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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5

    <415 – 동료 혹은 짐>

     

    안전지대에서 추가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지젤 일행은 빠르게 정보를 검토했다.

     

    “벌레재난구역의 벌레껍질튀김은 어때?”

    “기각입니다. 오크노디는 요리의 맛은 타협해도 불결함은 타협하지 않습니다. 괴식요리 재료는 모두 배제하십시오.”

    “오우, 샌님! 안전지대의 선배가 몇 곳을 짚어주었다. 이쪽의 들판에서 자라는 하얀 꽃잎은 식용으로 먹을 수 있다는데?”

    “하양코스모스 꽃잎은 휴학생전용구역이 아닌 곳에서도 자랍니다. 재단에서 확보한 식재료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식재료도 배제합니다.”

     

    이사벨과 손오천의 정보는 모두 배제되었다.

    항상 뭔가를 먹는 모습을 보느라 다소 만만하게 여겼지만 오크노디의 식품도감 수집현황에 맞추어 행선지를 추려내기는 쉽지 않았다.

    워낙에 많은 것들을 수집하고 먹어왔으며 또 식품가방에 보관한 것들이 있기에 어지간한 식재료는 오크노디의 발길을 끌 수 없는 탓이다.

     

    “매미튀김도 먹을 이미지인 주제에 의외로 가려먹는 것이 많잖아, 꼬맹이 녀석.”

    “시끄러. 정말로 만들어서 먹여버리기 전에 더 빡세게 추려내.”

    “으하핫! 안 먹으면 그만인데?”

    “안 먹으면 다시는 요리를 해주지 않을 거야.”

    “…이사벨 이 녀석이 하는 말은 농담처럼 들리지가 않아서 무섭네.”

     

    이사벨과 손오천이 발품 팔아 정보수집을 도우니 헤스티아나 롯토처럼 마음이 초조한 이들도 무턱대고 전진하자고 요구하지 못했다.

    지젤의 정보망 없이 막무가내로 움직여봤자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받아라. 마력재해 속에서만 자라는 희귀식재료에 대한 정보다.”

     

    초조한 마음을 꾹 참으며 조력하는 이들 사이에는 지고쿠도 속해있었다.

    그녀가 건네준 종이를 받아들던 지젤이 종이에 묻은 핏자국을 발견하고 멈칫했다.

    출처 따위를 물으며 샌님처럼 굴거든 재미없을 줄 알라는 눈빛에 지젤은 고개를 끄덕였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희귀재료들의 접근난이도를 따져가며 오크노디가 아직 접근하지 못했으면서 반드시 노려볼만한 재료를 판별하겠습니다.”

     

    밀치기 구간의 사면이 밀치기 트랩인 밀폐공간에서 고압에 다져지며 품질이 올라가는 특이한 성질을 지닌 희귀식재료 <압력초>.

    자연적인 환경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성질 탓에 희귀도는 그럭저럭 높은 편이지만 너무 초반부에 있어 접근도가 낮아서 오크노디가 털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늘에서 비대신 불이 쏟아지는 화염재난구역에서 자라나는 희귀식재료 <화염초>.

    입수난이도는 까다롭고 접근가능성도 어렵지만 바깥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재료인지라 재단에서 구해주어서 이미 배낭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육식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을 가엾게 여긴 고대마법사가 마법으로 창조한 희귀식재료 <탱글탱글 미트큐브>.

    미식레벨 상위권에 랭크할 정도로 유명한 미트큐브가 연속재해구간 너머의 <개미굴> 구간 어딘가에서 통통 뛰어다닌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입수난이도도 높고 재단도 구하기 어려우면서 진행경로상 저 너머에 있으니, 지젤이 실눈을 번쩍였다.

     

    “이겁니다. 당장 개미굴 구간까지 달려가서 탱글탱글 미트큐브를 먼저 습득하면 오크노디와 마주칠 수 있을 겁니다.”

    “우린 수색대 중에서도 가장 뒤처졌어. 정보조사에 추가로 소모한 시간은 또 어떻고?”

    “누군가 지름길로 앞서나간 싱 일행을 따라잡아야겠군요.”

     

    쉽지 않은 일이다.

    싱과 모브조차도 2학년들의 집단보호막의 도움을 받았던 엉망진창의 지름길을 1학년만으로 뒤따른다.

    사지 하나가 부러지는 것은 예삿일이다 싶을 정도로 위험한 길이다.

     

    “지름길은 공중기동이 주였지. 나처럼 몸이 무거운 사람에게는 무리야.”

    “격투가는 마법을 못 써요. 저도 무리…”

     

    헤스티아와 롯토는 기권했다.

    지젤이나 이사벨은 하늘에서 비처럼 템을 뿌릴 작정이 아니고서야 짐이 많아서 어림도 없다.

     

    “벽력성천신교의 중갑옷은 헤스티아의 중량 못지않게 크답니다.”

    “바보다냐. 제정신이면 땅에 발도 닫지 않는 길에 누가 간다냐.”

     

    벽력성천신교 수녀 니세와 수인격투가 제냐도 깔끔하게 선을 그었다.

    사실상 모두가 거절의사를 드러내었을 때, 한 사람만이 앞으로 나섰다.

     

    “내가 가지.”

     

    지고쿠가 감추어왔던 본 실력을 수면 위로 드러내고 있는 이상, 그녀는 능히 지름길에 도전할만하다.

    그 한 사람에게 모든 짐을 떠넘겨야 하는지 망설이는 지젤의 어깨를 털투성이의 손이 툭 쳤다.

     

    “나도 간다.”

    “손오천 씨?”

    “뭐냐. 나로는 못 미더워?”

    “객기로 도전할 난이도가 아닙니다.”

    “자신 있으니까 도전하는 거다.”

     

    본인이 가겠다는데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젤은 한숨과 반지를 건네주었다.

     

    “비행의 반지입니다. 이거라면 유사시에 목숨을 살려줄 겁니다.”

    “오우. 큰 도움이 되겠군. 샌님 녀석, 이런 좋은 걸 여태껏 혼자만 쓰고 있던 거냐?”

     

    장갑을 벗은 지젤이 손에 끼고 있던 반지를 연달아 벗으며 우르르 반지를 넘겨주었다.

     

    “다음으로 순서대로 위에서부터 생명유지의 반지, 맹독저항의 반지, 오색내성의 반지, 완력증강의 반지, 신속의 반지, 명중보정의 반지…”

    “아니 미친놈아. 이걸 어떻게 다 외워?”

     

    황당할 정도로 많은 반지는 결국 손오천의 지능이슈로 가장 중요한 몇 개만 추려서 받았다.

    지젤의 엄청난 재력에 모두가 기가 질린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지만 지젤의 시선은 오직 떠나가는 손오천의 뒷모습만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걱정되면 끝까지 말리지 그랬어?”

    “본인이 하겠다고 결정한 일입니다. 동료를 구하겠다는 뜻을 어찌 꺾겠습니까.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고작해야 값비싼 마도구를 빌려주는 것이 전부이죠.”

    “흐음… 그래?”

    “그런 겁니다.”

    “이건 덤으로 묻고 싶은데.”

    “말씀하시죠.”

    “그 반지들, 입학시험 치를 때부터 장갑 아래에 몰래 차고 있었어?”

     

    지젤의 작게 벌어졌던 눈이 자물쇠처럼 탁 맞물려 일자로 닫혔다.

     

    “비밀입니다.”

     

    평상시의 의뭉스러운 실눈모드로 돌아온 지젤.

    이사벨이 수상쩍게 여기는 눈으로 그를 흘겨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 * *

     

     

    “너한테는 무리다. 객기 부리지 말고 포기해.”

     

    사나운 기세를 드러내는 지고쿠라면 그런 말을 한번쯤 할 법도 하건만 정작 지고쿠는 손오천에게 그런 면박을 주지 않았다.

     

    “너, 내가 없으면 더 빨라지는 거 아니냐?”

    “버려지고 싶은 거냐? 원숭이 녀석. 쓸데없는 소리 할 시간에 다리를 움직여.”

     

    한참을 묵묵히 마력재해 속을 달리던 도중, 문득 지고쿠가 입을 열었다.

     

    “너 같은 녀석은 해적단에도 종종 있었다.”

    “원숭이수인이?”

    “있겠냐? 그런 희귀한 수인이. 노력파 말이다.”

     

    아무리 분해서 속이 사나워져도 손오천을 버리지 않고 따라붙도록 놔두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해적 일은 더럽고 어렵고 힘들다. 빌어먹을 3D직종이야. 나라에서는 상납금을 지불하고 사략해적으로 전향하면 목숨은 봐주지만 근본이 천한 직업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아. 배가 부르고도 진심으로 이 일에 매달리는 족속은 하나밖에 없어.”

    “뭐하는 놈들인데?”

    “복수에 눈이 먼 녀석들이다. 아무리 많은 금은보화를 지녀도 금화의 찬란함이 눈에 들지 않는 눈깔이 삔 녀석들.”

    “난 금화 좋은데.”

     

    지고쿠가 눈으로 욕을 했다.

    이 눈치 없는 놈 한 마디만 더 초를 치면 그냥 한 대 패고 버려두고 가야지.

     

    “일찍이 내게 해적의 길을 인도하였던 대해적은 말했다. 금화보다 빛나는 것을 쫓는 녀석들은 모두 멍청이라고. 자긴 그런 멍청이들을 동료로 삼고 절대로 버리지 않는다고.”

    “영입권유냐?”

    “해적이 아니라도 네놈은 내가 인정하는 몇 안 되는 녀석이다. 지금만 해도 실력이 부족한 걸 알면서도 목숨을 걸고 쫓아오고 있지.”

    “…”

    “떨어져나가지 마라. 마음이 꺾인 녀석을 두고 나아가는 건 그리 하고 싶은 일이 아니니까.”

    “으하핫. 이 몸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바위산의 손오천 님은 포기를 모른다고.”

     

    애초에 너처럼 엄청난 녀석이 앞에서 나아가는데 마음이 꺾일 일이 있겠냐고.

    손오천은 속으로 그리 생각했다.

    지고쿠는 보호막도 아티팩트도 없이 놀랍게도 맨몸 하나로 싱 일행이 돌파했던 지름길에 발을 들였다.

     

    <대해적류 마나연공법>

    <해적의 발걸음>

     

    아티팩트의 도움을 받는 자신조차도 벅찬 속도를 지고쿠는 맨몸으로 받아낸다.

    요동치는 풍랑처럼 흔들리면서도 모든 충격을 흘려내고 마지막에는 반드시 원하는 곳에 발을 내딛는다.

    커다란 망토를 돛처럼 활짝 펼치며 그 당당한 기개를 잃지 않는다.

     

    ‘이 녀석, 오크노디와 치렀던 강의에서 가슴에 붕대를 두를 정도의 중상을 입고도 이 정도의 신법을 펼치는 건가.’

     

    지고쿠의 투혼은 손오천의 가슴을 뛰게 했다.

     

    ‘역시 진정한 사나이라면 이래야지!’

    “으하핫. 넌 좋은 사내다!”

    “갑자기?”

    “훌륭한 사내라고 해줘야 성에 차냐?”

    “갸하핫. 실없는 소리나 하기는.”

     

    끝내 지고쿠에게서 웃음을 이끌어낸 손오천.

    화기애애함 속에서도 전진속도를 놓치지 않은 이들은 싱 일행을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어이, 싱! 오크노디가 있을 곳으로 예상되는 장소를 지젤이 찾아냈다.”

    “잘됐군. 앞장서라.”

    “근데 2학년들은 다 어디 갔냐? 선행정찰?”

    “방어막에 모든 마나를 쓰고 기진맥진하며 뒤처지더군. 거슬려서 전부 버렸다.”

    “…….”

     

    희귀식재료에 눈이 먼 오크노디 vs 오크노디 찾으러 왔다가 마나 다 쓰고 버려진 2학년들.

    아무리 생각해도 후자가 더 위험한데 오크노디보다 2학년들을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닐까.

     

    “착각하지 마라. 나라고 아무 때나 사람을 버리지는 않는다. 추적당하지 않기 위해 꼬리를 잘라낸 거다.”

    “추적?”

    “비보도전자 중 한 명이 우리를 발견하고 추적하기 시작했다.”

    “비보도전자?! 그거 지젤이 말했던 엄청나게 위험한 녀석들이잖아.”

     

    비보도전자라는 말에 당황한 손오천과 달리, 지고쿠는 사나운 얼굴로 싱을 쏘아보았다.

     

    “결국 비보도전자를 따돌리려고 2학년들을 버렸다는 말이잖아. 널 위해서 없는 마나도 쥐어짜낸 선배들을 이용하고 내치다니. 그게 오크노디의 곁을 지킨다는 녀석이 할 짓이냐?”

    “내 복수를 돕기 위한 동료는 오크노디 한 명이면 족하다.”

    “망할 페도자식. 너 같은 놈은 오크노디 곁에 서있을 자격도 없어. 오크노디는 적어도 자기편을 들어주는 사람을 내동댕이치지는 않아.”

    “그럼 넌 왜 여기에 있지?”

    “…”

    “오크노디의 옆이 아닌 내 앞에 선 시점에서 설득력을 잃었군. 동료를 위하는 착한아이. 그건 네가 멋대로 믿고 싶을 뿐인 모습이 아닌가?”

     

    안목키우기 강의로 쓸데없이 안목만 올린 싱의 발언은 지고쿠가 떠올리고 싶지 않은 부분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그러나 두 사람의 감정싸움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다들 멈추십시오.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 저희끼리 싸울 때가 아닙니다.”

    “싱의 방식에 동의한 네가 무슨 염치로 지껄이는 거냐, 모브!”

    “아, 기특한 후배들. 그리들 싸우지 마. 너희가 버리고 간 2학년은 여기 다 잡아왔으니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불같이 화를 내던 지고쿠마저 고개가 어딘가를 향해 홱 돌아갔다.

    질질질.

    마대자루라도 끄는 소리를 내며 나타난 선배.

    그의 손에는 마대자루가 아니라 머리채를 붙잡힌 채 바닥에 몸을 쓸려가며 끌려오는 2학년들이 있었다.

    고통에 겨워하는 2학년의 모습은 그들을 버리고 간 싱과 모브조차 정색할 정도로 심각해보였다.

     

    “1학년은 물러 터졌으니 왠지 이럴 것 같아서 살려두었지. 그렇게 동료애가 투철하다면 몸소 증명해 보이는 것이 어떤가.”

    “…뭘 원하지?”

    “인당 1개. 최소 보물등급의 아티팩트를 내놓아라. 싫다면 너희도 죽이고 <유실물>을 모조리 가져간다. 이만하면 관대한 제안 아닌가?”

     

    비보도전자 3인 중에서 가장 악명 높은 인물.

    살인마 우르가스가 나타났다.

     

    ‘쥐방울 녀석. 넌 이런 곳에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 살아는 있겠지…?’

     

    손오천은 떨리는 손을 애써 움켜쥐며 두려움을 감추었다.

     

     

    * * *

     

     

    휴학생전용구역 입구 결계.

    결계가 닫히는 것을 억지로 막고 있던 엘 드라코 교수의 입이 떡 벌어졌다.

     

    “아니 싯팔 데려오라고 보낸 놈들은 어디가고 니 혼자 나와?”

    “넹?”

     

    같은 시각, 볼일을 다 마치고 오크노디가 뿌듯해하며 휴학생전용구역을 나왔음을 오크노디 수색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놀랍게도 오늘은 다음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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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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