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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6

       상황을 파악한 본인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게시판에 들어가 보는 것이었다.

       

       지금 시청자들이 얼마나 열이 받은 상태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왜 어제 본인이 저들에게 보여준 것은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의 감탄을 만들어 낼 모습이지 않았나.

       

       그러니만큼 오늘 본인이 약간 늦은 것에 대하여 어느 정도 정상참작을 해줄 수도 있을 터.

       

       [복귀 한다며!]

       

       복귀방송 할 거라고 그랬잖아요!

       

       큰 거 보여준다고 약속했잖아요!

       

       왜 안 오는 거에요!

       

       왜에에에!

       

       – 사실 큰 건 통수였구요.

       

       – 치킨이 식었어…

       

       – 그걸 믿었음? 화령 킥!

       

       [화령 늦는 이유]

       

       어제 서버 부수면서 깨달음을 얻었음. 이제 또 일주일 휴방하고 올 예정.

       

       – 나중에 진짜 비슷한 형식으로 글 올라올 것 같아서 무섭다.

       

       – ㄱㅊ음. 휴방 길어지면 벌칙도 더 많아짐.

       

       – 이러다 룰렛이 아니라 벌칙 목록 다 수행하는 거 아냐?

       

       [이제 알겠나?]

       

       기대하니까 배신당하는 거다.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다면 배신당할 일도 없다.

       

       – 그래서 선생님께선 아무 기대도 안 하셨겠죠?

       └ 기대안했음 이러고 있겠냐?

       └ 엌ㅋㅋㅋ

       

       – 킹치만 어제 보여준 게 너무 개 쩔었는 걸.

       

       – 천마펀치로 서버를 부수는 걸 봤는데 어케 기대를 안 하냐고.

       

       [화령이 지금이라도 방송 켜야 하는 이유]

       

       내가 참 좋아하는 방송임. 그래서 망하면 안 됨.

       

       – 화령님. 이거 보고 있으면 지금이라도 와 줘.

       └ 그래야 룰렛 돌리지.

       └ 아냐! 룰렛 안 돌려도 돼! 오기만 해 줘!

       └ 진짜? 화령냥이나 매지컬 화령 안 봐도 돼?

       └ …

       

       – 솔찌키 화령 방송보다가 다른 방송보면 밋밋해서.

       └ 화령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돼버렷!

       └ ㄹㅇ. 싱거워서 못 보겠어.

       

       [1시간 뒤 화령 방송 켜질 예정!]

       

       <엔리가 화령이랑 연락 닿았다고 하는 영상>

       

       늦잠 잔 듯? 준비하고 1시간 있다가 바로 방송 켠대.

       

       – 이왜진?

       

       – 왜 혐짤아님?

       

       – 이게 왜 팩트야.

       

       – 엔리 피셜이면 찐이네.

       

       – 나믿화믿!

       

       – 천마강림! 만마앙복!

       

       – 치킨 데우러 가야지.

       

       [그럼 이제 화령 방송 켜서 이것만 하면 되는 거임?]

       

       일단 마법소녀 화령 한 번 하고.

       

       미연시 켜서 한 명 공략한 다음에.

       

       화령냥이 한 번 해주고.

       

       바루 컨셉 유저랑 같이 겜 좀 하다가.

       

       똥겜 몇 개 끄적이다가.

       

       대충 얼굴 공개하고 노래부르면서 마무리하면 깔끔할 듯.

       

       – ㅋㅋㅋ

       

       – 이거 다하면 진짜 인정.

       

       – 바로 전재산 도네로 박는다.

       

       – 화령냥이는 못 참지!

       

       – 근데 찐으로 이 중에서 하나는 하겠지?

       └ 과연 하나만 할 수 있을까?

       └ ㅋㅋㅋ

       └ 난 이미 돈으로 때릴 준비 끝났음.

       └ 스트리머가 바라는 대로 해주지 않는다면 돈이 부족한 게 아닐까 생각해 봅시다.

       

       게시판의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본인이 며칠 동안 방송을 하지 않은 영향이 큰 듯 하구나.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던 사람이 찾아왔으니 기쁘고. 또한 본인이 없는 동안 본인의 공백이 얼마나 큰 지를 느꼈기에 이전처럼 강하게 나서지 못하는 것이야.

       

       하긴 아무리 이 세상에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본인과 같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없지.

       

       이 몸은 고금을 통틀어 제일인이라 부를 만한 사람이니 말이다.

       

       이 정도 분위기라면 뻔뻔하게 가더라도 별 문제가 없을 듯 하다만.

       

       막말로 하여 본인이 없으면 아쉬운 것은 저 놈들이지 않나. 본인이란 존재를 대체할 수 없는 한 본인의 방송은 본인의 독점일 지어니. 아쉬울 때에 기어야 하는 것은 저들일 터!

       

       어디 한 번 철판을 깔아볼까 생각을 하던 중 한 글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파이스 초대석해도 재밌지 않을까?]

       

       세계최강이었던 내가 여기서는 양민?

       

       – 엌ㅋㅋㅋ – 안대. 화령냥이 볼 거야.

       

       – 매지컬 화령 볼 거라고!

       

       – 이건 나중에 마이 튜브 컨텐츠로 하는 게?

       

       – 지금은 시청자들이 바라는 것이 너무 많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저들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본인의 룰렛마저도 회피할 방책이 말이다.

       

       마침 이 모든 일의 근원이 파이스일지어니. 녀석에게 책임을 일부 전가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터.

       

       빠르게 판단을 끝마친 나는 재차 허공을 후려쳐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통로를 만들었다.

       

       “백호야. 이제 그대는 돌아가거라.”

       “어. 그치만.”

       “걱정 마라. 나중에 그 사장 녀석이 무어라 그러면 본인이 사라지라 그랬다고 하면 될 터.”

       

       그대가 왜 그 사장이라는 녀석의 말에 쩔쩔 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본인의 핑계를 댄다면 별 문제 없지 않겠느냐.

       

       아무리 그 녀석이 대단한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 할 지라도 본인의 말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닐 터이니 말이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래. 본인을 위해 수고해준 것들이 있지 않으냐. 이럴 때에 본인의 위세라도 빌리도록 하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드디어 퇴근할 수 있단 사실이 그렇게나 기뻤던 것일까.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인 후에야 떠나가는 백호를 보며 발을 움직였다.

       

       자아. 그럼 잠시 파이스를 빌려오도록 하자꾸나.

       

       *

       

       화령이 본래 세계로 돌아간 후 대마법사 라프는 방금 전 화령이 보여준 마법을 기록해놔야 한다며 다급히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갔다.

       

       덕분에 홀로 남게 된 파이스는 가만 방을 둘러보다가 빛의 정령을 불러냈다.

       

       ‘…갔어?’

       “그래. 갔어.”

       ‘무서웠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정령을 보곤 파이스가 웃음을 흘렸다.

       

       빛의 속성을 지닌 게 이 아이니까. 빛을 집어삼키는 화령님을 무서워하는 게 당연한 거겠지.

       

       파이스는 그리 생각을 하며 정령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다시금 복도로 나왔다.

       

       오랜만에 돌아오게 된 왕궁의 풍경이었지만 파이스의 걸음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머리가 기억하지 못해도 수십 년 간 이 곳을 돌아다니던 몸이 모든 걸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파이스가 도착한 곳은 여왕이 머무르는 집무실이었다.

       

       “모두 다 끝났나요?”

       

       그녀는 여느 때처럼 수많은 서류에 둘러싸인 채 파이스에게 인사를 건넸다.

       

       왕궁에 자리한 위협이 끝을 맞이했으니만큼 조금 쉬고 싶다 생각할 법도 한데 그녀의 손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예. 돌아가셨습니다.”

       “파이스 당신은?”

       “며칠 정도 머무르려고요. 화령님의 도움이 있으면 언제건 차원을 넘을 수 있으니까요.”

       “…언제건?”

       

       파이스가 꺼낸 말에 고개를 퍼뜩 든 베니였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파이스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녀는 이내 코로 숨을 내뱉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런가요. 잘 됐네요.”

       

       …어라? 왜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시지?

       

       이 세상을 멸망시키려던 위협이 사라진 거니까 지금쯤 방방 뛰고 계셔야 하는데?

       

       과거 활기차던 공주를 알던 파이스는 이 상황에 위화감을 느꼈다.

       

       몇 년이 지나면서 공주님께서도 여러모로 바뀌신 걸까.

       

       “당신을 그리워하던 사람들이 여럿 있으니까요. 그 분들이랑 회포를 풀면 되겠네요. 이만 가보세요. 전 일을 하느라 바빠서.”

       “…저어. 공주님?”

       “죄송하지만 이젠 공주가 아니라 여왕입니다. 파이스.”

       

       아니네. 그냥 삐진 거구나.

       

       파이스는 의도적으로 시선을 피하는 베니를 보며 웃음을 짓고는 방문을 닫았다.

       

       “가라니까 왜 문을 닫으시는 거죠?”

       “베니. 왜 화가 난 거에요.”

       “아무리 당신이라도 여왕의 이름을.”

       “당신과 재회하는 날을 기다리건 저 뿐인가요?”

       

       베니는 파이스의 말을 듣고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가 이내 펜을 내려놓고는 자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채 길고도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저라고 안 기다렸을 리가 없잖아요.”

       “그럼 왜 그러시는 건가요.”

       “당신. 반지를 다른 여자한테 넘겨줬잖아요.”

       

       아. 뭔가 했더니 그게 문제였던 건가.

       

       “베니. 그건.”

       “알아요. 당신이 이상한 마음을 품어서 반지를 넘겨준 게 아니라는 걸.”

       “그럼.”

       “그치만 화령님께서는 너무도 아름다우셨잖아요.”

       

       아름…답긴 하시지.

       

       파이스는 차마 베니의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분명 화령은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고풍스러운 우아함을 지닌 그녀는 지나가는 누구나 한 번쯤 눈길을 주었다가 그대로 시선을 빼앗길 미모를 지니고 있었으니까.

       

       다만 파이스의 입장에선 그 아름다움을 체감하기가 어려웠다.

       

       그가 화령을 마주할 때면 이전에 보았던 공포가 먼저 떠올랐으니 말이다.

       

       “당신은 모를 거에요. 누구는 늙어서 점점 주름이 늘어가기만 하고 있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젊고 아름다운 데다가 강하기까지한 사람을 데려왔을 때의 그 심정을.”

       

       점차 가라앉아가는 베니의 목소리에 파이스의 머릿 속이 복잡해졌다.

       

       이제와서 자신이 화령님에게 연애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이야기해봐야 믿어주지 않으시리라. 여왕님께서는 화령님의 속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지 못하니까.

       

       그렇다면 괜한 변명을 할 바에야 지금 내가 지닌 진심을 이야기하는 편이 낫겠지.

       

       “베니. 당신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어요.”

       “입에 발린 말 하지 마요. 저도 이제는 아줌마라고요.”

       “아뇨. 제 눈에 비친 당신은 예전에 밝은 웃음을 짓던 때랑 전혀 달라지지 않았답니다.”

       “당신도 그 세치혀는 조금도 안 바뀌었네요.”

       “세치혀라뇨. 진실만을 이야기했으니 충신의 목소리라 해주시죠.”

       

       파이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사람의 입술에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오랜 세월 동안 만나지 못했더라도 서로를 생각하는 두 사람의 감정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으니. 자그마한 오해 정도는 빠르게 사그라 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파이스.”

       “베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내뱉으며 다가서던 그 때.

       

       갑작스레 그들의 가운데에 공간의 균열이 생겨났다.

       

       파이스도. 베니도. 이 광경을 마주했던 적이 있기에 이 다음에 무엇이 찾아올지도 대략 알고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다급히 서로에게서 물러났고 그러기 무섭게 공간이 찢어지고는 화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으 베니라고 했던가?”

       “예. 화령님.”

       “잠시 이 놈을 빌려가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돌려놓을 터이니 신경 쓰지 말거라.”

       화령은 그리 이야기를 하고는 파이스의 멱살을 끌고서 다시 공간을 넘어가 버렸다.

       

       그렇게 홀로 남겨진 베니는 멍하니 파이스와 화령이 사라진 자리를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있다가 돌아온다고 하셨으니 몸단장이나 해둘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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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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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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