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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8

    <418 – 말문이 막히는>

     

    “밍나 고멘!”

     

    휴학생전용구역 결계를 빠져나온 뒤, 모두를 앞에 두고 고개를 숙였다.

     

    “소수부족 오지어 쓰지 말고 공용어로 알아들을 수 있게 똑바로 말해.”

     

    이사벨이 엄한 얼굴로 꾸중을 했다.

    불쌍한 표정을 지어도 절대로 봐주지 않겠다며 팔짱을 끼고 노려보는 이사벨.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도 다들 피식 웃거나 고개를 저으며 편을 들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힝.

    어쩔 수 없네.

     

    “걱정을 끼쳐서 죄송해요. 앞으로는 말없이 혼자 사고치지 않을게요.”

    “그리고?”

     

    이사벨의 재촉에 당황했다.

    또 뭘 잘못했지?

    지고쿠를 향해 뒤에서 슬쩍 손짓을 하는 지젤 덕분에 화가 난 이유를 깨달았다.

     

    “지고쿠랑 지고쿠해적단에게도 제대로 사과할게요…”

     

    결계에 들어가지 못했던 지고쿠해적단의 허접해적들이 조금 화가 풀어진 얼굴로 으스댔다.

     

    “꼬맹아. 한 번만 봐주는 줄 알아!”

    “선장님 아니었으면 안 봐줬어!”

    “근데 우리가 안 봐주면 뭘 할 수 있어?”

    “누가 저 새끼 입 좀 막아.”

     

    티격태격 옥신각신하는 단원들의 모습에 지고쿠가 한숨을 내쉬었다.

     

    “한 번만 봐주는 줄 알아.”

    “땡큐 지고쿠!”

    “이 자식이?”

     

    울상을 그만두고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감사인사를 했더니 주먹을 떨면서 더 열받아한다. 왜 저럴까?

     

    “그리고?”

     

    그보다 이사벨의 훈계, 아직도 더 있어?

    이제 더 잘못한 걸 떠올리자면, 으으음…

     

    “야식 먹고 자기 전에 양치질 꼬박꼬박 할게요.”

    “그리고?”

     

    또오?

    힝. 더는 생각하기도 힘든데.

     

    “앞으로는 티토소가 조명대에 파란 셀로판지를 붙여서 아무리 버튼을 누르고 울상을 지어도 파란색만 나오게 하지 않을게요.”

    “그리고?”

     

    아 진짜.

    이사벨… 그만 좀 용서해줘어.

    이 기회에 버릇을 고쳐놓겠다는 양 엄한 표정을 유지하는 이사벨.

    하는 수 없이 고해성사를 하듯이 떠오르는 잘못을 계속 실토하는 수밖에 없었다.

     

    “요거트 껍질에 묻은 요구르트는 핥아먹지 않아도 도감수집이 된다고 껍질을 핥지 않고 버리지 않고 싹싹 핥아먹을게요.”

    “그리고.”

    “기숙사 마나동력실에 썬더버드가 물어다놓은 전기석 주워간다고 허락도 받지 않고 몰래 1시간 동안 회로를 끊어서 정전시키지 않을게요.”

    “그리고.”

    “아카데미에 잠입한 암살자를 혼자서 몰래 죽이고 경험치를 독식하지 않을게요…”

    “그리… 뭐??”

     

    왠지 모를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킥킥 웃던 모두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시체는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재료로 넘겼는데 이건 잘못한 거 아니니까 사과 안 해도 되죠?”

    “진짜?”

    “응. 다음 주 강의재료로 쓴대. 그럼 즈앙이랑 티토한테는 오히려 감사인사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시체도 언데드로 부활시켜서 경험치 달달하게 뽑아먹는데 칭찬 받아 마땅하지!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는 <모험가의 지형적응>인데…?”

    “언데드가 나오는 지형에서 적응하는 훈련을 한대!”

     

    즈앙과 내 해맑은 대화에 질투라도 하는지 이사벨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보낸 암살자인데!”

    “언제 온 암살자 말하는 거예요? 지난주에 온 암살자? 지지난주에 온 암살자?”

     

    거침없이 이어지던 이사벨의 ‘그리고’와 말문이 마침내 막혔다.

    갑분싸가 찾아오더니 다 함께 모여서 오크노디를 혼내는 시간도 유야무야 끝났다.

    덕분에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느긋하게 알림창을 볼 여유도 생겼다.

     

    [재단의 아가씨 <샤를로테>가 비보도전자에게 살해되기 전에 조우에 성공했습니다.]

    [신속기동 경험치+30]

    [신속정찰 경험치+30]

    [찾기 경험치+30]

     

    [휴학생전용구역에서 헤매는 오크노디 수색구출대의 수색구출에 성공했습니다.]

    [신속기동 경험치+20]

    [신속정찰 경험치+20]

    [찾기 경험치+20]

     

    [솔직한 사과와 반성의 자세로 화가 난 동료들의 마음을 누그러지게 했습니다.]

    [사회생활 경험치+30]

    [재롱부리기 경험치+10]

    [보호유발 경험치+10]

    [착한아이 경험치+10]

     

    덕분에 깨달음도 얻었다.

    잘못을 저지르고 사과하면 착한아이가 오르는구나.

    꼭 기도랑 똑같네!

    나쁜 짓을 저지르고 사과만 하면 회개할 수 있잖아?

    이제야 착한아이 기능의 상승메커니즘을 깨달았다.

    일단 나쁜 짓을 저지른다.

    그리고 사과하면 착한아이가 되는 거 맞지?

     

     

    * * *

     

     

    오크노디가 암살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사실이 본인 입으로 드러나기까지 알고 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쩌면 우리는 모르고 있었어도 이 사람은 암살자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거야.”

     

    헤스티아는 곧바로 수련장을 찾아갔다.

     

    “리프 님… 뼈에서 우드득 소리가 났는데요.”

    “엄살 부리지 마십시오, 에이프릴. 사람은 뼈가 부러지는 정도로 죽지 않습니다.”

    “멍멍! 해피는 수인이야! 수인은 사람 아니니까 뼈 부러지면 죽어! 수련 끝낼래!”

    “저 리프는 수인들에게도 인권이 있음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당신의 뼈도 사람의 뼈이니 조금 부러진다고 죽지 않습니다.”

     

    …암살자를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어보였다.

    여기에 수련생 암살자가 있네.

     

    “메이드들의 뼈는 왜 부러뜨리고 있습니까?”

    “뼈에 깃든 마나의 성질을 변화해야 메이드용 마나연공법의 심화단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헤스티아. 당신도 2학기가 끝나고 방학에 접어들거든 본격적으로 심화단계에 들어갈 예정이니 각오해두십시오.”

    “뼈를 깎을 각오는 옛적에 끝마쳤습니다. 다만 그 전에 오크노디가 암살자들에게 습격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는지 여쭈고자 합니다.”

    “그걸 알면 뭐가 달라지죠?”

    “리프 감독관. 오크노디를 걱정하고 보살피고자 하는 마음은 그녀의 동기들도 모두 같습니다.”

     

    리프의 눈은 쏟아지는 빗물에 탁해지는 흙탕물처럼 마주보기 무서운 혼탁함이 존재했다.

    그러나 용병활동으로 잔뼈가 굵어진 헤스티아 또한 그런 눈을 한 용병들 사이에서 적들의 골통을, 때로는 실적과 전리품에 눈이 먼 배신자들의 골통까지 깨부숴왔던 몸.

    조금의 위축조차 없이 거뜬하게 버텨내는 그녀의 모습에 리프의 나뭇잎처럼 가느다란 입이 열렸다.

     

    “당신의 짐작대로입니다. 암살자의 습격은 매주 있었습니다.”

    “재단의 적입니까?”

     

    헤스티아가 생각할 수 있는 오크노디의 적은 그 정도였다.

    공식적으로 수석장학생 신분을 달고 활동하는데 이제야 암살자가 나타났다면 오히려 너무 늦었다고 봐야 할 정도로 재단은 적이 많은 조직이니까.

    그러나 리프는 고개를 저었다.

     

    “아가씨를 노린 습격자는 엘프족 암살자입니다.”

    “엘프족…?”

    “아가씨의 미식을 위해 재단에서 세계수를 습격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탓입니다.”

    “!!”

     

    헤스티아는 떠올릴 수 있었다.

    와이히엠하이 재단 이사장의 저택, 훈련의 탑.

    그곳에서 나왔던 수많은 음식들의 향연을.

    오크노디가 먹은 음식은 그 중에서도 더욱 특별했다.

    그 특별함이 다른 종족의 원한을 살 정도로 대단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 문제였다.

     

    “적에게는 원한을 품을 합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습격은 이 땅에 엘프가 살아있는 한, 앞으로 평생 동안 계속될 겁니다.”

    “그럼 오크노디는 앞으로 평생 숲에는 혼자 들어가면 안 되는 겁니까?”

     

    엘프족의 진가는 숲에서 발휘된다.

    아카데미에서는 손쉽게 격퇴했던 암살자들도 숲에서는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엘프족은 숲에서 행하는 모든 행동의 결과를, 기능보정을 최대로 받을 수 있으니까.

     

    “그렇습니다.”

    “왜 그 사실을 미리 오크노디에게 경고해주지 않았던 겁니까?”

    “이사장께서는 아가씨가 재단에 좀 더 의지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막을 힘은 제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아가씨가 습격을 이겨낼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더 가르침을 베풀 뿐입니다.”

     

    아가씨에게도, 아가씨의 곁을 지킬 메이드들에게도.

    헤스티아는 깨달았다.

    자신이 메이드용 마나연공법을 배우는 것을 리프가 허락한 이유.

    그것은 일찌감치 눈치 챈 엘프족의 습격으로부터 오크노디를 지킬 것을 전제로 한 것임을.

    동시에 재단의 아가씨라는 존재가 얼마나 가엾은 존재인지도 알 수 있었다.

    힘을 얻도록 가르치는 동시에 재단의 품을 벗어나서는 살아남을 수 없도록 원한을 사게 만든다.

    재단의 아가씨에게 아무리 대단한 힘이 있어도 결국 재단의 뜻대로 움직일 뿐인 인형에 불과했다.

    적어도 이사장은 그렇게 만들 작정이다.

    오크노디마저도.

     

    “방학까지는 너무 멉니다. 심화과정, 오늘부터 당장 시작해주세요.”

     

    리프의 말라비틀어진 나뭇잎처럼 메마른 시선이 헤스티아의 결의에 찬 눈을 들여다보았다.

     

    “한 번 시작한다면 중도포기는 불가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연공법의 성취를 위해 성적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도전하겠습니까?”

    “기꺼이.”

     

     

    * * *

     

     

    헤스티아가 리프를 찾아가 메이드용 마나연공법의 심화과정에 돌입하는 사이, 즈앙은 암살자의 시체를 받았다는 사다코 교수를 찾아갔다.

    그녀치고는 대단한 용기를 발휘한 행동이었다.

    강의장에 출석하는 것조차 두려워서 매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기며 슈퍼겁쟁이 티토소가와 함께 다니지 않았던가.

     

    “너도 시체를 가져왔니?”

    “오크노디가 넘겼다는 암살자의 시체를 살펴보고 싶어요.”

     

    암살자는 동업자의 시신만 보고도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아무리 소속을 감추려 애를 써도 몸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

    어디를 단련했는지, 무엇을 감추려고 하는지, 시체가 마나에 어떻게 반응하며 어떤 마나회로가 있었음을 암시하는지 마음만 먹으면 전부 알아낼 수 있다.

     

    “2학년이 되면 <어둠의 사령술 입문> 강의가 있어.”

    “네?”

    “수강신청을 하면 시체를 보여줄지도 모르지.”

     

    즈앙은 곰곰이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시체 안 봐도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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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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