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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8

        

       천마 위지천의 등장에 일행들은 한껏 위축된 기색이 역력했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일행이 모두 숨을 죽인 채 위지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

         

       나는 일행을 대표하여 위지천과 마주하는 자리에 있던 빈의자에 앉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모닥불에 앉아 있을 뿐인데도 마치 이 야영지의 주인과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위지천의 품격일까.

         

       그런 위지천이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숙면을 취하고 있을 텐데 미안하군.”

         

       “뭐,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문제는 위지천이 찾아온 이유겠지. 이 야밤에 천마가 직접 올 일이라면 분명 보통 일은 아닐 테니까.

         

       그러나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에 가볍게 일행을 소개시켰다.

         

       “이쪽부터 황소월, 당도연, 당소열, 여일예, 그리고 독고이설입니다.”

         

       혁기린, 당도연, 당소열, 여일예는 특별한 말 없이 가볍게 포권을 해 보였다.

         

       정파인이라 할 수 있는 네 사람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일단 정파들은 마교와 오랜 대립을 이어온 만큼 당연히 이런저런 심정이 교차하겠지.

         

       “마교의 지존을 이리 가까이서 뵐 수 있다니, 삼생의 영광입니다.”

         

       반면 사파인이라 할 수 있는 독고이설의 눈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반갑소. 운남제일화의 미모는 나 역시 소문을 들어 보았으나 소문은 역시 실물에 미치지 못하는군.”

         

       “어머, 과분한 칭찬 정말 감사드립니다.”

         

       위지천과 독고이설은 가볍게 덕담 몇 마디를 나누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살짝 놀랐다. 오늘의 위지천은 지금까지 보던 모습과는 좀 달랐으니까.

         

       어깨에서 완전히 힘을 뺀 상태라고 해야 할까.

         

       야밤에 천마가 직접 찾아왔기에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진 줄 알았는데 그냥 남의 시선을 피해 밤에 찾아온 것일까.

         

       찍찍?

         

       밤중의 소란에 서공까지 고개를 내밀었다.

         

       “흐음, 영물인가.”

         

       위서련만 나타나면 마차에 숨어 있던 서공이 어째 위지천에게는 호기심을 드러내며 기웃거리고 있었다.

         

       “소천마님께서 오실 때는 숨어있기 바빴던 녀석인데 신기하군요.”

         

       “그럴 테지. 그 아이는 아직 완벽하게 흑룡기를 다루지는 못하니까. 기는 사물의 본질. 이 영물에게 소천마 위서련은 흑룡이나 마찬가지로 느껴지겠지.”

         

       그렇다면 위지천은 흑룡기를 완벽하게 다루고 있기에 서공이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일까.

         

       위지천의 주변을 맴돌던 서공은 결국 내 발치에 몸을 뉘였다.

         

       한바탕 일행의 소개도 끝났고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 차례로군.

         

       “어쩐 일로 이리 찾아오셨습니까? 중요한 볼일이라도 있으신지요?”

         

       “별일은 아니라네. 그저 서련이가 이곳에 자주 드나들기에 신경이 쓰였을 뿐이지.”

         

       위지천은 쓴웃음을 지었다.

         

       “혹여 그 아이가 귀찮게 굴지는 않던가?”

         

       “대수롭지 않은 일입니다.”

         

       “서련이는 아주 어린 나이에 천마가 되었네. 그만큼 오직 천마가 되는 일에만 집중했다는 뜻이지. 그 덕에 그 아이는 놓친 것이 많아.”

         

       “음.”

         

       “아버지이자 천마로서 서련이가 이루어낸 성취는 기쁘고 기특하기 그지없으나 또 한 명의 천마로서 그 아이가 천마가 되며 잃어버린 것들이 신경 쓰이더군.”

         

       “요새 서련이의 얼굴엔 아주 활기가 감도는 것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네. 매일같이 찾아온다 하여 마음 상하지는 않았으면 싶군.”

         

       “그 정도로 마음 상할 리가 있겠습니까.”

         

       처음 등장때는 일행들을 도발하며 매섭게 야영지를 휘젓던 위서련.

         

       혁기린과의 도박 승부까지 이어지는 돌풍을 일으켰지만 이제는 다 지난 이야기였다.

         

       다 지난 이야기라도 한들 며칠 되지도 않은 이야기지만…그 며칠 사이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단 말이지.

         

       요새 당소열과 쑥덕거리는 것이 살짝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지금 구도에서 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는 당소열과 함께 멀거니 지켜보는 정도야 뭐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이었다.

         

       “그런가.”

         

       나는 위지천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샐까 걱정하는 위지천의 태도 때문이었다.

         

       애초에 위서련은 새는 바가지가 아니다. 뭐 노는 것에 과도하게 심취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어떨까 싶긴 하지만…

         

       여하튼 위서련은 처음에 혁기린을 좀 화나게 만든 것 빼고는 나름 일행들과 이모저모 어울리고 있었으니까.

         

       천마라고 한들 부모일까.

         

       그런 훈훈함에 잠시 마음을 놓았을 때였다.

         

       “아까 중요한 볼일이 있냐고 묻지 않았나?”

         

       내가 의아한 눈으로 위지천을 바라볼 때였다. 위지천은 고개를 돌려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또 다른 객이 찾아온 모양이로군.”

         

       “이런, 들켰습니까.”

         

       먼 곳에서 한 사람의 신형이 드러났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의 등장. 일행들이 기민하게 반응했고 나 역시 인상을 찡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적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전언을 전하기 위해 찾아왔는데 선객이 있으신 듯하여 잠시 상황을 보고 있었을 뿐이었지요.”

         

       전언이라.

         

       어느 문파에서 접촉을 꾀하는 것일까.

         

       독고이설이 날 찾아온 점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 결국 독고이설이 찾아온 근본적인 이유는 암룡문이 나와의 앙금을 빠르게 털어내려던 것이 이유였으니까.

         

       천마와 있었던 것이 들켰으니 제법 평지풍파가 일겠군.

         

       그런 가벼운 걱정이 머리를 채웠으나 불청객의 얼굴이 모닥불 불빛을 받는 순간부터 그런 고민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혈안.

         

       불청객의 정체는 바로 혈인이었으니까.

         

       “천마신교의 지존을 뵙습니다.”

         

       “혈교의 인사인가.”

         

       “그렇습니다. 오늘은 혈존님의 전령으로 뇌검낭인을 만나고자 이 자리에 왔습니다.”

         

       “또 다른 객이 왔으니 볼일을 마친 선객이 떠나 주는 것이 예의이나 그러기에는 신경 쓰이는 것이 있군.”

         

       위지천의 말에 혈인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위지천의 암시에 이 주변에 영물이 있음을 깨달았다.

         

       만약 혈교가 섬서분타의 일에 내가 끼어들었다는 증거를 찾았다면 당연히 나와 전투를 벌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을 터.

         

       아무리 전령이라고는 하나 혈인 한 사람만 달랑 보내지는 않았겠지.

         

       “혈교의 인사가 무슨 이야기를 건넬지도 궁금하니 그대가 허락만 한다면 같이 듣고 싶네만.”

         

       위지천은 자신의 호기심을 풀고 싶다는 듯이 말했지만 그 속내는 나를 보호해주겠다는 뜻이겠지.

         

       오직 인간만을 상대로 날뛰는 흑룡기를 지닌 위지천은 영물과의 전투에서 천마의 위용을 보이지는 못할 테지만 그 조종사인 혈인은 단번에 처리할 수 있다.

         

       나는 고민하다가 천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상황에 따라 위지천에게 내 출신이 노출될 수도 있겠지만 위지천은 내가 혈교 출신과 얽혀 있다고 한들 크게 개의치 않을 사람이었으니까.

         

       일행들이 야영지에서 멀찍이 떨어지고 모닥불에서는 나와 위지천 그리고 혈인만이 남았다.

         

       “철혈서를 거두셨군요.”

         

       서공을 보인 탓에 초장부터 기선을 제압당했나. 아무리 서공이 나를 따랐다고는 하나 서공은 본래 혈교의 영물이었으니 입으로 다투어 봐야 좋을 것 하나 없는 주제였다.

         

       “철혈서를 회수하러 오셨는가?”

         

       혈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아니지요. 그러나 철혈서를 거두었다는 사실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겠습니까.”

         

       나는 그 의도를 알 수 없어 입을 다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뇌검낭인님은 혈존님의 외손주가 아니십니까?”

         

       “…나는 혈존이라는 사람은 모르오.”

         

       혈인이 말하는 태도를 보아하니 혈존이라는 자가 내 외조부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내 짐작에 불과하다.

         

       혈교에서 내 정체를 알아냈다면 내가 당연히 혈교를 적대하리라는 사실 역시 알 터.

         

       지금의 대화는 이미 싸움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상대의 말을 덥석 받아들여 대화의 주도권을 넘겨줄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혈교의 사자는 느긋했다.

         

       “사실 확인한 필요도 없는 문제입니다. 혈교의 술법이 피를 매개로 한다는 것은 천하 모든 이들이 아는 사실. 대법을 받은 철혈서가 뇌검낭인님을 따른다는 것 자체가 혈존님의 핏줄임을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짐작하고 있던 사실을 확인받았다.

         

       “그래서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곳까지 오신 거요?”

         

       “혈교와 함께하시지요.”

         

       그 말을 듣자마자 인상이 팍 찌푸려졌다.

         

       나를 도구로 사용하려 하고 그 과정속에서 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할아버지까지 돌아가셨다.

         

       그런 짓을 저질러 놓고 지금 함께 하자고?

         

       츠즈즈즈!!

         

       그날의 일을 떠올리니 절로 감정이 격해졌다. 격해진 감정에 나도 모르게 발산되는 경. 경의 압박을 받는 혈인의 얼굴에는 짜증나게도 감탄한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

         

       숫제 완전 아군 취급이군.

         

       “혈인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가능성’의 문이 닫히고도 또 닫혔을 시간이니 더이상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약속하겠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로군.”

         

       “말이 안 될 것은 없지요. 혈존께서는 위대하시나 안타깝게도 영원불멸의 삶을 사실 수는 없으시니 그 후계를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혈인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저 역시 혈존께서 언급하신 그 ‘가능성’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뇌검낭인님께서도 혈교에서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는 익히 짐작하시리라 믿습니다.”

         

       ….영물이겠지.

         

       영물을 다룰 수 있는 힘을 얻었으니 이미 한참 전에 가능성이 닫힌 나에게 수작을 부릴 필요가 없다는 것일까.

         

       “결코 뇌검낭인님에게도 나쁜 제안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혈교의 힘이야 어느 정도 짐작하고 계실 테니까요.”

         

       영물을 부리는 세력의 후계자가 된다.

         

       물론 그 세력이 혈교라는 것이 문제였지만 단번에 거대 세력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일이었으니 행운이라면 행운일까.

         

       “묻고 싶은 것이 있소.”

         

       “대답해 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혈존…그러니까 외조부께서 내게 전해달라는 전언은 그게 전부였소?”

         

       외조부.

         

       날 도구로 만들려던 자이자 모든 사태의 근원.

         

       자식인 어머니조차 함부로 다루는 것이 결코 혈육의 정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았지만…그래도 외조부였다.

         

       그 사실이 나를 아주 복잡하게 만들었다.

         

       내 기억 속에서 본 외조부의 모습은 짧은 하나의 단면뿐이었지만 그 단면만으로도 외조부가 어떤 자인지는 충분히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외조부는 가족조차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희생시킬 수 있는 악인 그 자체였지만.

         

       그와 동시에 나와 피가 이어지긴 한 사람인 것이다.

         

       과거의 기억을 되찾은 이후 혈교를 생각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고민이 있었다.

         

       과연 혈육의 복수를 위해 혈육에게 검을 겨누어도 되는가.

         

       어리석은 고민이라는 것은 안다.

         

       외조부에게 혈육의 정 같은 것은 없을 테고 나만 미련을 가지고 있을 테지.

         

       그러나 넘겨짚는 것보다는 확인해보고 싶었다.

         

       혈인은 별다른 고민조차 하지 않은 채 가볍게 답했다.

         

       “그 외 특별하게 하신 말씀은 없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봐도 딱히 전달하지 않은 부분은 없는 것 같군요.”

         

       그런가.

         

       나는 한 줄기 남은 미련을 훌훌 털어버렸다.

         

       혈존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자식과 손주를 이용하면서도 한 줌 죄책감을 가지지 않은 악인 그대로였고.

         

       타인의 깨달음이라는 관심사에서 영물을 다루는 쪽으로 관심을 옮겼으며.

         

       그저 후계자 자리를 채울 사람이 필요했기에 날 부른 것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 제안은 거절하겠소.”

         

       “…정말이십니까?”

         

       혈인은 내 마음을 파헤쳐 보기라도 하겠다는 양 날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미 뇌검낭인님께서는 혈교에 적대 행위를 하셨습니다. 철혈서를 탈취하고 혈교의 일을 방해하셨지요. 그럼에도 그런 일을 언급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뇌검낭인님께서 혈교의 계승자가 될 것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외조부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나의 적이었소.”

         

       “저는 일개 전령일 뿐이고 이 말은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나 혈존님께서 이 말을 전해 듣는다면 가만히 계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번 재고해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혈존의 적대는 이미 각오한 바였다.

         

       내가 굳게 입을 다문 채 바라만 보고 있자 혈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포권을 해 보였다.

         

       “뜻이 굳으신 듯하군요. 그렇다면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혈인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언가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어둠 속에 묻혀 있었기에 그 형상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사람이 탈 수 있는 크기의 무언가가 날아갔다는 점 자체는 명확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영물을 길들인 것일까.

         

       그렇다면 이 한밤중에 찾아온 것도 이해가 간다.

         

       거대한 영물이 대낮에 하늘을 날았다가는 금세 소란이 일 테니 말이다.

         

       영물을 탈것으로 운영하는 것도 그렇고 철혈서를 간단히 포기하는 점도 그렇고 혈교의 저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아 절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나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일이었고.

         

       더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맞설 수밖에 없겠지.

         

       아무래도 이제 이 아영지를 떠날 목적지를 정해야 할 때가 온 모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침드라마 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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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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