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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6

        

       “걱정하지 마시지요. 수하들은 좀 멀찍이 떨어진 곳에 대기시킬 테니 단란한 분위기를 해치지는 않을겁니다.”

         

       무슨 놈의 분위기는 분위기야.

         

       그런 말이 일행들의 목구멍까지 치솟아 올랐지만 간신히 삼켰다.

         

       “흐음. 혼란스러운 듯 하더니 결단이 꽤나 빨랐군?”

         

       당소열의 직접적인 물음에 독고이설은 빙그레 웃었다.

         

       “예. 생각해보니 참 간단한 이야기였습니다. 본디 용지맹이 누구이건, 어떤 사정을 지니고 있더라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곁에 두고자 했습니다.”

         

       독고이설의 발언에는 제법 진심이 섞여 있었다.

         

       결국 용지맹이 어떤 식으로든 사연을 숨기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연을 감안하기 위하여 힘을 키웠고 그래도 안 되면 어떻게든 곁에 두겠다 다짐해오지 않았던가.

         

       용지맹이 뇌검낭인이라는 진실과 연인이 있다는 상황은 그런 이설의 각오조차도 넘어서는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결국 어떤 역경이 있더라도 용지맹을 차지하겠다 수없이 다짐하며 신강까지 달려오지 않았던가.

         

       “용지맹이 뇌검낭인이었다….충격적이고 배신감 역시 들었지만 곰곰이 되짚어보니 꼭 나쁜 일만은 아니더군요. 무명의 무사이자 나만의 지낭인 용지맹을 곁에 두는 일도 매력적이지만 천하의 대협객이자 화경의 고수인 뇌검낭인의 옆자리 역시 나쁠 것 없지 않겠습니까.”

         

       용지맹이 뇌검낭인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었지만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요소도 있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용지맹 그 자체가 목적이었던 이설이었지만 그런 용지맹이 사실 무력과 명성과 인맥을 갖추었다면 기뻐해야 할 일이지 싫어해야 할 일은 아니었다.

         

       용지맹과 이어지기 위해 이설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지만 뇌검낭인과 이어지면 이설 역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독고이설의 선전포고에 흑묘와 여일예 그리고 혁기린의 안색이 굳었다.

         

       그런 독고이설은 웃으며 그런 일행들의 반응을 살폈다.

         

       “그래서 뭘 어찌 하시겠다는 겁니까?”

         

       여일예의 물음에 독고이설은 여일예와 흑묘를 바라보았다. 어제 뇌검낭인과 이어진 이들.

         

       ‘쉽지 않은 상대들이야.’

         

       운남제일화라고 떠받들어질 정도의 미모. 어디 가서 아름다움으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 내심 자부하고 있던 마음이 깨질 정도의 용모를 지닌 흑묘.

         

       또한 전 중원에 이름난 협객이자 검수인 여일예. 은연중에 풍기는 기도의 크기는 그야말로 기가 질릴 정도였다.

         

       ‘그에 더해서…’

         

       독고이설의 시선이 혁기린에게까지 닿았다.

         

       거리를 두고 있는 당소열과 당도연은 아직 모르겠으나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짐작해 볼 때 잠재적 경쟁자임이 거의 확실해 보였다.

         

       무작정 달려든다고 호천안의 마음을 쟁취하기에는 경쟁자들이 너무나 쟁쟁했다.

         

       그리고 상황 역시 좋지 않았다.

         

       독고이설은 지금의 상황에 짓눌려 있는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천하제일의 망나니를 데리고 오더라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사람과 연인으로 이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다른 여인을 마음에 받아들인다라.

         

       ‘용지맹이 그런 난봉꾼이었다면 애초에 마음을 주지도 않았다.’

         

       시간이 필요했다.

         

       호천안의 마음속에 비집고 들어갈 시간.

         

       그러니 독고이설은 장기전을 택했다.

         

       “여러분들이 가장 염려하실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정철과 뇌검낭인님의 물밑 다툼이 드러나면 아무래도 곤란한 일들이 여럿 생기겠지요.”

         

       독고이설이 가장 걱정하던 부분을 직접 언급하자 일행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서렸다.

         

       “허나 용지맹을 사모하는 일념 하나로 이곳까지 온 저입니다. 마음에 품으신 분을 곤란하게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끄응…”

         

       “음…”

         

       흑묘와 여일예의 안색이 불편함으로 물들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앓는 소리만을 내뱉었다.

         

       용지맹을 사모한다는 말이 더할 나위 없이 거슬렸지만 또 호천안을 곤란하게 만들 생각이 없다는 말은 반가웠으니까.

         

       “제 등장은 뇌검낭인님께도, 그리고 함께 여행을 해 오신 여러분들께도 갑작스러웠겠지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시간을 가지도록 하지요.”

         

       독고이설이 호천안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무작정 밀어낼 것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말입니다.”

         

       *** ***

         

       “음.”

         

       야영지를 방문한 위서련은 한눈에 보이는 야영지의 변화에 침음성을 흘렸다.

         

       불편한 안색의 일행들과 그런 일행들 사이에 껴서 방긋 웃고 있는 독고이설.

         

       위서련의 방문을 눈치챈 독고이설이 벌떡 일어나 포권을 해 보였다.

         

       “어제는 인사가 늦었습니다. 운남에 있는 암룡문의 소문주 독고이설이라 합니다.”

         

       “그 운남제일화라는 독고이설인가. 본인의 소개는 안 해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그 눈동자와 머리 그리고 소문 그대로의 기세를 보고 경험했는데 어찌 소천마 위서련님을 알아보지 못할 수 있겠습니까.”

         

       “본인이 이곳에 드나드는 일은 함구해야 할 것이다.”

         

       “예.”

         

       일행의 눈치는 조금도 보지 않은 채 당소열을 도박 상대로 끌어낸 위서련.

         

       도박판에 끌려온 당소열은 기가 막힌 눈길로 위서련을 바라보았다. 당소열 역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사는 걸로는 누구에게도 꿇리지 않았지만 그런 당소열조차도 기가 질릴 위서련의 행보.

         

       “그, 음….뭐냐. 그 정도로 끝내도 되겠어?”

         

       “뭐가 말이냐?”

         

       “아니, 독고이설에 대한 입막음 말이야.”

         

       “흐음. 이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한가?”

         

       위서련이 골패를 살피며 동시에 중얼거렸다.

         

       “나는 함구하라 말했고 독고이설은 함구하지 않으면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했다. 지키지 않는다면 대가를 치르게 해 준다. 그 외에 무엇이 있는가?”

         

       당소열은 살짝 등골이 서늘해졌다.

         

       말을 듣지 않는다면 짓밟는다.

         

       어지간한 자라면 그저 흔한 허세라고 웃어넘길 일이었으나 그 말을 입 밖에 낸 자가 소천마 위서련이라면 결코 웃을 수 없는 위협이 된다.

         

       이런저런 명분으로 포장되었을 뿐 결국 힘의 논리로 돌아가는 무림.

         

       당소열의 머릿속에 위서련 드넓은 무림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그리고.

         

       독고이설 역시 당소열과 도박을 벌이고 있는 위서련을 보며 눈을 빛냈다.

         

       “뇌검낭인님께서는 참 인맥이 넓으시군요.”

         

       “…”

         

       “포달랍궁과의 인연도 놀랍지만 황실의 특수부대를 동원하는 인맥에 천마신교에도 연이 있다니요.”

         

       황실의 인맥 그 자체인 혁기린인 삐질 식은땀을 흘렸다.

         

       독고이설의 제안에 어쩔 수 없이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 호천안 일행.

         

       그러나 마지못해 받아들였을 뿐 마음 속까지 환영한 것은 아니었는지라 불편한 침묵이 감돌았지만 독고이설은 방긋방긋 웃으며 일행을 돌아보았다.

         

       일행들 사이에 강제로 비집고 들어갔으니 이 정도 상황은 충분히 각오했으니까.

         

       ‘정파인들이라 그런지 그리 모질지는 않구나.’

         

       오히려 독고이설은 이 정도면 해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내심으로는 흑묘나 여일예와 유혈사태까지 각오했었으니까.

         

       불편한 분위기였지만 기루로 뛰쳐나가기 전, 후계자 경쟁으로 각 파벌과 날선 말을 주고받았던 때를 떠올리면 별거 아니었다.

         

       그러니 독고이설은 더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성함이 호천안이라 들었습니다.”

         

       “…그렇소.”

         

       “그렇다면 앞으로 호천안님이라 불러도 되겠습니까?”

         

       단번에 훅 치고 들어오는 독고이설.

         

       “저는 가가라고 불러도 괜찮습니다만.”

         

       그런 독고이설을 제지한 것은 여일예였다.

         

       “참으로 무례하시군.”

         

       “무엇이 말입니까?”

         

       “저와 은공이 이어졌음을 직접 눈으로 목도하신 분이 이리 눈살을 찌푸릴 행동을 하신단 말입니까?”

         

       여일예의 힐난에 독고이설은 빙긋 웃어 보였다.

         

       “호 가가께서는 이제 천하에 그 명성을 떨치신 분이 아닙니까. 당연히 여러 여자가 따라붙기 마련이겠지요.”

         

       “가가라고 부르지 마십시오!”

         

       나는 아직도 은공이라고 부르고 있건만 벌써 가가라는 호칭을 입에 담다니!

         

       그것도 달콤한 연인 생활이 시작되어야 했거늘 훼방을 놓은 독고이설이 그 호칭을 입에 담으니 여일예의 속이 뒤집혀졌다.

         

       그러나 그런 여일예는 이어지는 독고이설의 말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여일예 소저께서는 흑묘 소저와 함께 ‘두분’이서 호 가가를 차지하실 생각이십니까.”

         

       여일예의 눈동자가 자신도 모르게 혁기린 쪽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독고이설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예상대로인가.’

         

       혁기린을 밀어주려던 움직임을 보였던 흑묘와 여일예.

         

       오랜 기간 함께 여행을 다닌 일행. 연심이 있는 자들끼리 나름대로 동맹을 맺었다 한들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결과를 성취했고 혁기린은 아직인 상태.

         

       혁기린을 염두에 둔 여일예가 함부로 입을 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답이 없으신 것을 보니 내심 무리라고 생각하셨던 것이 아닌지요? 그렇다면 그렇게까지 열을 올릴 필요는 없지 않으십니까. 제 본신의 무공도 나쁘지 않고 배경 역시 출중한걸요.”

         

       “크읏…!”

         

       분한 표정을 짓는 여일예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는 독고이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흑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행에 합류하자마자 분탕을 치는 독고이설을 보니 그냥 넘기기는 어려워 보였다.

         

       “일어나요 선배.”

         

       “어? 어?”

         

       흑묘는 지금 상황에서 숨죽인 채 눈치만 보고 있던 얄미운 호천안을 일으켜 세워 여일예의 옆자리에 내던졌다.

         

       꽈악.

         

       그리고 남은 호천안의 옆자리를 차지한 흑묘는 그대로 호천안과 팔짱을 꼈다.

         

       “야, 야…”

         

       “왜요? 연인인데 이정도는 할 수도 있지. 여일예 소저는 뭐 해요?”

         

       흑묘의 채근에 여일예 역시 얼굴을 붉히며 호천안과 팔짱을 꼈다. 꼬물거리며 수줍게 몸을 붙이는 여일예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드러나 있었다.

         

       흑묘는 여일예가 팔짱을 끼는 것을 확인한 뒤 독고이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독고이설의 미소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런 독고이설과 눈이 마주친 흑묘는 담담한 표정으로 독고이설을 바라보았다. 독고이설은 흑묘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새겨진 의도를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

         

       함부로 날뛰지 마라.

         

       거래는 어디까지나 거래일 뿐 마음대로 하게 두지는 않겠다.

         

       독고이설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흑묘를 바라보았다.

         

       ‘좋아요, 인정하죠. 내가 성급했다는 것을…’

         

       그러나 그 인정은 지금 이 순간의 경솔함에 대한 인정일 뿐이었다.

         

       ‘지금 당신이 누리고 있는 그 자리, 내가 반드시 차지해 주겠어요.’

         

       뜨거운 눈으로 흑묘를 바라보는 독고이설과 그런 독고이설을 관찰이라도 하는 듯 투명한 눈길로 바라보는 흑묘.

       

       

       불편한 동거의 첫날 있었던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위서련 : (도박 하는 척을 하며) 개꿀잼.
    당소열 : (도박 하는 척을 하며) 동의.

    *

    독자님들께 죄송한 소식을 하나 전하고자 합니다!

    토일월 3일간(6.3~6.5)은 휴재입니다!

    죄송합니다!

    재충전 후 찾아뵙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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