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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7

       그렇게 의미 불명의 주문을 몇 번이고 외치며 게임을 플레이한 결과—

        

       “…….”

        

       결국 절망한 사람은 나뿐이었다.

        

       아니, 뭐, 그래. 솔직히 이렇게 될 거라는 생각은 했다. 우리 중에서 비디오 게임을 가장 오래 해온 사람은 나였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게임들을 엄청나게 잘했냐면 그것도 아니었으니까.

        

       나는 온라인 게임 같은 것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누구랑 싸워서 지는 게 무척 싫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겁쟁이처럼 세상에 차고 넘치는 온갖 랭겜들에게서 도망치며 살아왔기 때문일까.

        

       누군가와 게임으로 대결했을 때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제일 먼저 클리어한 사람은 미아였다.

        

       눈을 반짝이면서 마법 소녀 게임을 플레이하는 미아의 모습은 눈부실 정도였다. 나를 포함한 나머지 네 사람은 그저 이기기 위해— 아니, 마지막 순번은 피하고자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었지만, 미아는 전혀 그렇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원래 게임이라는 건 결국 즐기는 이가 이기도록 되어있는 법이다.

        

       [미아는 마법소녀야! 미아는 마법소녀야! 미아는 마법소녀야!]

       [미아쟝 최고다!]

        

       게임에서부터 어느 정도 팬층이 있던 미아였지만, 우리끼리 방송하면서 그 팬층이 예상 이상으로 두꺼워진 모양이다.

        

       아, 물론, 게임에 나오는 진짜 미아라는 캐릭터만큼 인기가 있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이 게임이 나온 일본에서는 아마 우리의 존재도 모를걸. 누구 한국 인방에 관심 있는 사람이 퍼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그다음은 클레어였다.

        

       [비겁한 어른 클레어]

       [마법소녀물 본거 맞냐고ㅋㅋㅋㅋㅋ]

       [사실은 그냥 이기고 싶어서 고른 게임 아님?]

        

       “아, 아니거든!? 나도 미아 옆에서 자주 봤어! 그렇게 열심히 보지는 않았지만!”

        

       쿠쿵.

        

       옆에서 같이 보았다는 사실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가지고 있었는지, 클레어의 말을 들은 미아는 마른하늘에서 친 날벼락이라도 맞은 표정을 지었다.

        

       “어, 아냐, 미아, 그러니까.”

        

       [우우 쓰레기 우우]

       [오늘부로 미아와 프●큐어 정주행형에 처한다]

        

       “……최신 시리즈 제목은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클레어의 대답에 채팅창이 한순간이나마 침묵에 휩싸였다.

        

       그러게.

        

       인터넷, 특히 오타쿠들이 모여있는 사이트를 돌아다니면 가●라이더같은 시리즈에 대해 알게 되긴 하지만, 정작 그 시리즈가 지금 어떻게 진행되는지 관심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아마 짤방으로 쓰는 사람들도 진지하게 시청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걸? 팬덤이 작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클레어 다음은 샤를로트였다.

        

       샤를로트는 침착하게 게임을 플레이해, 결국 필살기를 최소한으로 사용하여 클리어할 수 있었다.

        

       [비겁… 한 건 아니지만]

       [좀 동심이 죽으셨네요]

        

       “흥.”

        

       채팅창에 올라오는 말을 보고 샤를로트는 머리카락을 넘기면서 말했다.

        

       “동심을 유지하는 사람이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게임에 최선을 다한 사람한테 그런 소리를 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네요.”

        

       프로의식 가득한 말에 채팅창에는 잠깐 감탄하는 말들이 올라왔다. 물론 샤를로트도 엄청나게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고, 채팅창의 반응도 장난스럽긴 했지만.

        

       그리고 그다음은, 당연히 앨리스.

        

       “휴우.”

        

       샤를로트와 마찬가지로 꽤 정석적으로 게임을 클리어한 앨리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샤를로트와는 간발의 차이였다.

        

       [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누가 봐도 실비아였쥬? 다들 예상하고 있었쥬?]

        

       그렇다. 나도 이렇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슈팅 게임이라는 건 사실 순수하게 피지컬 게임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

        

       뭔가 허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성녀복 실비아보다 더 허탈한 표정이시네요]

       [힘내세요]

       [힘내서 춤추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역시 채팅창은 나를 전혀 봐주지 않았다.

        

       그래, 그렇겠지. 10만 원이나 건 사람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방송은 공짜로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재미있게 해야 보는 사람들이 돈을 내고, 인기가 많아져야 광고 같은 것도 들어와서 먹고사는 법이니까.

        

       나는 먹고살려고 굳이 돈을 벌 필요는 없긴 했지만, 아무튼.

        

       “무슨, 춤을, 추면 되겠습니까?”

        

       내가 이를 악문 채 그렇게 물어보자, 채팅창은 ㅋ으로 도배되었다. 웃기냐? 그렇지. 웃기겠지. 내가 반대로 시청자가 되어도 웃길 거야, 응.

        

       “제로투 하자 제로투!”

        

       “…….”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시선을 돌려보니, 신나서 제로투를 외치던 클레어가 입을 딱 다물었다.

        

       무서워하면서도 웃긴다는 표정이었다.

        

       [제로투! 제로투!]

       [삼등분하시죠]

        

       그래. 그냥 빨리 끝내버리는 게 낫다. 매도 먼저 맞는 사람이 낫다고 하지 않던가? 물론 여기서 매 맞는 사람은 나 뿐이었지만.

        

       클레어는 곧장 움직여 BGM을 찾았고, 같은 방에 있는 다른 아이들은 모두 의자에서 일어나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아니, 다들 짜기라도 했냐고. 물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연신 황당한 표정을 지었던 걸 보면 당연히 그런 건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이럴 때 마음이 너무 잘 맞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화면 3등분…… 예전에 방송을 볼 때는 굳이 저렇게 삼등분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막상 화면 안에 나 하나만 떠 있는 걸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차라리 직캠 영상처럼 그냥 좌우를 까맣게 비워버리는 쪽이 덜 쪽팔릴 것 같다.

        

       “그럼 간다!”

        

       클레어는 싱글벙글 웃었다.

        

       나는 말없이 머리 뒤로 손을 깍지 끼었다.

        

       *

        

       그렇게 끝난 줄 알았는데—

        

       그렇다.

        

       나는 방송하는 곳과는 다른 스트리밍 사이트를 잊고 있었다. 주로 편집본과 방송 풀버젼을 올리는 곳.

        

       그리고 굳이 내가 소스를 수집하지 않고 영상 편집하지 않더라도 영상 편집을 할 사람이 우리 집에 나 말고도 한 명 이상 있었다.

        

       “…….”

        

       저작권에 걸려 영상이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음악은 카피라이트 없는 것으로 수정되었지만, 3등분 된 화면에서 허리를 흔들며 춤추는 나의 모습은 그대로 나왔다.

        

       아니, 그냥 ‘그대로’ 나온 것이 아니라, 음악에 맞춰서 나름대로 편집도 되어있었다. 부끄러워하는 얼굴이 확대된다든가, 괜히 움직이는 허리가 강조된다든가. ‘제로투’가 그렇듯 뭔가 파장 같은 것이 발사되는 것 같은 장면이 나온다든가.

        

       “……미아?”

        

       방송 방에서 스트리밍 사이트를 확인하던 내가 옆에 앉아있던 미아를 쳐다보자, 미아는 고개를 옆으로 스륵 돌려서 나의 시선을 피했다.

        

       “분명 방송하는 와중에는 샤를로트가 당신의 눈을 가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우리 중에서 제일 작고, 제일 어려 보여서 조금 어린 아이 취급받는 미아였지만, 아마 알 것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냥 뭐랄까, 샤를로트는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했을 것이다.

        

       “하, 하지만, 방송 편집본을 올려야 하잖아요. 그냥 전체 영상만 올려서는 조회수가 나오기 쉽지 않다고요.”

        

       미아가 조금 변명하듯 손가락을 맞대고 꼼지락거리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니, 그렇기는 한데.

        

       그렇기는 한데……!

        

       “언니? 무슨 일이야—”

        

       그리고 내가 머리를 막 감싸 쥐던 순간에 다시 방송 방이 열리고, 이번에는 클레어가 들어왔다.

        

       마침 화면에 재생되고 있던 것은, 내가 미처 끄지 못한 내 춤 영상.

        

       “푸핫!”

        

       클레어가 그렇게 웃음소리를 내는 것을 신호로, 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 언니? 너무 화내지 마. 솔직히 언니도 나에 대해서 그런 글 썼잖아!”

        

       “그건 캐릭터 클레어를 향한 것이지, 당신을 향한 것은 아니었다고 본인이 직접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아, 물론 그렇게 얘기하기는 했지만—”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클레어는 내가 한 발자국 움직이자마자 바로 몸을 뒤로 돌려서 순식간에 도망갔다.

        

       괜찮다.

        

       클레어는 지금 실내용 옷을 입고 있었다. 아무리 활발하게 자란 아이라고 하더라도 귀족가의 딸.

        

       저런 복장으로 밖에 나갈 생각은 하지 못하리라.

        

       그러니까, 도망가봐야 집 안이라는 소리다.

        

       “실비아? 클레어? 무슨 일이야?”

        

       방을 나와서 클레어를 쫓는 나를 보고, 앨리스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면 앨리스도 ‘푸핫!’하는 웃음소리를 낼 거고, 나는 곧 앨리스도 잡으려고 뛰어다녀야 할 테니까.

        

       “……적어도 전속력으로 뛰는 건 자제해주지 않겠어요? 아랫집에 피해를 주잖아요?”

        

       마침 부엌에서 요리하고 있던 샤를로트가 침착하게, 매우 왕녀다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해서, 클레어는 발끝을 들고 최선을 다해 속보하는 것으로 자세를 바꾸었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그나저나, 대체 뭐 때문에 저러는 걸까요?”

        

       나는 이번에도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대답 안 해도 언젠가는 들킬 텐데 뭐.

        

       그러니 일단은, 클레어를 잡는 데 최선을 다해야지.

        

       “언니, 잘못했다니까!”

        

       “미안하지만, 저는 아직 용서가 되지 않습니다!”

        

       특히 도망가면서도 그 상황 자체를 즐기는 거 말이야.

        

       제일 용서가 안 되는 건, 정작 쫓으면서도 이 상황이 웃긴다고 생각한 나 자신이었지만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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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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