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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5

       의자에 앉은 녀석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눈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파이스는 뒤편에서 모르는 체를 할 뿐이었고 백호에 이르러서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문을 닫아 방을 밀실로 만들었다.

       

       결국 나와 대면할 수밖에 없음을 깨달은 여자아이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저어. 그. 우선 말씀을 드리기 전에 잠시 주변에 펼치신 걸 거두어 주실 수 있을까요?”

       “본인의 경지를 가리는 것들을 말하는 게냐?”

       “예에. 제가 잘못 본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본 것인지 확인을 하고 싶어서.”

       

       녀석이 부탁한 대로 주변의 내기를 거두자 주변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겁에 질린 백호의 호흡이 거칠어졌고 파이스가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려다가 바닥에 널부러졌으며 나를 마주하고 있던 여자아이의 경우에는 얼굴을 창백히 물들인 채 식은땀을 흘리면서 어깨를 떨었다.

       

       다만 한 가지 특이했던 것은 녀석이 뒤로 물러나지 않고 되래 앞으로 나서 보였다는 것이겠지.

       

       여자아이의 눈에 담긴 것은 지식을 향한 광기였다.

       

       자신이 목숨보다도 눈앞의 미지 하나를 밝혀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듯한 태도.

       

       어설픈 모습을 많이 보이긴 했다만 그래도 학자는 학자라는 것인가.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심호흡을 한 여자아이는 이내 내 주변에 몇 개의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본인이 마법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한다만 마법사를 자칭하는 녀석을 만나본 적은 있지.

       

       그 때의 기억과 비교를 해 본다면 이 여자아이가 지닌 실력은 상당한 듯 하구나.

       

       본인의 주변에서 움직이는 마법진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으려니 어느 순간 갑자기 마법진이 자취를 감추었다.

       

       여자아이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리는 것을 보면 무언가를 보긴 본 모양이다.

       

       이쯤 했으면 다시금 본인의 경지를 감추어도 되겠지.

       

       그리 생각을 하고서 평소처럼 가장을 하자 주변의 공기가 가라앉았다.

       

       “어떠냐. 방금 전 그대가 제대로 본 듯 하더냐?”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설명을 해보거라. 본인의 혼에서 무엇을 보았는지를.”

       “당신의 혼은 어둠과 닮아있습니다.”

       

       어둠? 그것은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인고.

       

       그리 마음에 드는 답변은 아니었던지라 슬쩍 미간을 찌푸렸더니 녀석이 다급히 말을 이었다.

       

       “저어! 그! 주변의 모든 걸 집어삼키는 어둠을 아시는지요?! 빛마저도 잡아먹어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릴 수 없게 만드는 어둠 말입니다!”

       “블랙홀을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당황하여 되는 대로 말을 뱉어내는 여자아이를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파이스가 지원했다.

       

       블랙홀이라. 개념 자체는 대충 알고 있다. 마이 튜브의 세상에는 온갖 지식이 가득하니 말이야.

       

       “본인의 혼이 그것과 닮아있다고?”

       “예! 그렇습니다! 당신께서는 자신도 모르게 주변의 여러 기운을 집어 삼켜 어둠을 만들고 계십니다!”

       

       짐작이 가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본인이 사용하는 무공인 천마신공 말이다.

       

       천마신공의 내기는 항시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집어 삼키려 든다. 제어할 수 없게 되는 순간 주인마저 집어삼킬 정도로 포악한 녀석들이지.

       

       만약 그 내기의 성질이 본인의 혼에까지 영향을 끼쳤다면.

       

       그리하여 본인의 혼이 주변을 집어 삼켜 자연스레 어둠을 만들어내어 본인을 가리고 있는 것이라면.

       

       여자아이가 설명하는 것이 맞아 떨어지게 된다.

       

       “그래. 거기까지는 이해했다.”

       “저 그럼 이만 가 봐도.”

       “앉아라. 다신 걸을 수 없게 만들기 전에.”

       “넵!”

       “그렇담 말이다. 본인이 지닌 영혼의 어두움과 여러 짐승들이 본인을 두려워하는 데에는 무슨 인과관계가 있는 것이냐.”

       

       결국에 본인이 지닌 영혼의 성질이고 어떤지에 대한 것은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본인에게 중요한 것은 그 성질이 왜 짐승들의 두려움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하는 것 뿐.

       

       어느 정도 고민을 한 후에 답을 하리라 생각을 했다만 여자아이는 별로 어려운 물음이 아니라는 듯 가뿐히 답을 해 주었다.

       

       “드높은 산 위에서 절벽을 바라볼 때. 끝이 보이지 않는 깊디 깊은 바다를 쳐다볼 때. 생명이 공포를 느끼는 것과 비슷한 거겠죠.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을 앞에 두면 자연스레 공포를 느끼기 마련이니까요.”

       “본인은 본인의 경지를 능히 감출 줄 아는 사람이다만.”

       “그걸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당신께서 지닌 경지는 저희가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으니. 다만 당신의 경지가 드높은 만큼이나 당신의

       혼이 지닌 끌어들임이 거대하단 것도 알아주십시오. 그로 인해 당신의 가장에도 비틀림이 생긴다는 것도 말입니다.”

       

       자신들의 인지를 벗어날 정도로 드높은 경지를 지닌 본인이 마음먹고 정체를 숨기고 있는데 자기나 파이스가 어찌 이상을 느꼈겠느냐는 설명이 더해진 순간 난 자연스레 여자아이의 말에 수긍하고 말았다.

       

       그것도 그렇구나.

       

       본인이 마음을 먹고서 경지를 감추었는데 평범한 짐승들이나 본인보다 한참 아래의 격을 지닌 놈들이 본인을 알아차릴 수 있을 리가 없지.

       

       이 녀석의 생각이 옳은가 그른가를 뒤로 하고서라도 모든 문제의 근원이 천마신공을 익힘에 따라 본인의 혼에 그 성질이 깃든 것이라면 설명가능한 부분이 몇 가지가 존재한다.

       

       화룡무인에 존재하는 백화령 또한 본인처럼 동물에게 미움을 사고 있는 것이라던가.

       

       본인이 다른 VR게임을 할 때에도 짐승의 두려움을 샀다는 것 같은 게 말이다.

       

       “그렇다는 것은 혼의 이상을 감출 수 있다면 짐승들의 두려움을 살 일도 없단 소리겠군.”

       “잠시 보고 설명을 드리는 것이라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지금으로썬 그러리라 생각이 됩니다.”

       

       여태까지는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문제가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를 몰랐기에 거기에 대비책을 짜지 못했다.

       

       허나 이제 문제를 알아차리게 되었으니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고민을 할 수 있겠구나.

       

       파이스를 따라 이 곳에 오기를 잘했어.

       

       덕분에 외신이라는 녀석을 만나 규율을 바꾸는 녀석도 상대를 해보았고 본인의 염원에 대한 실마리도 찾아내었으니 말이야.

       

       후일 파이스 저 녀석에게 개인적으로 무언가 보상을 주긴 해야겠구나.

       

       본인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으려니 여자아이가 발을 움찔거렸다.

       

       여전히 본인을 마주하는 것이 겁이 나서 당장에라도 도망치고 싶은 모양이다.

       

       들어야 할 내용은 모두 다 들었으니 녀석을 떠나보내도 상관은 없다만 이 녀석이 본인에게 은혜를 베푼 것 또한 사실이지 않은가.

       

       맨 손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지.

       

       어디 보자. 본인이 이 녀석에게 줄 수 있는 것 중에서 그나마 그럴 듯 한 것은.

       

       턱을 매만지면서 머리를 굴리던 중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게 이 여자아이에게 좋은 선물이 될지는 모르겠다만 본인이 마법사에게 줄 수 있는 것 중에선 이게 최선일 듯 싶구나.

       

       “여아야.”

       “넵!”

       “보거라.”

       

       허공에다 그림을 그렸다.

       

       본인이 바루에게 배웠던 도술이나 본인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언젠가 보았던, 세상을 박제하여 그 위에 자신의 지식을 쌓아올리면 미친 마법사가 그리던 그림.

       

       본인은 이 마법진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지 못한다. 과거에 배워보려고 했다만 본인과는 맞지 않는단 생각이 들어 포기했기에.

       

       허나 눈앞에 있는 여자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

       

       차원을 넘는 마법을 혼자서 구상해냈으며. 짧은 고민만으로 본인의 혼이 지닌 특성을 파악해낸 이 여자아이라면.

       

       이 마법을 보고서 무언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터.

       

       “오오오.”

       

       이런 본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여자아이는 본인이 그려내는 그림에 매혹되어서 눈을 뗄 줄을 몰라 했으니까.

       

       “이 정도면 충분한 보답이 되었느냐?”

       “물론! 물론입니다! 경이롭군요! 어찌 이런 아름다운 마법이 있을 수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해야 할 일도 끝마쳤고 들을 것도 다 들었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 보도록 할까.

       

       “파이스. 네 녀석은 당분간 이 곳에 머물 생각이지?”

       “예. 이 곳에 존재하는 미련이 한 둘이 아니니 말입니다.”

       “언제 데리러 오면 되겠느냐.”

       “현대의 시간으로 일주일이 지난 후에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다.”

       

       가볍게 허공을 두드려 공간에 균열을 낸 후 백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녀석이 자연스럽게 내 옆에 따라 붙었다.

       

       자아. 그럼 이제 돌아가서 방송의 준비를 해보도록 할까.

       

       게시판의 분위기를 보고서 본인 혼자 진행을 할지 아니면 바루를 데리고 올지 고민을 해보자꾸나.

       

       후일을 위해 되도록 바루의 존재를 아끼고 싶은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만 만약의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그리 생각을 하며 공간을 뛰어 넘어 현대로 돌아온 순간 본인을 맞이해 준 것은 어둑한 하늘이었다.

       

       “…허?”

       

       검은 색으로 이루어진 장막의 아래에서 별과 달이 노니는 그 풍경은 지금의 시간이 밤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뭐지? 무엇인가가 잘못된 것인가?

       

       혹여 우리가 떠나온 그 시간에 그대로 돌아오기라도 한 것일까?

       

       눈을 끔뻑이며 생각을 정리하던 중 여태까지 조용하던 본인의 전화기가 진동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든 본인을 맞이해 준 건 엔리의 이름이었다.

       

       “아라 씨?!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되는 거에요?! 제가 몇 번이나 전화를 드렸는지 아세요?!”

       “…무슨 일인가요?”

       “무슨 일이기는요! 오늘 복귀 방송 하시기로 하셨잖아요!”

       “…하.”

       “지금 시청자들이!… 아라 씨?”

       “엔리 씨. 그 시청자 분들한테 한 시간 뒤에 방송 킨다고 말해주세요. 잠시 처리할 일이 생겨서.”

       “어. 넵! 알겠습니다! 잘 말해둘게요!”

       

       파이스. 네 이놈.

       

       이 곳과 네 놈의 세계에는 두 배의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어찌하여 기껏해야 그대의 세상에서 한나절 정도를 보냈을 뿐인데 이 세상에 밤이 도래한 것이냐.

       

       감히 본인에게 거짓을 고하는 것으로 본인을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겠다.

       

       고의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단 하나.

       

       네 놈이 본인을 분노케 했다는 것.

       

       파이스. 네 녀석은 이제부터 자신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마는.

       

       잔뜩 성이 난 아해들을 어찌 달래야 하지?

       

       룰렛을 돌려야 하는가? 진정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가?

       

       무언가. 무언가 방법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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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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