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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9

        

       오만.

         

       그렇다.

         

       네오콘은, 오만했다.

       그리고 오만한 만큼이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좀 있는 편이며, 공감 능력이 좀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국가보다는 개인이 훨씬 중요하다고 여기며, 법에만 어긋나지 않으면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생각을 품고 있는 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 때문에 이들 중에는 불법과 합법 사이에 걸친, 회색에 가까운 행위를 하며 부와 권력을 얻은 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게다가 미국이 최고라고 여기는 오만에 가까운 권위주의적 태도 때문에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려 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일반적이라면 일어나지 않을 마찰을 계속해서 일으키기까지 했다.

         

       미국에도, 미국 외의 국가에도 그다지 득이 될 것이 없는 집단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네오콘들이 미국의 키를 잡았다는 것이었다.

         

       얼핏 듣기에는 참 달콤한데다가, 미국이 그토록 좋아하는 ‘마초적인’ 주장에 많은 미국인이 감화되었고, 네오콘의 신보수주의 사상에 물들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투표와 지지를 통해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기까지 했다. 그렇게 네오콘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이들이 점차 늘어났으며, 그렇게 네오콘은 조금씩 조금씩 목소리를 낼 힘을 얻어가고 있었다.

         

       그래.

       천천히 얻어가고 있었다.

         

       존 F. 데이비스 당선 전까지는 말이다.

         

       존 F. 데이비스 당선 후 네오콘은 ‘폭발적’이라는 말조차 부족할 정도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세를 불려 나갔으며, 존 F. 데이비스에 의해 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된 WASP의 후원을 받아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리고 존 F. 데이비스의 묵인과 국민의 지지와 함께 정부 기관 곳곳에 퍼져나갔고, 온갖 요직들을 차지하기까지 했다.

         

       그리하여 미국은 권위주의적이고, 패권적이고, 공격적이며, 매우 보수적이고, 고립주의를 심화시킨데다가, 다른 나라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며, 다른 나라를 이해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나라로 변해갔다.

         

       ‘하지만 그 과정은 의외로 조용했지.’

         

       게다가 더 비극인 것은, 이렇게 네오콘이 미국 권력의 중심이 되는 과정이 너무나도 조용했다는 것이다. 어찌나 조용했는지, 미국의 권력 구조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이들이 아닌 일반적인 사람들이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였다.

       게다가 점차 권력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음에도 커다란 사고를 치지 않아서, 전문가들의 ‘네오콘이 힘을 얻었으니 그들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그들을 경계해야 한다.’라는 외침조차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했다.

         

       심지어는, 권력자들마저도 네오콘을 그냥 단순한 우익, 혹은 보수적인 면이 강한 이들로 생각하게 할 정도였다.

         

       이것이 바로 비극이었다.

         

       회귀 전 한국과 일본은 계속해서 마찰이 일어났고, 정말 한계까지 서로에 대한 악감정을 꾹꾹 눌러 담았다. 미국의 존재나, 무슨 일이 벌어지면 한국을 노릴 중국과 러시아 같은 가상적국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싸웠을 정도로 말이다.

         

       아니, ‘싸웠을 정도’가 아니다.

       서로의 국토를 불태우고 오염시킨다고 할지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둘이 이렇게 되어가고 있음에도, 미국은 그저 방관했을 뿐이다.

       대 중국, 대 러시아를 위해서 그들의 사이를 어떻게든 화해시키고, 둘이 미국이 원하는 ‘최전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리해야만 했는데…. 회귀 전 미국은 둘 사이를 좋게 만들기는커녕 방관을 했을 뿐만 아니라 두 나라를 고려하지 않은 멍청해 보이기까지 하는 헛발질을 계속해서 반복하며 둘이 더더욱 반목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게다가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와 지속해서 마찰을 일으켜서 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점차 잃어갔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계속해서 자극하기까지 했다. 심지어는 그 자극이 효과가 있지도 않았다.

       복싱으로 따지면…그냥 잽만 주야장천 날리면서 분노하게 만드는 수준에 불과했다.

         

       공격하려면 강한 타격을 입혀서 쓰러트리던가, 압도적인 공포로 굴복시켜야 하건만.

       네오콘이 키를 잡은 미국은 둘에게 마치 덤벼보라고 도발하듯이 강하지는 않지만 분노를 끌어올리기에는 충분한 자극만을 계속해서 주었고, 그 덕분에 동아시아는 터지기 직전의 화약고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게다가 이러한 짓거리를 동아시아에만 한 것도 아니다.

       동남아시아에도, 서아시아에도, 심지어 유럽에까지 했다.

         

       당연히 이러한 네오콘들의 삽질 덕분에 중국이 아시아 전체와 유럽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러시아 역시 중국과 손을 잡고 유럽 쪽에 영향력을 넓힐 수 있게 되었다.

         

       끔찍한 삽질이 아닐 수가 없다.

         

       옛적,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가 그러지 않았던가.

         

       ‘나를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나를 더욱더 강하게 한다(Was mich nicht umbringt, macht mich stärker).’라고 말이다.

         

       회귀 전 역시 마찬가지.

       자극하고 분노를 끌어올리기만 했을 뿐인 네오콘의 ‘견제’는 도리어 중국과 러시아를 뭉치게 만들고, 힘을 기르게 했다.

         

       그리고 둘은 그렇게 얻은 힘으로 세계 3차 대전의 한 축이 되어버렸고.

         

       ‘그리하여 세계가 불에 타들어 가기 시작하였으니, 그 불을 일으킨 이들 역시 멀쩡할 수 없었음이라.’

         

       그렇다면 고립주의를 부르짖었던 미국은 무사할 수 있었는가?

         

       그렇지 않다.

       미국은 강력한 군사력으로 외부의 침략을 받지 않을 수는 있었지만, 내부에서 피어오르는 불길은 막지 못했다.

         

       세계 곳곳에 퍼져나가는 광기는 조용히 미국에 스며들었고, 미국 곳곳에 조용히 자라나고 있던 수많은 미치광이가 등장하게 했다.

         

       그냥 미치광이들이 아니다.

         

       군사 조직 수준의 세력을 가지고 있거나, 스스로 군사에 가까운 힘을 가지고 있는 미치광이들.

       자신의 광기를 세상에 관철할 힘을 가지고 있는 광인(狂人)들이었다.

         

       미국인 전체를 먹여 살리고도 남을 농작물이 자라는 농지에 불을 지르고 다니는 범죄 집단.

       기계의 통제와 기계를 통한 진화가 올바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외치며 나타난 미치광이 집단.

       육식이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외치며 축사를 파괴하고 다니는 채식주의자들.

       축사를 파괴하는 채식주의자들의 행동에 동조하며 같이 축사를 파괴하고,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공장들을 부수고 다니면서 미국의 공업력을 나락으로 떨구고 다닌 에코 파시스트(Eco fascist)들.

       테러로 인해 찾아온 식량난을 극복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식용 키메라의 연구 자료를 탈취해 생체 병기를 만든 테러 집단.

       폭력과 피가 난무하는 야만적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순수한 백인 혈통끼리 뭉쳐야 한다며 유색인종을 모조리 추방해버린 주지사.

       곧 휴거가 찾아올 것이라고 주장하며 지역 하나를 점령한 이단 교회.

       미국 곳곳에 창궐하고 있는 전염병을 없애기 위해선 ‘만능 백신’이 필요하다며 사람들을 납치해서 생체실험하는 미친 의사들과 연금술사들이 만든 단체.

       …

       …

       …

         

       전 세계에 퍼진 광기를 머금으며 자라난 이 광인들은 미국 곳곳에서 대놓고 활동하기 시작하였고, 미국을 혼돈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일반적인 사람들 역시 광기에 휩쓸리게 만들거나 공포에 질리게 만들어 제대로 된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없도록 방해했고, 정부의 탄압과 견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들은 미국에 내전이 터지자 그 혼란을 틈타 더더욱 빠르게 자신의 광기를 여과 없이 드러내었고, 세력을 불리고 힘을 기르며 세상을 더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이들만 문제였는가?

         

       아니다.

         

       정부도 같이 미쳤다.

       정부 역시 광기의 물결에 같이 휩쓸려서 평상시라면 할 수 없을 비윤리적이고 잔혹한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과거 냉전 시절에 행했던 세뇌 프로젝트를 다시 끌어올려서 연구했고, 연금술사와 제약 회사를 끌어들여서 사람을 실험체로 신약을 개발했다. 군사적으로 우위에 서기 위해 유전자 조작을 이용해 슈퍼 솔저(Super Soldier)를 만들기 위한 생체실험을 하는가 하면, 미국을 어지럽히고 있는 미치광이들을 끌어들여 무기를 만들려고 시도하기까지 했다.

         

       그 와중에 내전까지 터졌고, 브레이크는 점점 닳다 못해 없어지게 되었으니.

         

       미국은 독물(毒物)이 가득한 독지(毒地)가 되었고, 괴물이 창궐하는 마굴이 되었다.

         

       미국의 정세가 어찌나 어지러웠는지, 캐나다는 미국과의 국경 지역을 독으로 절여서 데스 벨트(Death belt)라 불리는 죽음의 땅을 만들었고, 한때는 담장을 넘어 수도 없이 미국에 들어가던 멕시코는 미국과의 국경지대에 온갖 주물들을 걸어놓아서 미국인들이 건너올 수 없도록 경계했다.

         

       그렇게 미국은 망했다.

         

       거대한 나라를 쇠하고 망하게 된 까닭은 오만이니.

         

       오만은 역시 죄악 중의 으뜸이로다.

         

       그런 까닭에 진성은 지금 한국과 일본의 갈등을 터뜨렸다.

         

       꾹꾹 한계까지 눌렸다가 터지지 않도록.

       적당한 시점에서 서로의 분노와 광기를 해결할 수 있도록.

       아직은 미국이 건재한 시점에서 ‘적당히’ 싸울 수 있도록.

       한국과 일본이 미국이 돌아버린 것을 눈치채고 알아서 사릴 수 있도록.

       아직 서로가 이성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어 파멸까지는 가지 않도록.

         

       이제는 한국과 일본이 불바다가 되지 않을 것이다.

       군인이나 싸움을 업으로 삼는 이들 말고는 큰 희생이 없을 것이며, 사람이 죽고 나라가 파괴되는 과정에서 스러질 주물과 주술 역시 무사할 것이다.

         

       게다가 그뿐이랴?

       회귀 전 일본에 파견되어 학살을 벌이고 일본을 파괴했던 이세린은 이런 잔혹한 경험을 하지 않을 것이고, 이씨 가문 사람들 역시 전쟁 리스크에 벌벌 떨지 않아도 되겠지.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을 리세는 전쟁의 화마에 휩쓸리지 않고 평화로운 일상에서 구도를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이고, 진성에게 협력하는 이들은 피와 강철이 가득한 전장이 아닌, 제 형상을 유지하는 사회 속에서 계속 부와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참으로 좋은 일이라.

         

       ‘좋구나 좋아.’

         

       길하고, 또 길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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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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