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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7

       

        

        

        

        

        

        

        

        

       “…무서울 정도로 빠르군. 이 연구소는 마지막 교전 구역이었던 벙커로부터 최소 80km 이상 떨어져있는 외딴 지역일텐데.”

        

       “묫자리가 이런 곳이라 안타까우신지?”

        

       “성질이 급하-”

        

        

        

        콰앙!

        

        아르테미스 고위 요원의 머리 옆을 스쳐지나가는 두꺼운 탄환. 그와 거의 동시에, 그러나 한 발짝 늦게 소리가 도달했다. 한쪽 귀의 3cm 옆을 간신히 스친 탄환. 이명이 생길 정도의 소음이었다 – 유진이 오른손으로 총을 들어 경고사격을 가한 것이었다.

        

        목울대가 움직인다. 침을 삼킨 것이었다. 그 순간 고위 요원은 자신의 앞에 있는 그 누구도 대화를 나눌 생각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총알의 파괴력만큼이나 섬뜩한 살기가, 그리고 푸른 눈동자의 세로 동공이 그를 서늘하게 훑고 있는 것이었다.

        

        냉담한 어조의 말이 이어졌다.

        

        

        

       “당신과 대화를 하러 온 게 아니라는 걸 굳이 여기서 인지시켜야만 하나요?”

        

       “….”

        

        

        

        적은 한쪽 팔이 없었다. 아르테미스를 배신하고 도망친 기체 역시도 마찬가지.

        

        그러나 그딴 건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저 기이한 고요함은 무엇이란 말인가. 당장이라도 손가락을 움직여 정장의 형태로 존재하는 나노머신을 엑소스켈레톤으로 변형시키라는 마음 속 외침이 머리를 강렬히 울렸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보다도 전에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나가겠지.

        

        그리하여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단 한 가지밖에 없었다.

        

        

        

       “…엡실론을 따라온건가? 원한다면 주겠다. 아직 포맷도 하지 않은 상태지.”

        

       “당신을 이 자리에서 죽이고 가져가면 그만인데, 그런 제안을 하는 이유는?”

        

       “코핀과 직결된 노트북이 보이지 않나? 경시하기엔 힘들 텐데.”

        

        

        

        과연, 저것 하나로 딜을 걸려고 시도하고 있나.

        

        반쯤 어처구니가 나간 유진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흥미로운 시사점은 있었다 – 아르테미스 고위 요원으로 보이는 해당 인물은 유진이 스스로의 목숨보다 엡실론을 더 가치있게 여긴다는 사실을 진즉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 특히 그러했다.

        

        그러나 큰 상관은 없었다. 아예 노트북에 총을 쏴버리지 않는 이상, 혹은 설령 그럴지라도 이카루스 기어는 충분히 해당 노트북 이상의 기능을 할 수 있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유진의 아바타가 착용 중인 다운그레이드 이카루스 기어 혹은 진이 접근해서 액세스하면 되었다.

        

        그 후에는 다운그레이드 기기 혹은 진을 경유한 대거 팀의 이카루스 기어가 노트북의 역할을 자동으로 대신할 예정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끝났을 즈음, 그가 재차 입을 열었다.

        

        다른 생각을 하느라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던 침묵을 긍정의 의사로 알아들은 것이었다.

        

        

        

       “총기를 버리게. 노트북을 어떻게 작동시켜야만 하는지를 알려주지. 어차피 귀관이 무장을 해제하더라도 감마 타입이 나를 지켜보고 있지 않겠나. 정장밖에 입지 않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으니.”

        

       “목적은?”

        

       “스스로를 건사하는 것 이외에 무엇이 있겠나?”

        

        

        

        역시나인가.

        

        그리하여 유진은 무기를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놓았고, 진은 그다지 크지도 않지만 작지도 않은 방의 가장자리로 이동하여 고위 인력에게 플라즈마 캐논을 겨누었다. 허튼 짓을 하게 되면 즉각 증발시키겠다는 의사였다.

        

        조금은 기묘한 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는 방의 정가운데에 고위 요원이 서있었고, 유진은 총기를 내려놓은 채 노트북을 향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가 한 말 중 틀린 말은 없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수많은 명령어가 화면을 가득 채운 채 아무런 것도 진행된 게 없는 상태.

        

        그 즈음 고위 요원이 무언가를 던졌다.

        

        USB였다.

        

        

        

       “꽂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네.”

        

        

        

        물론 유진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USB를 받아들고, 그것을 꽂는 척하면서 다운그레이드 이카루스 기어를 통해 노트북 네트워크에 접근했다. 오로지 그녀만이 볼 수 있는 홀로그램 문구가 떠올랐다. 대거 팀의 오리지널 기어가 노트북을 순식간에 장악했음을 알리고 있었다.

        

        해당 행위가 불필요한 걸 알면서도 고위 요원의 요청 아닌 요청을 받아들인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허튼 수작조차 못하도록 깔끔하게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그 와중 고위 요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동하지 마십시오.”

        

       “해당 위치에서는 노트북의 진행 상황이 보이지 않네. 감마 타입, 귀관도 엡실론을 데리러 온 것이 아닌가? 협조를 부탁하지.”

        

        

        

        속이 뻔히 보이는 헛수작.

        

        아르테미스 고위급 요원은 유진과 감마 타입을 잇는 일직선상의 정가운데에 정확히 들어갔다 – 요컨대 유사시 플라즈마 캐논을 사격할 시 노트북 혹은 아키타입이 후폭풍을 얻어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위치로 이동했음을 의미했다.

        

        요컨대 다시 말하자면, 그는 애초부터 엡실론과 동귀어진하거나, 혹은 그녀를 빌미로 해당 상황을 타파할 생각밖에 없는 것이었다 – 그리고 유진은 그런 상황을 정확히 읽고 역이용할 예정이었으며, 그렇기에 진은 고위급 요원이 멋대로 움직이고 있음에도 말로만 제지를 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수 초나 지났을까, 고위 요원이 뒤를 돈 채 노트북 화면만을 바라보고 있던 유진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비정상적으로 빠른 속도.

        

        검은 정장이 꾸물거리며 변형되기 시작했다. 프로토타입 메카 유진을 개발할 때 얻었던 나노머신 데이터가 정장에도 적용이 된 것이었고, 이내 그것은 검은 프레임을 형성하더니 등에 박혀있는 동력원과 연결되었다.

        

        한 눈에 보아도 일반적인 아르테미스의 보병이 착용한 것보다도 세련된 형태의 엑소스켈레톤. 그것도 모자라 팔뚝에서부터 뻗어난 길다란 맨티스 블레이드가 유진을 노렸다. 애초부터 팔부터 인간의 것이 아니란 소리였다.

        

        어떻게 보면 믿는 구석이 하나는 있었단 소리였다.

        

        그러나,

        

        

        

       “속내를 모르는 사람들은 대놓고 꿍꿍이를 꾸며서 좋단 말이죠.”

        

        

        

        향상된 동체시력으로도 보기 힘들 정도의 무시무시한 속도로 고개를 돌린 유진이 덧붙였다.

        

        무언가 잘못되었단 점을 깨닫기도 전, 그녀가 열려있던 다용도 파우치에서 두꺼운 도끼를 오른팔로 꺼냈다. 그러나 그 크기가 심상치 않았다. 손잡이가 여러 번 접혀있던 도끼가 펴지더니 날에서부터 푸르스름한 빛이 타올랐다. 물론 당연하게도 대거 팀이 건네준 것이었다.

        

        다음 순간 고위 요원의 오른쪽 팔이 잘려 허공을 날았다. 붉은 피 대신 반투명한 기름이 솟아올랐다. 맨티스 블레이드의 합금 날까지 통째로 절단되었단 사실은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보이지도 않다니…!’

        

        

        

        그러나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인식조차 불가능한 스피드로 이어진 발차기가 상체를 강타한 순간 6클래스 방탄복에 준하는 강도를 지닌 몸뚱이가 마치 자동차에라도 치인 것마냥 으깨졌고, 고위 요원은 허공으로 날아오르듯 튕겨져 나갔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신형이 벽면에 부딪혔다. 그러나 지면으로 떨어지기엔 그는 최소 3m 이상을 떠올라 벽에 부딪힌 상태였고, 유진은 그 즈음 이미 지면을 박차 가속 중이었다. 오른손에 들린 이카루스-토마호크가 섬뜩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바닥으로 쿵 떨어진 순간 눈 앞에 보이는 인영.

        

        유진이 입을 열었다.

        

        

        

       “남을 포맷한다는 이야기는 잘만 하면서, 정작 본인도 사이보그로군요. 이런 아이러니가 다 있나.”

        

       “….”

        

       “더 이상 할 말은 없으리라 믿지요.”

        

       “자, 잠깐! 다른 아르테미스 고위급 인원들의 위치를 말하겠-으극…!”

        

        

        

        으지직!

        

        왼팔을 마저 자른 유진이 도끼를 꼬리로 든 뒤, 오른팔을 뻗어 목을 졸랐다. 연약한 인간의 살점이 아닌 두꺼운 고무로 코팅된 피부와 케이블이 심어진 척추조차 사정없이 짓이겨졌다. 언뜻 작아보이는 손으로 전부 쥘 수 없을 정도의 목이 점차 축소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손으로 만들어낸 원의 직경이 좁아진다. 마치 오렌지라도 쥐고 있었던 손이 몇 초 안에 골프공을 쥐고 있는 것마냥 압축되고, 그것도 모자라 뚜둑 하는 소리와 함께 엄지와 검지를 맞잡고 비틀자 황금빛 폴리곤 덩어리가 바닥을 굴렀다.

        

        물론 그것이 뭔지 모르는 사람은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거무튀튀한 오일 섞인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액체가 분수처럼 솟구치고, 그녀는 그제야 숨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

        

        

        

       “개인 감정을 좀 많이 섞어버렸군요.”

        

       “…다음부터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아키타입.”

        

       “그래주겠어요?”

        

        

        

        유진은 그제서야 숨을 몰아쉬며 그 자리에 앉아 숨을 골랐고, 열린 벽면 너머로 주변을 싸그리 밀어버린 대거 팀이 달려오는 것을 확인했다.

        

        그 누구보다도 방 안으로 빨리 돌입한 로렌티나와 로건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현실에서 페이탈리티를 하네, 이 미친 놈.”

        

       “아까 준 무기는 실로 알차게도 써먹었군요. 고생했어요.”

        

       “하하….”

        

        

        

        그리하여 옮겨가는 시선.

        

        아직 안정화가 되지 않은 코핀이 눈에 들어왔다. 당연하겠지만 예상 시간은 한참이나 남은 시점이었고. 확실한 건 발현자 세 명이 모였을 때 간신히 들어 옮길 수 있거나, 혹은 그것보다도 무거울 예정이었다.

        

        주변을 한참 둘러보던 로렌티나가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 와서 총이 아니라 힘을 쓰게 될 줄은 몰랐군요.”

        

       “하아…벙커로 헬기 부를 테니, 무장 열차에 실을 수 있으면 실어보자고.”

        

       “….”

        

        

        

        다들 항상 고맙고 미안해요.

        

        비밀 통신을 열어 대거 팀에게 그리 덧붙인 유진이 난처한 표정을 짓는 것을 끝으로, 역사상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미친 짓이 시작되었다.

        

        무장열차가 있는 플랫폼과 연결된 적하장까지 이어진 컨베이어 벨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30초 전이었다.

        

        

        

        

        

        

        

        

        

        

        

        

        

        

        

       ───!

        

        

        

       “오밤중에 기지가 난리가 났군요.”

        

       “공중전화 부스의 3배만한 물건을 새벽 댓바람부터 가져왔는데 그럴 수밖에.”

        

        

        

        그 말대로였다.

        

        주변은 말 그대로 소음의 폭풍이자 근원이었다. 헬리콥터가 한 대가 공중전화 부스 3개 가량을 붙여 만든 듯한 거대한 크기의 박스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있었고, 그 아래에는 새벽에 느닷없이 깬 공병이 이런저런 중장비를 동원하여 대거 팀 건물 옆에 새로운 건물을 짓는 중이었다.

        

        물론 그리 말하는 현 시각은 새벽 3시였다. 죄책감이 좀 들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다. 새벽 2시 40분 즈음에 강제로 기상한 아론 준장이 작전 진행 및 결과와 관련된 사항을 듣자마자 공병대가 주둔하는 숙소에 비상을 걸어버린 것이었다.

        

        그리하여 똥 씹은 표정으로 불려나온 이들은 대거 팀과 협업한 내가 2호기를 수복 코핀째로 잡아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눈을 화등잔만하게 떴고, 이내 대거 팀이 짠 설계도대로 오밤중에 열심히 공사를 하고 있었다.

        

        역시 이카루스 기어는 치트키야.

        

        

        

       “저걸 들고 옮기려고 했으니 원.”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었죠.”

        

       “그건 그렇고, 유진 씨는 컬렉터 기질도 있으셨던 건가요? 하나도 아니고 둘이라니…이왕 이렇게 된 거 저도 한 마리 분양받으면 안 될으아아앙-!”

        

       “오자마자 하는 게 뭔 요상한 소리예요.”

        

        

        

        하여간 비얌은 사족을 못 쓴다니까, 다이스는.

        

        근래 시간이 날 때 간혹 SNS에 들어가본 적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아예 노란색 볼파이톤을 새로 키우고 있더라. 좀 작은 친구를 분양받았다고는 하는데 나중에 가면 1.5미터가 된다고 한다. 도대체 비얌이 뭐가 그리 좋다고 애완동물로 키우기까지 하는지.

        

        아무튼 그렇게 다이스의 헛소리를 흘려들은 뒤 천천히 하강하는 코핀을 확인했다. 이미 다져진 땅 위로 조심스럽게 놓여진 그것을 둘러싸듯 수많은 조립식 건물 자재들이 덮었다. 기술력 자체가 현실보다 진보된 상태라 그런지 속도가 무지막지했다.

        

        대거 팀은 작전이 끝나자마자 건물 안으로 들어가 씻고 숙면을 취했고, 그 덕분인지 시간 가속이 시작되었다. 마치 필름이 끊기듯 컷신이 시작되더니 단장과의 이런저런 대화가 이어지고, 그 이후 시간은 오전 11시 즈음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아쉽다면 아쉽게도, 주변에 다이스와 하모니를 위시한 이들이 계속해서 있었지만 코핀이 있는 건물로 출입할 수 있는 건 나와 진 뿐이었다.

        

        

        

       “그래서, 이제 기껏 지은 건물 박살나고 메카 유진 2호기가 튀어나오는 거 막을 준비하면 되는 거죠?”

        

       “재수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끄악!”

        

        

        

        물론 꼬리로 꽁!을 한 건 이번에는 내가 아니라 진이었다.

        

        머리를 감싸쥐는 카토를 뒤로 한 채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실로 단촐했다. 크기는 대략 40평 정도일까. 뽀글대는 코핀 내부에서 죽은 듯이 잠들어있는 레인이 보였다. 전력은 대거 팀이 쓰는 건물과 연결되어있었기에 건설 과정에서 자동으로 연결된 상태였고.

        

        앞으로 이런 곳에서 지내면 너무 삭막하지 않나 싶었지만, 사실상 저쪽에 있는 내 기어 박스도 여기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의 시궁창이었기에 – 침대가 몇 개 있다는 점만 달랐다 – 그러려니 했다. 나중에 정 그러면 가구라도 가져다주지 뭐.

        

        하여간, 쓸데없이 방황하던 둘째가 드디어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진작 넘겨받은 코핀 통제 권한을 확인하며 입을 열였다.

        

        

        

       “보아하니 나노머신으로 신체를 수복하는 형태인 것 같으니, 이따 진도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되겠어요.”

        

       “실로 좋은 생각입니다.”

        

       “말 안 듣는 둘째 잘 봐줄 수 있죠?”

        

       “그렇다면 인간의 기준으로는 제가 ‘언니’가 되는 거군요.”

        

        

        

        얘가 또 뭔 이상한 소리를 하려고.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진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코핀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원래는 두 손을 맞잡으려고 했던 것 같지만 지금 진은 한쪽 팔이 없었다 – 물론 나는 다시 활성화된 치료 기능을 사용한 뒤 재접속하니까 왼팔이 생겨있었다. 이런 점은 실로 다행이었다.

        

        

        

       “엄…밀하게 따지면 그렇긴 하겠죠?”

        

       “매우 기대됩니다.”

        

        

        

        어련하시겠어.

        

        그리하여 완전히 수복이 완료되었다는 내용을 무시한 채, 스크롤을 내려 활성화 기능을 눌렀다.

        

        그리고 그 순간,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내부의 액체가 코핀 안쪽의 다른 구역에 보관되더니 이윽고 전투 과정 중 입었던 손상으로 인해 생긴 폐기물 – 총알 파편이나 뭐 그런 것들 – 이 한쪽으로 와르르 쏟아졌다.

        

        

        코핀 상부에 달린 붉은 LED가 녹색으로 점멸하며 문이 열렸다.

        

        온 몸에 묻은 물기가 채 마르기도 전, 진과 실로 비슷하게 생긴 푸른 눈동자가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주변을 살폈다. 과연 저 입에서 무슨 말이 먼저 나올지가 우리들에게 있어 가장 거대한 관심사이기도 했다. 뭔가 심각하게 꼬였다면 지금 여기서 처리해야 할 테니까.

        

        그러나 그 눈동자가 이쪽을 바라본 순간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이 되었고, 나와 진은 그것만으로도 어젯밤 벌어졌던 모든 작전이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입이 열렸다.

        

        

        

       “전향하라고 몇 번이고 말해도 갈팡질팡만 하니, 직접 데려올 수밖에-우왁!”

        

        

        

        그러나 저쪽이 달려드는 게 먼저였다.

        

        진이 황급히 플라즈마 캐논을 치켜들었으며, 한순간 나 역시도 당황했지만, 몇 발자국 정도 뒤로 밀어붙여진 후에야 나는 그것이 무슨 행동인지를 알게 되었다.

        

        레인이 날 꽉 끌어안고 있었다.

        

        한숨을 뱉으며 입을 열었다.

        

        

        

       “집나간 둘째 데려오기 한 번 힘드네요, 참.”

        

        

        

        과연 나를 극한까지 닮은 로봇이라면 울 수도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오늘 어쩌면 그 해답을 알 것만도 같았다.

        

        아직 나노머신 내부의 액체가 몸에 묻어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축축하게 젖어가는 상의를 뒤로 한 채, 나는 어쩌다보니 추후 메카 유진을 두 대나 떠안게 될 대거 팀에게 무어라 변명을 해야만 할지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은 실로 요지경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냥 연재하는 게 깔끔할 것 같아서 올립니다

    화요일부터는 다시 정상연재로..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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