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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8

       – 미친ㅋㅋㅋ

       – 파이스가 지면 파이스가 대신 룰렛을 굴린다고?

       – 파이스냥이냐?

       – 사랑과 정의의 이름을 지닌 매지컬 파이스?

       – 어떻게 남자를 꼬실지 고민하는…

       – 안 돼. 난 이런 미래는 감당할 수 없어.

       

       채팅창의 분위기가 뜨겁게 물들었다.

       

       방금 전까지 본인을 향하던 분노는 어디로 가고 모두들 방금 전 내가 꺼낸 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이것을 노렸다. 세계최강이라 불리며 드높은 산과 같은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파이스가 망가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그 자체로 화제가 될 터이니.

       

       사람들이 거기에 집중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저기요?! 화령님?!”

       “무어냐.”

       “저 이런 건 합의한 적 없는데요!”

       

       채팅창에 올라오는 여러 문구들을 보고서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깨우친 것일까. 파이스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

       

       허나 이제와 녀석이 발악을 한다 하여도 바뀌는 것은 없다.

       

       “파이스. 한 가지 착각을 하고 있구나.”

       “…뭘요?”

       “언제부터 네 놈에게 선택권이 존재했지?”

       

       이미 내가 시키는 바라면 뭐든 따라야 한다는 것에 동의를 했을 터.

       

       말하자면 그대는 이미 백지로 된 계약서에 자신의 서명을 써넣은 것이다. 지금에 와서 난 이런 걸 하기로 한 적 없다 그래봐야 달라질 게 없다는 이야기지.

       

       “그런!”

       “뭐어. 그래. 본인의 설명이 약간 부족했던 것 같기도 하니 특별히 도망칠 기회를 주마. 뒷감당을 할 자신이 있다면 그래도 좋다.”

       

       죽이지 않는 것과 죽이지만 않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싶다면이야 만류하지 않으마.

       

       내 그리 이야기를 했더니 파이스가 눈을 떨었다.

       

       – 야스테이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이 파이스 영상이라도 가지고 있음? 왜 아무것도 못 함?]

       

       “약점이라고 해야 할까. 내 저 녀석에게 은혜를 몇 가지 입혀서 말이다. 본인이 시키는 것이라면 어찌할 수 없이 따라야 한다는 게다.”

       

       저 놈이 아끼던 세상을 구해주었지.

       

       거기에 평생 만날 수 없으리라 여겼던 연인을 다시 보게 해 주었지.

       

       잃어버렸던 여러 인연들도 다시금 만날 수 있게 해줬지.

       

       내 저 녀석에게 선물해 준 것을 대충 따져 보아도 이 정도다.

       

       본인의 무력이 아니라고 저 녀석은 본인이 시키는 바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파이스?”

       “…넵.”

       

       동의를 구하자 파이스 저 녀석이 애써 고개를 주억거렸다.

       

       할 말이 무척이나 많아 보이긴 한다만 정작 저 놈의 발은 땅에 박힌 것처럼 움직이지 않으니. 분명 본인의 방송에 협조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이리라.

       

       “기꺼이 대결에 임해주겠다니 기쁘구나.”

       “…기꺼이는 아닌데요. 최소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라도 주셨더라면.”

       “에잉. 사내 녀석이 뭐 이리 말이 많은 것인지. 시끄럽다. 여하튼 결국에 그대가 이기면 되는 것이지 않은가.”

       

       – 너무햌ㅋㅋㅋ

       – 파이스 이렇게 막 대하는 사람 처음 보는 듯.

       – 세계최강이었던 내가 이세계에선 절대을?

       – 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사실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거 아님?

       

       “계속 투덜거리는 걸 들고 주고 있으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버릴 듯 하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꾸나. 우선 대결의 내용이다만 순수한 무의 대결로 가면 승부의 결과가 뻔할테니 이는 제하겠다.”

       

       물론 본인은 시청자들의 모든 원망을 파이스에게 선사하고 벌칙에서 빠져나갈 생각이다만 이 승부가 너무 일방적이여서 재미가 없지 않으냐.

       

       시청자들도 이럴 거면 뭐하러 대결을 했냐는 이야기를 할 것이고.

       

       그러니 겉으로 보기에는 어느 정도 그럴 듯 할 필요가 있지.

       

       “그럼 무엇으로 승부를 볼 것이냐. 바로 아피스에 존재하는 튜토리얼을 클리어하는 것으로 승부를 겨룰 생각이다.”

       “튜토리얼이요?”

       

       본인이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파이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내 과거 누군가에게 듣기로 그대는 아피스에 존재하는 모든 튜토리얼을 클리어했다지?”

       “네에. 예전에 개인 방송에서 챌린지 느낌으로 한 적이 있습니다.”

       “본인은 아니다. 여러 튜토리얼을 클리어해보긴 했지만 모든 튜토리얼을 넘어서진 못했지.”

       

       이 부분에서 파이스에게 유리한 요소가 생긴다.

       

       그는 이미 모든 튜토리얼을 넘어서 보았기에 본인보다 많은 정보를 지니고서 시작할 수 있다.

       

       완료의 시간을 겨루는 싸움에서 정보라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힘이 되어주는 존재인가를 생각해본다면 이는 어마어마한 특혜라 보아도 무방할 것이야.

       

       “물론 이것만으로 공평을 주장할 생각은 없다. 그대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를 생각해본다면 이보다 더한 것이 필요하니까. 그러니 완료해야 할 튜토리얼의 개수를 다르게 하자꾸나.”

       

       아무리 파이스가 이 세계에서 커다란 공을 세우고서 돌아온 인물이라 할 지라도 본인이 지닌 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지 않으냐.

       

       검은 것을 상대로 고전했다는 것부터가 본인과 정당한 대결을 벌이기엔 실격이다.

       

       그러니 두 배 정도의 차이로 시작하자꾸나. 네 놈이 다섯 개의 튜토리얼을 넘어설 때 본인은 열 개의 튜토리얼을 넘어서는 식으로 말이야.

       

       “일단 본인이 생각해둔 것은 여기까지다만 혹여 더 생각해 둔 것이 있느냐?”

       

       어쨌든 간에 본인이 그대를 납치하듯이 데려온 것은 사실일 지어니. 그대가 바란다면 몇 가지 제약을 더 걸어줄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파이스에게 물음을 던졌더니 녀석의 표정이 미묘하게 물들었다.

       

       무어냐. 그대는 같잖은 자존심을 위해 실리를 포기하는 부류는 아니었을 터인데?

       

       녀석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살피니 그제서야 녀석이 무얼 고민하고 있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아하. 그래.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자존심을 굽히고 싶지 않다는 것이냐?

       

       거 한심한 녀석이구나. 그대의 상대가 상대일 지언데 그런 것을 신경 써서야 쓰나.

       

       흐음. 알겠다. 내 그런 것을 조금도 신경 쓰지 못하게 만들어주도록 하겠다.

       

       “파이스 이 녀석의 생각이 깊은 듯 하니 그 동안에 패배한 사람이 돌릴 룰렛이나 정하자꾸나.”

       

       어디 보자. 예전에 엔리가 룰렛을 돌릴 때에 어떤 식으로 했더라.

       

       그 때에 본인은 룰렛에 적히는 여러 문구들을 보고서 입술을 부들거리고 있었던지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구나.

       

       “엔리. 지금 방송 보고 있느냐?”

       

       – 엔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넵! 도방 중입니다!]

       

       “마침 잘 되었구나. 룰렛을 만드는 데에 도움을 다오.”

       

       이런 것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옳으니 말이다. 어제 본인이 파이스의 사인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으니 거기에 보답하는 셈치고 도와다오.

       

       – 엔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런 거 아니어도 무조건 도와드릴 건데요.]

       

       “그래?”

       

       – 엔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니 오히려 제가 돈 드려야 하는 거 아닌거요? 이거 완전 책임없는 쾌락인데.]

       

       책임없는 쾌락? 그건 또 무슨 말인고. 잘은 모르겠다만 하여튼 도와줄 것이라면 빨리 음성에 들어오기나 하거라.

       

       “근데 화령님. 아직 벌칙 대상이 정해진 것도 아닌데 룰렛을 정하긴 좀 그렇거든요?”

       “흐음. 그것도 그렇구나. 본인에게 까다로운 것이 파이스에겐 별 것 아닌 벌칙일 수도 있으니.”

       “그러니까 대충 맛보기만 하죠. 대충 이런이런 벌칙이 나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 정도로.”

       “알겠다. 그것이 옳다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자꾸나.”

       “그럼 제 방송 들어와 주실래요? 바로 진행해볼게요.”

       

       본인이 방송을 켰을 때에 엔리는 이미 룰렛을 작성하기 위한 준비를 끝마쳐 둔 상태였다.

       

       “또 다시 돌아왔습니다! 룰렛 작성 전문가 엔리입니다!”

       

       – 많이 하긴 했지.

       – 대부분 자기 벌칙 용도였지만.

       – 엔리도 언젠가 한 번 룰렛 돌려야 하는데.

       – ㄹㅇ. 요새 재밌는 공겜 많이 나왔잖아.

       

       “크흠! 룰렛을 작성하기 전에 먼저 말씀드릴 것은 이번에는 대충 이런 벌칙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는 용도입니다. 대결을 진행할 두 분이 벌칙을 받고 싶지 않단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러니 일단 생각나는 벌칙은 1000원으로 던져 주세요! 이외의 금액은 나중에 패자가 정해졌을 때 쏘도록 하시고요!”

       

       일장연설을 끝마친 엔리는 예시를 들겠다면서 룰렛 한 쪽에 ‘현실에서 고양이 메이드 코스프레하고 요리 대접하기’ 라는 글을 적었다.

       

       “이런 식으로 재밌을 것 같은 벌칙을 보내 주세요. 재미 없다 싶으면 미리 컷 해버릴 거에요!”

       

       – 더추엔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냥 사심 채운 거 아님?]

       

       – ㄹㅇ.

       – 걍 엔리가 파이스냥이 보고 싶은 거잖아.

       – 뒤틀린 팬심이 또.

       – 저희 업계에서도 이건 좀 ㄷㄷ

       

       “파이스냥이일지 화령냥이일지 아직 모르잖아요?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구요.”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래서 파이스냥이가 없어도 괜찮다?]

       

       “전 여러분들이 그렇게까지 감 없는 분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 결국 파이스냥이 보고 싶은 거잖아 ㅋㅋㅋ

       – 엔하다. 추리야

       – 파이스는 이거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아 맞다! 파이스님 있었지!”

       

       – 자기 최애한테 흑역사 박제 ㅋㅋㅋ

       – 엔리 얼굴 벌게진 거 처음 봐

       – 자기도 이건 아닌가 싶었나 보네.

       – 괜찮아. 엔리. 니가 추한 게 모두 다 알고 있었어.

       

       “아아아! 그런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벌칙 후보나 보내라고요! 빨리!”

       

       – 변태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냥이! 파이스냥이!]

       

       “그래요! 이렇게! 역시 냥이는 인기가 많네요. 개인적으로는 파이스냥이를 영상으로 소장… 크흠! 다음!”

       

       – 마법소년애호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매지컬 리리컬!]

       

       “으음. 이건 둘 다 기대되네요. 재밌을 것 같아요.”

       

       – 화령튜브보고옴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의 암살식당! 파이스 편!]

       

       “어. 재밌긴 할 것 같은데 팀 파일 측에서 양해를 해주시려나 모르겠네요. 화령 씨 음식 먹으면 분명 병원에 실려 갈 텐데.”

       

       – 편사원챔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파이스 편사 켠왕!]

       

       “이건 컷 할게요. 너무 노잼이야.”

       

       – 미연사마니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모두를 꼬셔야만 해! 켠왕!]

       

       “아. 이거요? 이건 그냥 재밌는 게임 아냐? VR미연시의 수작이잖아. …아아. 그렇네. 화령 씨 오글거리는 거 별로 안 좋아하실 거 같으니까. 파이스 선수가 남자 꼬시느라 머리 굴리는 것도 재밌을 것 같고.”

       

       엔리는 자신의 오랜 경험치를 바탕으로 해서 능수능란하게 벌칙 후보들을 선별하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면서 본인이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은 엔리에게 부탁하길 잘했다는 것이었다.

       

       파이스라는 거물이 초대된 덕분인지는 몰라도 후원의 숫자가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본인이 저를 하나하나 작성하고 있었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야.

       

       그리고 그 다음으로 생각한 것은 저기에 적히는 것들이 본인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거다.

       

       파이스를 노리고서 들어온 룰렛도 존재하긴 한다만 그 뿐. 예상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했다.

       

       물론 그것이 곤욕스럽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저기에 적힌 것들은 분명 본인을 향한 악의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다시금 패배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을 무렵.

       

       옆으로 슬쩍 고개를 돌려 보니 룰렛에 적히는 걸 살피던 파이스의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생각도 하지 못한 심연이라도 본 듯한 얼굴이구나.

       

       “파이스.”

       “네?”

       “어찌할 것이냐. 본인에게 제약을 걸지 않아도 괜찮겠느냐?”

       “어. 저. 그게 그러니까. …몇 개 생각해둔 게 있긴 한데요.”

       

       하하. 그래. 진즉에 그랬어야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간의 심연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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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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