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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6

        

       “예?”

         

       “못 들었나? 미사일. 일본 본토 조준하라고.”

         

       대통령의 눈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분노 때문인지 출혈된 눈에 광택이 감돌자 마치 핏빛 광채가 새어 나오는 것 같았다.

         

       “일본 본토라, 하심은…?”

         

       “오키나와와 홋카이도 제외하고 전부.”

         

       대통령이 딱 잘라서 하는 말에, 육군 참모총장은 잠시 입을 꾹 다물고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어렵게 입술을 떼었다.

         

       “…본토를 겨누면, 정말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는 심각한 듯 얼굴을 굳히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러한 우려 섞인 충언에도 그저 피식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럼, 지금은 전쟁이 아닌가?”

         

       일본이 쳐들어왔다.

       쳐들어온 것으로도 모자라 독도를 점거하기까지 했다.

         

       사소한 다툼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전쟁이 아니더라도 말이야. 얻어맞기만 하는 건 좀 억울하지 않나?”

         

       투욱.

         

       대통령은 육군 참모총장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말을 이었다.

         

       “일단 서로 한 방 주고받는 것. 일단 그것만 생각하는 게 좋겠습니다. 서로가 사이좋게 한 방씩 얻어맞은 다음에야 같은 조건이 성립되는 것이니, 대화는 그때 해도 늦지 않아요.”

         

       대통령은 흥분이 가라앉았는지 다시 예의 바른 말투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존대 속에 숨겨진 그 광기는…분노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었다.

         

         

        * * *

         

         

       “허.”

         

       김동관 중장은 위에서 내려온 명령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내 군 생활 중에 이런 걸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명령은 간결하고, 강렬했다.

         

       『 미사일, 일본 본토 조준. 홋카이도, 오키나와 제외. 』

         

       『 단순한 위협이 아님. 명령이 떨어지면 즉시 발사할 수 있도록 할 것. 』

         

       일본에 미사일을 조준하라고?

       독도에 정박해 있는 함대들이 아니라, 일본에?

         

       아무리 상명하복이 기본인 군대라고는 하지만, 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 명령이었다.

         

       그 때문에 김동관 중장은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명령이 맞냐고.

       진짜로 일본에 미사일을 조준하는 것이 맞냐고.

         

       그러자 위에서 단언했다.

         

       미사일을 조준하라고.

       네가 받은 명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게다가 그 단언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조언들이 더해졌다.

         

       『 일본 본토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하라. 』

         

       불바다.

         

       김동관 중장은 그 단어를 듣자마자 헛웃음을 터뜨렸더란다.

         

       이북 지방을 점거하고 있던 빨갱이들이 멀쩡했을 시절, 그놈들이 뉴스로 허구한 날 지껄이던 말이 아닌가.

       그 듣기만 해도 치가 떨리는 그 단어를 그냥 들을 게 아니라, 직접 하게 되는 처지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뭐, 명령이니까 따라야겠지.”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명령이니까 따라야지.

         

       군인은 위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미덕이다.

       그리고 뭐…. 딱히 일본이 미사일 폭격을 맞으면 안 되는 이유도 없었고.

         

       김동관 중장에게 있어서 일본은 그냥 가상적국이었다.

       중국에 비해 순위가 좀 밀리는, 가상적국.

         

       “탄도 미사일 싹 다 꺼내서 조준해!”

         

       그렇게 김동관 중장은 명령을 내렸다.

       별다른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위에서 내려온 명령은 반드시 지킨다.’라는 군인의 신념만을 머리에 품은 채 말이다.

         

       이러한 김동관 중장의 모습은 모범적인 군인의 모습에 가까웠으며, 그가 왜 중장까지 달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명령을 아무렇지도 않게 따르는 군인이 어디까지 과감한 짓을 벌일 수 있는지도 여과 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 교토, 도쿄, 오사카, 요코하마. 이 네 도시는 화재가 잘 번질 수 있도록 ‘특별탄두’를 사용할 것. 』

         

       “그리고 교토, 도쿄, 오사카, 요코하마는 화탕 3호 사용해!”

         

       화탕 3호.

         

       대한민국에서 개발한 유지 소이탄의 명칭이었다.

         

       통일 대한민국 마법과 연금술의 집대성이라고 불려도 무방할 정도의 명품.

       흠잡을 데 없는 안정성과 파괴력, 폭발력은 물론이고, 물 안에 집어넣어도 꺼지지 않을 정도의 불꽃을 만들어내는 괴물 같은 녀석이었다. 게다가 일반적인 네이팜탄과는 달리 계면 활성제로도 쉽게 꺼지게 할 수 없기까지 했다.

         

       이 녀석이 목조 건물이 많은 일본 대도시에 떨어지게 된다면…. 재앙이 터지게 되리라.

         

       거기에 더해, 화탕 3호에는 아주 특별한 비밀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실전에 사용하는’ 화탕 3호의 비밀이다.

         

       ‘백린까지 섞여 있으니, 죽어도 안 꺼지겠군….’

         

       바로 실전용 화탕 3호에 백린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백린.

         

       독성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쉽게 꺼지지도 않는 물질.

       극렬하게 타오르며 독성이 섞인 연기를 뿜어내고, 물을 아무리 부어도 쉽게 꺼지지 않게 하는 지옥의 유황불과 같은 광경을 만드는 물질.

         

       그리고, 이 끔찍한 효과는 사람에게 붙었을 때 그 진가를 드러낸다.

         

       사람에게 붙은 백린은 높지 않은 온도로 계속해서 타오르며, 물을 아무리 부어도 꺼지지 않는다. 촛농처럼 피부에 눌어붙고, 사람의 지방을 녹이며 달라붙는다. 그리고 그렇게 타오르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독을 뿜어대기까지 한다.

         

       그냥 불에 타서 죽는 것보다도 더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흠. 백린까지는 조금 심한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닌데….’

         

       김동관 중장은 잠시 대도시에 백린이 떨어지는 것은 조금 심하지 않나 생각했다.

         

       하지만…이러한 생각도 금방 지워졌다.

         

       그가 알 바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 * *

         

         

         

       한국이 미사일을 배치하기 시작하자 일본은 거품을 물었다.

         

       미사일 배치라니!

         

       그것도 한둘도 아니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미사일이다!

         

       그동안 만들어놓은 미사일을 싹 다 꺼내든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숫자였다.

         

       그 숫자만으로도 경기를 일으킬 것만 같은데….

         

       “화탕? 이놈들 미친겐가?”

         

       일부 미사일에 장착되는 탄두는 정말…총리의 눈을 돌아가게 만들었다.

         

       화탕(火湯).

         

       불교의 화탕지옥(火湯地獄)에서 이름을 따온 소이탄.

       과거 틈만 나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라고 말하고 다니던 북한 놈들의 사상을 흡수하기라도 한 것인지, 끔찍한 위력을 자랑하는 녀석이다.

         

       강력한 위력은 물론이고, 정말 지옥 불을 그대로 담기라도 한 것인지 잘 꺼지지 않는 불꽃을 만들어내는 괴물 같은 소이탄.

         

       그런데 그 소이탄이 미사일에 장착이 되었단다.

       그리고 그게 노리는 게 일본 본토란다.

         

       당연히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소이탄, 소이탄이라. 하하하하하!”

         

       가뜩이나 일본은 대화재(大火災)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다.

       방화나 사고로 심심찮게 대화재를 겪었으며, 전쟁 중 폭격을 맞고 도시가 불타오르기도 했었다.

         

       그 트라우마는 지금까지도 일본인의 핏줄에 강하게 각인이 되어있는 것이었다.

         

       그런 트라우마를 가진 상대에게, 대놓고 소이탄을 들이댄다?

         

       이건 눈이 돌아가라고 한 짓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 소이탄…. 소이탄이라 이거지. 그럼 우리도 어쩔 수 없지.”

         

       이미 눈이 돌아가 있던 총리는 이러한 대한민국의 행동을 참지 않았다.

       참을 수도 없었고, 참을 생각도 없었다.

         

       “더티 봄(Dirty Bomb)을 준비하게.”

         

       더티 봄(Dirty Bomb).

         

       총리는 대한민국이 꺼낸 ‘소이탄’이라는 카드에 대항하기 위해, 더티 봄을 사용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하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절대 숨기지 말게. 저 한국 놈들이 알아차릴 수 있도록, 대놓고 움직이란 말이야. 감히 우리 일본에 소이탄이라는 카드를 꺼낸 저놈들이 무슨 잘못을 한 것인지, 똑똑히 알 수 있도록 하라고!”

         

       게다가 더티 봄을 사용하는 것을 절대 숨기지 말라는 명령까지 내렸다.

         

       한국이 화들짝 놀라서 꼬리를 말게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안타깝게도 한국은 총리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일본 총리만큼이나 독이 바짝 오른 대통령은 광기에 휩싸인 채 움직이고 있었고, 국민은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게다가 대통령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야 할 국회의원들은 이 과열된 분위기를 진정시키는 것보다는 그냥 흐름에 몸을 맡겨 지지율과 인지도를 높인다는 선택지를 골랐다.

         

       “하하하하. 더티 봄이라? 그거 아주 대단하군요. 그래…. 더티 봄이라. 우리도 좋은 게 있지요. 더티 봄보다도 더 좋은 게 말입니다.”

         

       한국의 대통령은 일본의 더티 봄 카드를 보고도 겁을 먹지 않았다.

       도리어 잘 되었다는 듯 비틀린 웃음을 지었을 뿐이다.

         

       “마침 잘됐습니다. 우리가 이북 지방에서 가져온 좋은 것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북 지방에서 가져온 것.

       종류는 10가지가 넘고, 총무게는 약 3,000톤.

         

       “저쪽에서 CBR(Chemical, Biological, Radiological)의 R(Radiological)을 꺼냈다면, 우리는 CB(Chemical, Biological)를 꺼내는 것이 예의지 않겠습니까.”

         

       그 정체는 바로, 생화학무기였다.

         

       탄저균, 장티푸스, 이질, 콜레라, 페스트, 황열병, 보툴리눔 독소, 트리코테신….

         

       약간만 사용해도 수백만을 죽일 수 있는 끔찍한 대량살상무기(大量殺傷武器).

         

       대통령은 그런 끔찍한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이다.

         

       “저쪽에서 더티 봄을 쓰려고 하는 걸 보니 끝장을 보자고 하는 거 같은데…. 이왕 이렇게 된 거, 같이 죽어봅시다.”

         

       그렇게 한국과 일본은 서로의 땅을 오염시킬 수 있는 무기를 손에 든 채 서로를 노려보았다.

         

       일촉즉발의 상황.

         

       여기서 아주 간단한 불씨만 피어올라도, 저 둘은 폭발하기 시작하리라.

       그리고 한반도와 일본은 타오를 것이고, 오염될 것이고,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리라.

         

       지금, 전쟁의 불꽃이 둘을 뒤덮으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돌이킬 수 없는 미래로 향하기 전, 구원의 동아줄이 내려왔다.

         

       『 당장 멈추도록 하시오! 』

         

       미국.

         

       미국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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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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