전부였고, 레인은 아직 아르테미스를 벗어날 용기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런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좋은지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저쪽 역시도 내가 했던 말을 그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을 터였으니 – 그렇다면 답은 간단했다. 비록 여력은 그다지 없었지만, 레인의 팔다리를 다시 쳐낸 뒤 이번에야말로 데리고 가면 되겠지.

        

        저런 류의 사람들은…그저 줏대가 좀 없는 것뿐이었으니.

        

        

        정적이 이어진다.

        

        입술을 앙 다문 레인의 꼬리 끝에서부터 발광하던 청색의 전류가 조금씩 꺼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 하지만 그 적막이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던 와중, 무려 세 가지나 되는 불길한 징조가 오감을 통해 들어왔다.

        

        

        

       -유진! 해당 방면으로 MEP-1이 접근하고 있다! 당장 빠져나와!

        

        인컴을 통해 들려오는 다급한 로건, 다이스, 로렌티나의 경고.

        

        

        

       ───쿠구구구!

        

        지면을 타고 느껴지는 불길한 진동.

        

        

        

       “…플라즈마탄 요격을 통해 궤도를 분석했습니다만, 무언가 기이한 결과가 발견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해당 포격은 저희를 노린 것이 아니라….

        

        진의 보이스 메시지.

        

        

        이 모든 것은 하나를 가리키고 있-

        

        

        

       ───!

        

        

        

        콰앙.

        

        그와 동시에 끔찍한 폭음, 그리고 수백만 개의 파편이 마치 산탄총처럼 나를 때렸다.

        

        대부분은 진의 실드 및 육탄 방어로 인해 막혔으나 그 또한 상당한 수준의 피해였다 – 그러나 정말로 중요한 것은 이쪽이 아니었다.

        

        레인.

        

        벽을 뚫고 날아든 MEP-1의 130mm 활강포는 우리가 아닌 레인을 노리고 있었다.

        

        

        

       “이런 개새끼가…!”

        

        

        

        철컥!

        

        그 순간 물흐르듯 이어진 몸놀림으로 대물저격총에 반물질 탄환을 장전, 뻥 뚫린 관제소 너머로 보이는 아르테미스의 적 병기에게 사격. 음속의 몇 배로 날아간 탄환이 탱크의 절반을 소멸시키고, 나머지를 파편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그 순간 재차 포격이 시작되었다.

        

        물론, 이번에는 레인이 아니라 나와 진을 정확하게 노리고 있었다.

        

        

        

       “아키타-”

        

        

        

        콰앙!

        

        허리에 철갑탄을 얻어맞아 몸이 두동강난 레인이 바닥에 떨어졌지만, 뒤이어 날아든 무차별적인 포격이 일으킨 흙먼지와 섬광, 그리고 연막이 나와 진의 시야를 완전히 가려버렸다.

        

        네이팜탄까지 동원했는지 요격한 탄환에서부터 끈적한 불똥이 마구잡이로 쏟아졌고, 그리하여 나와 진은 어쩔 수 없이 알람실 방향으로 빠져나와 반쯤 박살난 남관 쪽으로 후퇴해야만 했다.

        

        

        그 즈음이 되어서야 아군이 보낸 긴급한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적들의 목적 중 하나가 교전 중 레인을 박살내는 거였다구요?”

        

       “첫 번째 포격의 궤도 역시도 저희 측이 아닌 해당 개체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도 대담하군요.”

        

        

        

        이건 프래깅도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하는지 원.

        

        하지만 방법론만 달라졌을 뿐이지, 결국 계획은 변하지 않았다. 나를 포함한 여덟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을지언정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고, 이 정도면 큰 문제 없이 두 번째 교전에 돌입할 수 있을 듯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증명하려는 듯, 대거 팀의 통신이 이어졌다.

        

        

        

       -아르테미스가 기차 레일을 수리하였음. 잔존 병력들을 태운 무장열차가 서쪽으로 빠져나가는 중. 하반신이 존재하지 않는 UES가 화물로서 열차에 실린 것을 확인.

        

       -해당 열차 하부에 부착된 위치추적기 작동 이상 없음.

        

       -MX90 나이트호크 두 대가 5분 안에 도착할 예정.

        

        

        

        결국 이렇게 되는구만.

        

        허전한 왼팔을 본 하모니와 다이스가 호들갑을 떨고 있었지만 어쩔 수 있나.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말도 있으니, 이대로 두 번째 작전에 돌입해야지.

        

        한숨을 내뱉은 다음 입을 열었다.

        

        

        

       “돌아갈 때는 꽤 무거운 친구가 한 명 더 탈 예정이니, 다들 어지간하면 연구소에서 잡동사니들 다 버리고 오세요.”

        

       “정정. 저는 그다지 무겁지 않습니다. 동형기는 잘 모르겠지만.”

        

       “조용히 하세요.”

        

        

        

        깡 하는 청명한 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진이 볼멘소리를 내었지만 무시했다.

        

        

        

       “생각보다 금방 다시 만나게 되겠군요.”

        

        

        

        레인의 숙소는 대거 팀이 머무는 건물로 낙찰시켜줘야 하나,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뒤로 한 채 어둠이 내린 하늘 위로 어렴풋이 보이는 붉은 점을 눈에 담았다.

        

        작전은 이제 절반이 지난 후였고, 밤은 아직 한창이었다.

        

        아르테미스 제거 작전이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군 후송을 위한 아군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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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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