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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7

   갑작스러운 괴존의 등장.

   신이 현현된 고대 괴물의 등장에 크라슈는 아서와 함께 어쩔 수 없이 후퇴해야만 했다.

     

   쿠궁!

     

   어느새 쏟아지기 시작한 낙뢰와 비속.

   그곳을 뚫고 지나간 아서와 크라슈는 인근의 빈집에 우선 몸을 숨겼다.

     

   원래라면 최대한 더 도망쳐 보겠으나.

   크라슈의 가슴에서 쏟아지는 핏물의 양이 심상치 않았던 탓이다.

     

   “크라슈, 괜찮아?”

   “……그래.”

     

   피를 너무 쏟은 탓인지 크라슈는 새하얗게 물든 얼굴로 대답했다.

   누가 봐도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 크라슈를 보며 아서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기다려 봐. 응급처치라도 해줄 테니까.”

     

   아서는 크라슈를 바닥에 눕혀주곤 서둘러 옷을 찢었다.

   그리고 곧 아서의 눈이 한차례 떨렸다.

     

   크라슈의 가슴팍에는 진하게 검상이 새겨져 있었다.

     

   지금껏 본인을 포함해 수많은 검상을 봐온 아서다.

   본래라면 이 정도 상처 정도는 약물로 치료된다고, 쉽게 넘기겠지만.

     

   문제는 괴존이 남긴 검상이라는 것이다.

     

   ‘상처가 전혀 재생되고 있지 않아.’

     

   아서의 얼굴이 굳은 이유.

   그것은 바로 상처의 재생 유무였다.

     

   크라슈는 용왕족의 육체가 부여 되어 있다.

   게다가 최근 크림슨가든과 마황, 아서의 도움으로 새로운 육체를 완성 시켰다.

     

   즉, 본래 인간의 재생력보다 훨씬 뛰어난 게 정상이다.

     

   하물며 크라슈는 육체 재생이나 회복과 관련된 스킬을 몇 개나 훔쳤다.

   그러나 지금 크라슈의 상처는 전혀 회복 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상처가 자신이 베인 것조차 모르는 듯.

   계속해서 피를 생성시키며 쏟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괴존의 검술.’

     

   괴존은 인외의 검술을 다룬다.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망령에 불과하지만.

     

   과거 괴존에게 검상을 입은 자들은 본인이 목이 베여 죽었다는 것조차 인식 못 한 채.

   머리가 없는 채로도 몸과 다리가 아무렇지 않게 움직일 지경이었다.

     

   이를 보고, 사람들은 그가 이상한 사술을 부린다고 하여 많은 이들이 달라붙어 괴존의 사술을 알아내려 했으나.

   결국 모두가 내린 결론은 같았다.

     

   저건 검술이다.

   사람의 인식을 넘어 자연 그 자체를 베어 버리기에 인간의 눈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 뿐.

     

   괴존은 분명 검술을 다루고 있었다.

     

   그런 지금.

   괴존의 검술에 크라슈가 베였다.

     

   아서는 주머니를 뒤져 갖은 약품들을 크라슈의 상처에 부었다.

     

   그러나 피가 조금 멎을 뿐.

   근본적인 상처는 돌아올 생각 자체를 안 했다.

     

   아서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런 걸로는 회복되지 않는다.

     

   ‘분명 회복시킬 방법은 있어.’

     

   그를 회복 시킬 단 하나의 방법.

   그게 떠오르긴 했지만, 그녀는 섣부르게 행하지 못하고, 손을 떨었다.

     

   비로 젖은 그녀의 금발 머리카락 사이로 물방울이 떨어지는 순간.

   크라슈가 손을 들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아서.”

     

   크라슈와 눈이 마주친 아서가 움찔거렸다.

     

   “넌 알잖아. 이런 종류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지.”

   “그렇지만.”

   “괜찮아. 익숙하니까.”

     

   아서가 마음이 아릿했다.

     

   이런 게 익숙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는 이런 것들이 너무나 익숙한 듯 대한다.

     

   그리고 아서는 크라슈가 이런 사람이 된 데 자신의 영향이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이 새삼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알았어.”

     

   결국 아서는 결단을 내리며 검을 들었다.

     

   “입술 꽉 깨물어.”

   “오냐.”

     

   크라슈의 대답을 들은 순간 아서가 검을 뽑아 들었다.

     

   츠츠츠츠츠츳!

     

   아서의 검 주위로 기류가 타며 힘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과거, 크라슈가 성검을 소모한 이후.

   현재 아서가 사용하고 있는 검은 또 다른 10대 천검 중 하나.

     

   백야(白夜).

   기묘하게도 사시사철 항상 태양과 마주 보고 있는 땅 위에서 태양 빛을 가장 짙게 머금은 검이다.

     

   이는 성검만큼이나 아서에게 굉장히 잘 맞는 검이기도 했다.

     

   수없이 회귀를 반복하더라도 딱 하나 변하지 않는 것.

   해는 늘 하늘 위로 밤을 누른 채 떠오른다.

     

   그런 깨달음 속에서 완성해 낸 아서의 비기.

     

   일천금계(日天金界)

     

   아서의 눈동자가 태양 빛을 연상케 하는 황금으로 물들어 갔다.

   그리고 그녀의 백야가 아서의 일천금계에 반응하며 검날을 달아올랐다.

     

   괴존이 남긴 상처를 치료할 방법은 딱 하나.

   괴존이 남긴 상처보다 더한 상처를 남기는 것.

     

   그래야만 육체는 비로소 자신이 상처 입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회복에 들어간다.

     

   ‘나도 더뎌졌어.’

     

   예전이었다면 아서도 처음부터 이 수를 꺼냈을 것이다.

   크라슈를 제 손으로 상처 입히는 것이라고는 하나 그를 치료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이 먼저였으니까.

     

   지난 회차, 크라슈에게 받을 증오를 감내하면서 그를 저주받이로 데려 다닌 것 또한.

   이 모든 것들이 그를 위함이라는 변명을 끊임없이 일삼았던 자신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크라슈가 기어코 세계를 다음으로 이어가기 시작한 순간.

   어렴풋이 깨닫고 만 것이다.

     

   ‘난 지금 두려운 거야.’

     

   크라슈에게 질타 받고, 미움받는다.

     

   이 모든 것들은 본디 회귀하면 사라질 것이었으나.

   이제는 그런 미움이 영원히 한 세계에 고정된 채 이어질 테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크라슈를 피했다.

     

   이제는 그에게 사랑받는 것보다 미움받는 것에 관해 더 잘 아는 아서였다.

     

   모르겠다.

   자신은 더는 크라슈에게 사랑 받는 방법을 모르겠다.

     

   두려웠다.

   크라슈에게 미움 받는 순간 그 미움이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란 게 두려웠다.

     

   회귀가 없는 자신은 이토록 나약하고, 하찮은 인간이다.

     

   그 사실을 아서는 새삼 깨닫고 말았다.

     

   그러니 지금도 망설이고 있다.

     

   그에게 결국 참아왔던 마음을 드러내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크라슈에게 미움 받게 될 모든 일들이 두려웠다.

     

   “멍, 청아.”

     

   어느샌가 크라슈가 희미하게 뜬 눈으로 아서를 직시했다.

     

   “난 미워할 놈은 진작 다 미워했어.”

     

   크라슈도 한때 아서가 미웠다.

   전 회차의 아서가 미련해 보였고, 답답했으며 화를 토해냈다.

     

   하지만 사람은 변한다.

     

   시간이 흘러 사건의 이유와 모든 것들을 알게 되고, 점차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아가다 보면.

   지난날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날이 온다.

     

   이것은 회귀자기에 가질 수 있는 삶이 아니다.

   회귀가 아닌 제대로 된 하나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 이기에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크라슈는 이렇게 살아왔다.

   그러니 지난 아서의 삶을 되돌아 보고, 그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와서 내가 널 더 미워할 건 남아 있지도 않아.”

     

   아서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애써 울음을 참듯 입술을 짓누른 채 백야를 꽉 틀어쥐었다.

     

   오랜만에 새삼 알게 된다.

   자신이 왜 그토록 이 남자를 사랑했는지.

   왜 회귀를 거듭하면서도 크라슈를 잊을 수 없었는지.

     

   이런 사람이었으니까.

     

   “응, 알고 있어.”

     

   혼자 두려워했을 뿐.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들이다.

     

   그렇기에 아서는 크라슈에게 검을 내려그었다.

     

   백야에서 흘러나온 태양의 빛이 크라슈의 가슴에 남겨진 괴존의 상처를 찢어냈다.

   그러자 곧바로 크라슈의 스킬들이 제힘을 발휘하며 회복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아서는 이를 살피곤 서둘러 회복을 도와줄 약품을 꺼내 뿌렸다.

     

   잠시 후, 크라슈의 숨소리가 점차 균일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몸에서 나는 열기와 식은땀이 그의 몸이 차츰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다행히 신들은 크라슈와 아서를 쫓지 않고 있었다.

   적어도 그들 또한 오늘 맞부딪치고 짐작했을 것이다.

     

   괴존 정도 되는 이가 나서지 않고서야 크라슈를 쉽사리 꺾을 수는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는 크라슈도 마찬가지다.

   괴존을 꺾지 않는 이상, 신들을 막을 수 없다.

     

   이는 크라슈에게 주어진 새로운 난관이었다.

     

   겨우 몸이 회복된 이후, 크라슈는 눈을 찡그렸다.

     

   ‘괴존에게 한 번, 공격을 당할 때마다 이렇게 해야 치료가 가능하다라.’

     

   이건 어찌 해결할 방법은 있다.

     

   처음 당해 봤기에 대처가 늦었을 뿐.

   이그니스를 이용해 스스로를 태워내면 상처는 어떻게든 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이를 전투 중에 행해야 한다는 점과 더불어.

     

   ‘괴존의 검.’

     

   크라슈의 제 육감과 거기서 파생된 벽력조차 따라가지 못했던 괴존의 검.

   인지를 넘어서 따라갈 수 없는 그의 검은 크라슈에게도 벽을 느끼게 했다.

     

   본래라면 어떻게든 출력으로 밀어붙여 크라슈도 해결해 보고자 했다.

   그러나 문제는 크라슈의 장기인 출력도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괴존에게는 전쟁의 신이 현현한 상태니까.’

     

   괴존의 육체에 깃든 전쟁의 신은 최상위 신답게 터무니없는 신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이는 단순 출력 면에서도 크라슈가 괴존을 쉽사리 압도할 수 없는 이유기도 했다.

     

   ‘지금으로서 내가 순수한 출력만으로 그를 쓰러트리려면.’

     

   당시, 아벨라를 베어 내기 위해 도달했던 신의 영역.

   크라슈가 온갖 반칙적인 수단들을 이용해 도달했던 그 영역이 아니고서야 괴존을 쓰러트릴 수 없다.

     

   그렇지만 괴존을 제외한 모든 스킬을 신기로 치환한다 한들.

   도달할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가 없다.

     

   그때는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쏟아부은 끝에 도달할 수 있었으니까.

     

   ‘썩을.’

     

   크라슈가 입술을 짓이겼다.

     

   신들과의 전쟁이 쉬울 거라고는 생각 안 했지만, 상상 이상의 변수가 나타나고 말았다.

   아무리 괴존을 피해 다닌다고 하더라도 그가 앞으로 일으킬 사건들의 크기를 생각하면 방치할 수 없다.

     

   괴존은 반드시 쓰러트려야 한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크라슈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딱 하나.

     

   이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었다.

     

   크라슈는 지금으로서는 괴존을 쓰러트릴 수 없다.

   그를 쓰러트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두 가지.

     

   ‘지금보다 더 많은 신기와.’

     

   괴존과 맞설 수 있는 순수한 검술.

     

   두 가지를 연상한 크라슈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신기는 신들을 잡아낸다면 분명 방법이 있다.

   적어도 현현한 전쟁의 신에게 대적할 만한 양의 신기는 모아낼 자신이 있다.

     

   그렇다면 검술은…….

     

   “아서.”

   “크라슈, 이제 좀 괜찮아?”

     

   부름을 들은 아서가 화색을 보이며 묻자, 크라슈는 상체를 일으켜 벽에 등을 기대었다.

     

   “검존을 만나러 가야 할 거 같다.”

     

   세계 최강의 검.

   그의 도움이 동시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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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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