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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6

   아카데미 인선 이곳저곳에 개입이 들어오며 혼란이 진행되는 와중에 주류를 꿰찬 것은 1왕비의 세력이었다.

   

   단적으로 말해 그들이 지닌 힘이 가장 크고 인선도 훌륭하기에 2왕비의 세력과 아카데미 내부 학자 세력이 저항을 해봐야 1왕비 세력에 맞설 순 없는 것이다.

   

   그렇게 아카데미 교수 세력 중에서 가장 커다란 힘을 지니게 된 이들은 거리낄 것 없이 자신들의 주인이 바라는 바를 이루고자 작전을 모의했다.

   

   물론 대놓고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세력이 크다 한들 그들은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외부인일지어니. 트집거리를 주는 순간 여론이 뒤집힐 수 있음을 아는 그들은 자신들만이 모인 자리에서 조심스레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의 방비는 나름대로 철저했다. 아드리라는 변수만 아니었더라면 그들이 무얼 생각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테니까.

   

   바꾸어서 이야기를 하자면 아드리를 예상치 못한 그들의 무능이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냈노라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

   

   “뭣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쪽 놈들은 네 실력과 재능을 확인하고 싶어 했어.”

   

   1왕비의 세력은 의도적으로 내게 위기를 선사하여 내 실력을 시험하고자 했다.

   

   그들이 왜 그런 생각을 품었는지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1왕비의 세력이 나라는 개인에 집중하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잖은가.

   

   중세 트럼프가 왜 날 노리는 걸까.

   

   의도가 뭐지? 최근에 내 기세가 높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반발을 무릅쓰고서 아카데미에 수작질을 부려가면서까지 관심을 보일 건 아닐 텐데?

   

   다른 의도가 있나?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건가?

   

   아직 중세 트럼프가 아카데미에 숨겨진 비밀을 눈치채진 못했을 텐데?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던 나였지만 쉬이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직은 정보가 부족했다.

   

   “당장 내가 들은 건 이 정도야. 이 이상 접근하면 내가 위험해 질 것 같아서 무리였어.”

   “역시 할망구야. 바퀴벌레를 닮아서 자기 보신 하나는 잘 하는 구나?”

   “…제에엔장! 이런 녀석이 왜 주신의 사랑을 받는 거야!”

   

   그러게. 그건 나도 솔직히 좀 궁금하긴 해.

   

   단순히 페도 변태 주신의 취향이 이렇다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아무리 주신이 폐급이어도 그 정도는 아닐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

   

   현직 사령에게 해줄법한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나는 투덜대는 아드리를 보며 웃음을 짓다가 계속 노력해 달라 부탁하고 그녀를 보냈다.

   

   *

   

   소울 아카데미의 이번 년도 입학식은 아무런 사건 사고도 없이 무미건조하게 진행됐다.

   

   신입생 중 아카데미의 입학식 전통을 들어보았거나 재입학을 한 사람들은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지만 그런다 한들 무슨 일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겠는가. 입학식 시작 며칠 전에 모든 골렘이 박살이 나버렸는데.

   

   심지어 그 골렘을 제작해 줄 대학원생 중에서도 피해가 생겨난 것이 현 상황인지라 아카데미 입학식은 조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가장 시끄러워야 할 날이 가장 조용하게 끝난 후 나는 친구들을 데리고 개인실에 모였다.

   

   그들이 들을 수업을 정하기 위해서.

   

   “오늘따라 고민이 많아 보이는 군. 루시 알른.”

   “…알고 계시면 분위기 파악하고 조용히 계시는 게 어떨까요?”

   “너무 날이 서있군. 그래. 우리 의견을 참고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흐응. 알겠어요. 불쌍왕자님께서 그토록 열성적이시니 학점을 이전보다 더 늘리도록 할게요.”

   “…뭐?”

   “조금 배려를 해드리려고 했지만 불쌍왕자님께서 굳~이 하고 싶다면이야 어쩔 수 없죠.”

   “잠. 잠시만 기다려 봐라. 루시 알른. 난 그런 말은 한 번도 한 적이…”

   

   식은땀을 흘리는 아서를 외면한 나는 다시금 강의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따라 유난히 고민을 한다는 아서의 표현은 옳았다.

   

   1학년 때 이들이 들어야 할 강의를 정해주던 나는 아무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

   

   게임 속에서 제일 효율적이라 연구해두었던 루트를 적어주면 족했으니 고민을 할 여지가 없었지.

   

   허나 지금은 아니었다. 이 강의표에 적힌 것들은 내가 알던 것에 비해 너무도 많은 변화가 생겨나 있었다. 담당 교수부터 시작해서 강의 내용과 강의 시간까지도 말이다.

   

   덕분에 나는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을 지워버린 채 밑바닥부터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썩은물의 짬밥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라 대략적인 틀을 잡는 것 자체는 별 어렵지 않았다.

   

   아카데미에 남아있는 이들과 내가 잘 아는 이름들을 조합하면 어느 정도 효율을 낼 수는 있었지.

   

   문제는 그것이 최대 효율이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으으. 이게 게임이었다면 리트를 죽어라 박으면서 최대 효율을 계산해냈을 텐데 현실에선 그럴 수가 없으니 원.

   

   어떡하지. 이렇게 된 이상 효율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나?

   

   그렇지만 아집을 버리기엔 내 썩은물로써의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는데.

   

   “알른 영애. 굳이 지금 정할 필요가 없지 않나요?”

   

   쉬이 답을 내지 못하는 내 모습이 신경 쓰였는지 조이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어차피 일주일 안에만 제출하면 되는데 처음 보는 교수들의 수업을 참관해 본 후 조율해도 괜찮지 않겠어요?”

   

   으음. 그것도 그렇네.

   

   지금 당장 결정하는 것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은 후 무슨 수업이 괜찮을까를 고민하는 게 낫지.

   

   들어봐야 할 수업이 그렇게 많지도 않아. 어차피 진짜 중요한 건 대부분 다 정해뒀고 이제 자잘한 수업들만 결정하면 되는 상황이니까.

   

   “얼빵이 오늘 뭐 잘못 먹었어? 왜 너답지 않게 좋은 말을 해?”

   “흥. 영애께서 항상 무시하셔서 그렇지 전 언제나 좋은 생각을 하거든요?”

   

   조이는 입으로는 투정을 부렸지만 정작 그녀의 입가에는 연한 미소가 묻어나왔다.

   

   “이봐. 루시 알른. 태도가 너무 다르지 않나? 나도 저런 이야기를 하고자 했는데 왜 나만 혼나야 하는 거냐!”

   “그야 불쌍왕자님은 조금도 안 귀엽잖아요.”

   “뭐?”

   “얼빵이처럼 칭찬 듣고 싶으세요? 그럼 귀여운 짓 해봐요. 귀여운 짓. 그러면 잘했다 잘했어 해 줄 게요.”

   “…귀여운 짓?”

   

   당혹이 서린 아서의 얼굴을 본 나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푸하핳! 진짜로 고민하신 거에요?! 그렇게나 칭찬을 듣고 싶으셨구나? 불쌍왕자님도 은근히 귀엽고 한심한 구석이 있네요!”

   “그. 그럴 리가 없잖으냐! 너무 무례한 이야기를 들어서 잠시 고민했을 뿐이다!”

   “그거 참 설득력 넘치네요~ 네에~ 믿어드릴게요~”

   “좀! 내 말을!”

   

   얼굴이 벌게져서 소리를 내지르던 아서는 갑자기 옆에서 불쑥 튀어나온 프레이의 손에 당황해 입을 다물었다.

   

   “…프레이 뭐 하는 거냐.”

   “이런 걸 원한 거 아냐?”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갤 갸웃거리는 프레이의 모습에 아서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전혀 아니다. 아니기에 억울함을 드러내고 있지 않았나.”

   “그런 거야?”

   “그런 거다.”

   “그치만 왕자님 쓰담쓰담에 진정했잖아.”

   “…그건 네가 갑자기 저지른 짓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런 거였다!”

   

   여느 때처럼 아서와 프레이가 다투는 것을 구경하던 나는 조이와 페이비에게 몇 가지 수업의 목록을 전했다. 그 수업을 듣고 와서 어땠는지 이야기를 해달라고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모두 다 듣고 오고 싶긴 한데 신성마법이나 온갖 마법학 같은 부분은 도저히 내가 파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잖아. 그 수업이 어떨지 평가하는 건 두 사람에게 맡겨두는 편이 낫지.

   

   같은 의미에서 나는 칼에게도 듣고 와야 할 수업을 알려줬다.

   

   “루시. 나는. 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프레이는 무언가 기대하는 눈으로 날 올려다봤지만 난 그녀에게 아무것도 건네주지 않았다.

   

   “바보 검사 넌 그냥 내 옆에 있으면 돼.”

   

   얘한테 무슨 평가를 해달라 이야기해봐야 괜히 골치만 아파질 게 뻔하잖아.

   

   그럴 바에는 그냥 옆에 데리고 다니는 편이 나아.

   

   어차피 얘랑 나랑 들어야 할 수업도 비슷할 텐데 뭐.

   

   “응! 그럴게!”

   

   넌 무능하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지만 프레이는 이상할 정도로 기뻐보였다.

   

   뭐지? 얘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거야? 설마 프레이 얘도 이상한 취향을 각성…

   

   아니네. 얘 취향은 예전부터 이상했잖아. 나한테 매도를 듣지 못해서 시무룩 해 하던 게 얼마 전의 일인 걸.

   

   내 주변에 정상적인 사람은 없는 걸까.

   

   싱글거리는 프레이의 모습을 복잡한 마음으로 바라보던 나는 친구들에게 해산을 명한 후 여러 교수의 수업을 확인하기 위해 움직였다.

   

   처음은 던전학 수업이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사람의 실력이 어떤지 확인하고 싶었거든.

   

   “이를 보면 알 수 있듯 던전 내부에선…”

   

   1왕비 측에 소속된 사람답게 그 교수의 수업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다소 경직된 생각을 가진 경향이 있지만 던전 공략이 현실인 이 곳에서는 교수처럼 생각하는 게 보통이었으니까.

   

   다만 굳이 수업을 들어야 할 가치는 없어 보였다. 새로운 교수가 생각하는 것은 썩은물인 내게 하품 나오는 무언가였거든. 이 사람의 수업을 들어봐야 시간낭비가 될 뿐이야.

   

   “알른 영애. 이미 다 아는 내용이신 듯 하니 이에 대해 대답해주실 수도 있겠습니까?”

   

   대놓고 흥미 없단 티를 내는 내 모습이 거슬렸던 듯 교수가 날 대놓고 지적했지만 그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말하는 거야 얼마든 해드릴 수 있죠. 수준이 더럽게 낮으니까요.”

   “…아주 자신만만하시군요.”

   “그보다 교수님께선 자신 있으세요? 다 큰 분께서 지적 당하다가 훌쩍이는 걸 보고 싶진 않아서요.”

   “편한 대로 해보시죠. 질문을 받아내는 것도 교수가 해야 할 역할이니까요.”

   

   내게 말할 기회를 주었다는 건 교수의 설명 속에 존재하던 빈틈을 지적할 기회를 준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우선은 교수님이 얼마나 현실에서 멀찍이 떨어져있는 머저리인가부터 지적해야겠네요.”

   

   교수의 자존심은 그리 길게 가지 못했다.

   

   던전에 관해서라면 아카데미의 교수조차 한 수 접어줘야 하는 게 나인데 낙하산 따위가 내게 이길 수 없지 않은가.

   

   “마냥 나쁘진 않았어요. 앞으로도 계속 정진하시면 괜찮으실 거에요. 그래봐야 저보단 못하겠지만.”

   

   신입 교수의 얼굴을 벌겋게 만든 내가 다음으로 향한 곳은 전투학 쪽이었다.

   

   평판이 좋았던 칼이 제대로 된 수업을 맡게 된 대신 새롭게 들어온 보조 교수가 어떤 인물인지 확인하고 싶었거든.

   

   보조교수는 이론을 이야기할 때는 별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 이론을 실전에 적용할 차례가 되자 슬며시 앞으로 튀어 나왔다.

   

   “알른 가문의 영애와 켄트 가문의 영애가 지닌 재능이 대륙에서 손꼽힐 정도라 하던데. 다른 학생들을 위해 한 번 시연해 주시는 것이 어떨는지요.”

     

     그의 관심은 명백하게 내 쪽에 향해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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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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