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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6

       보통 오타쿠들이 특정한 부분에서 이상하게 까다로운 면이 있는데, 내가 보기에 클레어가 그랬다.

        

       아직 클레어가 오타쿠라는 소리는 아니다.

        

       한때 오타쿠였던 나의 기준으로는 게임 시리즈 하나 정도 플레이해보고 대중적인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은 오타쿠가 아니다. 오타쿠는 뭔가, 좀 음습한 면이 있고, 그 게임이나 만화를 기다리는 것을 삶의 낙 중 하나로 삼아야 한다.

        

       그냥 어느 정도 보다가 잊고 살 수 있거나, 연재 중단된다고 해도 하늘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구나 넘길 수 있는 사람은 일반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 중에서 오타쿠라고 할만한 사람은 아직은 미아 정도뿐이려나.

        

       ……물론 아예 게임 속에서 해피엔딩을 맞겠다고 움직인 나도 뼛속까지 오타쿠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다만, 아직 대놓고 오타쿠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더라도, 클레어는 그 소질 하나는 확실하게 가지고 있었다.

        

       “비, 빛과 정의를 위하여! 메지컬 실비아!”

        

       “언니, 그게 아니야.”

        

       처음에는 이 악물고 클리어해보려고 하다가, 도저히 피지컬만으로는 깰 수 없는 난이도에 결국 필살기를 외친 나를 보면서 클레어는 엄중하게 말했다.

        

       “마법 소녀가 주문을 외치면서 말을 더듬을 리가 없잖아? 마법 소녀의 대사는 프랜차이즈의 간판이야! 제대로 외치지 않으면 완구가 팔리지 않는다고!”

        

       “……너무 현실적이지 않습니까?”

        

       펑.

        

       클레어의 말에 나도 모르게 딴지를 걸다가 내 기체를 보지 못해 기체는 그대로 폭발했다.

        

       슈팅 게임에서는 사람이 날아다니는 것으로 표현하더라도 그걸 ‘기체’라고 그냥 퉁치는 모양이다. 하긴, 그래픽이 마법 소녀라고 해서 맞는다고 피가 터지지는 않았다. 그냥 폭죽 터지듯 화려하게 폭발했지.

        

       “그보다, 게임에 심각한 문제점이 하나 있습니다만.”

        

       “응? 문제점이라니?”

        

       “필살기가 즉발이 아니라 사람이 외치는 것을 전부 듣고 발동되니, 정작 적의 탄환을 막지 못합니다.”

        

       그렇다.

        

       내가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것을 인지하고, 내 말이 끝나는 것을 인지하고, 그걸 인지한 뒤 게임에서 기술이 입력된 뒤에야 필살기가 나간다.

        

       그러니 필살기가 무한으로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마구 쓰기 위해서는 짧게 여러 번 외쳐야 한다는 소리다.

        

       참고로 옆에서 말소리가 들리면 그것도 필살기 대사로 인식하고 필살기가 나갔다. 아니, 여러 사람의 대화가 끊임없이 나오면 그 대화가 끝나는 순간까지를 ‘하나의 대사’로 인식했으므로, 옆에서 말을 걸면 필살기가 그만큼 늦게 나갔다!

        

       아니, 아무리 기술력에 한계가 있어도 가장 중요한 부분을 너무 적당히 때운 거 아니냐고.

        

       어쩌면 이걸 노리고 만든 걸지도 모르지. 의도된 똥겜이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었다.

        

       “그러면 종류별로 기술명을 만들면 되는 거잖아.”

        

       “…….”

        

       클레어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감탄했다.

        

       생각보다 이런 쪽으로는 아이디어가 많구나.

        

       나는 얌전히 앨리스에게 차례를 넘겼다. 뭐랄까, 어차피 최종적으로는 미아와 나의 대결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앨리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처음에는 그냥 눈으로 보고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검술을 위한 동체시력과 게임을 조작하기 위한 동체시력의 종류는 차이가 있는 모양이었다.

        

       “메지컬 미사일!”

        

       “틀렸어!”

        

       클레어는 신나서 말했다.

        

       “기술을 쓰기 전에 변신부터 해야지!”

        

       “클레어? 옆에서 자꾸 말을 걸면 기술이 늘어지는 것으로 인식해 필살기가 나가지 않습니다만.”

        

       펑.

        

       “……저기, 두 사람이 옆에서 계속 말하는 동안에도 필살기가 안 나가던데.”

        

       앨리스의 말에, 나는 눈을 슬쩍 피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오늘 게임 못 끝내겠는데요]

       [옆에서 방해하면 되겠네]

        

       시청자들은 게임의 본질을 빠르게 파악했다.

        

       “그럼 지금부터라도 옆에서 말을 걸지 않는 것으로 하죠.”

        

       샤를로트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안 그러면 게임이 제대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요. 미션금은 받아야죠.”

        

       우리는 그런 샤를로트를 빤히 바라보았지만, 샤를로트는 전혀 거리낌 없는 표정이었다.

        

       과연 왕녀.

        

       이 중에서 가장 정치를 제대로 배운 사람다운 주장이었다.

        

       *

        

       “메지컬 미사일!”

        

       “메지컬 빔!”

        

       “메지컬 아무거나!”

        

       그리고 게임을 가장 먼저 알고 있던 클레어의 차례에서, 클레어는 대사를 대충 지어냄으로써 최대한 먼 곳까지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클레어 오타쿠 설을 집어치웠다.

        

       이거 다시 생각해보니 앞에서 말을 걸었던 건 그냥 방해용이었구나.

        

       실제로는 자기가 제일 먼저 클리어하고 남은 사람들이 벌칙 받는 걸 즐기려는 거였어.

        

       우리 중에서는 정치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삶을 살았을 애였는데…… 아, 하긴, 내가 시간을 돌렸을 때 클레어는 황녀가 되었었지. 그렇게 생각해보니 일단 정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배우긴 했던 모양이다.

        

       펑.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뒤로 갈수록 쏟아지는 탄을 피하지는 못했다.

        

       아! 아! 하는 식으로 짧게 외친다면 어떻게든 깰 수 있겠지만, 마법 소녀 풍의 대사를 외치면서 깨는 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었다.

        

       “아, 아쉽다.”

        

       하지만 그래도 꽤 먼 곳까지 갈 수 있었던 클레어는 만족했다는 표정으로 미아에게 자리를 바꿔주었다.

        

       [아무리 그래도 메지컬 아무거나는 좀]

       [비겁한 어른의 주문]

       [그저 이기려고ㅋㅋㅋㅋ]

        

       “하지만 메지컬은 들어갔죠?”

        

       아니, 메지컬을 넣는다고 다 마법 소녀일 리가 없잖아.

        

       하긴 따지자면 지금 이 자리에서 마법 소녀다운 복장을 한 사람은 미아뿐이었지만.

        

       자리에 앉은 미아에게 우리의 시선이 쏠렸다.

        

       우리 중에서는 마법 소녀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을 사람은 미아였다.

        

       물론 나도 어릴 때 마법 소녀 애니메이션을 본 적은 있다. 전부 확실하게 봤던 건 아니다. 나는 남자애였고, 혼자서 TV를 볼 때도 뭔가 여아용 애니메이션을 보는 게 부끄러웠고, 자존심 때문인지 보지 않고 다른 걸로 돌렸다가 혼자 아쉬워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제대로 알고 있다’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으로 스트리밍 사이트에 올라온 마법 소녀물을 꼬박꼬박 보고 있는 미아는 어떤 식으로 외칠 것인가?

        

       “스읍—”

        

       앞서 게임을 플레이하던 우리를 본 미아는, 미리 숨을 들이마시며 준비했다.

        

       그리고—

        

       “피피루 파라파라 체인지 큐!”

        

       ……응?

        

       뭔가 사람의 언어가 아닌 것 같은 대사를 날렸다.

        

       그 모습을 보던 나머지 네 사람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

       [??]

       [요즘 마법소녀 주문은 저럼?]

        

       그러게?

        

       나도 너무 어릴 때 봤던 거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생각해보니 의외로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긴 하다.

        

       “러브 체인지!”

        

       라던가,

        

       “비트 큐!”

        

       라던가.

        

       음, 그렇구나.

        

       생각해보니 똑같은 제목 아래 같은 프랜차이즈로 나오는 시리즈라도 시대에 따라, 그리고 아이들 취향에 따라 이래저래 많이 바뀐다.

        

       내가 어릴 때야 10대 초반까지도 애니메이션을 많이 봤고, 스마트폰 같은 것이 없어서 밖에서 놀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엔 어린아이들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식으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나이가 많이 내려갔다고 들었다.

        

       어쩌면 여아 장난감도 비슷할지 모르지.

        

       [미며든다…]

       [이게… 진정한 마법의 힘?]

       [마법소녀 미미컬 미아!]

        

       채팅창은 채팅창대로 난리가 났다.

        

       그리고 우리가 할 말을 잃은 사이, 미아는 우리 중 최초로 보스까지 그대로 직행했다.

        

       그냥 플레이하면 미친 듯이 쏟아져 도저히 앞으로 갈 수가 없던 총알들이, 적당한 단위로 끊어지는 대사가 끊임없이 나오다 적당히 할만한 난이도의 슈팅 게임이 되었다.

        

       따지고 보면 클레어도 비슷하긴 했지만.

        

       “앗.”

        

       하지만 미아도 한 번에 게임을 클리어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보스 자체가 조금 어렵게 되어있고, 화면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한 몸집 때문에 탄이 생성되어 날아오는 거리가 조금 짧았기 때문이다.

        

       “후우.”

        

       하지만, 왠지 지고 나서 자리를 비켜주는 미아의 얼굴은 반짝반짝했다.

        

       [이게…… 동심의 힘?]

        

       아니, 우리 동갑인데. 적어도 신체 나이는 동갑이다.

        

       게다가 이 나라에서는 그냥 똑같은 성인이고.

        

       “미아, 재미있었나요?”

        

       “네!”

        

       나의 말에 활짝 웃으며 대답하는 미아를 보고, 나는 내 마음속의 어둠이 생각보다 깊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어둠으로 따지면 동급생인 날 죽일 계획을 짜던 미아가 더 깊어야 하는 거 아닌가?

        

       역시 동심을 좀 늦게 깨달아서 그런가?

        

       난 대체……?

        

       “…….”

        

       그리고 나를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클레어에게 향했다.

        

       플레이 방식은 비슷했지만, 순수하게 게임을 즐긴 미아와 그저 제일 먼저 클리어해서 벗어나고자 했던 클레어의 모습에 갭 차이가 꽤 많이 났던 것이다.

        

       “……잘못했습니다.”

        

       결국 우리의 시선을 버티지 못한 클레어는 눈을 한쪽으로 돌리며 대답했다.

        

       그런 광경을, 미아는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운 채 보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예전에 삐삐루삐루삐루삐삐루삐 라는 주문을 외우며 사람 머리통을 날리는 마법소녀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제목은 잊었는데 그 주문은 머릿속에 박혀서 잊혀지지가 않네요.

    그런데 그게 마법소녀가 맞았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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