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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8

       까놓고 말해서, 만약 내가 몸을 선택할 수만 있었다면 ‘잘생긴 남자’의 몸을 선택했을 것이다.

        

       게임에서 여자 캐릭터를 자주 골라서 하긴 했지만, 그건 여자가 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내가 플레이하는 화면에 굳이 남자 캐릭터가 표시되는 걸 늘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잘생긴 남자의 몸을 택했을 거라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도 그냥 인기 있는 남자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인터넷에 종종 나오는 ‘잘생긴 남자 카톡 상황’ 같은 거 나도 당해보고 싶었다고.

        

       물론 지금 내가 가진 몸은 잘생긴 남자의 몸이 아닌 예쁜 여자의 몸이었지만.

        

       어느 한쪽으로 못난 것도 아니고, 얼굴로 예쁘고 머릿결도 좋은 데다 몸매까지 최상위권이다.

        

       이건 내가 자뻑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나름대로 객관적인 근거가 있다.

        

       첫째로, 내가 올린 ‘제로투’ 영상은 하루가 지나지 않아 바로 노란 딱지가 붙었다.

        

       저작권 문제가 없는 영상이었으니 당연히 선정성이 문제였다.

        

       나는 분명 옷을 제대로 껴입고 있었는데.

        

       그래, 뭐, 이 사이트는 AI로 그런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니 사실상 무고라고 봐도 될 것이다. 내 춤 영상은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조금 그래도 중고등학생들이 보는 것은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몸도 그렇게까지 유연하지 않았잖아? 따지자면 그냥 지방 덩어리가 무식하게 흔들리고 있었을 뿐이라고.

        

       나라도 좋아했을 것 같긴 하다만.

        

       두 번째 근거는, 이 노딱 먹은 영상의 인기가 아주 좋다는 것이다.

        

       덩달아 이 영상 앞뒤로 올린 영상들의 조회수도 폭발적으로 치솟고 있을 정도였으니 그 효과 하나는 확실했다.

        

       ……혹시 나는 모르는 사람들의 무의식 같은 것이 있는 걸까? 옷은 다 입고 춘 춤인데도 어딘가 심하게 야하게 보인다던가.

        

       아니, 내가 봐도 야하긴 하지만. 샤를로트가 미아 눈을 가렸을 만큼.

        

       지난번에 우리가 올린 브이로그도 꽤 조회수가 많이 나왔고, 나는 볼 때마다 이를 바득바득 가는 ‘으꺅 리믹스’ 같은 것도 조회수는 훌륭하게 나왔지만, 이번 것은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심지어 한국어가 아닌 댓글도 보일 정도였으니까.

        

       “실비아, 인기 좋네.”

        

       앨리스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역시 너는 세계적으로 놀아야 하는 모양이야.”

        

       “……영어 코멘트의 절반 이상이 성희롱입니다만.”

        

       “……그건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내 말에 앨리스가 시선을 슬쩍 피하며 말했다.

        

       우리 외모는 영락없는 서양인이었지만, 방송 내용도 한국어였고, 우리도 이미 방송에서 한국인 인증을 한 적이 있었다. 지난번에 운전면허를 취득한 뒤에는 그 면허 땄다는 것도 인증했었다.

        

       사실 아직도 우리가 주민센터 같은 곳을 갈 때마다 공무원들이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지어 보이곤 했지만, 슬슬 정착하기 시작한 방송 시청자들 대부분은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적응도 할 만큼 했다.

        

       그리고 역으로 그게 외국인들에겐 ‘신비하게’ 여겨진 모양이다.

        

       자기네들이 전혀 모르는 말로 방송하는 미녀들이라는 분위기일까.

        

       게다가 발육 때문에, 그리고 이쪽에서는 성인 취급을 받기에 종종 잊었지만, 나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아직 실질적으로는 ‘십 대’였다.

        

       그것도 십 대 중반.

        

       서양 사람들이 보기에는 우리 얼굴이 확실히 어려 보이는데, 성인이라는 인증까지 했다니 조금씩 유명해지는 모양이다.

        

       요즘에는 해외 사이트에서 영어로 활동하는 한국인도 많은 모양이니까.

        

       기쁜 일이다.

        

       우리가 저쪽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유명해져야 했으니, 기뻐해야 할 일이었지만…….

        

       “왜 저는 하나도 기쁘지 않은 걸까요.”

        

       내가 한탄하듯 말하자 앨리스는 쓰게 웃었다.

        

       *

        

       요즘에는 의외로 광고 메일도 날아왔지만, 이쪽은 거의 거절하고 있었다. 어차피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으니 굳이 광고를 받아 스트레스받아가며 기획을 짤 필요는 없었다.

        

       편집 같은 거야 우리끼리 돌아가면서 했고, 방송 관리도 다섯 명이 달라붙으면 그럭저럭 돌아갔다.

        

       말하자면 가내수공업이랄까, 인건비가 전혀 들지 않는 데다 남는 돈도 많으니 굳이 그렇게 할 이유를 못 느낀 것이다.

        

       하지만 방송국에서 오는 메일은 볼 때마다 조금 고민되었다.

        

       이미 이전에 거절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디의 고정멤버가 되기를 바란다던가 대놓고 특정한 상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인터뷰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으니까.

        

       솔직히, 어린 시절부터 방송국에 얼굴 나와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은 인간이 몇이나 될까.

        

       “일회성이라면 괜찮을 거라 생각하는데, 아마 그런 프로그램이면 집 안에 와서 영상을 찍게 될 겁니다.”

        

       이 점에서는 우리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

        

       일단, 나를 제외한 네 사람은 피규어라는 존재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앨리스와 클레어는 복도에 장식된 흉상 정도의 취급을 했다. 샤를로트와 미아는 크게 관심 자체가 없었다.

        

       아무래도 ‘일본인이 생각하는 서양 사람의 스테레오 타입’이라 그런 것인지, 샤를로트는 20세기의 보수성과 21세기식 서양의 개방성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성 관념은 다소 보수적이었지만 개인의 개성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미아는 우리 중에서 서브컬쳐라는 개념을 가장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었으니 논외였다. 아마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미아는 레나와 죽이 잘 맞지 않을까.

        

       아무래도 방송에 피규어라는 존재가 나오는 것을 가장 신경 쓰는 사람은 나뿐인 모양이다.

        

       ……만약에 우리 방송을 인용하게 된다면 ‘실비아 최면 에디션’도 방송을 타게 되는 건가?

        

       도 넘은 인터넷방송…… 같은 소리가 나오면 어쩌나 하는 것이 내 솔직한 걱정이었다.

        

       “뭐, 상관없지 않나?”

        

       나의 걱정을 클레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단번에 타파해버렸다.

        

       “우리가 여기서 정치인을 할 것도 아니니 그런 내용 나와도 큰 문제 없잖아? 우리 시청자들만 좋아하면 그만 아냐?”

        

       “…….”

        

       그 논리에는 나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런 건가?

        

       그냥 주변을 신경 쓰지 않아버리면 그만인가?

        

       “그럼…… 이 방송은 받아들이도록 할까요?”

        

       그 방송은 놀라운 사연을 받아 보여주는, 역사가 아주 오래된 방송이었다. 진짜로 괴짜들이 나오기도 했고, 몸이 불편한 사람이 나와 도움을 받기도 하는 그런 방송.

        

       솔직히 사례 중 몇 개는 주작 티가 나긴 했지만, 이들이 원하는 방송은 그냥 우리 그 자체일 것이니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거다, 아마도.

        

       뭐 이야기를 나눠보고 정 안 되면 방송을 거절하면 되는 거니까.

        

       “난 괜찮아.”

        

       앨리스가 대답하는 것을 시작으로,

        

       “응.”

        

       “우리 세계에서 방송이 생긴다면 이쪽 형태가 먼저이니 체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저도 괜찮아요.”

        

       클레어, 샤를로트, 미아 순으로 대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메일 답장을 작성했다.

        

       *

        

       방송국 사람을 만난다고 다짜고짜 집에 들일 수는 없었다.

        

       단순히 여자만 사는 집이라 그렇다거나, 아니면 안에 보여주기 좀 그런 것들이 있어서 그렇다거나, 그런 이유는 아니었다.

        

       그냥 집 안에 다른 사람을 들이는 데 조금 거부감이 든다고 해야 하나.

        

       약속 장소에 나가보니 나와 있는 담당자는 여성 한 명, 남성 한 명이었다. 둘 다 방송국 작가였고, 여자 쪽이 더 높은 사람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꾸미거나 하는 부분은 없어요. 만약 여러분이 그렇게 보이고 싶다면 해드리겠지만, 사실 지금 모습만으로도 그림이 참 좋아서요.”

        

       여자 작가가 하는 말에 남자 작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음식은 드실 수 있으신가요?”

        

       그 말에 우리는 순간 서로 눈을 마주쳤다.

        

       사실 우리 다섯 명에 작가 두 명까지 해서, 자리는 조금 미묘해 보이는 곳이었다. 작가가 원형 탁자가 있는 카페로 부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대학생들이 자주 오는 곳일까?

        

       “그, 저희가 한국인이기는 하지만…….”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나였다.

        

       사실 처음 만났을 때 내가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모습에 조금 놀랐던 걸 보면, 평소에 우리 방송을 주의 깊게 보지 않는 모양이었다.

        

       애초에 자주 보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고. 아니, 분명히 그럴 거다.

        

       “아, 그렇다면 혹시 혼혈이신가요?”

        

       “……태어날 때부터 한국인이었는데요.”

        

       나의 대답에 테이블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졌다.

        

       주로 두 사람의 작가들이.

        

       음.

        

       이런 생각 하면 안 된다는 거 알지만, 솔직히 조금 재미있었다.

        

       저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건 이야기가 전부 탈룰라로 빠져버릴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듣는 우리는 크게 문제없었다.

        

       왜냐하면, 진짜 외국인이 맞긴 했으니까.

        

       법적으로만 한국인이지, 실제로는 여기서 거주한 지 이제 3개월이 될락 말락 하는 외국인이었으니까.

        

       “아, 그, 그런데 이름은…….”

        

       “사실, 부모님 없이 자라서 왜 이런 이름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

        

       쩌적.

        

       조금 슬픈 표정을 지어 보이는 나를 보고 두 사람의 작가는 다시 한번 얼어붙었다.

        

       나머지 네 사람은 몹시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나의 연기에 맞춰줘야 할지, 아니면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할지.

        

       뭐, 어느 쪽이 되어도 상관없으리라. 뭘 해도 연기라고는 생각 못 할 테니까.

        

       이게 진짜 리얼리티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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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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