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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6

       

        

        

        

        

        

        

        

       ‘…여기가 어디지?’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몸이 조금씩 흔들렸다.

        

        임시로 가설한 철도망의 조악한 퀄리티에 의해 무장 열차가 흔들리고, 그 안에 있는 레인을 묶은 두터운 합금 사슬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서로 부딪혀 찰칵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 그리고 그 소리에 의해 그녀가 깨어났다. 단지 이번에는 레인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당연했다. 왼쪽 팔은 없었고, 남아있는 신체라곤 상체와 오른팔, 그리고 그 위에 붙어있는 머리 뿐이었으니까. 그마저도 관절 부위가 반쯤 망가진 탓에 제대로 팔을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운 실정이었다.

        

        그러나 불운은 이제부터 시작이었고, 서서히 이성이 명료해짐과 동시에 레인은 마지막 순간 자신을 공격한 것이 그 누구도 아닌 같은 아르테미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밀려들자 절망감이 몸을 감쌌다.

        

        

        

       “…왜?”

        

        

        

        아니, 왜가 아니었다.

        

        그것은 차라리 현실도피에 가까웠으나, 지하 통로를 통해 이동하는 와중 그녀는 얼마든지 현실을 마주할 기회가 있었다 –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갈등하는 사이, 자신보다도 더더욱 급해진 아르테미스가 레인을 드디어 ‘더 편한 방법으로’ 이용하려는 것뿐이었다.

        

        실로 아이러니하게도, 아르테미스는 그녀에게 주었던 희망을 스스로가 박살내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영원과도 같은 이동 과정 사이에서 서서히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 수많은 IF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건 당연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한낱 상상일 뿐이었다.

        

        마지막까지 해답을 선택하지 않은 채 입을 꾹 다문 자에게 어울리는 최후였다.

        

        

        

       ‘…탈출할 수 있을까.’

        

        

        

        머리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힘조차 잘 들어가지 않는 몸뚱이에 강제로 전력을 공급해보았자 그 어떠한 의미도 없었다. 그녀의 팔을 묶은 합금 사슬과 잠금쇠가 조금 달칵거리다 마는 결과만을 낳았을 뿐이었다. 게다가 설령 잠금쇠를 풀거나 부순다고 해도 도망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더라면 그리 했겠지만 레인은 그럴 수 없었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가슴이 통째로 내려앉는 듯한 무력감 속에서 아키타입이 한 말을 되새기고, 이어 한탄할 뿐이었다.

        

        

        

       “…내가, 내가 결국 등신이었던 거구나.”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기에 그랬던 거였나.

        

        그렇다면 차라리 두들겨 패고, 팔다리를 조각내서라도 자신을 데리고 갔으면 – 이라는 상상은 금방 박살나버리고 말았다. 그 무엇보다도 그녀 자신이 계속해서 거부했었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진지하게 아키타입의 말을 경청하기로 했지만 그건 너무나도 늦은 후였고.

        

        팔이 묶여있지만 않았더라면 얼굴을 감싸쥐고 한탄이라도 했을 것을.

        

        

         얼굴을 가릴 수조차 없어 이리저리 구멍이 나고 박살난 무장열차의 천장으로 간헐적인 빛의 깜빡임이 이어졌다. 조명이 고장난 것이 아니었고, 터널 천장에 달린 조명이 뚫린 천장에 비춰졌다가 멀어지며 마치 깜빡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료했다.

        

        레인은 아르테미스로 향하고 있었다.

        

        

        

       “….”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떨리지 말아야만 하는 것이 진동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순간 레인은 처음으로 공포심이 무엇인지를 체감하고 있었다. 여지껏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 특히나 자신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느껴볼 수조차 없었던 입장이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그녀의 논리 회로는 그 끝에 자신을 맞이하는 게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 결국 죽음이라는 건 자아의 연속성의 분리 또는 단절, 혹은 완전한 종료였고, 지금 이 모든 것을 이후의 본인이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결국 죽는다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다시 말해, 해당 열차의 끝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가지고 있던 후회의 크기만큼이나 빠르게 찾아왔다.

        

        

        

       ───끼이익!

        

        

        

        얼마쯤 더 나아가다, 열차는 조금씩 감속하더니 이내 멈춰버리고 말았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눈부신 빛과 함께 창고 칸이 열렸고, 그제서야 레인은 시선의 끝에서 과거 자신을 쇼핑몰로 밀어넣었던 아르테미스의 고위급 요원을 발견했다.

        

        한순간 터져나오는 격한 감정.

        

        철컥거리는 쇠사슬 소음이 섞인 말이 터져나왔다.

        

        

        

       “너, 너…이 망할 개자식, 결국 나를…이럴 거였으면 도대체 왜 나를 만들 때 이딴 감정을 집어넣은 거야, 왜!”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오히려 여태까지의 무표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입을 열 뿐.

        

        

        

       “조정실로 이송해라.”

        

       “예.”

        

        

        

        순식간이었다.

        

        창고 안으로 들어온 수 명의 아르테미스 보병들은 총을 겨누었고, 수갑을 푸는 대신 오른팔에 탄환을 쏘아 부수는 것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더욱 용납하기 힘든 것은 오른팔까지 잘려 몸뚱이와 얼굴만이 남은 레인을 수습하기 위해 들고 온 것이 외발 수레였단 점이었다.

        

        그녀는 이런 광경을, 그리고 수레를 전에 몇 번 목격한 적이 있었다 – 용광로에 폐기해야만 하는 합금 잔해를 쏟아부을 때, 간혹 들어가지 않고 옆으로 튀어나온 파편을 저렇게 생긴 수레에 담아 다시 트럭에 부었다. 그리하여 모든 파편은 쇳물이 되어버렸고.

        

        죽음이 그녀의 목전에 있었다.

        

        무력감과 공포심이 온 몸을 잠식했다.

        

        

        

       ───드르륵!

        

        

        

        마치 쓰레기처럼 수레에 실린 그녀가 시설의 깊숙한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몇 분이나 지났을까, 고위급 요원이 나지막히 덧붙였다.

        

        

        

       “아르테미스 소속 기체의 리프로그래밍, 재조립, 설계, 교육…그 모든 것들은 네가 신경쓸 바가 아니다. 게다가 조직의 존망이 위태로운 현 상황에서 변절을 모의했으니, 당연히 해당 소프트웨어를 포맷하고 재가동해야 마땅한 게 아닌가?”

        

        

        

        마치 1에다가 1을 더할 시 2가 된다는 것만큼 당연한 어조로 말이 이어졌다.

        

        그러한 대화의 맥락은 어쩔 수 없이 현실을 마주해야 했던 레인을 가차없이 파고들었다.

        

        

        

       “…그래. 애초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거였어, 넌.”

        

       “그 말도 맞겠지.”

        

        

        

        잠시간 입을 다문 그가 다시 말했다.

        

        물론 레인에게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엡실론 타입은 자의식이 너무 강하군. 나중에 재생산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이 부분을 조금 조정해야겠어…대략 기존의 30% 가량으로.”

        

       “이사회에 그리 전달해두면 되겠습니까?”

        

       “몇 명 남지도 않은 멍청이들에게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 이 전쟁이 지나가고 나면 살아있을지도 의문인 놈들이니, 엔지니어에게만 슬쩍 전달해놔.”

        

       “알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손짓.

        

        그 순간 외발 수레가 멈춰섰다. 그 순간 레인은 고개를 필사적으로 돌려 주변을 확인했고,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개머리판을 들고 그녀에게 내리치려는 세 명의 아르테미스 보병 뿐이었다. 불길함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고위급 요원의 나지막한 말이 복도를 울렸다.

        

        

        

       “다시 깨어났을 때는 아르테미스의 훌륭한 일원이 되어있길 기대하지, 엡실론.”

        

        

        

        으직!

        

        끔찍한 소리와 함께 레인의 정신이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무장열차의 감속을 확인. 현 시간부로 연구소에 돌입합니다.”

        

        

        

        물론, 떨어지는 것은 그것만이 끝이 아니었다.

        

        하늘에서부터 떨어져내린 16명의 사신이 연구소의 입구를 짓뭉개고, 부서진 배에 바닷물이 차오르듯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갈아엎기 시작했다.

        

        

        

        

        

        

        

        

        

        

        

        

        

        

        

        

        

        

       “왼팔이 없는데, 괜찮아요?”

        

       “한쪽 다리가 없는 거에 비하면 훨씬 낫지요. 조준이랑 사격에 큰 문제가 없는 이상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기도 하고.”

        

        

        

        다이스의 걱정어린 눈빛이 텅 빈 왼팔을 어루만졌다.

        

        그러나 실제로 나는 큰 문제가 없었다. 장전이 조금 불편할지도 몰랐지만 이미 제3의 팔로 잘 사용하고 있는 꼬리가 장전을 도와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조준이 조금 어려워진 게 오히려 더 문제가 될지도 몰랐지만, 그 부분 역시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퉁!

        

        

        

       “커흑…!”

        

        

        

        스윽.

        

        무슨 권총을 쏘는 것마냥 팔을 길게 뻗고, 이 정도면 맞을 것 같다 싶을 즈음 묠니르의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한 명은 무조건 나자빠지기 때문이었다. 다이스와 하모니, 카토가 무슨 귀신 보는 것만 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도 놀랄 만한 게 있다니.

        

        단지 정확성이 좀 줄어든 탓에 맞는 부위가 가슴팍이나 머리가 아니라 허벅지, 팔, 다리, 혹은 어깨와 같은 일격사하지 않는 부위로 변했기 때문에, 고통을 받는 시간이 좀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내가 감안할 필요는 없었고, 적들이 알아서 신경써줘야만 했다.

        

        대개 그런 경우는 진이 뒷처리를 맡긴 했지만.

        

        

        

       “내부 공간에서 농성을 확인. 플라즈마 캐논 사격 준비.”

        

        

        

        그와 동시에 푸른 섬광이 복도 안쪽을 뒤덮는다.

         

        직격탄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적들이 있는 곳은 뻥 뚫려있는 공간이 아니라 뒤가 막혀있는 공간이었기에 저항도 상당히 필사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지만…불과 20초도 지나지 않아 적들이 마술처럼 쓰러진다. 이유는 간단했다. 플라즈마가 터지면서 공기가 대량으로 소모된 것이다.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친구들의 머리에 확인사살을 시행.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나갔다. 실로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인게임 내였기에 파괴된 형태는 단순 폴리곤 덩어리였고, 피는 황금빛이었다.

        

        좌우지간, 행동 강령은 간단했다.

        

        

        

       “아군 표시가 보이지 않는 인원은 전부 적이라 간주하고 사살하세요. 이곳에 무고한 인원은 단 한 명도 없다고 간주하시고.”

        

        

        

        대거 팀으로부터 전해들은 교전 수칙.

        

        사실상 수칙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규칙이 단 한 줄밖에 없는데 그걸 수칙이라고 불러야 하나 싶기도 했다 – 좌우지간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헨리가 직접 내린 명령이기 때문이었다.

        

        듣자 하니 우리 헨리 대총통은 메카 유진이라는 것이 버젓이 살아 존재하고, 그것을 아르테미스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시점에서 아르테미스에 ‘무고한 자는 없다No Innocent’를 외쳤고, 추후 별도로 데이터를 확보할지언정 단 한 명의 사람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천명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물론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도 없는 이유도 있었다.

        

        

        

       “사, 사, 살려주십시오….”

        

       “마르킨 자비에르, 아르테미스의 연구원…32건에 이르는 생체 실험의 직간접적인 참여자로 확인.”

        

       “그건 윗선에서 시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커헉!”

        

       “그럼 우리도 윗선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되겠군요.”

        

        

        

        푸욱!

        

        순식간에 연구원의 뒤쪽으로 이동한 로렌티나가 내 동체시력으로도 따라오기 어려운 속도로 작살을 휘둘렀고, 흰색 가운을 입은 연구원의 가슴에서부터 날카로운 창이 튀어나왔다. 그리하여 그는 황금빛의 웅덩이 위에 그대로 엎어졌다.

        

        그러한 과정이 지금껏 몇 번이나 있었다. 물론 이 또한 대거 팀…그리고 저쪽 세계에 버젓이 살아있는 신 미국 덕분이었는데, 이들은 전쟁이 발발한 후 아르테미스가 미국 전체에 대해 변절을 시도했을 즈음 모든 아르테미스 소속 인원들을 명단화했다.

        

        다르게 말해, 살해 목록.

        

        엄중한 보안 아래 만들어진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누군가가 죽을 때마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바로 그것이 대거 팀의 이카루스 기어에도 있었고, 또한 우리에게도 전달되었다.

        

        

        

       “메인 로비 섹터 클리어.”

        

       “대거 팀은요?”

        

       “엘리베이터가 막히자마자 반물질 유탄으로 격벽에 구멍을 뚫고 있는 것 같은데.”

        

        

        

        로건이 실로 기묘한 표정으로 그리 덧붙였다.

        

        대거 팀에도 완전히 동일한 로건이 존재했기 때문에 혼선을 막기 위해서라도 작전 구역은 서로 달랐지만, 결국 작전 상황을 전달받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들어야만 하는 것도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표정이 이윽고 풀리더니, 그녀가 입을 재차 열었다.

        

        

        

       “그리고 저쪽이 너랑 진을 급하게 찾고 있으니, 빠르게 가보는 게 좋을 거야. 펄스로 스캔한 결과 심층연구구역에서 뭔가를 발견했다고 하니까, 상층 구역은 나나 로렌티나에 맡기고.”

        

       “…두 분이라면 안심할 수 있죠. 작전이 끝난 다음에 다시 만나도록 합시다.”

        

       “너 닮은 두 번째 깡통 데려오는 거 잊지 말고.”

        

        

        

        실로 로건다운 당부였기에 풋 웃어버리고 말았다.

        

        좌우지간, 대거 팀이 나와 진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저쪽의 작전 구역까지 가려면 적잖아 200미터 가량을 따로 이동해야 했지만, 애초에 그런 걸 신경쓸 사람은 이 자리에 어디에도 없었다.

        

        이동 중 쏟아지는 탄환은 진이 몸으로 막고, 플라즈마로 방어선 전체를 갈아엎는다. 그마저도 모자라면 후행하는 내가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친구들의 머리에 AP탄을 한 발씩 심어주거나, 혹은 개머리판으로 머리와 몸을 분리시켜줄 뿐이었고.

        

        그렇게 보이는 모든 것들을 지워버리길 2분여, 다크 존의 시스템에 의해 외형 자체가 변조된 대거 팀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무언가 했더니 도움 요청이었다.

        

        

        

       “아까 증여했던 반물질 탄환, 몇 발이나 남았는지?”

        

       “대략 30발 정도 있어요.”

        

       “축차로 쏟아부읍시다. 특히 저 두터운 강화벽에 집중적으로 말이지요.”

        

        

        

        그와 동시에 거대하기 이를 데 없는 엘리베이터 통로 내부를 확인.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이미 십수 개 가량의 방어벽을 녹여버린 듯 곳곳은 쇳물과 강철 증기 등으로 가득했다. 열기는 위로 빠져나가고 있긴 했지만 심층구역으로 가기엔 아직 모자란 감이 있었다.

        

        그리하여 이들은 내게 증여했던 반물질 탄환을 쓰기를 종용했고…실로 완벽한 계획이었다.

        

        

        

       “아키타입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조용히 하세요.”

       

        

        

        자그마한 깡 소리를 끝으로, 30발 가량의 반물질 탄환이 끝이 보이지 않는 엘리베이터 통로 아래로 자유낙하하기 시작했다.

        

        대거 팀은 주변을 경계하며 엘리베이터에서 터져나오는 후폭풍에서 진즉 벗어난 상태였고, 나 역시 마킹한 지점에 하나씩 떨어뜨리고 난 뒤에는 안쪽을 바라보거나 통로 앞에 서있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았다.

        

        쿠웅, 쿠웅, 쿠웅. 그렇게 대략 12발 가량의 탄환을 소모하자마자 엘리베이터 통로 내부의 공기 흐름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이를 감지한 건 대거 팀의 이카루스 기어였다.

        

        

        

       -[알림 : 공기 흐름 변화 감지. 심층 연구 구역으로 이어지는 길 확인.]

        

        

        

       “좋아. 내려가지.”

        

         

        

        열기가 위쪽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끝으로 대거 팀이 낙하 방지용 펜스에 로프를 걸기 시작했다.

        

        그 와중 대거의 로렌티나는 가방을 뒤지더니 EU 모드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이카루스-등강기를 건네주었고, 나는 실로 감사해하며 가장 첫 번째로 줄에 등강기를 걸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눈 앞에 떠오르는 여러 경고문, 그리고 엘리베이터 통로 내부의 청사진. 물론 대부분의 구역은 고온 구역임을 뜻하는 붉은 색으로 물들어있었고, 이는 이카루스 오퍼레이터가 아닌 나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였다.

        

        

        

       “해당 구역에 진입하면 숨을 참아라. 바닥에 도달한 뒤 심층 구역으로 즉각 돌입하고.”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하강이 시작되었다.

        

        숨을 참고 빠르게 아래로 내려간다. 비록 인게임 아바타였지만 체력이 조금씩 까이는 게 눈에 보일 정도의 고온이 통로 내부에 가득했다. 당연했다. 열기가 많이 빠져나갔을지언정 녹아서 줄줄 흘러내리는 합금 벽면이었던 것들은 여전히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 위쪽에서부터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했더니 진이었다. 로프 따위 없이 간격이 십수 미터씩 되는 반쯤 녹아내린 발판을 짓밟으면서 하강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심층 구역 진입까지 앞으로 5m. 특수 처리된 로프가 불타서 끊어지거나 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하아.”

        

        

        

        틀림없이 이곳에서 근무하는 사람에게 정신병을 한두 개 정도는 유발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순백색의 통로가 나왔고, UI 위로 무장열차가 불과 25m 떨어져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내부에는 사람은 딱히 없었기에, 주변의 청사진부터 찾고 있던 나를 재촉한 것은 진이었다.

        

        

        

       “정면.”

        

       “정면?”

        

       “정면에서 동형기의 신호가 확인됩니다.”

        

       “후우.”

        

        

        

        반쯤 타버린 머리카락을 옆으로 젖히며 덧붙였다.

        

        

        

       “이미 깡통이 되어버리지 않았길 기도해보죠.”

        

        

        

        그 순간, 나와 진은 최고 속도로 복도를 가로질렀다.

        

        

        

        

        

        

        

        

        

        

        

        

        

        

        

        

       ───…^#!@&$!!!

        

       ───쿠웅!

        

        

        

       “빌어먹을, 이제 막 전력 공급이 시작된 찰나에 도대체 무슨-”

        

        

        

        콰아앙!

        

        그러나 그 순간,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어있던 견고한 벽이 통째로 부서지며 몸통이 반쯤 구겨진 아르테미스 보병 셋이 조정실 내부를 굴렀다.

        

        박살난 벽에서부터 풍겨오는 진한 혈향, 아수라장을 넘어 시산혈해가 되어버린 바깥 복도. 그리고 상당히 너덜너덜해진 아키타입과 변절 기체인 UES-4가 거친 숨을 내뿜으며 방 내부에 있는 모든 이들과 시선을 마주했다.

        

        정확하게는, 누가 보아도 기이하게 생긴 수복 코핀에 들어가있는 레인과 시선을 마주한 것이었다.

        

        

        귀청을 찢는 듯한 폭음이 두 번 울려퍼졌다.

        

        

        

       “커헉…!”

        

        

        

        그 순간 코핀과 연결되어있는 노트북을 조작하려던 엔지니어의 머리가 사라졌다.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묠니르를 슬그머니 아래로 내린 유진이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말 지지리도 안 듣는 둘째를 돌려받으러 왔으니, 부디 그 목숨으로 협조해주시길.”

        

        

        

        아르테미스 고위 요원은 그 순간 등줄기에 땀이 솟구치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머잖아 머리에서 피분수가 솟구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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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님들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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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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