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16

   신들이 직접 움직인다.

   이는 크라슈가 처음부터 고려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개인주의인 신들이라도 자신에게 지속해서 피해를 주는 크라슈를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분명히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라고 크라슈도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도 더 빨랐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신들이 이토록 빠르게 자신을 처치하러 왔다는 건 즉.

     

   ‘이들의 중심이 되는 이가 누군가 있다.’

     

   신들의 주축.

   어쩌면 신들이 말한 세계 침식의 재림이라는 목표를 처음으로 만든 이.

     

   그자가 이 중에 있을지도 모른다.

     

   -아서, 할 수 있겠어?

     

   크라슈는 다시금 스킬을 사용하여 아서에게 목소리를 전했다.

     

   신의 본체는 아닐지라도 상대는 현현한 신.

   천하십강 급에 강자들이다.

     

   그런 놈들이 한둘도 아니고, 상당한 수가 모여 있는 마당.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서의 마음속 목소리가 크라슈에게 직접 들려 왔다.

     

   수많은 시련을 나아가며 세계 멸망에 맞선 회귀자가 바로 아서다.

   지난 5년간 그녀가 가장 먼저 한 것은 힘을 다시 쌓는 것이었다.

     

   혹시나 크라슈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자신이 도울 수 있도록.

   이번에는 그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자 아서 또한 훈련해 왔다.

     

   아서에게 자신감 넘치는 면모가 느껴졌다.

   이거라면 믿어도 되겠지.

     

   -오랜만에 합 맞춘다니 너무 좋아.

     

   문제는 다른 감정도 들린다는 거지만.

   아서를 힐끗 보니 귀가 빨간 게 이건 본의 아니게 생각해 버린 모양이다.

     

   그런 아서를 보고, 크라슈는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그의 몸속 내부 깊은 곳.

   그동안 이그니스로 스킬들을 불사르며 꾸준하게 모아놨던 신기.

     

   잿빛의 불꽃이 순식간에 크라슈 내부에 퍼졌다.

     

   [ 지원군을 불렀다. 나도 곧 간다. ]

     

   그 사이, 크림슨가든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아주 든든하다.

     

   남은 건 마음껏 날뛰어 주는 것뿐이다.

     

   ‘엑셀.’

     

   제일 먼저 움직인 것은 크라슈였다.

   잿빛의 화염과 함께 인영이 흐트러진 크라슈가 어느새 현현한 신에게 도달해 있었다.

     

   육체가 완전히 나무로 된 신.

   나무의 신 우드론이다.

     

   코앞까지 도착한 크라슈를 뒤늦게 깨달은 우드론에게서 나무뿌리가 솟아났다.

     

   이대로 크라슈를 붙잡아 짓눌러 버리고자 나무뿌리들이 그의 주위를 가득 메운 순간.

   크라슈의 검이 잿빛의 불꽃과 함께 스치듯 지나갔다.

     

   서걱!

     

   그 순간 조각조각 난 나무뿌리들이 일제히 잿빛에 불타 사라졌다.

     

   우드론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화력 면에서 이미 크라슈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온 신은 그만이 아니다.

   바닥에서 일어난 강철의 거인이 크라슈를 향해 주먹을 휘둘러 왔다.

     

   땅속에서 순식간에 솟아난 주먹이 크라슈를 후려치기 직전.

     

   금빛의 섬광이 강철의 주먹에 닿고 지나갔다.

   곧이어 드러난 강철의 주먹은 완전히 녹아내려 있었다.

     

   아서의 비기다.

     

   “뭣, 내 강철이.”

     

   저 멀리서 신 한 명이 당황한 음색이 들려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크라슈는 이미 우드론의 앞에 도달해 있었다.

   우드론이 급하게 나무를 일으키며 갑옷을 만들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콰직!

     

   순식간에 우드론의 나무 갑옷을 박살 내버린 크라슈가 그의 머리를 잡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콰아아앙!

     

   울려 퍼진 거친 소음과 함께 우드론이 머리에서 온 충격에 피를 토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무리 신이 현현했다 한들 기본은 인간의 육체.

   육체에서 한계치를 넘은 데미지는 버틸 수 없는 법이다.

     

   우드론의 정신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크라슈의 손아귀에서 블랙 후드가 발동됨과 동시에 우드론의 스킬이 빼앗겼다.

   크라슈는 손에 들어온 스킬을 즉시 태워버리며 몸을 빙글 돌렸다.

     

   카아아앙!

     

   곧이어 울려 퍼진 것은 쇠붙이가 맞부딪치는 소리였다.

     

   크라슈의 앞에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은 채 붉은 안광을 쏟아내는 사내가 있었다.

     

   사내의 덩치는 산만 했다.

     

   전신은 아주 근육으로 꽉꽉 채워져 몸이 터질 것 같았다.

   실제로도 일부분은 과도한 근육으로 피부가 찢어지며 근육이 드러났다.

     

   “재밌군. 인간 소년, 검 좀 쓰는 모양이야!”

     

   수염이 가득한 그의 입에서 광기에 찬 웃음이 흘러나왔다.

   마치, 전투한다는 즐거움에 못 이겨 미쳐버린 듯 웃는 광인.

     

   그는 도끼의 신, 리바프였다.

     

   “전투는 흥겨워! 내가 이래서 중간계를 좋아하지!”

     

   리바프의 도끼가 크라슈의 머리와 허리를 동시에 양단하고자 휘둘러 왔다.

   분명 들고 있는 도끼는 하나임에도 그의 도끼의 인영은 두 개로 비쳤다.

     

   카앙! 카앙!

     

   그러나 엑셀의 가속으로 이를 전부 받아친 크라슈는 성운검에 잿빛의 화염을 불어 넣었다.

     

   크라슈의 얼굴에 용의 비늘이 돋아났다.

   그의 머리 위에 솟아난 뿔이 그 힘을 여실히 쏟아낸 순간.

     

   오싹!

     

   도끼의 신인 리바프마저 한순간 주춤할 만큼 터무니없는 양의 화력이 쏟아져 나왔다.

     

   후웅!

     

   그런 화력을 지닌 크라슈의 검이 휘둘러지자, 리바트가 학을 떼며 몸을 굴렀다.

     

   리바프 본인의 육체라면 모를까.

   고작해야 현현한 인간의 육체로 저런 건 받아낼 수가 없다.

     

   화르르르륵!

     

   리바프가 가까스로 굴러 피하자, 잿빛의 화염이 일대를 집어삼키며 숲을 지워 버렸다.

     

   “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중 화염에 휘말린 여성 신 하나가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고꾸라졌다.

   그녀는 조금 전 아서의 뒤를 노린 채 접근하던 암기의 신이었다.

     

   아서는 일부러 등을 보였다.

   상대가 크라슈를 신경 쓰지 못하고, 그의 화력권 내에 들어오도록.

     

   두 사람은 말 한마디 없이 지금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허.”

     

   리바프가 기막힌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흉흉하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 나를 두고, 다른 적을 노렸다라. 아주 나를 우습게 아는군!”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분노를 느낀 리바프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크라슈는 검을 휘두른 자세 그대로다.

   이대로 그에게 도끼를 한 방 먹여줄 작정이었다.

     

   그러나 크라슈의 눈동자는 이미 리바프에게 닿아 있었다.

     

   ‘엑셀.’

     

   크라슈가 휘두른 성운검을 놓고, 손을 옆으로 휘둘렀다.

     

   ‘레피텐.’

     

   그 순간 크라슈의 손아귀에 만들어진 것은 그가 지닌 잿빛의 불꽃으로 만들어진 검이었다.

     

   크라슈의 큰형, 라이 발하임의 스킬.

   레피텐.

     

   손에 닿는 물질을 창조할 수 있는 스킬.

     

   잿불의 검이 리바프의 도끼와 맞부딪치며 불길이 치솟았다.

   순식간에 달아오른 도끼의 열기와 자신에게 뻗어지는 화염에도 리바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대로 크라슈를 잿불 검째로 갈라 버릴 작정이었다.

     

   카앙!

     

   그러나 울려 퍼진 것은 또다시 검명이었다.

     

   ‘블랙후드.’

     

   놓았던 성운검을 블랙 후드로 다시 쥔 크라슈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천살성의 살의가 그의 몸에서 치솟아 리바프의 눈동자마저 꿰뚫은 순간.

     

   리바프의 입에 환희가 그려졌다.

     

   “과연, 도둑의 신이 선택한 놈이라 이건가!”

     

   그 외침을 마지막으로 스파크가 튄 크라슈의 검에서 잿빛의 불길이 거세게 피어올랐다.

     

   순식간에 잿빛의 불길에 휩싸여 버린 리바프는 그대로 잿덩이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원래라면 크라슈도 원래 몸을 생각해 신을 제압할 때 나름대로 손속을 두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하나하나가 천하십강의 필적하는 강자.

   하물며 자신 혼자 싸우는 것도 아니고, 아서까지 함께 싸우고 있다.

     

   아서를 위험에 처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크라슈는 화력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봐, 이거, 이야기가 너무 다르잖아.”

   “도둑의 신의 아이, 힘을 다 잃었다고 하지 않았어?”

     

   신들 쪽에서도 당황한 술렁임이 들려왔다.

     

   이 녀석들 소식이 늦군.

   힘은 한참 전에 찾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정보 전달이 전혀 안 되고 있다는 증거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신들에게 정보 공유란 쉽지 않은 일이겠지.

     

   이쪽에서는 환영이다.

   먹잇감들이 아주 제 발로 자기 좀 먹어 달라고 와주셨으니까.

     

   싹 다 구속이다.

     

   크라슈가 다음 신을 쫓아 달려들려던 순간이다.

     

   오싹-

     

   정말 오랜만에 크라슈는 전신을 바닥부터 머리끝까지 훑는 오싹함이 스쳐 지나감을 느꼈다.

     

   크라슈의 시선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아서.

     

   크라슈와 마찬가지로 신들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아서의 모습이 크라슈의 눈에 보였다.

     

   이를 본 순간 크라슈의 행동은 누구보다 빨랐다.

   바닥을 짓밟고 출력을 쏟아내며 엑셀과 함께 도약했다.

     

   그리고 당겨 쥔 성운검에 화력을 몰아 넣으며 전방을 향해 폭발적으로 내질렀다.

     

   캉-

     

   곧이어 들려온 것은 아주 작은 소리였다.

     

   본래라면 맞부딪친 시점에서 엄청난 폭음이 들려와야 할 텐데.

   너무나도 작은 이질적인 소리에 크라슈의 눈이 크게 뜨여진 순간.

     

   거기에는 피부가 고목처럼 갈라진 노인 한 명이 이가 다 빠진 검을 크라슈에게 휘두른 채 천천히 웃고 있었다.

     

   눈동자가 푹 파인 노인의 얼굴을 크라슈가 마주한 순간.

   크라슈는 그 속에 담긴 심연을 느꼈다.

     

   천상사강, 천하십강이라는 개념이 있지도 않았을 만큼 굉장히 오래전.

   노괴, 천구성 블라비조차 아직은 후기지수로서 활동하던 그때.

     

   당시에 천하를 주름잡던 노인.

     

   전·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괴존(怪尊)

     

   본래는 오래전에 늙어 임종을 맞이했던 이.

   그러나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넘어선 그는 영면에 들고자 누운 관에서조차 그 목숨이 끊어지지 않은 채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늙고, 늙어 쇠약해져 버린 몸.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무의 정수와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죽지 않았기에.

   스킬 또한 그의 몸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에게 부여된 스킬.

   벨룸.

     

   전투에 관해 모든 재능을 깨우치게 해주는 이치가 담긴 스킬이자.

   세계에서도 가장 신도가 많을 만큼 인지도 높은 오주신 중 한 명인 ‘전쟁의 신’.

     

   그가 부여한 스킬이다.

     

   그리고 지금.

   깨어나면 안 될 괴물이 전쟁의 신을 담고, 눈 뜨고 말았다.

     

   아주 잠깐 크라슈는 주변 시간이 멈춘 느낌을 받았다.

   그러자 어느새인가 크라슈는 자신의 가슴팍에서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크라슈의 눈이 서서히 뜨여졌다.

     

   베였다.

     

   크라슈가 지닌 모든 감각을 꿰뚫고, 어느새 괴존이 자신을 벤 것이다.

     

   눈앞에 갑자기 목도한 괴존을 두고, 크라슈의 인식이 따라가지 못한 순간.

   크라슈의 눈앞에 금빛의 섬광이 뻗어졌다.

     

   쿵!

     

   괴존이 한 걸음 뒷걸음질 쳤다.

   그만큼 괴존을 두드린 섬광의 힘이 아찔할 만큼 강했다.

     

   -크라슈!

     

   아서가 크라슈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괴존에게 완전히 압도당했던 크라슈가 뒤늦게 아서의 허리를 당겨 듦과 함께 엑셀을 부여했다.

     

   콰아아앙!

     

   소리보다 빠른 크라슈가 순식간에 그 자리를 벗어났다.

   지금 수준으로 괴존과 상대하면 끝장임을 크라슈도 아서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서는 한순간에 모든 힘을 쏟아낸 듯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크라슈의 얼굴 또한 덩달아 어느 때보다 굳어 있었다.

     

   막연히 손쉽게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신의 현현.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고대의 괴물이 눈을 뜨고 말았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