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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8

   전 천하제일인, 괴존의 등장.

     

   이제는 세계의 내로라하는 강자 중에서도 그에 관해 모르는 이들이 많을 만큼.

   괴존은 먼 과거의 괴물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괴존의 전력을 무시하는 이는 없었다.

     

   용황, 크라슈 발하임이 일격에 맞서지 못하고 당했다.

   이 사실은 세간에는 퍼지지 않았지만, 천하십강과 천상사강 그리고 세계의 주요 세력에게는 확실하게 이 소식이 퍼졌다.

     

   크라슈가 지난날 보여주었던 위용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런 만큼 그런 크라슈가 당했다는 사실에 곧 괴존이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모두가 상기할 수 있었다.

     

   하물며 괴존에게 전쟁의 신이 붙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만큼.

   당장 세계 전역에서 괴존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한 가지 확인된 바에 의하면 괴존은 세계 각지에 현현한 신들을 한데 뭉치고 있었다.

     

   그들이 모이고 있는 장소.

   그곳은 바로 ‘성지’였다.

     

   죽은 신들의 입자가 안개가 되어 있는 장소.

     

   그곳에 괴존을 따라 신들이 모이고 있다.

     

   각지에서 현현한 신들을 막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던 천하십강들 사이에서 이를 어찌해야 할지 빠르게 회의에 들어갔다.

   이는 각지에 흩어져 신들을 잡아내고 있던 천상사강들도 마찬가지였다.

     

   “허어, 그놈이 당했다라. 이봐, 아버지 된 심정으로 어찌 생각하지?”

     

   현현한 신 하나가 빛의 검에 봉쇄된 채 비명을 지르고 있는 앞.

     

   검은색의 긴 모자를 눌러 쓰고 있는 전 천상사강, 패황 글라이시스 락테아가 물었다.

     

   그녀의 그림자 속에는 어느새 잡아 놓은 신들만 잔뜩이다.

     

   “은퇴한 노부를 생각하면 쉬게 두지 못할망정 이리 부려 먹다니. 고얀 놈, 대답이나 재깍재깍 해라.”

     

   글라이시스가 혀를 쯧쯧 차자 검을 거두어들인 남자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검푸른 머리카락에 진한 인상.

   크라슈의 아버지이자 무황.

   발록 발하임이었다.

     

   “죽지 않았으면 됐다.”

     

   그 말을 들은 글라이시스는 발록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혀를 찼다.

     

   “뒤늦은 소리 말아라. 죽으면 죄다 의미 없어지는 법인데. 하여튼 네놈은 자식 소중한 줄을 모르는구나.”

     

   이미 첫째 자식을 세계 침식자에게 잃어본 글라이시스다.

   그렇기에 그녀가 발록의 태도를 지적하자 그는 물끄러미 하늘을 올려다봤다.

     

   밤하늘에 박혀 있는 무수히 많은 별.

   발록은 별들을 물끄러미 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아들을 난 걱정하지 않는다.”

     

   무슨 대답인 건지.

   글라이시스는 기막힌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녀 또한 크라슈를 직접 제 눈으로 보았다.

   그가 어떤 성질머리를 가졌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보아왔기에 왜 저런 대답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아들, 잘 뒀다고 자랑이라도 하는 게냐?”

     

   자식이 최연소 천하십강에 최연소 천상사강.

   거기에 세계에서 입을 모아 외치는 영웅이 된 뒤에는 세계 연합인 이카루스의 단장에 앉아 있으니.

   자랑스럽다면 확실히 자랑스러워할 아들이긴 했다.

     

   무황은 글라이시스의 말에 딱히 답하지 않았다.

     

   “답을 찾아낼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건 아비 몫이겠지.”

     

   대신 밤하늘 너머 저 멀리.

   성지에 모여들고 있는 신들을 바라보며 그가 개안한 신안(神眼) 너머 흉흉한 빛을 드러냈다.

     

   현현한 신들이 연달아 발록의 존재를 알아차리며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발록은 그러한 신들의 중심에 앉아 있는 한 노인을 발견했다.

     

   노인은 푹 파인 눈덩이 안, 붉은 안광을 쏟아냈다.

   이윽고, 발록과 두 눈이 마주치자, 자기 눈동자를 일그러트리며 환하게 웃었다.

     

   그를 별로 비유하자면 흉성(凶星).

   마주친 괴존은 발록조차 오싹할 만큼 흉하기 짝이 없는 기운을 여실히 쏟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발록은 그런 괴존의 살기를 앞에 두고, 오히려 입꼬리를 올렸다.

   그 웃음은 샬롯이 종종 짓던 웃음과 똑 닮아 있었다.

     

   아니다. 정정하자.

   샬롯이 그를 닮은 것이다.

     

   “네가 짓는 그 웃음 오랜만에 보는군.”

     

   글라이시스는 발록의 웃음을 보자 썩 좋지 않은 기억들이 떠오른 양 눈을 찡그렸다.

   그도 그럴 게 발록이 저런 웃음을 지을 때마다 여러 사람이 죽어 나갔으니까.

     

   발록은 손을 들어 올려 입꼬리를 천천히 쓸었다.

   그러고는 이내 들어 올린 손을 검 손잡이 위에 내려놓았다.

     

   “시간을 벌어주지 못할지도 모르겠군.”

     

   그건 분명 아들보다 먼저 정리해 버릴 생각이 가득한 아비의 눈이었다.

     

   글라이시스의 눈에 발록은 아직 그를 처음 보았을 때와 마찬가지인 소년이었다.

     

   반신에 이르렀던, 천상사강에 이르렀던.

   발록은 발하임 가문답게 여전히 전투에 죽고 못 사는 전투광이다.

     

   샬롯이 그 자리를 화려하게 이어받은 터라.

   나이가 들며 나름대로 점잖아진 발록의 모습이 가려졌을 뿐.

     

   실상은 그 또한 여전히 전투를 향한 열망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리고 그의 열망이 오랜만에 거침없이 타오르고 있었다.

   전 천하제일인, 괴존이라는 적을 향해서 말이다.

     

   “발록, 미리 말하지만, 나잇값 해라.”

   “노력하지.”

     

   글라이시스는 혀를 차며 그의 뒤를 따라 밟았다.

     

   전 천상사강과 현 천상사강.

   두 명의 반신이 신들의 전장을 향해 나아간 순간이었다.

     

     

   * * *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고지대의 산.

   엔마이아.

     

   새하얀 눈이 사시사철 몰아치는 산의 최정상 부근.

   크라슈와 아서가 얼음으로 된 절벽을 오르고 있었다.

     

   “나도 내 발로 여기를 올라가 보는 건 처음이네.”

     

   절벽을 타고 오르는 크라슈의 뒤에서 아서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절벽에 몸을 기댄 채 아래 경치를 보았다.

     

   어느새인가 두 사람은 구름조차 뚫고, 하늘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조만간 손을 뻗으면 하늘에 손이 닿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일어날 위치였다.

     

   “아서, 너 회귀 도중 검존을 직접 만나러 간 적은 없었던 거야?”

   “응, 일단은 세계 침식자이기도 하고, 내가 먼저 어떻게 할 수 없는 위치였으니까.”

     

   아서도 아서 나름대로 고충이 있다.

   그녀의 회귀는 시기상 검존을 만나봤자 별수 없었던 일이 더 많았다.

     

   “참, 그렇게 살아왔는데 나도 못 가본 곳이 많긴 하네.”

     

   아서는 조금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너나 나나 못 가본 곳 하나 더 있잖아.”

     

   아서가 크라슈를 돌아봤다.

   그러자 크라슈는 하늘 위를 가리키고 있었다.

     

   “신계.”

     

   아서는 두 눈을 깜빡이고는 이내 키득거렸다.

     

   “어때 갈래?”

     

   반쯤 농담이긴 하나.

   크라슈에게도 아서가 함께 가고자 한다면 나쁠 거 없었다.

     

   든든한 아군 하나 생기는 거니까.

     

   아서는 자신을 아군으로서 생각해 주는 크라슈를 보고,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거긴 한 번 가면 못 돌아올 거 같은데.”

   “나도 가잖냐.”

     

   아서가 다시금 두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살짝 새초롬한 표정을 지었다.

     

   “나 꼬시는 거야?”

     

   크라슈는 순간 절벽에서 삐끗할 뻔했다.

   그러면서 크라슈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눈으로 아서를 내려다봤다.

     

   “어딜 봐서?”

   “그렇잖아. 신계에 갇히면 나랑 둘이서 있어야 한다는 건데. 그게 괜찮다는 거잖아.”

   “저번부터 그렇고, 네 뇌는 연애 세포에 잠식당한 거냐.”

   “속마음을 멋대로 읽은 건 크라슈야.”

     

   최근에 속마음을 죄다 들통나서 그런가.

   가면 갈수록 아서가 슬슬 뒤가 없이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크라슈가 곁에 있어도 된다고 하니까. 어리광 피우고 싶은걸.”

     

   아서는 솔직한 말을 내뱉었다.

   그래 놓고는 조금 부끄러운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부끄러우면 말을 말지.

     

   그러면서도 손가락 사이로 크라슈를 힐끗힐끗 보았다.

     

   “너, 옛날에는 이런 거 어떻게 참은 거야.”

   “근성.”

     

   대단한 근성이다.

     

   “헛소리 그만하고, 거의 다 왔어.”

     

   크라슈는 마지막으로 잡은 절벽을 누르고, 위로 도약했다.

   그러고는 얼음 바닥 위에 크라슈가 착지했다.

     

   하늘이 가깝다.

   여전히 고요함이 극치인 공간이었다.

     

   탁-

     

   뒤따라 아서가 도착했다.

     

   “그러고 보니 아내들한테는 구두로만 말을 전해놔도 괜찮아?”

     

   그러자 아서가 문뜩 떠올랐다는 듯 질문해 왔다.

   크라슈는 크림슨가든을 통해 아내들과 주요 세력에 이번 이야기를 전해 놓았다.

     

   크림슨가든은 마황과 함께 성위 마법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마황을 통해 각지에 빠르게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덕분이다.

     

   “상황이 급하니까.”

     

   당연히 그의 아내들 또한 크라슈가 괴존에게 상처 입었다는 소식까지 전해 들었다.

     

   그러고는 얼굴 하나 내비치지 않고, 검존을 만나러 간다고 해버렸으니.

   아내들 처지에서는 잔뜩 성이 나고도 남을 일이다.

     

   “나중에 감당해야지.”

     

   혼나는 건 이미 기정사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는 건 어렵다.

     

   그러니 지금 더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것만 이야기하는 게 아닌데.”

   “그럼?”

   “내가 옆에 있잖아.”

     

   크라슈는 아서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뒤늦게 알아차렸다.

   그도 그럴 게 아내들은 아서와 함께 있던 크라슈를 보고, 성낸 적 있으니까.

     

   “그 아이들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잖아?”

     

   크라슈는 지난날, 회귀했다는 사실을 아내들에게 털어놓았다.

   그녀들에게 숨기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으니까.

     

   그런 만큼 과거 이야기 중 아서도 몇번인가 언급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아내들은 아서를 마냥 좋게 보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크라슈를 가장 내몬 인물이 아서였으니까.

     

   크라슈에게 보이는 여러 흔적과 버릇들이 아서로부터 비롯됐다는 걸 알 때마다 묘하게 기분이 나쁜 것이다.

     

   “내 아내들이야.”

     

   하지만 크라슈는 아서의 그런 말을 부정했다.

     

   “부부가 괜히 닮는 줄 알아? 다들 이야기하면 들어 줘.”

     

   자기 아내들을 적극 신용하는 크라슈였다.

   아서는 그 모습을 조금 부럽게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나도 아내 시켜줘.”

     

   크라슈가 아서를 힐끗 보았다.

   아서의 귀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너 속마음으로 한 생각 그대로 내뱉지 마라.”

   “어차피 듣고 있잖아.”

   “네가 수상쩍은 얼굴 할 때까지는 껐었어.”

     

   아서는 살짝 토라진 얼굴로 크라슈의 팔꿈치를 톡톡 쳤다.

     

   “왜, 그 정도 있으면 한 명 더 있어도 되잖아.”

   “무슨 덤처럼 말하지 마.”

   “곁에 있으라고 한 건 크라슈야. 몸도 마음도 줄게.”

   “말 예쁘게 해라.”

   “예쁘잖아.”

     

   아서가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자기 얼굴을 보였다.

   일렁이는 태양 빛의 금발은 이런 상공에서도 그 색을 잃지 않고, 환하게 빛났다.

     

   예쁘긴 하네.

     

   “아서, 너도 만만치 않게 뻔뻔하구나.”

   “새삼 회귀자끼리.”

     

   하긴, 뻔뻔함은 회귀자가 제일이지.

     

   크라슈는 그리 생각하며 시선을 옮겼다.

   왜냐하면 이곳으로 걸어오는 인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엔마이아 산 정상에서 느껴질 인기척의 주인은 딱 한 명.

     

   크라슈의 눈에 잘린 귀와 흉터로 덮인 눈을 가진 큰 체구의 흑범이 보였다.

     

   세계 침식자, 흑범족 사내.

   검존, 만.

     

   오랜만에 마주한 그는 크라슈에게 목검을 겨누었다.

     

   여전하다.

   귀와 눈이 보이지 않는 그는 검으로만 대화하니까.

     

   크라슈는 성운검을 뽑으며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갔다 온다.”

     

   그에게서 괴존을 이길 검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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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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