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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7

       자꾸만 귓가에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

         

       “무슨 소리 안 들려?”

         

       이에 백우진이 조원들에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부정뿐.

         

       “전 아무것도 안 들려요.”

       “나도.”

       “나도 안 들리오.”

         

       그중 혈수마녀만이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본녀에게는 들리는구나.”

         

       백우진과 혈수마녀.

         

       두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

         

       “그렇다는 건….”

       “귀로 들리는 게 아니라 심상인 게지.”

         

       지금 들려오는 소리는 귀가 아닌, 심상으로 전해지는 것이라는 뜻.

         

       “한 번 가보죠.”

       “그래.”

         

       더더욱 수상해진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백우진.

         

       […….]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때마다 전해지는 소리의 크기가 조금씩 커진다.

         

       하나 그 뜻은 전해지지 않는다.

         

       명백히 속에 담긴 뜻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소리가 커졌음에도.

         

       ‘대체 무엇을 속삭이는 거지?’

         

       깊어지는 의문을 가슴에 고이 간직한 채 계속해서 나아가는 걸음.

         

       이윽고 풀 한 포기 자라나지 않은 불모지에 다다랐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했다.

         

       제 심상을 향해 끊임없이 속삭인, 당장 말라비틀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위태롭게 뻗어 있는 나무 한 그루를.

         

       “…….”

         

       사실 나무 한 그루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두께는 고작 그의 손가락 하나 정도에 불과했고, 높이는 그의 무릎에 겨우 닿아 있다.

         

       이파리는 하나도 없이 앙상하게 뻗은 나무…, 아니, 묘목.

         

       […….]

         

       그곳에서 연신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백우진은 고개를 돌려 옆에 나란히 선 혈수마녀를 향해 물었다.

         

       “누이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됩니까?”

       “뜻이 전혀 파악되지 않는구나.”

         

       이 묘목은 대체 무슨 말을 전하고 싶은 걸까.

         

       조그마한 단서라도 얻기 위해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

         

       ‘음…?’

         

       여전히 말뜻은 이해할 수 없다.

         

       다만, 눈앞의 묘목이 시시각각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기가 계속해서 빠져나가고 있어.’

         

       서늘해진 주변의 환경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죽어가는 묘목을 두고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그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엔 설수연이 한껏 안쓰러워하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저…, 영웅님. 저 묘목에게 성력을 나누어 줘도 괜찮을까요?”

         

       아, 그랬지.

         

       그녀는 작은 나무 한 그루조차 죽어가는 모습을 안쓰럽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살릴 수 있냐는 물음을 던지려던 그는 이내 입을 닫았다.

         

       ‘그녀에게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살릴 수 있을지, 없을지는 중요치 않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

         

       백우진은 옆으로 비켜 서서 그녀에게 길을 터주었다.

         

       “고마워요.”

         

       웃는 얼굴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그녀는 굳은 얼굴로 묘목을 향해 다가갔다.

         

       그녀에게도 보인다.

         

       묘목의 가지에서 뻗어 나온 생명력이 덧없이 흩어지고 있음을.

         

       ‘보통 묘목이 아니구나.’

         

       새어 나오는 생명력의 양이 평범한 나무와는 차원이 다르다.

         

       대체 이 묘목은 이만한 생명력을 언제부터 쏟아내고 있었을까.

         

       ‘이럴 때가 아니야.’

         

       퍼뜩 상념에서 깨어난 그녀는 곧장 정신을 집중했다.

         

       전생을 깨우친 그녀의 기운은 이세계에서 신성력이라 부르는 기운으로 전부 바뀌었다.

         

       그로 인해 여러모로 애를 먹는 중이었다.

         

       기운 자체는 무인들과 같이 단전에 머물러 있는데, 사용 방식은 이세계의 방식을 따라야만 했기에.

         

       여기서 오는 충돌을 이겨내느라 무던히도 애썼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

         

       그녀는 차분하게 성력을 움직여 손끝으로부터 묘목에게 천천히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본디 생명력이 빠져나갈 때는 신체 내부에 크나큰 결손이 생겨났을 때.

         

       묘목 또한 그와 다르지 않다면 안으로 스며든 성력이 결손된 부분을 치유하여 더 이상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줄 수 있으리라.

         

       성력히 흘러 들어가기 시작한 지 어느덧 일다경 정도 흘렀을 즈음.

         

       그녀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조금씩 치유되고 있어.’

         

       묘목으로부터 빠져나가는 생명력의 양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말인즉, 묘목 안에 결손된 부분이 치유되고 있다는 뜻.

         

       차도를 보이는 묘목을 향한 치유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즈음.

         

       백우진의 심상으로 전해지는 목소리에도 변화가 생겨났다.

         

       [……다.]

         

       뜻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소리로부터 미약하나마 의미가 전달되기 시작한 것.

         

       ‘죽어가고 있어서 뜻을 전달할 수 없었던 건가.’

         

       설수연의 선한 행동 덕분에 알아차린 사실에 안도하며 들려오는 의미에 집중한다.

         

       […는 …다.]

         

       묘목이 치유될수록 전해지는 글자의 수가 더욱 많아지기 시작했다.

         

       설수연의 생명력이 바닥까지 떨어졌을 즈음.

         

       묘목으로부터 줄기차게 뿜어져 나오던 생명력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백우진과 혈수마녀의 심상에 묘목이 전하고자 하는 온전한 의지가 들려왔다.

         

       [내 보물은 누구에게도 넘겨줄 수 없다.]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짙은 살기와 증오심.

         

       동시에 주변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쿠르르릉!

         

       땅이 갈라지고, 그 아래로부터 거대한 나무들이 자라나 주변을 가득 메운다.

         

       “꺄아아악!”

       “으헉…!”

       “이, 이게 뭐야!”

         

       그야말로 눈 깜빡할 사이.

         

       현경의 고수조차 미처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솟아난 묘목들이 하늘을 뒤덮는다.

         

       이윽고 찾아오는 어둠.

         

       사방으로 들려오던 조원들의 비명이 들려오지 않는단 걸 깨달았을 땐.

         

       이미 조원들 전부 어디론가 사라지고 난 뒤였다.

         

       백우진은 잔뜩 찡그린 얼굴로 주변을 바라보며 깨달았다.

         

       찾아 헤매면서도 존재 자체를 끊임없이 의심하던 수해(樹海)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음을.

         

         

       * * *

         

         

       바다처럼 넓고 웅장한 삼림.

         

       이곳은 수해라는 단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드넓고, 빽빽했다.

         

       길을 가로막는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기 위해 주먹을 내지른 백우진은 깨달았다.

         

       까앙!

         

       “평범한 숲은 아니구나.”

         

       가볍게 내지른 주먹은 나뭇가지를 부러뜨리지 못했다.

         

       마음이 가볍다고 하여 주먹 자체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낼 수 있는 전력에 비하면 한없이 미약하나, 이는 어지간한 강철에도 깊은 흔적을 남길 정도.

         

       그런 충격을 받고도 나뭇가지는 부러지지 않았다.

         

       “강철보다 단단한 나뭇가지라니.”

         

       세상에 그런 나무가 줄지어 늘어선 곳이 평범한 곳일 리가 없지 않은가.

         

       하는 수 없이 백우진은 고개를 숙여 나뭇가지를 피해 가는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조금만 더 힘을 준다면 부러뜨리는 거야 일도 아닐 테지만, 어딘가 꺼림칙한 기분이 든다.

         

       이곳 어딘가에서 숲의 주인이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지.

         

       “…완전히 미로나 다름없구만.”

         

       길고 굵은 나무와 나무 사이에 난 작은 길들.

         

       무수하게 뻗은 나뭇가지만큼이나 많은 길들은 백우진을 매 순간 시험에 들게 했다.

         

       어디로 가야 할까.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거기가 거기 같다.

         

       조원들의 기운을 찾기 위해 기감을 한층 넓게 퍼뜨려 보았지만.

         

       파앙!

         

       “……?”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이 일정 공간 이상으로 뻗어나가는 것을 굳건히 가로막고 있다.

         

       그야말로 고립된 것과 다름없는 상황.

         

       “…슬슬 열받네.”

         

       조원들의 생사를 알 수 없는 것도 열받는데, 길을 가로막는 것들은 왜 이리 많은지!

         

       ‘그냥 전부 다 잘라버려?’

         

       강철보다 단단한 나뭇가지.

         

       그보다 몇 곱절은 더 단단할 나무를 베는 것은 분명 어렵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나 적잖은 양의 내공을 소모해야 하는 것 또한 사실.

         

       언제 위협이 나타날지도 모르기에 백우진은 화를 꾹 누른 채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후우.”

         

       울창하게 가려진 나뭇잎 때문에 하늘이 가려져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도 가늠키 어려웠다.

         

       그저 몸에 쌓인 피로도를 통해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만 유추해낼 뿐.

         

       그러나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조원들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아마 멈출 수 없으리라.

         

       그렇게 한 방향을 타고 끊임없이 숲 안으로 깊숙한 걸음을 밀어 넣고 있을 때였다.

         

       슈와악!

         

       굵게 자라난 나무와 나무 사이로 무언가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들이닥쳤다.

         

       “……!”

         

       눈으로 쫓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의 빠르기.

         

       백우진은 차분하게 뒤로 물러서며 검을 뽑아 제 심장을 향해 날아드는 것을 막아냈다.

         

       카앙!

         

       쇠와 쇠가 부딪칠 때 나는 날카로운 소음이 숲에 울려 퍼진다.

         

       백우진은 제 검에 닿은 물체를 내려다보며 눈을 부릅떴다.

         

       “…나뭇가지?”

         

       그것은 분명 나뭇가지였다.

         

       이를 확인한 시선이 나뭇가지가 날아든 방향으로 향한다.

         

       아니나 다를까.

         

       날아든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눈에 보이는 길이만 무려 오 장이 넘는다.

         

       ‘대체 얼마나 긴 거야, 이거.’

         

       물론 지금 중요한 것은 나뭇가지의 길이 따위가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제게 내려온 동아줄.

         

       백우진은 곧장 나뭇가지가 길게 뻗어 있는 방향을 거슬러 올라갔다.

         

       그곳이라면 뭐가 됐든 범상치 않은 것이 존재할 테니.

         

       그렇게 나아간 길이만 무려 이십여 장.

         

       백우진은 마침내 한 그루 나무의 앞에 다다랐다.

         

       주변에 아무렇게나 자라난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듯, 세 사람이 동시에 끌어안아도 다 품지 못할 어마어마한 두께를 자랑하는 괴물 같은 나무.

         

       그 한가운데에 묘한 것이 양각되어 있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기울여 깎아낸 듯 또렷한 이목구비와 갸름한 얼굴.

         

       “…내 얼굴이잖아.”

         

       색만 다를 뿐, 나무에 양각된 얼굴은 분명 백우진의 얼굴과 똑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나무 속에서 튀어나올 것처럼 생동감 있는 얼굴이 입을 연다.

         

       [나를…, 꺾어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P.s 후원 감사의 말씀

    PIA1619207233247 님!

    후원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쓰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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