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18

        

         

       장관이 돌아간 후, 한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는 똑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미국이 미친놈을 보냈나?”

         

         

         

        * * *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제국이라 불릴법한 거대하고 강력한 나라가 외부의 침략 때문에 부서지는 일은 별로 없었다.

         

       제국을 무너뜨리는 것은 언제나 제국 자신.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썩고 부패해버리는 내부가 곰팡이처럼 내부에 피어나고, 그렇게 피어난 곰팡이가 거인을 썩은 나무가 그러하듯 약간의 충격조차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고꾸라지게 만든다.

         

       제국을 무너뜨리는 것은 오만과 부패, 그리고 내부의 분열이라.

         

       ‘언제부터였던가….’

         

       나라는 마치 제각기 수명이라도 가진 것처럼 그렇게 사라져간다.

       제삼자가 보기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거듭하고, 역사가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어리석기 짝이 없는 오판을 쉼 없이 저지르며, 그렇게 망해간다.

         

       그리고 이는 미국 역시 마찬가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이라고 불리는 미합중국은 몰락했다.

         

       ‘내가 용병으로 활동한 지 몇 해는 지난 무렵이었으니…. 그리 멀지는 않은 시점일 것이로다….’

         

       회귀 전에는 확실하게 몰락했고, 시간이 되감긴 지금에는 망해가고 있었다.

         

       지구 전체가 덤빈다고 할지라도 싸워서 이길 것 같았던 어마어마한 제국.

       지구 전체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강력한 나라.

         

       하지만, 그 나라는 망했다.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로 말이다.

         

       분열.

         

       미국은 분열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분열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휘두를 수 있는 존재.

         

       미합중국 대통령 때문이었다.

         

       존 F. 데이비스(John F. Davis).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 중 하나인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와 비슷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 대통령은, 점차 침체하고 있는 미국을 다시 되살리겠다는 슬로건과 함께 당선되었다.

         

       73.4%.

         

       미국 국민의 열렬한 지지와 함께 당선된 존 F. 데이비스는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그 기대를 배반하지 않고 국민이 원하는 그대로 움직였다.

         

       미국 국민이 이민자들이 많아 치안이 어지럽다고 외쳤다.

       존 F. 데이비스는 국민의 뜻을 받아 이민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미국 국민이 미국의 기독교 정신이 흐려진 탓에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외쳤다.

       존 F. 데이비스는 국민의 뜻을 받아 기독교에 혜택을 주었고, 그 외의 종교에 대해서는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주었다.

         

       미국 국민이 복지에 돈을 너무 많이 쓰고 있다고, 복지에 낭비하는 것 때문에 미국의 경제가 이렇게 되었다고 외쳤다.

       존 F. 데이비스는 국민의 뜻에 따라 복지 예산을 대폭 감소시켰다.

         

       미국 국민이 미국이 무상으로 다른 나라를 지켜주느라 헛돈을 쓴다고 소리쳤다.

       존 F. 데이비스는 그 뜻에 따라 해외파병을 대폭 줄였고, 주둔 기지가 있는 나라에는 협박에 가까운 말로 어마어마한 돈을 뜯어내기로 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미국에 이로운 강력한 이권을 뜯어오거나.

         

       미국 국민이 외쳤다.

       우리는 우리만 있어도 잘 살 수 있다고.

       저 외국 놈들에게 돈을 퍼붓지 않아도 우리끼리 잘 먹고 살 수 있다고.

         

       존 F. 데이비스는 답해주었다.

       무역을 줄이고, 내수 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 돈을 풀었고, 고립주의를 심화시켰다.

         

       미국 국민이 외쳤다.

       외국에서 온 범죄자 때문에 치안이 악화한 것이라고.

         

       존 F. 데이비스는 국민의 뜻에 따랐다.

       외국인은 반드시 지문, 혈액, 외모, 에너지 패턴을 정부에 등록해야 하는 법을 만들었다.

       이는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와는 명백히 다른, 외국인을 예비 범죄자로 바라보고 만든 법이었다.

         

       미국 국민이 외쳤다.

       기초과학에 돈을 퍼붓는 것은 바닥없는 물병에 물을 붓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라고.

         

       그리하여 존 F. 데이비스는 국민의 뜻에 따라 기초과학 투자를 대폭 줄였다.

         

       ‘그렇게 망했지.’

         

       본래 지도자의 행적은 역사 속에서 평가받는 법.

       그런 의미에서 존 F. 데이비스는 실패한 지도자였다.

         

       이민을 어렵게 만든 탓에 미국의 발전 속도가 늦어졌다. 미국은 인종의 용광로요, 이민의 나라였다. 그런 나라가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을 포기한 것이니, 당연히 발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나 이능에 재능을 보이는 이들이나, 강력한 능력자가 정치적 이유로 미국에 망명을 많이 온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미국은 제 발로 인재들을 걷어찬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기독교에 혜택을 준 덕분에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s)이라 불리는 특권층이 다시 힘을 얻었다. 그리고 기독교의 탈을 쓰고 있던 이단 역시 대통령의 지원에 세력을 기를 수 있었고, 훗날 미국을 개판으로 만드는 암 덩어리로 자라났다.

         

       복지 예산을 감소시킨 덕분에 중산층과 빈민들이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없게 되었고, 사망률이 대폭 증가했다. 그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을 치료받지 못해서 사회적 활동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으며, 근절된 줄 알았던 전염병이 다시 돌며 사람을 죽이고 쓸데없는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그나마 백신이라도 맞으면 나으련만, 미국은 백신 관련 음모론이 판치는 곳인지라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 때문에 미국은 역사 속 전염병이 부활해서 떠돌아다니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해외파병을 대폭 줄여버린 탓에 미국 탓에 봉합되어 있던 갈등이 다시 터져 나오기 시작했으며, 수많은 나라들은 미국의 무관심 속에서 군사를 움직여서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전쟁이 터지자 미국은 죽음의 상인 노릇으로 돈을 벌었고, 수많은 나라가 미국에 강한 반감을 품게 되었다.

         

       무역을 줄이고 고립주의를 심화시킨 탓에 미국은 점차 영향력을 잃어갔으며, 미국이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도움을 줄 나라 역시 하나둘 잃어갔다. 이득을 위해서라도 미국이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도움을 줬을 나라들이 미국의 손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외국인을 예비 범죄자 취급하며 관리한 탓에 인재들과 강력한 능력자들이 미국을 빠져나갔고, 기초과학에 돈을 쏟는 것을 멈춘 탓에 기술이 발전하기는커녕 뒤로 퇴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국의 기술이 퇴보하는 그 틈을 노려, 미친 과학자들이 발호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미국은 서서히 망해갔다.

         

       세계 곳곳에 광기가 들어차고, 터질 기회만을 노리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한 미국은…그렇게 서서히 죽어갔다. 마치 늪에 조금씩 조금씩 빠져들어 가는 것처럼 말이다.

       자신이 늪에 빠졌음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늪이 팔다리를 삼키고, 목마저 삼키려 하고 있을 테니까.

         

       그때 발버둥을 친다 한들 늪에서 빠져나올 순 없다.

       다리만 빠졌다고 할지라도 빠져나오기 어려운 것이 늪일진대, 어찌 목까지 잠겼는데 자력으로 빠져나올 수 있겠는가.

       하다못해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줄 이라도 있으면 모르지만….

         

       글쎄….

         

       적어도 회귀 전의 미국은 그런 친구는 없었다.

       죄다 자기 일이 아니라고 방관하는 사람이나 미국의 시체를 뜯어먹을 생각을 하는 승냥이들은 많았지만.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고 해도 기본적인 체급이 있고 힘이 있는데, 미국이 그렇게 쉽게 망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그 의문은…지금 진성이 바라보고 있는 사람을 보면 알 수 있었다.

         

       ‘흐음. 저 장관은 내 기억에 딱히 없는 것을 보아하니…. 내전이 터졌을 때 죽었거나, 그 전에 경질당했거나…. 혹은 회귀 전에는 전면에 나선 적이 없으나 역사가 조금 바뀌어서 등장하게 되었거나. 그 셋 중 하나렷다.’

         

       한국과 일본을 중재하기 찾아온 장관.

         

       진성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저 장관이 바로 회귀 전 미국을 망하게 만든 이유였다.

         

       ‘저 오만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아하니, 필시 네오콘일 것이라.’

         

       네오콘(neocon).

         

       신 보수주의(neo-conservatism)를 신봉하는 자들.

         

       권위주의적 우익 사상을 탑재하고 있으며, 패권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자들이다.

       미국의 가치를 가장 최우선으로 여기며, 미국의 강대한 힘에 취해 다른 나라를 자신의 아래에 두고 관리해야 한다고 여긴다. 모든 나라가 미국의 가치와 사상에 공감하고 동조해야 한다고 여기며, 그렇지 않은 ‘불량 국가’는 강력한 군사력을 사용해 무릎 꿇려야 한다고 여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미국 우월주의자라고 할 수 있으리라.

         

       ‘오만한 자들은 어딜 가나 문제를 일으키는 법.’

         

       오만은 권력과 힘을 가진 이에게 찾아온다.

       눈을 가리고, 지혜를 없애고,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든다.

       사치와 향락에 거부감을 없애고, 좁아진 시야로 모든 것을 판단하게 만든다.

       듣기 좋은 소리를 쓰게 느껴지게 만들며, 자신에게 이로워보이는 것만을 삼고 그것을 현실로 여기게 만든다.

         

       그리하여 오만은 개인 뿐만이 아니라 집단을, 나라를 망하게 만드니.

         

       이것이 바로 죄악 중 오만이 으뜸이라 하는 이유로다.

         

       ‘그리고 오만은 도덕과 윤리를 땅에 떨어지게 만드니, 이것이 바로 그들이 죄악 그 자체가 될 수 있음이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 님!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